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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화책은 오래 읽게 된다. 오래 보고 있게 된다는 게 더 적절하겠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하자마자 나는 마음먹었다. 한 장면은 꼭 따라 그려 보리라. 그리고 짚다가 짚다가 마침내 마지막에 이르러 붙잡았다. 모두들 떠나고 난 뒤의 집 앞 풍경. 쓸쓸한데도 아늑한 느낌. 날이 좀 쌀랑하더라도 오래 서 있고 싶어지는 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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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가족을 위해 직접 만들고 가꾸었다는 집이다. 세 남매를 키우면서 온갖 추억까지 담아 남긴 집. 아버지들이라는 사람들이 흔히 이런 소망을 갖고 있다는 말을 종종 듣고는 했는데 우리나라 아버지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스페인의 아버지도, 스페인 사람들의 삶도 우리와 다른 게 없어 보인다.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시고 혼자 살던 아버지는 집을 남기시고 돌아가셨다. 따로 살던 세 자식은 아버지가 남겨 놓은 집을 팔기 위해, 팔기 전에 손을 좀 봐 두고자 하는 목적으로 다시 이 집에 모인다. 그리고는 아버지에 대, 집에 대해, 가족에 대해 투닥거리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추억을 불러 잠깐 젖기도 한다. 이래서야 이 집을 팔 수 있게 될까? 의문을 남긴 채로 책은 끝난다. 독자로서는 세 남매 중 한 사람이라도 이 집에서 다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지금의 우리집을 생각했다. 아직도 완성이 안 된 것마냥 끝없이 공사 중인 우리집. 주택이라는 게, 마당이 있는 집이라는 게 원래 완성형이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이쪽 고치고 나면 저쪽이 어수선해 보여 손을 보고, 다시 그 일을 마치면 잘 되던 어떤 부분이 망가져서 수리를 요구하고. 이 과정을 즐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매번 짜증을 내게 되면 주택에서는 못 살 것이다. 그러려니, 또 손을 봐 달라는 것이겠거니, 이것이 집과의 대화이자 상호작용이겠거니, 기꺼이 응해 주어야지, 이런 마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이 좋아서, 이 책을 알게 해 준 이웃님이 고마워서, 우리집이 좋아서, 나는 또 오늘이 행복하다. 바깥의 어지러운 기운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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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작가의 '주름'이라는 작품이 보고 싶었는데, 절판이라 이 책이라도 보고 싶었다. 물론, 책 값이 조금 비싼 편이라 망설이기는 했지만..소장하던지, 나중에 누굴 준다고 하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읽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냥 저냥...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용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3남매가 그 집을 찾아가 집을 고치며 이런 저런 기억들을 소환해 내는...다소 예측 가능한 따뜻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야기 자체는 새로울 것도 놀라울 것도 없지만, 이런 내용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면 읽어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이 채 되지도 않았지만, 물려 받은 집이 없어서 그런지...읽는 내내, 부러운 생각이 전혀 없진 않았다. 그리고, 우리 나라 실정에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가꾸고,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대부분 아파트에서 살고, 대부분 집 수리를 업체에 맡기는 우리 나라 여건상), 살짝 딴 나라의 이야기라는 것이 새삼 와 닿았다. 그러거나 말거나...그냥 보는 것 자체로 마음이 따뜻해 지기는 했지만. 한 때 파트릭 모디아노의 글을 많이 좋아했었는데, 장소나 아주 작은 편린의 기억들에 대한 대책없는 우울감이 나를 사로 잡았다. 마찬가지로, 어떤 기억이 담겨 있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는 좋았다. 물론, 우울한 스토리는 아니고. 그런데 참 요상한 것이 파트릭 모디아노는 프랑스 작가이고, 이 애니메이션은 스페인 작가인데, 묘하게...어떤 선이 닿아있는 것 같아 조금놀라웠다. 지리적으로 가까워서 그런지, 아니면 유럽의 대표 국가들이라서 그런지 뭐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래도 단독 주택이 하나 있으면 놀거리가 풍부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당, 정원, 테라스, 텃밭... 하지만, 책은 책이고...돈은 돈이지. 현실은 현실이고. 내 기억인마냥..대리 만족하는 정도로 마음에 담는다. 아마, 작가의 의도는 아니였겠으나...나의 다음 타겟은 단독주택이 될 것 같다. 덧붙임. 스페인 작가의 작품을 불문학을 전공한 사람이 번역하다니 그 사연이 궁금하다. 뭐 문학적으로 심오한 문장들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의 번역을 거쳤다고 생각하면...살짝 신뢰성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