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가 들려주는 맑은 이야기들로 산티아고가 생생하게 느껴져요! “순례자의 기도”가 마음 속에 깊숙이 저장됩니다. “적을 카미노의 동반자로 보지 못한다면,,,” 일상이 순례가 되기를 저도 함께 소망합니다. 내 아버지 집에 참으로 거할 곳이 많은, 너른 품으로 담은 선물같은 이야기가 더없이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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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 가고 싶어 오래 전부터 관련 책들 살폈는데 이 책이야말로 담백하고 진솔하게 순례길의 여정 하나하나를 묘사해서 좋았다. 20년 간 목회 일을 하고 40일의 휴가를 받은 저자는 목사님으로서가 아닌 하나의 순례객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산티아고로 향한다. 설교와 묵상이 주된 일상인 목사의 삶이라고 생각했지만 따지고 보면 성도들을 돌봐야 하는 것은 물론 수많은 행정 처리도 감당해야 할 것이며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도 책임을 다해야 하고, 교회에 속한 타 성직자들도 챙겨야 하니 사실 굉장히 고된 직업인 것이다. 하지만 순례길에서는 더 이상 목사가 아니다. 일개 순례객으로 길을 걸으며 외국인 길동무를 사귀고 마음을 나누는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때론 부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물론 그 길에서도 그는 길동무들을 배려하고 챙기다 보니 '그란데 째'라는 별명을 얻기도 할 정도로 여전히 목회자의 심성을 보이기도 한다. 혹은 저자 본인의 마음의 결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답답한 가슴을 열고 큰 숨을 쉬고 싶어, 마음에 둔 기도를 오래 가다듬고 싶어 그는 걷는다. 고국에서 들려온 불편한 소식에 마음을 조리기도 하고 그를 괴롭히는 어떤 감정과 기억에 사로잡혀 지치기도 한다. 하지만 끝없는 평원을 걸으며 마음의 평정을 구하는 그에게 그가 길동무들에게 들려준 "아버지의 집에는 있을 곳이 많다"라는 답이 되돌아오는 듯하다.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의 유익한 정보나 실용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그 길을 걷는 자세를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한 고독한 개인이 세계 시민들을 만나 연대하고 나누며 인간미를 만끽하는 아름다운 광경을 경험하게 해주는 휴머니티 가득한 이야기다. 언젠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게 된다면 이렇게 걸어야지라고, 다짐하게 만드는 멋지고 알찬 여행기다. 무엇보다 저자의 속 깊은 통찰과 사유가 순례길에 마주하는 귀한 열매들처럼 빛난다. 그란데 째와 이탈리아 그룹의 재회가 멀지 않은 날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바람은 불지 않았지만 구름이 많고 볕이 강하지 않아 걸을 만했다. 다리도 많이 아프지 않았다. 도시를 벗어나자 전형적인 스페인 시골 풍경이 펼쳐졌다. 광활한 들판과 얕은 산들, 그 산들 너머에 큰 산들이 보였다. 높이가 어림잡아 1,500 미터도 넘을 것 같았다. 그런데 너른 평지 저편에 있으니 그리 커 보이지 않았다. 나는 거대한 수평의 힘을 느꼈다. 수평이 거대해지면 수직은 그 의미가 작아진다. 인생의 순간순간 시야를 가로막는 큰 문제를 만날 때마다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내 마음의 지평을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수확을 마친 밀밭이 텅 비었지만 충만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곳곳에 해바라기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한때는 노랗고 푸르게 장관을 이루었을 해바라기들이 이파리며 얼굴이며 모두 검은 빛이었다. 그런데 모두 완숙에 이른 얼굴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인사하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해바라기들이 꼭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걸어서 그분을 향해 가고 있있지만 그들은 선 채로 그분께 가고 있었다. 나는 제롬에게 공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스승님 가르침의 핵심은 무엇입니까?' 그러자 공자가 '서'라고 대답했습니다. '서'는 용서입니다. 이 글자를 풀이하면 윗글자는 같다는 뜻이고 아랫글자는 마음이란 뜻입니다. 곧 용서는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같아지는 것이고, 그것이 공자 가르침의 핵심입니다. 아프라는 내게 어떻게 산티아고 길을 걷게 되었냐고 물었다. "나는 현재 일하고 있는 곳에서 20년 동안 근속했습니다. 축하의 의미로 40일 휴가를 받아서 오게 되었어요. 산티아고 순례는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어요." "20년을 일했는데 40일 휴가를 받았다고요? 좀 짧네요. 그럼 연중 휴가는 며칠인데요?" "1년에 5일 휴가입니다." "뭐라고요? 5일이요? 그럼 일주일에 며칠을 쉽니까?" "하루 쉽니다." 아프라는 눈을 크게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 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교회에서 일하는 목사예요." 마치 자기에게 다가올 죽음의 날을 미리 알고 있는 자가 그걸 알면서도 거부하지 못하고 그날에 다가가고, 끝내 그걸 수용하고 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유로운 호흡, 깊은 호흡, 나다운 호흡을 원해 걷기 시작했던 길이었다. 그 호흡은 나만을 위한 호흡이 아닐 것이다. 내가 자유롭게, 깊게, 참 사람답게 호흡할 수 있게 된다면 그 호흡은 나를 통해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그런 호흡을 하기 위해서는 참 자유로운 숨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숨을 내 숨으로 얻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당신의 숨을 주실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