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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상당히 오래 붙잡고 있었다. 여느 에세이와 다르게 글이 많기도 했었지만 곱씹느라고 그랬을 테다. 그의 글이 당시 나의 심경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의 지난 사랑에 대한 애틋함이 와 닿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읽던 페이지를 다시 읽기를 수차례, 그러다 보니 나는 일주일 넘게 이 책과 씨름하고 있었다. 신열이 올라 마지막 열병을 앓는 것도 같았다. 그랬다. 공감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도 많이 흘렸다. 글을 읽다가, 사진을 보다가 어느새 울다가, 그런 시간의 반복이었다. 지난 것은, 되돌리길 거부하는 게 명백한 것은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난 진실을 알고 싶었고 이제 알았으니 됐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에 깨끗해지고 싶었다. 삶이 됐든 사랑이 됐든 거짓을 남기고 싶지 않았고 솔직해지길 바랐다. 그래서 말하길 권유했다. 그에 따른 답을 확실히 알았으니 내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청산할 수 있겠다. 인제야.
사실 오래오래 길 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대부분 견디지 못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 말보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다.(중략) 말은 간단히 전할 수 있지만 진심대로 전하는 건 오로지 자신의 몫이다. 그 말을 전하기 전에 진심으로 당신은 고맙고 진심으로 미안하길 바란다. -34~35쪽(대화)
그가 책 속에 남긴 말은 우리의 마음에 남아있는 빚과 동의어다. 태어나 살아가는 건 말의 홍수에 잠식되는 것과 같다고 본다. 그 많은 말 중에 내 삶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말과 흘려듣고 자취도 남지 않을 말, 평생 두고 기억할 말들이 나뉜다. 이때 침묵과 말은 나란히 평행 선상에 놓인다. 때로는 침묵을, 때로는 말해야 함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지만 하지 못한 말을 남길 바에야 말을 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될 말을 할 바에는 침묵하는 게 바람직한 게 아닐까. 아스라이 멀어진 기억이 모여 편린을 이루고 반추하며 되새김한 그의 글은 그래서 가슴을 콕콕 찌른다. 우리가 모두 한 번쯤이라도 마음에 넣어두고 꺼내보길 주저했던 마음의 근간이 되는 말들이었기 때문이다. 길 위를 떠돌며 수집한 많은 말들은 대부분 우리 삶의 가장 가까이 근접해있는 말이다. 그는 그런 말들을 수집해서 자기 삶을 빗대 해석한다. 대부분 살아가는 방향, 자세를 논하지만 결국은 거의 사랑으로 귀결된다. 길을 떠나 방랑하는 자의 상처가 사랑에서 비롯하는 여느 작품과 크게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절절함에는 진심이 묻어났고 그의 말은 진실로 다가왔다. 그랬기에 공감의 폭도 컸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읽는 이의 현재 상황이 크게 좌우하는 것도 맞겠지만 말이다.
둥글어진 저 달만큼 둥근 마음을 품어 환해져보려했으나 내일이면 곧 다시 작아지고 휘어질 내 마음을 안다. 소원하지 않기를 소원하고 바라지 않기를 바라며 그렇게 영원하긴 힘든 일인가. 충만해지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그 무엇에게도 무엇이 되라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아무도 아무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마라. 보름달 같이 탐스러운 당신의 마음도 곧 기울어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167쪽(달)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자주 전해야 할 말임에도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이기적인 마음으로, 낯간지럽다는 생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아줄 거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한편 마음 깊숙이에서 우러나오지 않는다면 전해지지 않기도 했다. 순간의 일회성 반창고처럼 남발하는 사과의 진심은 와 닿지 않았었고 진정 없는 말들은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였다. 내가 말을 아낀 것은, 진심을 전달하고 싶기도 했고, 상대 또한 진심으로 말해주길 바라서였다. 지나고 나면 부질없는 것들이 되고 마는데 그때의 진심은 왜 그토록 전해지지 않고 표명되지 않았을까. 변하지 않을 거라 믿었던 다짐, 약속, 말로 발화하는 모든 것. 결국 변했고 나도 다르지 않다. 변해버린 것을 두고 더는 다그칠 수 없는 것은 이미 떠나버린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떠난 것을 두고 다그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언젠가 한 번쯤 떠올릴 수는 있겠지. 어쩌면 까마득히 잊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끝난 마음을 대면하면 난 벙어리가 되고 만다. 마음은 정반대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모든 것은 내 마음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잃을까 봐 두려웠던 간절함이 왜곡되고 과장되어 엉뚱하게 표출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어쩌면. 모든 것은 마음의 문제였다. 의지, 간절함, 믿은 같은 건 마음으로부터 시작해서 얻을 수 있는 거였다. 이런 것들이 사라질 때 관계는 끝난다. 함께 있지 못함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마음마저 보이지 않았던 게 슬픈 일이었다. 안다. 마음은 볼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이 의지나 간절함으로 표현되었던 것일 뿐. 그러나 사람 사이에 그런 게 더는 드러나지 않는다면 희망은 사라진다.
나를 돌아보길 잊고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수없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되뇌면서도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을 돌아보길 주저했었나 보다. 당장 눈앞의 현실이 크게 다가와 그것만 보는 아둔함이었나 보다. 정작 현실은 아둔함에 현혹되어 더 큰 현실을 망각해버린 채로 지나왔으니 말이다. 난 지금 계절을 심하게 앓고 있다. 그랬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난 유난히 이 계절이 돌아오는 게 싫었다. 워낙 추위에 약한 체질이라서이기도 하겠지만, 왠지 사람을 쓸쓸하고 외롭게 만드는 느낌이 참 별로다. 뜨거운 게 좋다. 사람도 계절도. 사랑 온도도 마찬가지겠지. 시간이 지나면서 뜨겁던 온도가 차갑게 식어버린 것을 체감할 때의 씁쓸함은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변종모 그는 생각한다는 것은 마음에 지문을 찍는 것이고 말한다는 것은 세상에 문신을 새기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생각한 속마음을 말로 뱉어낼 수 있다는 것, 그런 공간이 있음에 오늘따라 새삼 고마워하게 된다. 우리는 흔적을 통해 살아간다. 너의 흔적이, 나의 흔적이 서로에게 각인처럼 새겨져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때로는 흔적으로 평생을 살기도 한다. 아마 나를 스쳐 갔던 많은 이들의 흔적이 내게는 고스란히 남아있을 테다. 때로는 작은 미소가 되고, 때로는 애달픈 추억이 되어 삶을 밀고 나갈 뿐이다. 지난 것은 되돌리지 않는다. 지나온 삶이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땅을 밟고 살아가는 대다수의 우리는 오늘을 보고, 오늘을 산다.
어제의 상실과 내일의 부재는 인간이 직면한 가장 큰 딜레마다. 그래서 상실과 부재라는 화두를 직면하는 때는 괜히 더 센티 해진다. 잃은 것이 희미해지면 새로운 것들로 채워질 것이다. 필요한 건 시간, 스스로 위로할 수밖에 없다. 내게서 파생된 상실이기에, 이겨내는 것도 내 몫이다. 그 여정에 가끔 도움을 주는 건 이런 책이다. 책은 여행자가 되어 갈무리했던 말과 내면에 응집된 말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자의 추억이 담긴 말로 정리돼있다. 많은 말(단어)과 함께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무수한 순간이 포착돼있기도 하다. 풍경보다 인물 사진이 많은 이유이다. 알고 있다시피 말은 사람에서 사람에게로 전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사진에 유독 사람이 많은 것이리라. 풍경 안에도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내 안에 빚졌던 말, 우리가 평생을 두고 빚져야 할 말의 부채감은 사람 사이에서만 갚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계절이라면 좋겠는가? 변함없는 사람이라면 좋겠는가? 그런 하늘과 그런 사람을 변함없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당신은 가졌는가? 변한 것은 너의 마음인데 왜 너는 너의 바깥을 투정하는가? 왜? 너는 그것이 바깥으로부터 왔다고 생각하는가? 모든 건 네 안에 있는데. - 249쪽(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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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느끼는 것들이 많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것과 혼자 하는 여행에서 느끼는 것들도 다른다. 오래전 호자서 여행을 많이 다닐때 내가 느꼈던 것은 짙은 외로움이었다. 하지만 그 외로움을 즐기고자 떠난 여행이 아니었던가. 마음껏 외로움의 시간들을 즐겼고, 내 곁에 다가오는 타인들에게도 열린 마음을 갖게 되었다.
며칠 전 신문에선가 어떤 기사를 보았다. 여행서가 많이 팔리는 이유, 여행서를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마음껏 여행을 떠나지 못하니, 여행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여행서를 읽지 않는가. 마음속에서라도 벌써 여행을 떠날 짐을 꾸리듯, 여행서는 그런 마음을 담은 것 같다.
여행 작가가 보는 시선으로 책 속에 삽입된 사진에 그리움을 담아 본다. 여행에서 느꼈을 감정을 읽는 글은 또 어떤가. 내가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때로는 외로움을, 때론 따스함을 건네 받는 것이다.
여행작가 변종모의 신간 에세이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에서도 그렇다. 책에서는 여행을 떠났던 길위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말로 표현했다. 하나의 단어 속에서 작가의 생각들을 엿볼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책 속에 삽입된 사진들은 또 어떤가. 작가가 만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들이었다. 우리도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외국의 타인들에게 느껴지는 모습은 다른 모습일수도 있다. 훗날 다시 방문했을때 전에 만났던 사람이라도 만날때면 그보다 더 깊은 인연도 없을듯하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을 스쳐지나간다. 수많은 풍경들을 스쳐 지나간다.
새로운 풍경인줄 알았는데, 전에 방문했던 풍경이라면 더욱 반가움이 들듯도 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되므로,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도 그 날의 기분에 따라, 그 날의 감정에 따라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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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하지 못한 말이 있었다. 그것은 끝내 삼키고 묵혔으나 세상에서 사라진 말이 아니다. 너에게도 나에게도 영원한 것이다.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함께였다는 시간의 사실, 한사코 말을 누르며 마음만 키우던 반편의 사정, 그러니 너는 들었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벌써, 그때.
네가 내 전부라고 수도 없이 고백하던 그 소리를.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중에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자꾸 떠나고 싶고, 떠나지 못하면 마음의 병을 앓는것고 같다. 많이 다니지 못해도 늘 여행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는데, 스스로 '여행자'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은 오죽할까.
이 책을 구입하기 전, 작가의 블로그를 이웃신청했다. 새글이 올라와 방문했더니, 프로그램 때문에 '잠시 다녀오겠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써놓았다. 업무상 일수도 있지만 이처럼 훌쩍 떠나는 저자가 부러웠다.
그렇듯 말이란 내게는 마음이다 라고 말한 그의 말에서 그가 말하는 언어를 생각해본다. 그가 여행지에서 만난 풍경들, 길위를 걸으며 그가 떠올렸을 말들, 말들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언어들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걷는 발걸음 속에서 세상에 내게 걸어올 말들, 그 말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간절하게,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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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짓는 생각보다는 가슴이 시키는 대로 살고 싶은 갈망이 모여 현재적 삶에 반하는 행동으로 밋밋한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는 여행은 미답의 공간에서 맞닥뜨릴 불안함과 새로운 세상과의 만남이라는 설렘이 날실과 씨실로 엮어지는 인생의 틀이다. 여행자로 살고 싶은 마음이 강한 만큼 길손들의 여행기는 또 다른 시선을 끈다. 피사체에 담긴 풍광과 인물은 특정한 곳에서의 만남이 빚어낸 이미지처럼 호기심을 부추기고 궁금증을 돋운다. 정해진 길을 따라 대학교를 졸업한 뒤 회사원으로 살아오던 저자가 여행자로 인생의 전환점을 찾은 것은 반복되는 일상에 변화를 시도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였을 것이다. 현재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법을 찾아 떠난 여행이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살아가는 길임을 깨닫고 여행지에서 떠오른 생각을 메모하고 기억해뒀다가 감흥을 풀어내는 글에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공간 위에 서고 싶은 열망을 더한다.
같은 마음으로 인생 길 위에 설 수 있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면 고독은 켜켜이 자리하고 가슴에 똬리를 튼다. 너와 나가 한자리에서 함께 걸을 수 없더라도 마음이 하나로 모아진다면 혼자 걸어도 둘이 걷는 것과 다름없다는 여행자의 말은 고독을 견뎌 고비를 만날 때마다 힘듦을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차기보다는 타인을 위한 마음이 더 커질 때 행복은 스멀스멀 피어오름을 베풂으로 알아차린다.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야 할 인생에서 문제없기를 바라는 일은 헛된 욕망인지도 모른다. 삶의 햇수가 거듭될수록 예측 불가능한 일련의 문제로 피폐해질 때도 있지만 현안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인생임을 길 위에서 깨달을 때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관조할 수 있는 시간을 얻는다.
고열과 잦은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뜬눈으로 밤을 꼴까닥 넘기었을 때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여겼던 적이 있다. 마흔 중반에 이렇게 스러져 간다면 그동안 일상에 얽매어 사느라 유예해 뒀던 여행을 못 가고 회한으로 덮인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 난 뒤 맨 처음 한 일이 공정 여행 운영업체에서 기획한 라오스 여행을 감행했었다. 극빈 나라에서 순박한 라오인들의 웃음 속에 아픔의 상처를 위로받고 루앙프라방의 새벽 탁발 순례에서 나눔과 배려의 가치를 일깨웠다. 규칙적인 생활에 익숙한 이들이 여행하기에는 걸맞지 않을 인도에서의 나날은 먼지와 소음,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 피곤함을 더했지만 먼지를 씻어내고 단잠에 빠져들었다가 다음 목적지를 향해 걸음을 옮기며 흥분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던 때가 있다.
여행자로 나설 때면 현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시도할 때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 둘 것이란 후회가 밀려들 때가 있다. 길 위에 오랫동안 서 있었던 여행자는 통하지 않는 말보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을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니 진정성에 바탕을 둔 소통의 시도가 절실하여 보인다. 닫힌 마음을 열고 상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발길이 닿았던 곳에서 떠오르는 단어들의 조합처럼 엉켜 있던 마음의 잔해들이 하나 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힘의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는 일은 청춘의 속성 중 하나일 것이다. 계절에 따라 풍광이 자아내는 현상에 눈길을 주고 내면의 소리를 조율하며 살아갈 때 오롯한 자신으로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여행자는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선택을 믿고 그 선택이 주는 작은 것을 고마워하며 길 위에서 만난 이들을 사랑하는 여행은 보편적인 삶에 쉼을 주는 정서적 지지로 인생의 비타민으로 자리할 것이다.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들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의 사랑과 희생이 떠오른다. 한 달 남짓 여행을 떠나는 이를 배웅하고 돌아서는 이들의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남은 자들은 떠난 이를 대신해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면서 빈자리를 채워가야 하므로 손을 재게 놀려야 한다. 이 또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지는 일 중 하나일 것이다. 어쩌면 지켜야 할 대상이 없다는 것은 어쩌면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는 전제를 마련해 주어 길 위의 방랑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상에서도 생업을 위해 집을 나섰다가 다시 집으로 회귀하여 일상을 정리하며 피로를 풀고, 여행지에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이며 새로운 물상을 접하고 여행자들이 머무는 숙소로 돌아와 고단한 몸을 푼다는 점에서 일상과 여행은 닮았다. 끝이라고 명명한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는 시작점에 서 있을 여행자의 어깨에 걸쳐진 배낭을 떠올리며 가보지 못한 길 위에 서서 새로운 인연을 만날 것이라 믿는다. 마음으로 차며 나아가는 걸음을 옮기는 여행길에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한 만큼 머지않아 도달할 마음의 언덕을 그려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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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단순히 놀이나 유희가 아닌 단지 효용의 차원에서만 바라보기 시작한 순간부터 독서에 대한 흥미는 반쯤 잃게 된다. 내가 지금보다 더 젊거나 어렸던 시절에 독서는 그저 생활의 일부라고 여겼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거나 외롭다거나 이유도 없이 슬프다거나 할 때 책은 말없는 위로였고, 가까운 친구였고, 때로는 기분전환의 놀이가 되기도 했다. 어떤 책을 읽어야지 작정하지 않았고 읽을 책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지곤 했었다.
그러나 세월이 비스듬한 사면을 따라 빠르게 구르는 동안 나는 주변을 살필 겨를도 없이 내 손에 쥐어졌던 행복한 기억들을 모두 잃고 말았다. 여행작가 변종모의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를 읽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단편적인 생각들과 지나치게 감상적인 여행자의 애수 또는 과거에 대한 향수를 조각조각 이어 붙인 지극히 개인적인 글들이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하는 생각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과거의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면서도 가끔씩 등장하는 멋진 문장에 감탄하거나 때로는 애수어린 문장에 찔끔 눈물을 흘리곤 했었다. 그만큼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이었다.
"생략과 축축한 침묵. 그 안에 나머지를 남기는 사람이 있고 여전히 제 모든 걸 담아두는 사람이 있다. 타인에 의해 눈물 흘리는가? 타인을 위해 눈물 흘리는가? 자신에 의해 눈물 흘리는가? 자신을 위해 눈물 흘리는가? 눈물은 너의 마지막 언어. 말로는 위로할 수 없는 모스부호. 너를 위해 밖으로 울고 나를 위해 안으로 운다." (p.172)
도무지 쓸모가 떠오르지 않는 책은 읽는 데 오래 걸린다. 기준이 하나여서 그렇다. 여러 갈래의 시골길을 오랜 세월 잊고 지낸 까닭이지만 옆 시선을 가린 경주마처럼 오로지 앞만 보인다. 삶은 셀 수도 없이 다양하고 이따금 누군가에게 곁을 내주어야 하겠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을 꾸역꾸역 읽고 있다. 이렇게 힘든 책은(책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읽어내지 못하는 내가 문제이겠지만) 하나하나의 낱글자도 마치 여행서적의 화려한 풍경처럼 하나의 정지된 화면, 쉽게 잊혀지는 풍경처럼 읽힌다.
읽는 속도에 시간을 맞추기라도 하려는 듯 머릿속에서는 보이지 않는 지우개가 기억의 옅은 흔적들을 지우고 있다. 말끔하게. 그럼에도 작가는 내 마음을 조금만 알아달라는 듯 열심히 말을 건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길 위에서 만난 말들', '내 안의 말들', '길 위에 두고 온 말들'이 그것이다. 어쩌면 작가는 가슴 속에 켜켜이 쌓아 둔 말들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것은 자신의 말을 공감할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원이 아니다. 다만 말하고 싶었을 뿐.
"나를 먼저 속이고 네가 내게 속아주길 바라는 일은 양심을 따지기 이전에 죄책감부터 드는 일이었다. 한 번 쏟은 물을 다시 담는 일과 한 번 날아간 화살을 되돌리는 일이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한 것처럼 내가 나를 속이는 일은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을 겨안은 기분이기도 하다. 부풀 대로 부풀고 불 대로 불어버린 왜곡과 거나해질 대로 거나해져 과장된 말들은 너와 나 사이에 벽을 치고 그 벽 앞에 다시 금을 긋는 일이었다." (p.325)
무더위에 지친 어느 여름날 그저 스쳐가는 바람도 마냥 반갑듯이 사람은 때로 내 가슴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말도 반가울 때가 있다. 내 말이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지 않은들 또 어떤가. 바람처럼 네 가슴을 비껴간들 네 우울과 슬픔을 조금쯤 걷어낼 수만 있다면... 결국에는 잊혀질 말들도 지금 이 순간 네 가슴을 적실 수만 있다면 가슴에 남는 의미가 없다 한들 또 어떠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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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하면 언젠가...[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어젯밤 귓가를 앵앵거리다가 밤새 작은 아이의 얼굴이며 종아리를 사정없이 물어뜯어 놓았던 모기 녀석을 이 아침에 꼭 잡고야 말겠어. 붉은 실핏줄 드러난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대다가 서둘러 아이들을 씻기고 분주히 아침을 차린다. 남편과 큰 아이를 보내고 종종걸음으로 유치원 가는 녀석을 데려다 준다. 드디어 혼자만의 공간을 내주려고 나를 기다리던 집의 품에 안...기려는 찰나, 발치에 채이는 훌훌 벗어던진 옷가지에 무심히 눈길을 주게 되고 널브러진 장난감 조각들을 허리 굽혀 집어 올리게 되고 맨발바닥에 닿는 먼지에 이맛살을 찌푸리게 된다. 에잇, 청소하고 빨래하고 정리하자. 그러다 보니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아직 세수도 안 한 얼굴이 유난히 번들거리며 기름져 보인다. 샤워하자. 욕실에 들어서니 또 가족들이 사용한 흔적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몇 올부터 뚜껑 안 닫은 치약, 욕조 안에 떠다니는 거품까지 거슬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여 눈에 띄고 또 띄는 잡다한 것들을 처리하다 보면 어느 새 11시. 배가 꼬로록 거리기 시작한다. 아침밥도 안 먹고 이러고 있었던 거야, 나. 한 가지를 끝내면 또 한 가지가 맞물려 시작되기 때문에 뭐 하려던 거였지,를 자주 까먹게 되는 주부성 치매가 이래서 생기는 거였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집안일의 무게가 버거울 때, 현실과 완벽하게 단절된 세계로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TV 보기와 독서다. 드라마 시청의 기본인 본방사수를 꼬박꼬박 지키고 있는 나이기에 아침 시간에 TV는 잘 보지 않는다. 그러면, 독서. 특히 추리소설이 빚어내는 환각과도 같은 어찔함과 한 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드는 글맛에 나는 중독되어 있다. 다른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 긴박한 사건 전개와 대개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만 같은 신선한 매력을 가진 각양각색의 탐정들이 너무 매력적이다. 머리가 쿵쿵 울리고 심장이 빨리 달리며 손바닥에 땀이 흥건히 고이게 되는...그렇게 한 두 시간 책 속을 헤매다 보면 일상은 쉬이 잊혀졌다. 개다 만 빨래며, 저녁 거리 장 봐야 할 장보기 목록들은 가서 낮잠이나 자라지. ^^ 그러나 추리소설의 세계만으로는 완벽한 도피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나의 현실이 아닌 남의 현실을 엿보고 싶어지는 이상한 심리가 내게는 있다. 그럴 때는 에세이를 찾아 읽는다. 번잡한 일상이 사라진, 완벽한 관찰자의 시선에서 이 세상을 바라보는 여행기들은 추리 소설 못지 않게 내 이성을 마비시키는 마력이 있다. 변종모의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흐릿한 낙타를 쳐다보니 매직아이를 쳐다보는 듯, 이상한 나라의 폴이 끌려들어가는 사차원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 호이호이 호잇~ 이다.
어느 곳을 걸어도 그가 걷는 길에서 말과 글을 제대로 건져낼 줄 아는 변종모. 그는 길을 나섰다가 훈자에서 5년 전, 매일 그를 찾아오고 그의 어깨에 목말타고 그에게 구구단을 배웠던 까까머리 꼬마 칸을 보고 고마워했다. 눈시울이 뜨끈해졌고 잠시 눈물도 났다던가. 나는 오히려 그의 글을 보며 행복해하는데... 그가 펼쳐놓은 말을 쳐다보다가 하나씩 하나씩 똑, 똑, 하고 따서 꼬로록거리는 배 속에다 던져 넣었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그렇지?”(...) 아무래도 좋다. 다만 살면서 정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오면 이 사막을 기억하리라. 단단히 땅에 박힌 이 소금별의 편린을 떠올리리라. 그렇게 꿈인 듯한 비현실을 불러다가 이 반짝이는 순간들로 나머지 흐린 날들을 위로받을 것이다. -207 나 대신 소금 사막을 건너온 그가 전해 주는 말들로 나는 비현실을 떠올린다. 도망치고 싶은 현실이 쌓인 빨래와 먼지 수북한 바닥과 널브러진 책들 같은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그것이 반복되면 진저리가 난다. 가끔은 소금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착각만으로도 숨쉬기가 조금은 편해진다.
그 언덕에서 할 말이 없었다. 나의 언어가 아무리 무성하다 하더라도 그곳에서는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 차라리 바위처럼 침묵하자. 남은 것이 있다면 더 버릴 것이 있다면 이 벼랑 아래로 전부 팽개치고 슬며시 돌아서고 나면 다시는 기억나지 않을 높이. 내가 발설하지 않아도 당신이 듣지 않아도 과거로 흩어져 나부낄 일들. 침묵만이 증언할 수 있다. 때로는 묻어두고 쌓아두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누르고 숙성시켜 진실을 이루게 할 것이다. -235 어쩜. 지금 내 안에서 굳게 닫힌 이의 단단한 성문과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 말들에게 꼭 필요한 단 한 마디, “침묵하라.”를 여기서 발견할 수가 있지? 화를 꾹꾹 누르고서 차마 그 사람 면전에서 쏘아주고 싶은 말을 삼키고 대신 어깨를 꾹꾹 짚어주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는데, 잘 하고 있는 거겠지. 나의 고통스런 기다림은 바람에 실려 떠다니는 여행자가 품어 온 지혜를 제대로 실천하고 잇는 것이겠지. 카톡. 아아, 카톡. 이놈의 카톡 때문에 왕 진지모드가 헤실헤실 풀어져 버렸다. 심하게 감정이입되어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봐, 동생아, 사탕 크러쉬는 좀 쉬는 게 어때?’
붉은 사막 와디럼. 말이 되는가? 붉게 죽어 있다니. 말은 되는가 말이다! 죽은 것이 붉게 타오를 수 있다는 것이. 그 사막이 그랬다. 붉은 사막. -258 (...) 어쩌면 차가운 외면보다 홀로 선 뜨거운 열정이 더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외로움의 온도마저도 뜨겁게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 외로움이야 어떠랴. 자신만 좋아서 자신만 이해되는 일, 이것도 열정이다. -261 바람처럼 이곳 저곳을 떠돌지만 굳건히 뿌리내린 말들을 가슴에 품고 사는 작가도 있는데, 일상의 삶에 완벽하게 뿌리박은 나는 왜 흔들리는가. 무엇을 그리워하는가. 열정이 없어서인가, 잼을 만드는 동안 부글 부글 끓어오르는 솥처럼 화악 솟아오르는 화를 참아내기만 하는 것에 진저리가 나서인가. 혼자 남겨진 집 안에서 꼬로록 거리는 배를 안고 참, 혼자 생쑈를 다한다고 하겠다. 그래도 말들을 집어먹고 있으니 괜시리 포만감이 들어서 다시 배시시 웃음을 베어문다. 참 속도 없지. 참 무던하기도 하지.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겠지. 무엇을? 무언가를. 아직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두어 시간은 남았다며 기뻐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변종모는 참 글을 잘 쓰네. 나는 언제나 되어야 이렇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나 되어야 홀로 구름에 달 가듯이 떠날 수 있을까나.
문득 이승철의 애절한 음색으로 읊조려지는 노래의 이 가사를 흥얼거린다. 그리워하면 언젠가 만나게 되는...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결코 입밖에 내지 않았을 , 몹쓸 노래. 훗.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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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소심해지는가 보다. 어릴 때와 달리 부쩍 잡생각이 많아졌고 그만큼 걱정거리도 증가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걱정거리 중 절반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이고 또 다른 절반은 ‘말’과 관련되어 있다. 말다툼 혹은 말실수라도 했을 경우 며칠 동안 마음이 무겁고 밤잠까지 설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말 한 마디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알기에 ‘말조심’하기 위해 바짝 긴장하게 된다.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며 살아가는 사회라는 조직은 원활한 의사소통 능력을 지닌 자가 뛰어난 평가를 받는다. 의사소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 방법을 학습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게 되었다. 그러나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 우리 역사상 가장 실리적으로 성공한 외교라 평가받는 서희의 외교술을 보더라도 ‘말’ 그리고 ‘언변’의 중요성은 과거부터 쭉 강조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말’보다 훌륭한 의사소통 방법이 있다고 말하는 책이 있다. 작가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타인을 위하는 진심어린 ‘마음’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말보다 먼저 다스려야 할 마음이 있고 입보다 먼저 열어야 할 진심이 있다. p.36
‘길 위에서 배운 말’이란 부제가 붙은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2014.04.15. 시공사)》는 작가가 여행을 통해 느끼고 발견하고 깨달은 ‘마음 속 말’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어 엮은 책이다. 작가의 ‘마음 속 말’은 반드시 여행자가 되어야만 발견할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작가는 여행 중 떠오른 - 길, 산책, 안개, 고백, 친구 등의 - 일상적인 단어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새로이 정의 내린다. 여행 중 순간순간 달라지는, 설렘과 고단함이란 정반대의 감정을 품고 자라난 작가의 단어는 문장과 문단이 되고 곧이어 하나의 글이 되어 새로운 ‘말’로 탄생한다.
어느 하나의 대상을 칭송하고 예찬하는 행태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안이 없고 유일하다는 생각이 굳어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에서 낯선 곳에서의 산책이 새로운 책 한권을 읽는 일(p.56)과 같다는 말, 물이 몸을 지키는 보약이라면 진심은 마음을 지키는 물이므로 마음 속 물기를 말리지 않는 일로 나를 지켜낼 것(p.91)이란 주옥같은 말과 마주친 후 내 마음은 큰 파동을 일으키며 소란스러워졌다. 산책보다 책읽기를 즐기는 성향에 변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느낌, 어쩌면 책보다 산책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소한 느낌에 마음이 달뜨기 시작했다. 내 마음을 지키는 물이 바로 진심이라는 말은 또 어떠한가. 진심이란 단어를 이토록 멋지게 표현할 수는 없다.
얼굴은 마음을 대신할 수 있으나 마음은 얼굴로 대신할 수 없다(p.247)는 마음의 정의, 맹세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흔적을 입히는 것(p.214)이란 맹세의 정의에 공감한다. 다가간다고 만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부딪히지 않으면 오지 않는 것들이 분명 있기 때문(p.364) 이라는 말과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것이 실수다. 그 실수를 잘못으로 돌리지 않아야 완벽을 바로 볼 수 있다(p.384)는 작가의 말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려고 준비하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줄 것이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탄성과 부러움이 가득한 여행에세이와 다르다. 대신 길 위에서 걷고 만나고 헤어지는 시간을 통해 깨우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할 수 있다. 살면서 내 마음의 솔직한 고백에 귀 기울인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은 풍광과 경치에 반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여행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자! 이제 떠나자! 오롯한 ‘나의 진심’을 찾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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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테마로 한 길 위에서 배운 말인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여행작가로 몇 권의 책을 썼던 변종모 작가의 신작이다. 여행 서적이 가진 공통점은 해외에서 찍은 멋들어진 사진과 감수성 높은 글이 많다는 점이다. 단순히 여행을 통해 얻는 깨달음 보다는 여행이 가져다주는 동경심과 여유로움으로 인해 감성에만 기댄 느낌이 없잖아 있다. 여행은 진정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성찰의 시간일텐데 내가 경험한 것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담은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에 가슴에 남는 여행관련 에세이는 몇 권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주제를 잘 선정하고 테마를 잡을 때도 독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매우 중요하다. 물론 편집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책에 기댄 내 관점은 작가의 눈을 통해 무언가를 마음에 심어둘 수 있지 않을까였다. 도입부는 사진과 시 또는 메모를 채워넣고 본문은 단어와 관련된 주제를 풀어냈다. 유럽과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를 넘나들며 수많은 지역을 정처없이 혼자 여행을 다닌 작가는 사진과 글로 남겼지만 홀로 낯선 모든 것과 마주해야 했기에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
그 외로움. 그 외로움이 비춰지는 건 아마도 현실과 분리된 듯한 자유로움인지도 모르겠다. 모든 걸 혼자서 짊어져야 하는 여행은 일상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가져다주었지만 묵묵히 받아들여야 하는 상념들이 쌓여 비로소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로 혼자 여행을 떠날 때가 많은데 오가는 발걸음 사이에 생각할 시간들이 많다. 머릿속에는 온전히 그 날들의 기억들이 남아있고 뚜렷하게 걸어온 시간을 되살려내게 한다. 다만 누군가와 나눈 대화가 없기에 사진으로 대신할 때가 많다. 그가 남긴 글들은 감성적이어서 비오는 날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 커피향을 맡으며 천천히 읽기에 좋을 책이다. 글도 글이지만 우선 그가 찍은 사진에 마음을 빼앗긴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낯선 곳의 풍경은 이질감도 모두 한 폭의 그림이 되어버린다. 언제가 여행을 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때는 거리에서, 길 위에서 어떤 말들을 배울 수 있을까? 사람 사는 곳은 어딜가나 똑같다고 하는데 내 터전이 되어 살아가는 곳이 아닌 거리는 여전히 객(客)처럼 거리를 두게 마련이다. 거리감을 두고 바라다보면 주관적인 감정이 스며들어올 때가 있다. 한 때 내가 지나갔던 곳 언저리마다 뼈가 되고 삶이 되는 말들을 주워담고 싶다. 작가가 보고 느낀 감성처럼 길을 걸으며 세상의 다양한 삶을 편린들을 발견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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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때로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을 오가며 여행자로 살아온 저자가 길을 걸으며 떠오른 질문들에 세상으로부터 답을 얻어 적어 내려간 상념들과 함께 그가 바라본 여행지의 사진이 담겨있는 책이다. 저자가 옮겨간 발걸음을 따라 펼쳐진 생각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의 말속에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글에는 유독 그리움이 깊게 묻어난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 두고 온 이들에 대한 기억, 그리고 사랑했지만 제대로 전하지 못 했던 마음들까지.. 그래서 그런지 나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전하지 못하고, 내 욕심과 이기심에 가려져 제대로 전하지 못한 진심들을 기억나게 하고 반성하게 된다.
![]() 물이 몸을 지키는 보약이라면 진심은 마음을 지키는 물이다. 몸의 반 이상이 물이듯 마음의 반 이사이 진심이라면 우리는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것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단 얘기가 된다. (91쪽)
자신이 선택한 삶에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차오른다. 그 일이 큰 것이 아닌 작은 일이라도 자신의 생을 바쳐 이루는 사람들을 통해 일이 아닌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세상의 많은 일들에 순위를 매기지만 따지고 보면 어느 하나 없어서는 안될 것들로 세상은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일이 아닌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자세와 마음가짐으로부터 의미와 가치를 따져야 맞는 일일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크고 중요한 일인데도, 썩어빠진 태도로 그 자리를 맡고 있는 사람으로 인해 사회에 큰 불행과 손해를 안기는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일이 아닌 사람을 가치의 중점으로 봐야 할 명백한 이유가 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그 우선순위를 메기는 것부터 때로는 사람을 바로 보는 기준 자체에도 어려움을 느낀다.
![]() 불편한 마음일 땐 어두워질수록 감정에 날이 선다. 오늘도 온 힘을 다해 생각을 피워 올리며 잠들지 못한다. 밤의 영원한 묵시는 면역된 적이 없다. (156쪽)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깨끗한 선진국보다는 치안이 걱정되고, 오래되고 낡은 것들에 약간의 거리감마저 느껴지는 낮은 거리들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 좁은 골목길에서 만난 아이들의 꿈과 무거운 현실에 빗대어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거리에서 꽃을 파는 소녀에게 꿈이 뭐냐고 물으니 작고 남루한 가게를 손으로 가리킨다. 그리고 나서 저자는 깨닫는다. 한참을 올려다봐야 할 높고 커다란 꿈만을 꿈이라고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이 도시의 꿈들이 아닌, 작아도 매일매일 만날 수 있는 꿈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희망적인가! 하고 말이다. 오히려 가까이에서 희망이 보이지 않는 꿈은 꿈이 아니라고까지 말한다. 꿈은 내 옆, 내 가까운 곳에 있어야만 한다고 말이다. 그 과정이 지칠 때면 잠시 고개를 돌려 둘러보면 시야에 들어와 다시 희망을 기억하고 힘을 낼 수 있게 말이다. 꿈은 원대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경험상으로 처음부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지 않고 무작정 크기만 한 꿈은 오히려 마음을 지치게 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꿈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은 미지의 것으로 남아 잊혀지고, 일상에 묻혀버리게 된다. 계속되는 삶에서 끝이 나지 않을 목적지는 큰 것으로 놓아두고, 우선 주변의 작은 꿈부터 살펴봐야겠다.
![]() 어느 낯선 곳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 어쩌면 그 사람을 위해서 ‘나’는 존재해야 한다. 누군가를 위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참 좋은 일 아닌가.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다 괜찮아.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라는 말, 그 속에 꼭 내가 존재해야만 당신도 가능하다는 뜻이 진하게 배어 있음을 가슴에 담는다. (194쪽)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인생은 온전한 내 삶이 아니라고들 말하지만, 때로는 다른 이에게서 존재의 이유를 발견하는 것은 삶의 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나만을 위한 것으로는 이유가 부족할 때, 아니면 ‘나 하나쯤…’이라는 생각으로 포기하고 싶어지고 힘이 빠질 것 같은 순간에 내가 존재해야 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야 할 이유가 되어줄 누군가를 기억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외롭지 않게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나아갈 수 있는 삶의 지속성이 생겨난다. 하지만 이런 마음 안에서 중요한 것은 ‘너를 위해…’라고 여겨졌던 마음이 ‘너 때문에…’라는 말로 변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내 선택에 의한 것이다. 다른 이를 위한 마음 또한 내 선택에 의한 것이었음을 훗날 원망하는 마음 앞에서도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를 비롯한 상대에게도 어떤 괴로움을 지우지 않게 된다. 관계에서든, 꿈에 있어서든 내 선택에 온전히 책임지고 미련이나 후회보다는 앞으로의 나날을 다시 살아나갈 수 있을 때 세상이 아닌 나를 바꿈으로써 모든 것이 변한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 세상은 나를 원한다. 내가 태어난 일은 나의 일이 아니라 세상의 일일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귀하게 여겨 스스로가 빛날 줄 아는 사람인가? 아니면 세상에 빚만 늘리다가 세상과 등지는 사람인가? 존재엔 이유가 있다. 생명은 이유 없이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단 하루만이라도 자신을 위해 촛불을 밝혀라. 자신이 받은 축복을 의심치 말라.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남도 사랑할 줄 안다. 자신의 세상을 환하게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라. 그 세상이 있어야 타인의 세계도 보인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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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분명 멋진 책이지만... 요즘 찾아 읽게되는 여행에세이는 뭐라고 할까요, 내가 가보지 못한 나는 해보지 못할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이라고 해야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그 장소에 관한 이야기를 할때는 딱 그 때의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들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같이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말이죠. 아... 그런데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이 책은 분명 멋진 책이지만 제 그런 바람을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습니다. 너무 감상적이고 상념을 적어놓았다고 할까요. 아주 그냥 매일이 복잡한 머릿속에 생각이 가득차있는데 또 다른 생각들을 마구 넣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지금 제게는 참 버거운 이야기였습니다.
"길 위를 걸으며 수많은 상념을 꺼내 세상에게 말을 걸었다. 세상은 말했다 지금 되는 편린들이 모이면 또 다른 인생의 지도가 될 것이라고." 무겁고 차분해지는 이야기 말고 좀 가볍게 내 상념을 좀 덜어내는 이야기들이 듣고 싶어집니다. 요즘 사는게 여유가 없나봅니다. 머릿속을 비우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다음에 마음의 여유가 생길 때 다시 한번 들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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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한다는 것은 마음에 지문을 찍는 것 말한다는 것은 세상에 문신을 새기는 것 그것들을 옮긴다는 것은 마음에 세상 지도를 달리 그린다는 것" ( 책 속의 글 중에서)
여행작가 '변종모'의 다섯 번째 에세이가 나왔다. 이미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 / 달 ㅣ2009>, <아무도 그립지 않다는 거짓말 / 달 ㅣ 2012>, < 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허밍버드 ㅣ2013>를 통해서 나와 친근해진 작가. 처음 그의 책인 <여행도 병이고 사랑도 병이다>를 읽었을 때는 짙은 외로움이 묻어나는 글 때문에 가슴이 참 아팠었다. 혼자 길을 떠나는 뒷모습 만큼이나, 짊어진 배낭의 무게 보다도 더 무거운 마음의 상처가 담겨 있었다.
8년간의 사랑이 단 8분도 안 되는 전화 한 통으로 끝나 버렸고, 길 위에서 맞은 추석날 들은 어머니의 목소리는 마지막 안부였으니.... 그의'폭풍같은 후회'는 길 위에서 통곡으로 번지니 이 책은 읽는내내 가슴이 시린 책이었다. 그러나 책 속의 사진들은 그 속으로 빠져 들어갈 정도로 나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에 변종모의 여행 에세이가 나오면 어떤 망설임도 없이 읽게 되는 책이 되었다. 그런데, 차츰 그의 에세이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처음 보다 더 긍정적이고, 아름답고, 순수하고, 매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흔히 여행은 일탈이라고 하지만, 변종모에게 여행은 일탈이 아닌 일상이 아닐까....그는 길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걷고 싶으면 걷고, 머무르고 싶으면 머무르고, 사진을 찍고 싶으면 찍고..... 그렇게 길 위에서 많은 날들을 보낸다. 나는 아직까지 이런 여행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런 그가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혼자 떠나 본 여행이 한 번도 없었기에.... 그리고 나는 여행을 가게 되면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그런 여행을 즐기기에 작가의 여행 스타일과는 맞지 않은 여행을 즐긴다. ![]() 이번에 출간된 변종모의 다섯 번째 에세이인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는 말, 다시 말하자면 단어에 대한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 그렇듯 말이란 내게는 마음이다. 마음에서 약속된 말이 발을 움직였고 걸음이 다다르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마음이 들었다. 몸이 어디에 있느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떠나서야 비로소 나의 마음을 보았고 자주 너의 마음을 생각했다. 세상은 늘 많은 것을 가르치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배울 수 없는 것처럼 그때서야 너와나의 지난 일들이 이해되기도 했다.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고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알아야 세상의 다반사를 의식하고 너의 마음을 인식하는 일이 가능하기에." (prologue 중에서) ![]() 변종모가 내린 말(단어)에 대한 정의는 그가 오랜 여행을 통해서 얻은 마음 속의 생각이다. 한 단어, 한 단어에 내려진 뜻은 구절 구절 마음에 와닿는다. 이런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갈등도 다툼도 없을텐데.... 내 마음 속에 작은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진다.
꽃 ; 당신 스스로 가장 아름다울 때, 그 때 보이는 모든 것
사랑 ; 가장 흔해야 하고 무엇보다 절박해야 하며 누구보다 순수해야 이루어 지는 것 겨울 ; 인생의 반사체, 보는 만큼 보이고 살아 본 만큼 살아지는 것
어린이 ; 어른의 지침서. 누구나 지나온 길. 되돌아갈 순 없어도 되돌아 볼 수 있는 길. 눈물; 말 없는 말. 마지막 문장 혹은 부호 생략 충고 ; 단단한 말의 알맹이. 연민의 충분조건 마음 ; 보이지 않는 얼굴. 가장 쉽거나 가장 어려운 것.
이 책은 이런 명사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과 함께 여행 중에 느낀 생각, 그리고 사진들이 담겨 있다. 구태여 세분하자면 '길 위에서 만난 말들', ' 내 안의 말들', ' 길 위에 두고 온 말들'로 나누어서 실려 있다. 작가는 길 위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고, 그 생각의 편린들이 모여서 오늘의 그를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작가는 아주 낮은 목소리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린 그의 작은 목소리를 들으면서, 그가 찍은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 변함없는 계절이라면 좋겠는가? 변함없는 사람이라면 좋겠는가? 그런 하늘과 그런 사람을 변함없이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당신은 가졌는가? 변한 것은 너의 마음인데, 왜 너는 너의 바깥을 투정하는가? 모든 것은 네 안에 있는데" (p.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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