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와 남편은 많이 다르다.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남편은 먹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을 가면 그 지방에서 유명한 것은 꼭 먹어보려 하지만, 나는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익숙한 것만 먹으려고 한다. 새로운 음식에 대한 시도가 활발한 남편에 비해 나는 새로운 음식을 온몸으로 거부하는 스타일이다. 또한 남편은 고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남편은 면 종류를 싫어하지만 나는 면 종류를 완전 사랑한다. 그래서 가끔 외식을 할 때면 우리는 편이 갈린다. 남편의 식성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큰 아이편과 내 식성을 물려받은 작은 아이편. 만약 남편과 내가 비슷한 식성이었다면... 그것도 불편했을까?
음식이란 참 묘하다. 별 다른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사람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전혀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 대동단결하는 힘을 주기도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울 시어머님은 평생 일만 하셔서 음식 솜씨가 좋지 못하다. 다행히 울 엄마의 손맛을 이어받은 나는 식구들이 해달라는 음식은 거의 해 줄 수 있다. 특히나 요즈음 먹으면 맛 나는 간장 게장은 우리 식구를 하나로 묶는 기분 좋은 음식이다. 이렇게 음식은 다양한 이야기와 추억을 선사한다. 읽을수록 재미있고 왠지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책. 다나베 세이코의 춘정 문어발은 모두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고, 읽을수록 음식을 상상하게 된다.
1. 춘정 문어발 스기노는 십 년의 결혼 세월 동안 버릇이 하나 생겼다. 바로 ‘남자는’ 이라는 3인칭으로 성찰하는 버릇이다. 아내는 출산 후 냉정할 정도로 담백해졌고, 인간의 물기(?)를 원하는 스기노는 단골 오뎅 집에서 동창 에이코를 만나게 된다. 둘은 지나치게 담백한 부부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심한 스기노는 차라리 문어의 ‘물기’에 의지하기는 편이 낫다며 에이코의 유혹(?)에 물러난다.
2. 모정 기쓰네 우동 우동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남자 우라이는 언제나 회사 근처 우동집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전처와 이혼하기 전부터 변함없는 습관이라고나 할까? 심천이 어느 날 휴업을 하고 다른 우동집에서 우동을 먹다가 기쓰노를 알게 된다. 기쓰노의 청순한 외모와 검소함에 반한 우라이는 혼인 신고를 먼저하고 같이 살기 시작하는데 결혼하고 난 후 기쓰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하게 된다. 전처의 가게로 와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우라이...
3. 인정 스키야키 이야기 오사카 사람인 쓰루지는 결혼한 지 2년이 지났는데도 아내 레이코의 ‘아나타’라는 호칭이 부담스럽다. 도쿄와 오사카. 너무 다른 집안의 분위기도 역시 부담스러운 쓰루지. 집안의 장남인 쓰루지는 매사 무사태평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집안이나 궁합을 따지는 부모님 탓에 혼자 남아 노총각 신세였다. 한때 유리에 라는 여자와 연애를 하고 아이까지 가졌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유리에와는 유산에 합의한 뒤 헤어졌다. 이후 레이코와 결혼했지만 늘 그녀의 생활 방식이 부담스럽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스키야키의 맛까지도 완전 다른 음식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후 스키야키가 생각날 때마다 그는 유리에를 만나게 되는데..
4. 오코노미야키 무정 요시자와는 오코노미야키를 좋아하지만 가족들은 이를 무시한다. 하지만 요시자와는 자신의 입맛에 딱 맞는 오코노미야키를 찾기 시작한다. 우연히 들린 도요라는 곳에서 꿈에 그리던 오코노미야키를 먹게 된다. 여주인은 남편과 사별한 뒤 가게를 하는 사람으로 요시자와가 가게에 갈수록 점점 예뻐진다. 하지만 도요의 주인이 다른 사람과 재혼하면서 꿈에 그리던 오코노미야키의 맛은 사라지는데...
5. 박정 고래 기즈는 마흔 다섯의 샐러리 맨으로 점점 잔소리가 심해진다는 핀잔을 듣는다. 기즈는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가족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러면서 아내에게는 절약 정신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즈는 어린 시절 엄마가 해주신 고래 맛을 떠올리며 그 음식을 그리워한다. 당시 기즈의 엄마는 바람나 떠나 버린 남편을 욕하며 고래 고기를 해줬던 것. 어느 날 아름다운 젊은 여인이 기즈를 찾아온다. 요양원에서 아버지가 기즈를 많이 그리워했다는 것. 기즈는 그녀와 함께 고래 고기를 먹고 싶어 하는데...
6. 다코야키 다정 나이를 먹었지만 아직 미혼인 나카야는 선을 많이 봤지만 모두 실패다. 홀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말에 모두 고래를 흔들었던 것. 가끔은 홀어머니와 살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여자를 나카야는 가식적이라 생각한다. 어느 날 다코야키 집에서 만난 아가씨. 음식 궁합이 최고 였던 그녀와 결혼을 생각했지만 실은 그녀가 사십대의 유부녀 였던 것.
7. 당대 복지리 사정 이혼한 전처와 복 요리집에서 복어회와 복어 찌개를 먹으면서 지난 일을 회상한다. 자신의 실수로 전처 신코와 헤어졌던 스즈키. 그는 마지막 복지리 죽을 먹으면서 신코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8. 된장과 동정 나카가키는 아내보다 낮은 월급을 받는 평범한 사람이고 아내 구미코는 도시적이고 세련된 여성으로, 무엇보다도 ‘영어를 잘한다’. 그래서 그랬을까 그녀는 서양 요리를 좋아하고 나카가키는 보통 반찬을 좋아한다. 나카가키는 보통 음식이 먹고 싶을 때엔 ‘오쓰네란 식당에 간다. 그곳 주인 쓰네코는 아내 구미코의 부부동반 파티에서 처음 만났고 그녀 또한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부류였다. 이후 쓰네코의 남편(영어 사용)은 젊은 여자와 바람이 나 이혼하고 쓰네코는 식당하고 나카가키는 그녀에게 동지 의식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음식에는 다양한 사연이 있고, 음식 때문에 울고 웃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유난히 입이 짧고, 편식이 심했던 나는, 그래서 엄마가 매우 힘들어하셨다. 워낙 먹는 게 없다보니 뭐든 내가 좋아하는 반찬 하나 정도는 무조건 필수로 해주셨다. 지금도 내가 친정집에 가면 연일 제쳐두고 내가 좋아한 반찬을 만들어 주신다. 음식은 그래서 사랑이란 생각을 한다. 부부 간에도 음식 때문에 화해할 수 있고, 싸울 수도 있으니까. 8명의 삼십대 후반에서 사십대 남자들을 만났다. 그들이 생각하는 음식 철학에 웃을 수 있었고, 내 남편을 생각하게 되었다. 너무 먹고 싶은 것. 때론 내가 그게 싫더라도 내 가족을 위해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닐까? |
|
그래서 간토다키, 스키야키, 오코노미야키, 다코야키 같은 음식 이름과 그 맛은 비록 낯설지언정, 등장 인물들이 살아가는 풍세(風勢)나 성격 됨됨이를 통해 얼추 유추해 볼 수 있겠다. 어디 먹는 맛만 있겠는가, ‘읽는 맛’도 가히 일품이다. 독특한 체험일지니. 주인공 남정네들의 삶이 그리 녹록치 않다. 아내에게서, 가족에게서 위안을 얻지 못하는 그들은 자신이 즐기는 음식 삼매경에 빠져 든다. 남자들은 아내나 가족을 위해 뼈 빠지게 일하지만, 정작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단지 오뎅이나 우동, 야키 요리 같은 것 뿐인데도. 그래서 그들은 겉돈다. 우연히 옛 애인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진 전처를 찾기도 한다. 그렇게 만난 옛 사람들은 현재 사람들보다 조금 나을 뿐이다. 여자들 역시 자신들의 사정이 있어 남자들에게 정을 온새미로 줄 수 없다. 잠깐 나와서 음식을 같이 먹거나, 술 한 잔 정도 거들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작가는 오늘 우리가 느끼는 고달픔을 과거의 영화(榮華)에서나마 위로삼아 보려는 건지 싶다.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고 이야기에 경(京)요리 같이 화려한 것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점심 때 부담 없이 요기하기 좋거나, 바에 들러 잠깐 한두 잔 걸치고 가기에 좋은 것들이다. 작가의 예리한 눈썰미는 이에 얽힌 우리의 애환을 놓치지 않는다. 서민 음식이고, ‘천한 음식’이라고 핀잔 받는 경우도 있다. 작가 세이코 여사는 어디, 의자 하나 가져 와서 덩달아 청주 한 잔 같이 할까요, 하려는 기세다. 나는 싫지 않다. 대작하고 싶다. 작가의 연륜에 노련미 까지 듬뿍 담겼으니 이미 안주는 충분한 셈이다. 내가 더 취하기 전에 팁 하나 드리자면, 옮긴이 서혜영의 것을 적당한 때 들추어 보시라. 아, 치마 말고 말 말이다. 춘정 문어발 공조설비 회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샐러리맨 서른 아홉 스기노. 그는 아내 가즈미와 산 지 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지만, 서로 다른 종족이다. 스기노는 도톤보리에 있는 오뎅집에서 간토다키를 즐긴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애인 도이 에미코를 만난다. 제법 예뻐진 데다 화장도 능숙해서 눈에 띌 만한 미인. 그녀는 사 년에 두 번 남편과 관계를 한다며 살갑게 군다. 하지만 스기노는 에미코의 유혹에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오뎅의 ‘물기’만을 의지한 채 밋밋한 인생을 살아간다. 모정 기쓰네 우동 우라이는 회사 근처 우동 집에서 기쓰네 우동을 즐긴다. 하지만 전처 사키코는 우동을 싫어했다. 새로 문을 연 미요시에서 역시 기쓰네 우동을 즐기는 다미에를 만난다. 입맛이 같음을 알게 된 우라이는 그녀와 재혼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뭐 달라질 게 있을까? 어느 날 그는 친구가 하는 작은 스낵바에서 일을 돕고 있는 사키코를 찾는다. 이제는 사키코의 가게에 들러 한잔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되었다. 인정 스키야키 이야기 전전(戰前)까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종이 도매상의 큰도련님 쓰루지는 도쿄 여자 레이코와 결혼한다. 역시 자신이 즐기는 스키야키의 국물을 두고 실랑이를 벌인다. 쓰루지는 국물에 밥 말아먹는 낙을 즐기지만, 레이코는 인정미 없이 죄다 버려 버린다. 어느 날 유리에와 연락이 닿는다. 영락없는 간사이 여자의 거북형 얼굴을 한 그녀가 만들어 준 스키야키에 감동하는 쓰루지. 그는 아내의 요리에 좀 부족함을 느끼면 유리에를 불러내 스키야키를 먹으러 간다. “오사카 사람은 도쿄 말씨를 들으면 소금을 뿌린 민달팽이같이 쪼그라든다.” -96쪽 |
|
다나베 세이코가『춘정 문어발』 (작가정신. 2014) 속 다양한 요리를 통해 인생을 이야기한다. 8편의 단편엔 하나의 요리에 담긴 추억과 사랑, 그리고 인생의 맛 담겼다.
표제작 「춘정 문어발」의 주인공 스기노는 결혼 후 육아와 살림에 지친 아내가 해주는 요리가 아닌 진짜 요리를 원한다. 재료 고유의 맛을 살린 오뎅집을 찾아 나선다. 멸치를 우린 맛국물에 문어와 곤약과 함께 마시는 술이 스기노에게 가장 좋은 즐거움이다. 그곳에서 우연히 동창 에미코를 만나면서 스기노의 일상은 달라진다. 아내가 아닌 에미코를 만나 함께 오뎅을 먹으며 묘한 감정을 느낀다. 잊고 있었던 욕망이 슬그머니 살아난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각자의 가정에 속한 남편과 아내라는 걸 확인할 뿐이다.
뭔가 대단한 일이 일어날 것 같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자가 아닌 요리가 스기노를 위로할 뿐이다. 다른 단편에서도 다르지 않다. 다나베 세이코는 어머니의 맛,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중년 남자를 내세워 인생을 돌아보게 만든다. 사느라고 바빠서, 가정을 책임지고 돌보느라 지친 가장의 외로운 모습을 발견한다. 「오코노미야키 무정」의 요시자와는 가족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오코노미야키를 무시해 속상하다. 장모는 천한 음식이라 말한다. 거기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찾은 식당에서 주문한 오코노미야키는 진짜가 아닌 피자와 같았다. 먹고 싶은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요시자와는 괴롭다.
‘오코노미야키를 먹고 싶어! 진짜 오코노미야키 말이야. 돼지고기랑 달걀로 만든 완자가 먹고 싶어. 걸쭉한 소스를 뿌린 뒤 그 위에 가쓰오 가루와 청파래를 듬뿍 얹고 가장자리를 돼지기름에 지글지글 맛있게 오그라뜨린 오코노미야키를 내놔. 내놓으라고!’ (「오코노미야키 무정」, 134쪽)
그러다 요시자와는 ‘도요’라는 가게에서 자신이 원하던 진짜 오코노미야키를 발견한다. 요시자와는 남편이 죽고 가게를 운영하는 친절하고 다정한 여주인에게 연정을 품고 자주 그곳을 찾는다. 그러나 곧 여주인은 재혼을 하고 새로운 주인이 만드는 오코노미야키는 예전의 그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요시자와가 바랐던 건 오코노미야키가 아닌 자신을 향한 관심이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관심과 애정을 기다리는 남자는 또 있다. 「다코야키 다정」의 나카야는 홀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수십 번 선을 봤지만 서른아홉 살의 노총각으로 남았다. 어느 날 포장마차에서 좋아하는 다코야키를 먹다가 데루코라는 여자를 만난다. 다코야키로 맺은 인연으로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나카야는 조심스럽게 시어머니를 모실 수 있는지 묻는다.놀랍게도 데루코는 유부녀였고 나이도 마흔여섯이었다. 세상에나, 어디다 하소연을 해야 할까?
‘사십 대가 되기 전에는 이것도 알고 저것도 안다고 생각하기 쉬운 법이다. 그러나 나카야는 이 가게 맨 안쪽 걸상에 걸터앉아 먹는 술도 그렇고, 다코야키도 그렇고, 아니 더욱이 비 오는 밤의 풍경의 풍정도 그렇고, 맘에 든 오타후쿠 얼굴의 여자도 그렇고, 역시 인생에는 아직 자신이 몰랐던 게 많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코야키 다정」, 223쪽)
매번 연애에 대해 섬세하고 유쾌하게 그려낸 다나베 세이코의 장기가 어김없이 독자를 웃게 만든다. 오뎅, 우동, 스키야키, 된장, 등 평범한 음식과 서민의 일상 속 유머와 재치와 함께 정에 굶주린 중년 남자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준다.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네 아버지와 남편 같은 보통 남자들 말이다. 화려하고 거창한 요리가 아닌 집 밥이 다시 떠오르는 요즘, 집 밥 같은 인생의 맛을 찾게 만드는 소설이다. |
|
세상에서 하기 싫은 일 중 하나가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것이다. 식욕은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이다. 음식이라는 것이 끼니가 되면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함이 기본이지만 가끔은 그런 모습이 싫어질때가 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함이 아니라 먹는 것 자체의 즐거움이나 함께 하는 이들과의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이다. 음식을 먹으며 우리들은 사람들과 친해진다고 말한다. 편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무엇을 먹는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상관없지 않을까.
실제 우리 생활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등장하는 것은 다양한 음식이다. 영화속 한 장면이 개그의 소재로 사용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은 라면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전의 이미지에 영화와 개그프로그램으로 인해 다른 이미지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이렇듯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음식은 또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
<춘정 문어발>은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거기에 한가지 더 특별함이 있다면 사랑이라는 감정이 더해진다는 것이다. 음식을 통해 사랑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때도 누군가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의 매개체가 되는 것은 음식이다. 책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기전 작가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노리코, 연애하다>, <딸기를 으깨며> 등 정말 많은 작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작가이다. 유독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책또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라 일본 음식에 대해 알고 있다면 읽는 재미가 더 클 것이다.
표제작인 '춘정 문어발'을 포함해 여덟 작품을 만날수 있다. 그 이야기 안에서 만나는 다양한 음식들. 일본 음식이라 아직 맛보지 못한것이 많지만 우동은 누구나 알고 있고 맛본 음식일 것이다. 조금은 씁쓸(?)한 우동을 맛볼수 있는 '모정 기쓰네 우동'. 씁쓸하다고 말한 것은 이야기속 주인공인 우라이가 안쓰럽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우동을 좋아하고 자기만큼 우동을 좋아하는 여인을 만난 우라이.
우라이는 미각이 일치하는 부부라는, 남녀에게 있어 버릴 수 없는 꿈을 갖고 있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남녀가 둘이서, '이거 맛있어요. 그렇죠, 여보? '응, 맛있군.' 하는 것이 (우라이의 감회에 의하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인거다. - 본문 63쪽
팔 년을 함께 산 사키코와는 이런 행복을 누릴수 없었다. 하지만 다미에와는 이런 행복을 누릴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기쓰네 우동'을 좋아하는 여인을 만나 자신이 꿈꾸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거라 생각한 우라이. 하지만 현실을 다르다. 자신처럼 우동을 좋아하던 다미에가 변했다. 그 모습을 보며 쓴 웃음을 지을수 밖에 없다. 이렇듯 결혼은 현실일수 밖에 없는 것일까. 우동 하나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우라이를 단순히 바보같은 사람이라고만은 생각할수 없다. 자신만의 이상형을 가진 그에게 뭐라 할수 있단 말인가.
여덟 가지 음식 속에 담긴 조금은 은밀한 이야기. 남자들이 음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어느 책에선가 사랑에 굶주린 사람이 음식으로 허전함을 채우는 것을 보았다. 실제로 우리들은 허전함을 음식으로 채우려는 경우가 많다. 책속의 남자들도 음식을 통해 자신의 허전함을 채워간다. 음식이 아닌 사랑으로 채워가고 싶지만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음식만큼 다채로운 사랑의 맛을 느낄수 있는 이야기이다. |
|
추억을 가져다 주는 음식, 그 추억 한켠에 서있는 누군가가 그리워지게 만드는 소설 "춘정문어발"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음식과 남녀 관계에 대한 8가지 이야기의 소설집인 "춘정문어발"은 읽을 수록 배고파지고, 읽을수록 음식을 먹었던 누군가가 생각나게 하는 소설이예요. 음식을 잘 하지 못해서 언제나 고민고민인 주부에게는 사실 하루 매끼마다 새로운 음식을 하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거든요. 다행히도 사랑이와 사랑이 아빠는 반찬 투정없이 맛있게 먹어주지만 그래서 더 미안한 마음과 맛있는 것을 해주어야겠다는 두가지 마음이 동시에 생기거든요. 소설 속의 여자들도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내심 반갑기도 했답니다. 8가지의 소설들을 만나볼까요?
「춘정문어발」 스기노는 남들이 보통 결혼하는 나이에 장가를 갔지만 아이는 네살과 두살이다. 그래서인지 스기노의 부인의 생활은 남편보다는 아이 중심으로 흘러가버린다. 그런 모습이 이해도 가지만 서운함은 어쩔 수 없는 스기노다. 아이들이 있어 음식에 손이 많이 가는 것은 번거로워하다보니 더 스기노는 음식에 더 정이가는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에미코가 소개해 준 오뎅집에 반해버렸고, 에미코의 초대에 직접 만든 음식을 대접받을꺼란 기대와는 달리 사온 반찬들과 도시락에 실망해 버리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에미코와 스기노는 학창시절의 두근거림이, 암묵적인 서로의 침묵이 에미코의 "시간 아깝잖아!" 라는 말로 잠시나마 감정을 표출하게 되는 모습. 서로의 배우자가 알게 되면 큰일나게 될 일이지만 두사람에게는 작은 추억으로 남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에미코가 소개한 오뎅집을 스기노가 찾지 못할지라도. 「모정 기쓰네 우동」 우동을 좋아하는 우라이는 식습관이 전혀 맞지않던 사키코와 헤어지고 자신처럼 우동을 좋아하는, 우동에 예의를 차리는 듯한 다미에를 만나게 된다. 우라이가 소개해 주는 음식은 맛있다면서 좋아할껏만 같은 다미에에게 더 빠지게 된다. 살짝 취기가 오르자 '찰싹 찰싹' 때리는 다미에의 행동에 들뜨기도 하지만 알고보니 다미에가 이혼한 이유는 전남편을 때려서 늑골을 부러지게 하고 잦은 폭행을 가한것이라고 한다. 재혼을 하고 나니 저축한것도 하나 없는 우라이는 다미에의 그 '찰싹'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좋아하는 우동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가 준 연어가 아까워서 도시락을 싸다니느라 우동을 먹으러 오지 않던 다미에는 우라이에게 어젯밤 남은 음식이 아깝다고 도시락을 싸서 우동 대신 먹게했으니 말이다. 서로의 음식 취향이 같아서 끌렸던 우라이에게 다미에는 두사람이 먹기 위해 우동 국물을 내서 만들어 먹는것은 사치라고 이야기하면서 더 많은 저축을 하기 위해 우라이에게 점심 도시락까지 싸주니 말이다. 우라이가 다미에에게 말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냥 우동을 좋아하는 친구로 남았다면 좋아하는 우동을 실컷 먹을 수 있지않았을까? 「인정 스키야키 이야기」 쓰루지는 늦은 나이에 도쿄에서 살아온 레이코와 결혼했다. 살아온 환경 자체가 달라서였을까? 쓰루지가 원하는 달달한 맛은 온데간데 없고 레이코는 짠맛이 나는 음식을 내놓기 때문이다. 보통의 음식은 그렇다치고 쓰루지가 가장 좋아하고, 자신이 독신일때에는 자신을 위한 사치를 누린다고 할 정도인 '스키야키'를 즐겨먹었다. 질리지도 않느냐는 말에도 질리지않는다며 먹었던 그 음식을 이제는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향수를 느끼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옛연인인 유리에로부터 연락이 왔고 함께 '스키야키'를 먹으러갔고, 향수의 음식을 먹어보게 되었다. 유리에를 만난 기쁨보다는 제대로된 '스키야키'를 먹은 기쁨이 더 컸을것이다. 아내의 요리에 부족함을 느낄때면 유리에를 불러내서 스키야키를 먹으러 가는 쓰루지는 유리에를 만났을때 만은 옛 향수에 젖어 드는건 아닐까? 「오코노미야키 무정」 장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요시자와. 아내와의 다른 식습관으로 집에서 괜시리 따돌림을 받는 느낌이다. "전쟁 중에 먹었던 밀기울이 들어간 빵이랑 수제비가 생각나서 말이야. 처다보기도 싫어. 그거, 그냥 밀기울 덩어리잖아"
요시자와에게는 하나의 특별식으로 다가오는 그 오코노미야키는 장모에게는 전쟁을 생각나게 하는 음식이라 더욱 싫은 모양이다. 우연히 발견한 '도요'라는 가게의 오코노미야키는 요시자와의 입맛에 너무나 잘 맞았지만 주인이 재혼을 하면서 그 맛도 이제는 추억의 맛이 되어버렸다. 「박정 고래」 기즈 마사키는 오바케가 먹고 싶어 아내에게 이야기 했지만 아내는 고래 고기는 냄새난다면서 질색을 한다. 거기다 두딸도 대 놓고 아빠를 구두쇠 취급해버린다. 기즈 마사키의 어머니는 고래 요리를 해 줄때면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리고 가버린 아버지의 흉을 보았다. 다른 음식을 먹을 때는 그렇지 않던 어머니이지만 고래 요리만큼은 아버지가 좋아했던게 확실하기라도 한걸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그러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종종 먹던 고래 요리도,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푸념도 들을 수 없었다. 어쩌면 마사키는 고래 요리를 먹을 때면 어머니가 해주시던 아버지의 푸념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다코야키 무정」 나카야는 혼기를 놓치고 홀어머니와 살고 있다. 어머니는 소개하는 맞선마다 불평을 갖는 나카야에게 잔소리를 해대지만 알고 보면 이유는 홀어머니에 있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다들 진심 아닌 말들만 늘어놓는 모습에 나카야는 질리고 말았다. 우연히 다코야키를 먹다가 만난 데루코에게 마음을 뺏겨 청혼까지 하게 되지만 데루코는 알고 보니 유부녀였다. '음식은 같이 먹는 상대에 따라 맛있기도 하고 맛없기도 한 거야' 라고 데루코와 다코야키를 먹으면서 느끼던 그 감정들을 떨칠 수 없기에 나카야는 데루코가 제안한 다코야키 메이트를 거절할 수 없었다. 「당대 복지리 사정」 스즈키는 재혼했던 신고와 헤어진지 삼년만에 추운 겨운 거리에서 다시 만났다. 신고는 헤어지기 전의 모습과 너무 똑같았다. 두사람은 얼어붙은 몸도 녹일겸 복지리를 먹으러 갔다. 그렇게 두사람은 재회하고 두사람이 헤어진 이유도 밝혀지게 되었다. 신고가 자궁외 임신으로 친정에 몸조리하러 간 사이에 스즈키가 혼자 지내는 것이 맘에 걸려 친척 동생에게 부탁했던 것이 화근이 되어 헤어지게 된것이었다. 남자들이란 어쩔 수 없는 존재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신고가 이혼을 하자고 한것이다. "어이, 빨리 먹어, 신디. 다 식겠어" 식기 전에 어떻게든 해볼 필요가 있는 건 자신과 신디일지도 모른다고 스즈키 어르신은 생각했다. p.268 좋아하던 복지리를 먹으며 이혼했던 이유를 다시 얘기하면서 다투기도 했지만, 마지막 복지리의 데미를 장식할 죽을 먹자면서 스즈키는 달래서 신고를 불러 앉힌 이유는 꼭 죽만은 아닐것이다. 두사람은 마지막 죽까지 먹고 나서 관계가 변하게 될까. 내 상상속에서나마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된장과 동정」 간장을 주로 사용하고 된장이 집에서 아예보이지 않는 탓일까 나카가키는 '오쓰네'에 일주일에 한번정도는 들르고 있다. 보통의 반찬에 끌려서 찾게 되는 것이다. 토종 음식이 그리워진 나카가키가 그 곳을 찾으면서 괜시리 아내에게도 하지 못하는 말을 쓰네코에게 하게 된다. 자신이 그리워하고 좋아하는 된장 맛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나카가키의 마음은 아닐까. ![]() 두 남녀의 모습이 표지를 들추었더니 싱그러운 초록의 표지가 반겨주네요. 나의 추억 속에는 어떤 음식이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음식과의 추억 속에는 어떤 이가 있을까요? 괜시리 추억에 잠겨보게 되는 "춘정 문어발"이네요. |
|
인생을 두번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삶은 모두에게 단 한 번 주어지게 되지요. 그래서일까요?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이것 저것 하고 싶은 의지가 넘칩니다. "이걸 반드시 해서, 꼭 성공해야지~” 라는 생각, 젊은이라면 누구나 해야 한다고 들 말합니다. 그래서, 딱히 별 생각 없어도, 뭘 하고 싶은지를 몰라도, 일단 성공하려고들 하지요. 방향도 모른체, 사회가 제시하는 틀에 맞춰서 남들보다 앞서나가려고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명 두명 제쳐나가다 보면, 뛰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언제나 남들을 제칠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뒤따르던 사람에게 뒤쳐질 수도 있고, 발을 헛디뎌 넘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다시 일어나서 열심히 달리려면, 모두가 자기를 앞질러 나가도 계속해서 달리기 위해서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달려야 하는 이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필요로 할 때가 오면, 어느덧, 인생은 절반 이상을 살고 난 이후입니다. 이 책은, 그 시기에 처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각각의 음식을 사용해 들려줍니다. 결국, 인생의 끝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디까지 가봤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같이 가 봤는가” 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동창생과 바람을 필 기회를 맞이한 유부남, 하지만, “시어머니가 곧 돌아올 것 같으니 빨리 해야 해” 라는 말에 그만 발길을 돌리고 맙니다. 그가 바랬던 것은, 누군가의 불륜상대가 아니었으니까요. - 춘정 문어발 집안의 반대로 어쩔수 없이 이혼하고, 혼자사는 남자. 집에서는 재혼을 얘기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다, 우동집에서 만난 여자에게 반해 결혼을 합니다만, 우동 취향을 제외하면, 자기와 맞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집안 사람과는 잘 맞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집이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남자 이야기. - 모정 기쓰네 우동 집안의 반대로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선 본 여자와 결혼한 남자 이야기. 아내는 자신에게 별 신경 안써주는 남자가 여권을 존중해주는 남자인줄 알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자신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지만, 그 사이 남자는 예전에 헤어진 여자를 다시 만나, 그 여자가 해 주는 스끼야끼를 먹으며, 옛날을 추억합니다. - 인정 스끼야끼 직장에서 부하직원과 밥을 먹으러 갔는데, 도저히 요즘 젊은 사람들과는 입맛이 맞질 않아서 같이 밥을 먹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잘못 내린 전철역 근처에서 찾은 오코노미야키 가게. 그 가게의 주인은 사별한지 얼마 안되서 생계를 위해 가게를 차린 여성이었는데, 그 음식도, 여자도 다 맘에 듭니다. 그렇게 단골로 다니면서 가슴 앓이를 하던 어느날, 주인이 다른 손님과 눈이 맞아서 재혼하고 가게를 팔아버렸다는 소식을 듣는 남자는 “내 인생이 뭐 그렇지” 라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 오코노미야키 무정 이혼한 어머니 밑에서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아온 주인공은 어린시절 저렴했던 고래 고기를 주로 먹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니, 고래 고기는 아무도 먹지 않고, 부인도 딸도 고래 고기를 좋아하는 자기를 따돌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면서, “그래도 아버지는 나랑 똑같이 고래고기를 좋아하셨다고 그랬지” 라며 아버지를 추억하는 이야기입니다. - 박정 고래 자기 좋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서, 어느새 노총각이 되어버린 주인공. 그런 그가 우연히 타코야끼 가게 앞에서 맘에 드는 여자를 발견합니다. 그 여자도 자신을 좋아하는 눈치였고, 타코야끼를 좋아하는 취향도 같아서 둘은 곧 연인으로 발전합니다. 마침내, 청혼을 하지만, 여자가 말합니다. “나 결혼 했는데?” - 타코야끼 다정 이혼 했다가 다시 만난 두 남녀. 둘은 식사라도 같이 할까 싶어 근처 복어 요리집에 가서 복지리를 먹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옛날 얘기를 하다 보니, 왜 우리가 헤어졌을까 하는 아쉬움이 되살아납니다. - 당대 복지리 사정 영어를 못해서, 잘나가는 아내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남자. 그 남자의 지인 중에는 자신의 아내와 같은 부류의 남자가 한명 있습니다. 그 남자 역시 영어에 능하고 출세욕이 많았는데, 결국 부인과 이혼하고, 젊은 여자와 재혼합니다. 그렇게 이혼한 부인은 가정식 요리집을 운영하는데, 남자는 그 가게의 단골입니다. 어쩌면, 자신은 자신의 부인이 아니라, 이 여자하고 결혼해서 살았더라면 행복하지 않았을까를 고민하는 이야기. - 된장과 동정 ======== 그게 없는 생활을 하면 술 마시는 일이나 밥 먹는 일에 정력을 집중하게 돼 남자는 나중에 남는 것보다 먹으면 사라져버리는 그래서 마음을 다한 것만이 남는 그런 것이 좋은거다. 물건으로 언제까지나 남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건 일과 마찬가지라서 일단 방침을 정했으면 ‘구시렁구시렁’ 망설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 부하직원이 따라오지 않는다 “요시자와 씨. 다른 사람이 부탁하는 걸 그렇게 가볍게 거졀하면 안 돼. 가줘. 모처럼 진심으로 청하는 건데…” 맛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집에서 만들면 아귀아귀 먹게 되잖아요. 실컷 먹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 먹으면 다음엔 두 번 다시 쳐다보기도 싫어질 것 같아서요. 맛있는 건 집에서 배물리 먹으면 안 돼요 “비싸 보이는 가게네” 하고 신코는 주의를 둘러보았다. 그 목소리에는 각자 서로 모르는 식당을 다니게 된, 허어져 있던 세월을 회상하는 듯한 울림이 살짝 비쳤다. |
|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집 각각의 이야기마다 음식이 등장하고 남녀가 등장한다 나이대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고 음식도 다르지만 그 음식에 대한 애정이랄까 고집? 이런것을 느낄수있었고 읽으면서 괜히 배고파지고 먹고싶어지는 소설이었다 남녀의 미묘한 관계가 등장하지만 마냥 아름답거나 러브러브는 아니고 씁쓸하거나 묘한 관계가 많이 등장하지만 음식앞에서는 한마음이 된달까 오뎅같은 음식도 별거아니라는 느낌이 강할지모르지만 오뎅에도 원하는 맛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 있는것이다 대단히 화려한 음식이라기보다는 스키야키라던가 오코노미야키 오뎅 타코야키 우동이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간사이 음식위주인듯 작가가 간사이출신인가? 그건 잘모르겠지만 도쿄의 우동과 오사카의 우동은 많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타코야키나 오코노미야키 역시 간사이음식이란 이미지가 강해서 읽다가 느낀건 서로 음식에 대한 생각 ?미각이랄까 맛있다고 느낀다는 포인트가 같다면 쉽게 가까워진달까 마음이 좀 열리는것같다는것이다 음식이 그만큼 인간에게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것이 아닐까 그래서 어머니의 손맛이라던가 어린시절 추억의 맛을 두고두고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
|
우리나에게서 소개된 유명한 작품은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의 작가 다나베 세이코의 작품이다. 음식에 관련한 여덟가지의 에피소드로 각기 다른 음식과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일본의 음식을 소재로 담아내고 낯선 일본의 음식들과 말들이 우리의 정서와는 조금 다를수도 있지만 그안에 담아둔 추억과 정 그리고 시대적인 사고는 우리와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사람의 다섯가지 욕구중 식욕을 채우기위한 음식. 음식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많은것을 떠오르게 하는것중 하나란것을 알게 되었다. 어릴때의 추억이나 어떠한 상황등 그리고 세대간의 공감을 느끼게 해주고 가끔이라도 그 그낌을 가지려고 애쓸것이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에피소드는 춘정 문어발이다. 주인공인 스기노가 자신은 어떤것을 좋아하고 어떤것을 하거나 느끼는등 감정부분을 나타내는 표현방식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인냥 3인층 남자로 표현했던 부분이 색다르고 남자들의 심리를 살짝 엿볼 수 있는 순간이였던듯 싶다. 스기노는 어릴적 친구 에미코를 우연하게 식당에서 맞주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유부녀 유부남인 이둘은 오뎅집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어린시절의 가슴두근거리는 긴장감과 풋사랑을 회상하며 에미코와 지난이야기와 현재의 이야기를 하며 헤어지고는 다음번 만남을 기다린다. 에미코는 스기노를 집으로 초대하고 스기노의 집에서 절대 맛볼수 없는 음식들 손이 많이 가서 해주지 않는 음식들이죠. 에미코가 스기노에게 캐시미어 조끼를 선물하는 부분에서 시기노의 마음을 살짝 엿보았다.
[시기노는 어느쪽인가 하면, 이런 비싸 보이는 선물보다는 직접 만든 요리로 대접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남자는 나중에 남는 것보다 먹으면 사라져버리는, 그래서 마음을 다한 것만이 남는 그런것이 좋은거다. 물건으로 언제까지나 남는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받고서 이런 말하긴 미안하지만, 정말 남자는 그래.' ] .... 본문중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 또한 차이가 난다. 음식에 대한 생각 역시 옛과거의 어머니들이나 음식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거나 힘들어도 묵묵히 했지만 현재에 나역시 그러하다 남편과 나와 단둘이 먹는데 금방 먹고 사라져버릴거 복잡하거나 힘든것 보다는 조금더 간편하고 손쉽게 할 수 있는걸 찾게 되는것이다. 춘정문어발의 다른 에피소드들 역시 조신하고 내조와 요리를 잘하는 안사람들을 원하지만 현재에서는 그러질 않는다. 우리내 어머니가 그러하듯이 할머니들 역시 그러하였듯이 현실에는 그러하지 않기에 더욱 어머니의 그맛과 할머니의 그 손맛을 그리워하고 맛집을 찾아다닌다. 맛집은 잠깐의 일탈로 현실을 부정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야 말로 사람, 사랑 그리고 정에 굶주인 현대인들에게 추억여행은 물론이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인듯 싶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식성이 변해가나봐'라고 요즘들 주위에서 많이들 이야기를 한다. 나역시 그에 다르지 않다. 식탁은 점점 풀밭으로 변해가고 남편이 좋아하는것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식단으로 변하가고 아이들과 별개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져 간단다. 예전에는 돼지고기가 든 김치찌개를 좋아했다면 이제는 친정엄마가 맛있게 끓어지던 호박이 많이 들어간 된장찌개가 좋아하진다.
춘청문어발은 남자의 입장을 표현했지만 비단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 역시 어릴적에 먹던 음식에 대한 그리움, 현재로부터의 일탈의 즐거움, 엄마의 정, 그리고 낯설게 찾아오는 설레임등 같이 느끼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된장과 동정이란 부분의 인상깊은 부분이다. ['사람도 요리와 마찬가지로 이 나이가 되면, 간장맛. 돤장맛.이 좋다. ] .... 본문중
|
|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의 작가다나베 세이코가 선보이는 음식과 남녀 관계에 대한 통찰력이 반짝이는 새로운 "맛" 이야기
춘정문어발 제목부터 특이하고 재미있는것 같다. 여자의 따뜻한 정에 주린 외롭고 평범한 중년남성들이
자신을 어루만져 줄 음식을 찾아 헤매는 모습과
음식이 있는 곳에 여자가 함께 등장하는
음식 남녀상열지사의 식욕과 성욕이 어우러진
여덟가지 정(情)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인 오뎅과 우동, 오코노미야키,다코야키,스키야키 등 음식과 남녀관계에 대한
인간미나는 이야기와 정에 주린 남자들의 음식기행이다보니
춘정문어발,
모정 기쓰네 우동,
인정 스키야키 이야기,
오코노미야키 무정,
박정 고래,
다코야키 다정,
당대 복지리 사정,
된장과 동정
작품의 제목마다 음식 이름에 정(情)자가 붙어있는게 인상적이다.
말라버린 인생의 '물기'를 촉촉하게 적셔준 춘정문어발 환상 속 이상형 같은 모정 기쓰네 우동 옛사랑의 애뜻함과 원망이 향신료처럼 맛을 더한 인정 스키야키 달콤함이 살짝 감돌다 사라지는, 마치 여자의 엷은 정과 닮은 오코노미야키 무정 버릴 것 없는 고래에 대핸 한 남자의 순애보를 담은 박정 고래 때론 연애 궁합보다 더 진한 게 음식 궁합임을 깨닫게 해준 다정 다코야키 떠나간 사랑을 다시 붙잡게 만들 최상의 풍취 복지리의 사정 연애와 우정 사이, 된장 맛을 좋아하는 연대감으로 뭉친 된장과 동정
이 책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들은 소박하고 서민적인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매는데 어딘가 허전하고 텅빈 것 같은 마음속 한구석을 맛있는 음식을 통해 일종의 안식을 얻고 위안을 삼는것이다.
"인정 스키야키" 이야기에서는 주인공 쓰루지는 오사카에서 어릴적 부터 입맛에 길들여져 맛있게 먹던 스키야키를 도쿄 출신 아내 레이코가 전혀 다른 맛으로 요리를 만들어주어 참담한 기분에 옛날 오사카식 스키야키 만드는법을 찾아 직접 만들어 먹을 생각까지 하는데 오사카 출신 옛 여자친구 유라에와 재회한 후 그녀가 만들어주는 스키야키를 먹으며 황홀해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여자와 함께 스키야키를 먹으러 가며 정(情)을 느끼게 되는 내용이다.
"오코노미야키 무정"에서는 남자 주인공 요시자와는 오코노미야키 팬이다. 회사 여직원들의 회식에 나비넥타이를 한 세프에 재패니즈 피자 같은 이천 오벡엔 이나 하는 오코노미야키에 씁쓸함을 느끼고 집에서도 장모와 함께 살면서 딸과 아내조차도 오코노미야키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한 오코노미야키 가게 '도요'에서 인상좋은 아줌마가 돼지기름으로 지글지글 구워주는 오백 엔짜리 오코노미야키 맛에 반하게 된다.
춘정문어발에 나오는 맛있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무한한 애정과 정성들여 조리하며 가격도 정직하며, 정이 통하는 사람과 함께 하므로 더욱 맛있게 먹게 되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푹 익혀 너무 부드럽지 않고 아마추어 풍으로 탱탱하게 씹는 맛이 살아 있는 문어 달콤함이 혀에 살짝 감도는가 싶더니 금세 사라져버리는 여자의 엷은 정을 닮은 오코노미야키
넘실거리는 황금빛 국물의 기쓰네 우동 생선도 고기도 아닌 애매모호한 맛이 일품인 고래고기 둘이서 걸어가면서 오독고리는 문어를 살살 혀로 굴러가며 먹는 다코야키 부드러운 자국눈처럼 희미한 달콤함을 남기지만 입안에 감도는 향기로운 포타주 한 방울 같은 복지리
뭐니 뭐니 해도 남녀가 둘이서 "이거 맛있군요,그렇죠?" "응, 맛있군." 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인 거다.
정에 잔뜩 주린 출출한 남자와 정을 듬뿍 줄 수 없는 냉랭한 여자 아내도 어머니도 줄 수 없었던 갸륵하고 거룩한 정(情)의 맛을 음미하다 보면 옆에 서 있는 왠 낯모를 여자가 까지... 음식 남녀상열지사의 여덟가지 달콤촉촉한 정(情)이야기로 엮어진 다나베 세이코의 춘정문어발 유쾌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책인것 같다. |
|
"엄마가 해준 맛이예요." 고향의 맛이죠~ 라고 흔히들 말한다. 어머니는 내가 태어나기전에는 요리를 매우 잘하셨다고 한다. 식당 저리가라 할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오고 갔다고 했다. 엄마가 손이 문어처럼 많다고 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세월을 거쳐 내가 태어나고 아장아장 걸을때쯤에는 손님이 그나마 많이 줄어들었다. 연세도 많으셨고 '요리를 잘하셨던' 그때의 맛을 보여주지 않으셨다.
여덟편의 단편속에서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건 부인보다는, 먹고 싶을때는 언제나 맛보고 싶은 요리가 있다. 그토록 요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고 하니 삶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중년의 남성에겐 이젠 일이 아니라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것인지가 중요하다. 역시나 일이 중요하지만 그때쯤되면 어설퍼진다. 수명은 연장된 반면 퇴직 수명은 짧아졌다. 점점 치이고 박히는 신세인지라, 어설프기 그지없이 구슬픈 신세다. 안팎으로 점점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어서 그나마 먹고 싶은 요리라도 마음놓고 먹어보자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점점 안쓰러워진다.
'춘정 문어발'이 첫 단편의 시작을 알리며 달리는데 소심하고 미워할 수 없는 스기노씨가 등장한다. '남자는' 하면서 3인칭시점으로 바라본다고 하는데 우스워보이는게 흠이다. 오뎅국물에 삶을 의지하다 우연히 동창을 만나 연애를 시작한다. 부인도 힘들게 고생하는데 어디서 '딴짓'이야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가만히 지켜보게 된다. 소심하지만 여전히 '오뎅국물'에만 의지한채 살아가기로 한다. 그런 모습이 궁상맞고 처량맞기도 하다.
때로는 우동으로 일치단결을 본 커플도 등장한다. 다만 '모정 기쓰네 우동'의 우라이는 맞을까봐 이혼도 못하고 우동도 먹지 못해 '불치의 병'에 걸려 죽을지도 모르겠다. 음식이야기도 재미있었지만 뜻밖의 결말이 우스워서 '어쩌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식을 통해서 남녀의 관계와 인생의 결말까지도 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찜찜하다.
박정고래에서 기즈노씨는 오십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직은 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짠돌이 취급을 받고 있다. 좋아하는 음식은 개인의 취향인데도 거기에서까지 "짠돌이는 어쩔수 없어." 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여러가지 음식과 사연들이 어울러져서 복잡미묘한 맛을 낸다. 음식과 취향에 따라서 여러가지 일이 벌어지는데 그것이 '어머나' 하게 된다. 천박한 요리라는 말이 좀 거슬렸다. 천박하다느니 고급지다느니 그런것으로 음식을 평가해서는 안된다. '이것'만은 꼭 먹고 싶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부인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는듯 보인다.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도 슬픈데 '남자는' 더욱 힘들어지는 구나.
<작가단 2기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