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18일부터 6월 22일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책 축제인 <2025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다.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독서량은 따라가지 못하지만) 주말을 이용해 관람을 하려고 했으나 주말에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가지 못 했다. 도서전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서울국제도서전을 기념하여 기획 출간한 책 두 권을 구입했는데 그 중 한 권이 리뷰를 쓰고 있는 김연수 글, 강혜숙 그림의 「걸리버 유람기」다. 「걸리버 유람기」의 원작은 1726년 출간된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로 우리에게는 어릴 적 동화책과 만화영화로 만났을 정도로 친숙한 소설이다.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걸리버 여행기」 하면 소인국과 대인국 두 여행기만 알고 있지만, 원작소설은 총4부로 앞서 두 여행기 외에 라퓨타(날아다니는 섬)와 후이늠(말읜 나라) 여행기가 포함되어 있다. 원작소설은 당시 영국의 부패상황을 풍자한 소설인데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에 넘어오면서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줄거리를 가진 소인국, 대인국 여행기로 축약해서 어린이동화로 널리 읽히게 되었다고 한다. 「걸리버 유람기」는 1909년 근대화의 선구자인 최남선 번역에 기초한 소인국과 대인국 편 1부와 2부에 21세기 소설가인 김연수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부와 4부를 더했다. 한마디로 100여 년을 뛰어넘는 두 작가의 콜라보 작품이라 할 수 있는데 1부와 2부에서는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어투로 최남선의 번역을 최대한 충실히 따른 것으로 보이며 3부와 4부에서는 홍길동이 나오는가 하면 미래 AI 시대를 짐작할만한 내용이 들어 있는 등 김연수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책표지와 함께 책 중간 중간 만날 수 있는 강혜숙의 그림은 이야기가 단순히 성인 대상이 아닌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 할 수 있다. ![]() 1부 '알사람 나라 구경(소인국 표착 관광록)'과 2부 '왕사람 나라 구경(거인국 표착 관광록)'은 왠만한 독자들이라면 줄거리는 대략적이라도 알고 있어서 굳이 리뷰에 언급을 안 하지만 100여 년 전 최남선이 번역을 할 때 원작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인 정서에 맞게 풀어 쓴 것을 문장과 어투에서 느낄 수 있다. 서울에서는 황제께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시다가 "어어 사람산님! 잘 오셨소, 어서 이리 오시오" 하시면서 거듭거듭 아첨을 늘어놓으며 리리푸우트 나라에 있을 때보다 훨씬 대접을 두텁게 하기에 걸리버도 몸이 대단히 편해 그대로 이 나라의 외무대신이 되었도. -36쪽 김연수가 원작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3, 4부는 나역시 처음 만나게 된 이야기인데 3부 '날사람 나라 구경(라퓨타 표착 관광록)'에서 과거의 인물들을 유령으로 부르는 장면이나 죽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3부 말미에 만나는 홍길동의 등장은 100여 년을 뛰어넘는 두 작가의 만남과 더불어 세계고전문학과 우리고전문학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문학의 확장성과 영속성을 느끼게 되었다. 지성있는 말들이 추악한 인간 종족 야후를 지배하는 곳을 그린 4부 '말사람 나라 구경(후이늠 표착 관광록)'이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부정적인 언어가 없는 후이늠의 세계에서 걸리버가 자신이 살던 나라에 대한 설명은 불가능했다. 부정적인 언어인 '아닌 것'을 붙이지 않고서는 권력, 정부, 법, 처벌, 차별을 설명할 수 없었고 그런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후이늠 세계를 보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인종차별, 기후위기, 유가폭등, 전세사기 등이 판치는 세상을 사는 현재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왜 김연수작가가 걸리버가 죽을 위기에서 홍길동을 등장시켜 구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걸리버 유람기」는 164쪽의 짧은 분량에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창작한 최남선의 번역과 기존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연수 작가의 콜라보로 인해 원작소설의 묘미는 느낄 수 없지만 이번 독서를 통해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 맞춰 기획 출간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린시절 읽었던 소인국, 대인국 여행기 외에 라퓨타와 후이늠 여행기가 궁금하신 독자나 100여 년을 뛰어넘은 최남선, 김연수의 공동 작업이 궁금한 독자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걸리버 유람기 #조너선 스위프트 #김연수 #최남선 #강혜숙 #대한출판문화협회 #서울국제도서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