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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출근을 하고 주말 이틀 동안의 휴식. 이렇게 일주일이라는 사이클은 휴가나 여행 같은 특별한 순간을 제외하곤 대부분 엇비슷하게 반복된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어제와 같은 오늘 그리고 오늘과 비슷할 내일에 큰 기대 없이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기게 된다. 정성껏 하루를 살아낸다는 감각 없이 '그냥' 무의미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것. 그러다 보면 지난주엔 무슨 일이 있었더라, 혹은 내가 어떤 생각을 가졌더라 이따금 지난 시간 속의 나를 되짚고 싶을 때에도 이를 떠올릴 재간이 없다. 그래서 일기 쓰기를 시작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버거운 숙제처럼, 가장 하기 싫은 것 중의 하나였던 일기였지만 그것이 내가 열심히 살아냈다는 증거, 기억의 보관소가 되어줄 거란 믿음으로. 블로그에 그날 있었던 일, 기분이나 사소한 즐거움들을 쓰다 보니 시간이 지나 이를 잊고 있다가도 '과거의 오늘'이라는 알림 서비스 덕에 '맞아, 이때 이런 일이 있었지' '그래, 이런 기분이 들었어' 하며 과거의 시간을 다시 한번 더 곱씹을 수 있었다. 처음엔 글을 쓰면서도 이게 어떤 의미가 있나 아리송한 마음이었는데, 일기는 쌓이고 쌓여 기록이자 나의 역사가 되었고 그 결과 나의 매일은 더 이상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닌 쌓이는 매일로 변화했다. 무수한 오늘이 양옆, 또 위아래로 짜여있는 10년 일기장 두 권을 빼곡히 쓰는 노력으로 자신의 하루를 찬찬히 감각하며, 지금껏 쌓아온 나'들'과 행진하는 기분으로 삶의 부피를 착실히 키워가는 사람이 있다. 《매일을 쌓는 마음》의 윤혜은 작가로, 팟캐스트 〈일기떨기〉의 진행자이자 이 팟캐스트를 모아 출간한 책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를 썼다. 전작 에세이를 통해서 본인의 삶, 생의 복판에서 고군분투하는 하루, 일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시간 등 진득한 글과 함께 세 명이 나눈 따스한 대화를 담아 나와의 화해를 제안하는 선명한 위로를 받았다. 그 연장선인 이 책을 통해 그녀는 매일을 '쓰는 사람'으로서 살아온 하루가 곧 '내가 되는 일'이라 말하며 내가 쓰는 의미 없어 보이는 기록에서도 어떤 작은 가능성, 기특함을 느끼게 도와주었다. 책은 '일기 인간'으로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매일의 기록을 통해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단단히 세워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는 쓰는 행위, 흔들리는 마음을 정리하고 각각의 자리를 만들어주는 과정으로서 글쓰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이해하고 삶의 작은 순간들을 의미 있게 바라보는지 엿볼 수 있었다. 사소한 일상, 감정, 타인과의 관계 등 자신의 경험 속에서 실감하는 삶, 때로는 그 무게와 기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하지만 그 순간들을 기록하며 의미를 새기는 모습은 나의 기록과 쓰기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삶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임을, 그렇기에 일기장에 기록된 낯설지만 이미 존재하는 나를 너그럽게 바라보며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을 스스로 기특하게 여기고 존중하는 태도, 되고 싶은 나를 향해 애쓰는 오늘 자체가 의미 있음을 상기시킨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록의 힘을 기대하며 시작한 일기 쓰기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그랬듯 나 역시 쓰는 행위를 통해 타인을 보듯 나를 이만큼 떨어져 다시 보며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저 순간을 기록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기분, 일상의 행복을 글로 쓰며 흘려보냈던 수많은 '오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깨달을 수 있었고, 또 그런 매일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달았다. 지금은 아무 힘이 없는 것 같은 쓰기가 삶을 어떻게 붙잡아주는지,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며 실감하는 삶이 나를 나로 살아가게 도와주는지 상기시키며 진득한 기록에 대한 욕구를, 이 발걸음을 계속할 것을 다짐하게 한다. 그럼에도 한 번씩 귀찮아서 '오늘은 그냥 쓰지 말까' 싶을 때가 있다. 보잘것없이 종종거리는 일상과 마음이 초라해서 애써 글로 쓸 필요가 있나 싶어 흔들리기도 하지만, 이런 나 역시도 기다려주는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차곡차곡 쌓아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이 쌓이면 내일이 된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가 된다는 시시한 결론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을 쌓아갈 용기를 책을 통해 배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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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10년 일기장에는 써야 할 하루의 빈칸이 많다. 쓰지 않고 넘겼던 날들은 돌덩이가 발 밑에 툭 떨어진듯 신경 쓰이게 한다. 그렇게 매일을 쌓는 일기쓰기는 쉬운 듯 어려운 일이었다. 윤혜은 작가는 10년 일기장을 두 권을 써가고 있다. 20년의 하루 하루를 기록하고자 하는 셈이다. 이번에 읽어본 [매일을 쌓는 마음]은 작가가 쌓아 올린 하루와 그 하루가 쌓여 만들어진 일상과 그 일상이 담긴 삶을 마주할 수 있었다. 밑줄을 긋고 메모도 하며 작가의 성정에 눈 맞추고 문장에 내 마음을 포개어 본다. 읽고 나면 마음이 좋아져서 곁에 두고 싶은 책이었다. 그 덕분에 밑줄 친 문장이 꽤 많이 모였다. 천천히 음미하며 읽다 보니 다른 책들보다 조금 더 오래 읽게 되었다. 별자리 운세에 마음을 쓰는 모습, 엄마의 암 투병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는 참 나와 닮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매일을 쌓는 마음이 나의 마음과 같아 고스란히 스며들 수 있었다. '무수한 오늘이 양옆으로, 또 위아래로 짜여 있는 10년 일기장의 구조나 규모의 특성상 나는 하루하루를 오늘에서 내일로 넘어가는 것보다 빼곡하게 쌓이는 것을 감각한다' '이제는 잘 희망하고 싶다. 자신 없이도 기대하고 싶다' '쓰는 일은 흔들리며 흩어져 있는 것을 붙잡아 자리를 만들어주는 일 같다' '헤매기 위해 떠나는 게 아니라 함께 걸어보고 싶어서, 위기와 부침은 늘 있지만 꼭 그만큼의 행운과 경험치가 쌓여서 보이지 않는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 #매일을쌓는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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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소묘 라는 출판사가 있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잔잔한 느낌의 책들이 자주 출판되어 뇌를 쉬고 싶을 때는 이 출판사의 책들을 읽어왔는데 뉴스레터에서 #매일을쌓는마음 의 출판 소식과 함께 초고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보고 서평단을 신청해 초고를 받아 출판 전 먼저 <매일을 쌓는 마음>을 읽게되었다?? <매일을 쌓는 마음>은 작가이자 서점을 운영해왔던 글쓴이가 20여년 가까이 10년 일기를 써오면서 기록해 온 마음과 우정에 대한 기록을 담은 에세이다.?? 20여년간 나의 하루를 기록한다는 건 엄청난 부지런함과 애정 뿐만아니라 나를 돌아보며 단단하게 쌓아가는 과정이구나???? 라는 당연한 깨달음을 얻어가며 일기를 당장이라도 쓰고싶은 마음이 들게하던 책이다.???? 작가의 단단한 내면이 담긴 몇몇 글귀가 마음에 참 와 닿아 담아본다. p.10 기록된순간은 조금도 훼손당하지 않은 채 풀칠돼 있고, 심지어 시가을 슬쩍 붙잡아 두는 힘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바로 그런 지점이 나를 문득문득 바깥으로 등 떠미는 것이다. 특정 기억에 너무 쉽게 독점당하지 말라는 듯이. p.34 나는 일기 쓰는 것을 더 이상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나를 확인해야만 한다. 여기에서만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p.115 *이 글은 내 친구가 떠올라 공유해주려고 저장해둔 글 네가 잠깐 중요한 걸 놓쳐도 영영 놓치지 않게 함께해 줄 사람이 있다고, 네가 미안해하지 않아도 기꺼이 어디든 같이 걸어갈 줄 사람이 있다고 길을 헤매고 더듬더듬 찾아나가는 과정의 반복일테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결국엔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거라는 예상을 감히 해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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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보내준 교정지를 다 읽고 안도했다. 다행이다. 작가님은 여전히 쓰고 있구나. 앞으로도 계속 쓰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이 책으로 스스로를 다독이고 다짐해내는 것도 같았다. 불광천을 따라 걷고 소설도 쓰고 여전히 음악을 듣는 생활 면면은 그에게 매일을 실감하게 해주리라 믿게 되었다. 나도 그런 생활이 있을까? 오늘이 될 내일에게 건너가는 것도 헉헉대는 나인데. 오늘이 당장 중요하다고 여겨야 된다는 것도 알면서 말이다. "이제야 겨우 살수록 '사는 운'이, 쓸수록 '쓰는 운'이 쌓인다는 걸 알겠다." 운을 그러모을 줄 아는 이의 믿음은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기에 생겨난다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이 있다는 걸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모두가. 나부터가. |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채 어긋난 기록은 뻔한 나로 살아낸 하루가 아니라 내가 만들어낸 하루가 되므로, 일기를 밀려 썼다기 보단 아주 짧은 이야기를 쓴 것 같다. '마음의 지도' 두 번째 책 <매일을 쌓는 마음>은 작가가 기록을 통해 나를 마주하고 너와 함께 우리로 나아가는 시간의 퇴적과정을 다뤘다. 되고 싶은 나, 되지 못한 나, 선망하는 사람, 그렇지 못한 사람, 애틋한 사람, 애증으로 가득한 사람. 여러 인간 군상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일기로, 책으로, 가사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28살부터 쓴 10년 일기장이 어느덧 2칸 밖에 남지 않았다는 작가는 일기를 빈틈 없이 채워간다. 나도 두툼한 일기장이 여러권 있지만, 매일을 쌓는 그의 기록에 비하면 빈칸 투성이로 남겨둔 게 많아 다소 초라하게 느껴진다. 교정지를 하나하나 톺아보며 누군가의 기록에 밑줄을 긋고, 그 옆에 다시 기록을 쌓아 나가는 과정은 특별했다. 어릴 적 꿈에 다가선 건만 같은 설렘이 글을 읽는 내내 살랑살랑 마음을 간질였다. 기록보다 기억하려는 노력에 더 시간을 쓰는 밤을 보내고 싶다. 기억의 부피를 내 안에서 키울 수 있도록. 일기는 거대한 세계다. 개인이 일군 역사이자 재미있는 책이기도 하다. 미래의 내가 이 글을 보면서도 히죽 웃는 모습을 상상하면 단지 내가 된다는 건, 그저 나이길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그건 포기하고 버리는 게 아니라 그저 온전히 내 몫으로 인정하는 것임을 그를 통해 배운다. 삶은 무겁게 느껴졌는데, 하루에게 계속 말을 건네는 작가 덕분에 깃털처럼 한층 가벼워졌다. 계속 이렇게 살고 싶다. 가볍고 경쾌하게, 그리고 기록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가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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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거에 연연하는 사람이다. 여전히 일 년 전 십 년 전의 기억을 떠올려 추억으로 포장하고 아픔은 희석시키려 분투하는 일이 많다. 그러기에 일기는 나의 증상을 악화시킬 아주 좋은 계기가 될 거라며 부러 모른 척 외면해왔다. 흔히 말하는 구질구질한 인간으로 내 소심과 연민이 증폭될까 봐 멀리하던 일기 쓰기. <매일을 쌓는 마음>을 읽으며 두려움으로 둘러싸인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저자처럼 그저 순간마다 하루마다 무언가 끄적였어야 했다. 선명한 대로 잊힌 대로 마음에 가라앉은 그것들을 기어코 기록했어야 했다. 남겨두지 않으니 여전히 가슴은 답답하고 할 말은 많은데 터뜨리지 못했다. 어쩌다 남기는 몇 줄의 심정은 절절함은 덮어둔 채 의식과 눈치로 여러 번 거르고 걸러 자체 심의 통과된 게 전부였다. 매일을 쌓은 마음은 삶에 대한 저자의 애착과 정성이 가득 들어차있다. 한 줄마다 허투루 읽을 수 없어서 펜으로 줄을 긋고 입안에 머금어보며 성실하게 읽어나갔다. 밀도 높은 기록의 효용은 역시 대단했다. 삶과 나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어 나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진리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아직도 스스로를 잘 알지 못해 애를 태우는 내겐 부러움과 동시에 강렬한 자극이 되었다. ‘별자리 운세를 보는 건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낭만적인 확신과 현명한 조언을 체득한 미래에 나를 잠시 투영하는 것’그러니 운세를 계속 보는 것은 나의 운을 쌓는 일이라는 긍정의 시선이 유독 마음에 와닿았다. 올해 들어 집에 가득한 책들은 잠시 뒤로하고 서평 활동을 하는 이유가 저자의 그것과 닮아있다. 해야만 하는 이유를 부과하여 무언가를 쓰면서 내심 어떤 믿음을 품는 진심. 희미한 아지랑이 같아 또렷하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던 마음들이 마법처럼 책 속의 문장들로 남겨져있었다.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가 알아봐 준 게 고마워 벅차올랐다. 좋은 가사를 쓰기 위한 덕목에서 저자가 깨우친 사실(나만의 고유함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여분의 힘으로 다른 삶을 만날 기회를 늘려간다면, 나를 바깥에 세워두고 쓰는 글도 쌓여가겠구나)을 쌓고 쌓아 책을 통해 명징하게 드러낸 그녀의 부단한 노력에 감탄과 박수를 보낸다. 차곡차곡 쌓는다는 말이 더 좋아지기 시작했다. 쌓는 행위에는 성실함과 꾸준한 노력이 그림자처럼 따른다. 그래야만 쌓여가고 쌓인다. 저자가 쌓아 올린 마음들은 교정지를 넘길수록 내 안에 겹겹이 포개어져 뭉근하게 나를 달래어주었다. 매일을 쌓는 마음은 윤혜원 그녀를, 나아가 나와 우리를 세상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게 지탱해 주기에 쉬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매일을 쌓아가며 나와 함께 살아가야지. #매일을쌓는마음 #윤혜은 #오후의소묘 #책리뷰 #서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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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의 교정지를 받았을 때 갑작스런 변화에 마음이 힘든 시기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어디다 털어놓지도 못할 마음의 무게에 짓눌려 외롭기도 했고 말이다. 뭘 읽어도 읽히지 않을테지만 그 상황을 환기시킬 집중의 대상이 필요해서 잠이 오지 않는 밤에 읽기 시작했던 윤혜은 작가님의 매일을 쌓는 마음. 누가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써준 것 같은 소소하고 따뜻한 문장들에 위로 받았다. 교정본이라 마음 편하게 나를 뭉클하게 만든 문장앞에서 망설이지 않고 연필로 슥슥 표시할 수도 있었고. 퇴근 후 심난한 마음에 도무지 쉬이 잠들 것 같지 않은 밤, 출근 전 밑도 끝도 없이 일어난 불안감을 잠재우고픈 아침, 그렇게 아침 저녁으로 읽었다. 내가 이미 알게 된 사람의 글이라서 그런걸까. 글에서 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마치 내게 보내 온 편지 같다는 생각도 하면서. 답답함에 터질 것 같은 마음을 토로하고 싶어 보낸 편지에 사려깊은 답장을 받은 것처럼 읽으면서 요동치던 마음의 불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참 고맙게도. 나는 또 이렇게 힘든 시기를 버텨내는데 책에 빚을 지고야 만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책을 만나는 일을 통해서. 이 책의 작가님처럼 올해부터 나는 일기를 열심히 쓰고 있다. 3월 들어 반복되던 일상에 약간의 균열이 생겨 군데군데 구멍이 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멀어지지 않게 채워 나가고 있다. 쓰면서 나는 확실히 쓰기 전과는 달라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을 밀고 나가는 힘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여전히 하나가 어긋나면 우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어 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완벽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이런 부족한 나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뭉개진 계획을 띄엄띄엄이라도 계속해나가는 중이다. 매일을 쌓는 마음이라는 건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매일을 쌓아가며 좀 더 내 마음에 드는 내가 되어 가는 것, 그런 믿음을 갖게 되는 것 말이다. #매일을쌓는마음 #윤혜은 #오후의소묘 |
![]()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의 공저자인 천선란, 윤소은, 윤혜은은 셋이서 특정 주제 없이 수다 떠는 팟케스트 '일기 떨기'를 운영하고 있고, 못다한 이야기를 책에서 풀어냈다. 소설가로, 일기 사람으로, 편집자로 일하며 우정과 일상을 쌓아가는 30대 청춘들의 .ㅣ야기가 잘 만든 시트콤 같았다.윤혜은의 에세이를 출간 준비 중이라는 오후의소묘 출판사 인스타 피드를 보고 서평단에 신청했고 그렇게 교정지 형태의 에세이를 받아 보게 되었다. 출간 전 읽기라는 형식도 미래지향적이지만 최종교라는 물성으로 읽는 행운을 얻어 초능력이라도 얻은 듯 감격스럽다. 이토록 미래형 읽기라니. 일상의 흔적을 더듬에 쓰는 에세이이니까 가볍게 읽어야지 했는데 꽤나 묵직한 이야기들에 여러 번 멈칫 했다. 은은하게 다가와서는 여운 길게 끄는 문장들이다. 기억의 방편으로 쓰기 시작해 17년째 쓰고 있으니 '기억 과로'가 아닐까 싶다는 일기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기 인간이라 스스로를 명명하며 지금까지의 나들과 행진하는 기분으로 쓴다고 밝힌다. 일기 인간들은 대체로 비장하다는 문장에 차 뿜을 뻔했다. 그렇지, 비장하지 않은 인간이 무슨 일기를 쓰겠나. 비장하니까 하루도 빼놓지 않고 쓰는 거지. '작업 책방 씀'과는 나 인친인가? 목록 확인해봐야겠다. 팟캐스트 운영자에 작업 책방 씀의 한량 사장, 아이돌 덕후(정확히는 케이팝 처돌이라 함), 별자리 운세러, 불광천길 워커, 작사가(지망생) 등 부캐가 많은 윤혜은 작가님이다. 덕분에 할 이야기 넘치는데 엄마의 암 투병기를 이야기하며 엄마 닮아 사는 데 재능이 있다는 작가님이 무척 사랑스럽다. 사는 데 재능 있는 사람을 누가 이기겠나. 제 아무리 못된 암세포도 우리 윤혜은은 못 이길 걸. 사노 요코가 말했듯 나도 죽기 전 "나 없이도 봄산 부풀고 목련꽃 벚꽃 피는 게 억울하다"고 외쳐야겠다. 이 예쁘고 좋은 것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원통하여 분노하며 죽고 싶다. 그러려면 지금 맘껏 누리고 즐겨야겠지. 숨어 있는 틈새의 예쁨, 너머의 아름다움까지 내것으로 만들어 쌓아가야겠지. 윤혜은 작가가 이미 하고 있는 '매일 쌓기'를 배위서 내 삶도 채워나가야겠다. 덕분에 한예슬이 노래도 불렀구나, 꽤 잘하는구나 알았고, 몇 번이고 들춰 보게 된다는 아름다운 책 송은혜의 <음악의 언어>도 얻었다. 내 매일이 풍성해지겠다. 날이 풀린 오늘(어느덧 어제)은 푸딩이랑 앞산에 올라 두 시간 남짓 걸었는데 내일(이었던 오늘)은 옆 동네 도서관에 걸어서 다녀올 계획이다. 차로는 10분인데 걸으면 얼마나 걸리려나. 지도 찾아보니 신갈천변 길을 따라 주욱 걸으면 되겠더라. 퇴근 지옥철을 피해 불광천 길을 걸어 집에 간다는 작가님 이야기 읽으니 더 걷고 싶어진다. 불광천의 왜가리 이야기에서는 이유리 소설 '왜가리 클럽'이 소환되던데 '일기 떨기'가 왜가리 클럽 속 모임과도 닮은 것 같다. 특별한 목적 없이 수다로 공감과 연대를 이어가는 일이 천변에 모여 왜가리를 관찰하는 인물들과 닮았다. 평범하면서도 든든하고 단단한. 오후의소묘 출판사의 '마음의지도' 시리즈 책이라 한다. 오늘 인터넷 서점에 배포된 책 자태는 오렌지색 표지의 232쪽 분량으로 태어났구나. 한권 물성의 책도 읽어봐야겠다. 느낌 또 다를 테니. "우리가 자기만의 고유함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타인과 함께하기를 감수해야 하듯 글도 같은 운명이겠지. 내 곁에 아주 많은 삶이 관계되어 있음을 안다면 '진정한 나'를 찾거나 완성하기 위해 애쓰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테니까. 그 여분의 힘으로 다른 삶을 만날 기회를 늘려간다면, 나를 바깥에 세워두고 쓰는 글도 쌓여가겠구나." 141p "여행 내내 H가 나를 살뜰히도 찍어준 덕분에, 내가 뉴욕에서 H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가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혼자 여행할 땐 할 필요가 없는 말. 걷는 건 혼자이지만 가는 건 함께다." 198p "지금 내 삶의 현재 위치를 하나로만 잡을 수 없게끔, 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든다. 그 복잡한 길들을 나는 오래, 아주 오래 걸어야지." (마지막 문장) ![]() #매일을쌓는마음 #윤혜은 #오후의소묘 #서평단 #최종교 #신간에세이 #마음의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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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보통날들을 쌓아보면 어떨까 ? 일기라는 매개로 하루를 차곡차곡 쌓는 작가의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는 매일을 쌓는 마음 :) 몰래 읽는 일기만큼 꿀잼이 있을까 싶은데 이 책 읽으니 일기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 '어떤 나라도 너그러이 껴안는' 작가님의 모습이 찐하게 담겨있답니다 글쓰기 수업은 내가 누구인지 말하는 시간이구나 ! (72p) 쓰고 쌓는 행동이 나와 친해지는 유일한 방법이구나 싶어졌어요 좀 더 어릴 적에 왜 써야하는지 이렇게 보여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와의 대화를 더 많이 했을텐데 싶었어요. 아쉬움과 작가님에 대한 부러움이 교차되기도 했습니다. 대단히 인상적이라 감탄했던 순간도 무심히 밀려오는 일상에 쓸려 가기 일쑤니까 (142p) 내가 나를 잘 몰라서,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해서 답답했던 시간들이 기록을 하며 스르륵 풀려가게 될 것 같아요. 꾸준히 기록하는게 참 힘든 사람이 저였는데요 행동으로 변화하게하는 작가님 :) 무언가를 기록하는 나만은 내가 미워할 수 없는 나였으니까. ‘그런 너를 내가 알아.‘ 아무도 해주지 않는 말을 나에게 돌려주는 시간이었다. (60p) 윤슬같이 반짝이는 표현과 완전 딱 내 마음이다 ! 싶은 문장을 아주 자주 만나게 될 거예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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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년 동안 일기를 쓴 사람. 사실 기간만 봐서는 일기를 쓴 것을 넘어 기록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책의 형태로만 보던 글을, 펼쳐진 채로 두꺼운 종이 상태의 교정지로 만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표지가 없고 편집이 덜 되긴 했어도 내가 아는 책의 형태로 된 가제본은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교정지는 생소했다. 아직 책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교정지를 두 손에 받아들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양 여겨지던 알 수 없는 기분이 좋았다. 종이의 순서를 흐트러지지 않게 볼 자신이 없어서 아이들과 자주 가던 집 앞 문구사에 교정지를 들고 갔다. 이만한 종이를 집을 수 있는 크기의 튼튼하고 넓고. 깊은 집게를 살 수 있냐고 물으면서 내 표정은 사뭇 비장했을 것이다.
<매일을 쌓는 마음>은 어떤 순간이 한 번뿐이라고 생각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저자가 쓴 책이다. 노력한 만큼 오지 않는 것에 대해 억울한 심정이 없는 사람. 일단 시도하면 무엇이든 남는다는 인과에 조금 더 감격하는 편이라는 사람. 스스로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관대한 사람들을 자주 보았다. 대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상하리만치 타인을 이유로 들던 사람들을. 오히려 나는 그 반대라 스스로한테 관대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부럽기도 했고 불편하기도 했던 것 같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하나에서 비롯된다고 했는데 저자가 자신의 성향을 덤덤하게 써 내려간 문장이 이상하게 좋았다. 그동안 정성을 쏟은 관계나, 일에 있어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을 힐난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p.11 세상에는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난다. 내가 나의 기억들 속에서 안온하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제는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잘 기억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기록보다 기억하려는 노력에 더 시간을 쓰는 밤을 보내고 싶다. 기억의 부피를 내 안에서 키울 수 있도록. 단단하게 살아낸 십 년의 기록을 꺼내 읽어보는 느낌의 책.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무언가를 마음에 품고 오래 노력하고 시간을 보낸 사람은 결국 원하는 것에 조금씩 닿고 있었다는 것을 책을 읽으며 나는 알았다.
2년 동안 두 편의 장편과 한 편의 단편 소설을 완성한 저자의 노력은 책이 되어 독자를 마주하게 된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하루를 기록하는 일에도 진심인 사람의 소설은 어떤 글일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 들었다. ‘쌓는 마음은 기다리는 마음과 닮아있다.’라는 글을 보면서 나는 어떤 것을 쌓고 있는지, 닿아있는 마음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고, 떠오르는 간절한 무언가를 오래 생각했다.
책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며 빚어낸 마음에 관해 쓴 단락은 최근 글쓰기 수업을 듣게 된 내게도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길지 않은 글을 쓸 때마다 타인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문장으로 연결되는 것을 볼 때면 글은 결국 내 생각과 시간을 담는 이야기구나 싶다. 주변의 말에 휘둘리는 사람으로 살지 말고 내가 기준이 되어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을 자주 만난다. 글을 쓰는 사람의 첫발은 주제가 아닌 양이 되어야 한다는 어느 작가님의 말이 떠올랐다. 매일 주어진 양을 쓰다 보면 글을 쓰는 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 그리고 무엇이 되지 못하더라도,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는 삶도 꽤 근사할 거라는 기대가 들었다.
p.103 한 번씩 찾아오는, 특정 시절로부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자괴감도 걷다 보면 희미해졌다. 어떤 하루엔 그 모든 일을 통과하고 웃는 오늘을 맞이했구나, 하고 내가 건너온 시간의 길이를 체감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p.177 나는 몇 시간이고 가뿐히 걸을 수 있으며 햇볕을 충분히 쬐면 기분이 즉각적으로 좋아지고, 그런 순간엔 늘 혼자라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하는 대신 내가 때때로 그 외로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빠르게 깨달았다.
오늘은 봄맞이 혼자 산책 겸 호수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호수가 바다같이 느껴져서 멀리 있는 고향 바다와 아빠를 생각했다. 섬의 바다에서 어부의 하루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아빠의 오늘은 어떤 생선으로 채워졌을까. 몇 시간이고 가뿐히 걸을 체력은 없지만, 부실한 발목과 무게가 많은 몸을 탓하지는 않았다.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만한 것이 내겐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걸으니 호수가 예전처럼 멀고 넓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매일을 쌓는 마음으로 몇 시간이고 걷고 쓰는 사람이 써 내려간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마주할 수 있어 반가웠다. 차가운 공기가 볼에 스칠 때마다, 손끝을 아리게 만들 때마다 봄을 기다렸는데 오래 기다린 만큼 반가운 봄을 닮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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