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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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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남녀가 누워 있는 표지를 보고 흔한 삼각관계 로맨스 소설일 거라 생각한 첫 인상은 책을 읽으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치부하기에는 서운한 면이 있다.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제법 진지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한 사랑은 이루어졌든 안 이루어졌든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이
"사랑은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다" 내용보기
세 명의 남녀가 누워 있는 표지를 보고 흔한 삼각관계 로맨스 소설일 거라 생각한 첫 인상은 책을 읽으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그래서 이 소설은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치부하기에는 서운한 면이 있다. 사랑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담은 제법 진지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한 사랑은 이루어졌든 안 이루어졌든 자신을 성숙하게 만든다는 말을 좋아한다. 이 말이 딱 들어맞는 소설이었다. 
이 책은 세 주인공 샘, 로스, 크리스천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졌다. 화자가 계속 바뀌는 전개는 자칫 산만해져서 독자가 사건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 소설은 사랑 보다 인물의 감정이 중요해서인지 이 전개가 잘 들어맞는 소설이었다. 덕분에 세 명의 감정의 변화를 잘 알 수 있었고 읽는 내내 이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에 함께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만 의미가 있고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상태에선 죽고 싶지 않던 샘은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잘하는 것과 원하는 것은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연기가 아닌 진짜 다정함으로 누구에게도 친절한 사람인 크리스천.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 그의 곁에 있게끔 만드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친절은 그가 갈등으로 인해 사람들의 사이가 갈라지는 모습이 두려워 늘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주었던 것도 컸었던 것. 크리스천은 로스, 샘과의 관계를 통해 그 누군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결정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답장이 짧고 모든 문장마다 마침표를 찍는 문자를 보내는, 스타일과 주관이 뚜렷한 로스는 두 명의 아빠의 사랑으로 태어난 출생 스토리에 걸맞게 자신은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고 혼자인 것이 당연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자신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을 판단하고 좋은 사람을 사귈 기회를 잃고 많은 경험을 포기한 것임을 알게 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누구든지 이 세 사람이 자신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과 비슷한 구석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뒤돌아보게 되고 그래서 내 얘기인 듯, 내 친구 얘기인 듯 지루하지 않게 이들의 사랑 얘기에 집중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도 언급이 되고 있는, 사랑에 서툰 이를 대신해 사랑이 이루어지게 돕는 에드몽 로스탕이 발표한 희곡 <시라노 드베르주라크>가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조금 다른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세 사람의 아슬아슬한 사랑 게임 같은 면은 여러 차례 영화화 된 소설 <위험한 관계>가 생각나기도 했다. 이처럼 익숙한 전개가 진부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신선했다. 그건 위에서 쓴 것처럼 이들의 자아 찾기에 동참하게 되면서 만들어진 몰입 때문도 있지만 무엇보다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어서인 것 같다.  로스와 샘이 진정으로 크리스천에게 매력을 느낀 장면은 그가 동생과 강아지와 자연스럽게 뒹굴며 웃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면서였는데, 그 모습이 바로 크리스천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로스가 크리스천과 대화하면서도 샘에게 끌렸던 것은 대화 상대는 사실 크리스천이 아닌 샘이었기 때문이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고, 무엇이 된 내가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다.        오랜만에 사랑의 의미와 사랑의 힘에 대해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을 읽었다. 
o*****o 2024.06.09. 신고 공감 14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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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참 괜찮네' 에서 시작되는 것들
"'이 사람 참 괜찮네' 에서 시작되는 것들" 내용보기
사랑.. 그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는 것일까? 가족도 유전자도 다른 신원 모를 이에게 어떻게 푹 빠져 버리는 것일까? 혹은 친구처럼 지내거나 그냥 알고만 있던 사람에게 어느순간 특별한 감정을 지니기 시작하는 걸까? 우리를 내 던져 버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빠져버리는 순간. 심지어 나의 안위보다 상대방의 안위를 더 걱정하고 신경쓰게되는
"'이 사람 참 괜찮네' 에서 시작되는 것들" 내용보기
사랑.. 그것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는 것일까? 가족도 유전자도 다른 신원 모를 이에게 어떻게 푹 빠져 버리는 것일까? 혹은 친구처럼 지내거나 그냥 알고만 있던 사람에게 어느순간 특별한 감정을 지니기 시작하는 걸까? 우리를 내 던져 버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빠져버리는 순간. 심지어 나의 안위보다 상대방의 안위를 더 걱정하고 신경쓰게되는 그런 모순적인, 이타적인 상황을 선택하게 만드는 매우 이상한 촉발제. 대체 사랑이 뭐길래..

잠시 표지의 제목을 다시 바라본다. 누워있는 세명의 청춘, 그리고 그 위에 적힌 'LOVE SOME BODY' . 최초에 이 책을 손으로 들기 시작했을 때 제일 먼저 궁금했던 것은, 왜  Love 'someone' 이 아닌 somebody' 인가 라는 점이었다. someone 과 somebody의 제일 큰 차이점은, 대상이 명확히 특정되는가 아닌가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왜 대상을 특정할 수 없는 'somebody' 를 저자는 제목으로 정한 것일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someone' 처럼 한명의 특정된 대상이어야 되는 게 아닌가?
 
사실 제목부터 이미 암시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우리는 가끔, 동성 이어도 '사람 참 괜찮네'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물론 연애 대상으로 까지 생각은 하지 않더라도, 사람이 너무 괜찮아서 살펴보게 만드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정말 맑게 웃는다든가, 그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무언가 잘 정리되어 있고 향기가 난다든다.. 남들도 다 보듯 화려하게 눈에 끄는 매력이 있진 않더라도, 무언가 나의 시선이나 느낌을 잡아끄는 사람들. 

그런 '이 사람 참 괜찮네' 라는, 누군가에게서 느낀 '괜찮음' 을 어떻게 발견해내고, 사랑까지 빠지게 되는 것일까.

운동을 좋아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해 주위 사람을 기분좋게 해 주는 '크리스천', 그의 전여친이며 현재는 절친인 영특하고 사교성이 넘치는 '샘'. 이 둘은 잠깐 연인이었던 적이 있지만, 모든 인연에는 맞는 짝이 있다고 하던가. 큰 진전 없이 둘은 친구로 돌아온다. 

야망넘치는 샘은 연극에 욕심이 많아 무대 연출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자연스레 인기남이자 전남친을 각본의 주인공으로 발탁하게 된다. 그녀의(압박 넘치는) 부탁 아래 주인공을 맡고 연기를 시작한 크리스천. 연기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가고, 마지막 대사의 순간 관객석에서 처음 보는 '로즈' 에게 한 눈에 반해버린다. 가장 중요한 대사를 해야 할 순간에 한눈이 팔려버린 크리스천. 자연스레 화룡점정을 찍어야 할 대사는 바보같은 말로 장식해 버리고 만다.

'로즈' 는 어느 작은 지역 잡지 <아트 펄스> 의 연극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자연스레 '샘' 이 연출한 연극을 평론을 하기 위해서 객석에서 연극을 지켜보다 주인공 '크리스천'과 눈을 마주치고, 그의 망친 대사까지 전부 들어버리고 만다. 망쳐진 연극을 봐 버린 무급 인턴 연극평론가 '로즈'. 평론하기에 너무 완벽한 이야기 거리다. 집으로 돌아가 신랄하게 '샘'의 연극을 비판한 내용을 투고한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로즈의 신랄한 리뷰를 읽어버린 샘. 로즈에 대해 악감정이 생기고 만다.

크리스천이 연극 도중 빠졌으며, 동시에 야망가 샘에게 미움을 산 '로즈'. 그녀는 는 학교 내에서도 똑똑하고 동시에 사교성 없기로 유명하다. 홀로 고고히 다니면서 동시에 똑똑한 로즈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갈 수 있을지 전여친(=현절친) 샘에게 부탁하는 크리스천. 샘은 처음에는 이 말도 안 되는 도움에 응할 생각이 없었지만, 크리스천을 마치 수족 부리듯 아바타처럼 다루며 로즈를 공략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녀가 적은 공연의 거침없는 악평에 대한 나름의 복수가 아닌가 싶어, 크리스천에게 냉혈 아싸녀 로즈를 함락하기 위한 도움을 주고자 결심한다.

샘은 생각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데 능한 사람이고, 크리스천의 인스타그램과 문자 메세지, 대화 내용을 도와주며 로즈의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처음으로 로즈가 크리스천에게 관심을 표하기 시작하는 순간이 흥미롭다. 모든 남성들에게 마음을 닫은 로즈가, 크리스천을 바라보며 처음으로 '이 사람 좀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순간.

크리스천의 조력자인 샘은 크리스천의 매력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하게 도와주던 와중, 크리스천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당긴 동영상을 하나 촬영하게 된다. 크리스천의 여동생이 그에게 달려들며 옆구리를 간지럽히고, 크리스천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박장대소하는 영상이다. 로즈는 크리스천의 매력이 꾸밈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잘 잠 담긴 이 영상을 보며 마음의 빗장을 풀고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로즈는 크리스천에게 마음을 열고 첫 데이트를 하며 그에게 하나씩 흥미를 가지기 시작하는데, 사실은 그녀가 그에게 빠지는 모든 요소는 크리스천이 아닌, 크리스천의 데이트를 도와주는 '샘' 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그 사람을 도와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가진 거라니. 흥미롭지 않은가?

주로 사람을 천천히 관찰하며 좋은 점을 발견한 후 사랑에 빠졌던 적이 많았던 나에게 있어서는, 맨 처음 이 사람을 살펴보게 만드는 그 사람의 어떤 '괜찮음'. 이것은 성별과, 그리고 나이와 무관하게 좋은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도 나름 아싸.. 였고, 사교성이 낮다고 자각하고 있다. 그렇기에 관찰하고 배우고자 하는 성향이 강하고, 이렇게 상대방을 천천히 바라보며 좋은점을 발견해 내는 '로즈' 의 모습에서 어느정도 동감이 갔다.

나에게는 로즈가 가장 와 닿은 등장인물이지만, 다른 독자들이라면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고 서글서글한 성격이지만 미래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수동적인 '크리스천'. 어린 시절 새겨진 강렬한 결핍으로 인해 안타까울 정도로 완벽주의자가 되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쫓고 있는 '샘'. 이 외에 등장인물들의 다채로운 모습 중 하나에서 동질감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만약 로즈의 부모가 게이 아빠라던가, 그 외에 동성애적 요소가 나올까봐 걱정하는 분이 계시다면,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 책에서 나오는 동성애, 대리모, 그리고 그 외의 모든 퀴어적 요소는 생각보다 부차적 이라는 점이다. 동성애에 대해 완전히 인식이 열려있지 않은 나에게도 불편하지 않게 읽힐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그것보다 좀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은 사랑에 빠지는 '어떤 괜찮음' 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대상의 어떤 것 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걸까? 확실한 것은, 꼭 성별 같은 생물학적인 것에 무조건적으로 근거하진 않는다는 점이다. 문득 나태주 시인의 풀꽃 - 1 이 떠오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크리스천, 로즈, 샘, 너희들 모두 그렇다. 모든 주인공들은 아직 고등학생이고, 나이가 어린 만큼 사랑에 보다 더 치열하게 데이며 심사숙고하는 모습에서 본받을 만한 점이 많다고 느꼈다. 맨날 헬스장만 가는 칙칙한 삼십대 자영업자가 오랜만에 심장 두근거리게 만드는 책이다.

카페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서로 인사밖에 하지 않는 짧은 순간이라도 '이사람 참 괜찮네.' 라는 생각이 드는 손님들이 오신다면, 이제는 자연스레 '러브 섬바디'를 떠올리며 웃으며 맞이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재밌게 잘 읽었다.

 




a****e 2024.06.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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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을 품은 삼각 로맨스
"반전을 품은 삼각 로맨스" 내용보기
오랜만에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을 읽었다.그것도 십대의 사랑. 근데 미국의 십대는 한국의 이십대처럼 자유로웠다.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많이 개방적이었고.뻔한 로맨스가 아니어서 반가웠다. 게다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 지인들한테도 권하고 싶다.  샘, 로스, 크리스천이 펼쳐가는 사랑 이야기에는 꽁냥꽁냥 사랑만 있지 않고 인생이 들어 있다.책 첫머리에 '자
"반전을 품은 삼각 로맨스" 내용보기
오랜만에  '사랑'을 주제로 하는 소설을 읽었다.
그것도 십대의 사랑. 근데 미국의 십대는 한국의 이십대처럼 자유로웠다. 사랑에 대한 생각도 많이 개방적이었고.
뻔한 로맨스가 아니어서 반가웠다. 게다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 지인들한테도 권하고 싶다.  
샘, 로스, 크리스천이 펼쳐가는 사랑 이야기에는 꽁냥꽁냥 사랑만 있지 않고 인생이 들어 있다.
책 첫머리에 '자신을 찾는 여정 중에 있는 그대에게'라는 글이 있는데 이 얘기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자기 자신을 찾는 중에 있는 사람이라면(특히 십대라면) 한 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
n******1 2024.06.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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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랑을 다룬 무지개 같은 소설
"다양한 사랑을 다룬 무지개 같은 소설" 내용보기
감각적인 일러스트 표지를 좋아한다. 그런 내 눈에 쏙 들어온 책, <러브 섬바디>.책 소개글을 살펴보니 흥미진진할 거 같아 구매해 읽어봤다.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라는데 오랜만에 로맨스소설이나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1도 지루하지 않았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이틀밖에 안 걸렸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세 명이다. 샘, 로스, 크리스천. 욕심 많고
"다양한 사랑을 다룬 무지개 같은 소설" 내용보기


감각적인 일러스트 표지를 좋아한다. 그런 내 눈에 쏙 들어온 책, <러브 섬바디>.

책 소개글을 살펴보니 흥미진진할 거 같아 구매해 읽어봤다.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라는데 오랜만에 로맨스소설이나 읽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 1도 지루하지 않았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데 이틀밖에 안 걸렸으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세 명이다. 샘, 로스, 크리스천. 욕심 많고 당찬 샘(이름이 남자 같지만 여자다)이 연출한 연극의 배우인 크리스천은 관객석에 앉아 있는 로스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로스는 연극에 대한 혹평을 잡지에 싣게 되고, 그 글을 읽은 샘은 로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마침 학교 최고의 인기남이자 인싸인 크리스천은 자발적 외톨이인 데다 아싸인 로스에게 데이트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하고, 이를 알게 된 샘은 로스와 사귈 수 있게 크리스천을 돕는다. 로스가 크리스천과 사귀게 만듦으로써 로스도 그냥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었던 거 같다.


이렇게 로스와 크리스천의 연애는 시작된다. 물론 이 연애는 무늬는 로스와 크리스천이 주인공이지만 실은 로스와 샘의 연애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샘이 크리스천인 척 문자도 보내고 데이트 때도 해야 할 말들을 가르쳐 준다(로스가 좋아할 만한 말들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샘 자신에 관한 말이다). 이렇게 연애는 무르익어 가지만, 세 사람은 점점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세계로 빠져든다.


이 책은 세 주인공이 자신의 시점, 즉 1인칭 시점에서 쓰여졌다. 그래서 읽는 내내 세 사람의 마음이 잘 전달돼 헷갈리지 않았다. 중간중간 카톡 같은 메시지 창이 나오는데 이모티콘도 있고 마침표도 찍지 않는 등 우리 또래가 나누는 대화랑 똑같아서 놀랐다.


웃기기는 또 왜 이렇게 웃기는지, 예를 들어 크리스천이 로스와 데이트할 때면 항상 귀에 이어폰을 끼고 있는데, 이는 사실 핸드폰을 통해 샘이 로스와 크리스천의 대화를 엿듣고 크리스천에게 적절한 대답을 코치해주기 위해서다. 로스는 크리스천이 긴장해 음악을 듣는 걸로 이해하고 넘어가 준다. 아무튼 샘이 하는 말을 이어폰을 통해 들은 크리스천이 자기도 모르게 그 말을 내뱉고, 순간 당황해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폭소가 터져 나왔다.


클라이막스로 치달을수록 몰입도는 높아져 갔다. 셋은 모두 자신의 감정 때문에 혼란스럽고, 그러던 중 학교 행사가 열리는 날이 되었다. 이때 학교 대표로 뽑힌 로스가 연설을 하게 되는데, 샘은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아 결석을 계획하지만 크리스천의 끈질긴 권유로 로스의 연설을 듣게 된다.


이 책의 매력은 이 장면에서 폭발한다. 로스는 딱딱한 연설을 하지 않고 대신 영상을 틀어준다. 영상 속 내용은 또래 아이들이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사랑’에 대해 한마디씩 하고 로스의 아빠가 성소수자임을 고백하며 자신의 애달픈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 영상이 나올 때 로스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OST를 연주한다(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시네마 천국>은 로스 아빠들의 추억의 영화다). 이 장면은 마치 책을 읽고 있지만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하는데 정말 내겐 새로운 경험이었다. 놀랍고 신선했다.


책 읽고 리뷰를 쓴 적 없던 내가 이렇게 길게 구매평을 적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내가 받은 감동을 다른 사람도 느껴봤으면 좋겠다.


이국적이고 감각적인 표지에 깔끔한 번역, 그리고 재생지 같은 가벼운 종이까지 뭐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게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어 주었다.


‘사랑’이란 참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걸 알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어느 하나 아름답지 않은 사랑은 없다.


l*********0 2024.06.0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