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광우병 사태'는 전 국민을 공황상태로 만들었었지요.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광우병 = 주저 않는 소 (다우너소)로 알고 있었을테고, 이후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은 PD수첩의 기사를 얼핏 본 기억만 나는지라 그때 그 방송내용이 100% 진실이었다고 계속 믿고 있었을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PD수첩 제작진이 무죄 판결 받은 것은 정부 관계자에 관한 명예훼손 부분만이었고, 당시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의 일부 핵심내용은 허위보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지리멸렬하게 몇 년씩 끌고 간 소송의 결과보다는 방송 당시의 경악, 공포가 더 깊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여기서 언론 보도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PD수첩 광우병편 방송은 무죄다?》책은 판결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 PD수첩 방송에서 허위보도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며 언론의 사회적 영향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PD수첩 방송이라하면 우리에게는 사실을 보도하는 진실된 방송으로 바라봐왔습니다. 하지만 이 보도에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학적 사실들이 왜곡되어 있었습니다. 과학적 논쟁을 언론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를 저자는 하나하나 짚어주며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논하고 있습니다.
저는 당시 PD수첩 본방송은 보지 않은채 인터넷상에 떠돌았던 이 동영상만 봤습니다. 자막을 보면서 당연히 광우병 소인줄 알고 있었지요. 이후 휴메인 소사이어티 대표 '웨인 파셀'의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 책을 읽다가 도축장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행위 사례를 고발하고자 촬영한 일화에서 충격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제보니 그 동물학대행위 장면을 PD수첩에서는 광우병 소로 둔갑시켰던거군요. 이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배신감은 물론 방송의 신뢰도가 추락합니다.
허위 보도로 유죄판결 받은 부분은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영상장면을 보여주며 주저 않는 소(다우너소)가 광우병 소라는 공식. 현재도 대부분의 일반인은 이렇게 알고 있으니 PD수첩의 죄값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둘째, 아레사 빈슨씨의 인간 광우병 사망 의심 가능성에 관한 왜곡 보도. 셋째, 한국 사람이 광우병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인간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94%라는 것. 이 세 가지가 왜 오보인지, 저자는 속시원하게 조목조목 따져주고 있습니다.
어찌됐건간에 PD수첩은 방송이라는 매체를 이용해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요법을 행했고 성공한 셈입니다. 시청자에게 강하게 부각하려는 의도된 편집은 물론 확대 해석, 오역 해석, 사실관계 왜곡 등에 관해 PD수첩에서는 실수였다라는 변명을 한다는 것 자체도 우스운 일입니다. 급박하게 진행된 제작 과정상의 실수라고 치부하는 것이 언론의 자세일까요.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치명적인 사회 파장을 일으켰었습니다. 이제는 세월호 사건으로 기레기라 불리는 언론이 될 정도로 추락하고 있고요.
그저 자극적이면 되는 것이었을까요. 언론의 윤리적 책임을 제대로 따져 볼 시간입니다. 공익성 있는 프로그램일수록 사람의 생각을 조정하죠. 저 방송이 거짓일거라고 전제하고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로 인한 피해에 PD수첩은 책임을 졌을까요? 판결당시에도 기사에서는 PD수첩 제작진의 승리라고 했을 정도로 그들은 언론 보도의 사회적, 윤리적 책임은 전혀 지지 않았습니다.
왜곡된 보도를 하는 언론, 반대로... 언론을 이용하는 정부. 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일반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할까요. 재판부에서조차 놓친 아쉬운 부분을 제기하는 저자의 입장에 공감하며 이런 주제의 책이 있다는것, 참 다행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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