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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여인의 키스 상념에 잠긴 랴보비치에게 불연듯 다가오는 여인의 목소리와 함께 경험한 키스라는 사건. 끊임없이 떠오르는 상상과 희열 그리고 호기심과 설램. 인생은 어쩌면 의도하지 않게 경험한 어떤 사건이 인생의 가장 큰 물줄기가 되는 드라마가 아닌가 한다. 영화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인상깊게 남았던 대사, 인생의 진정한 감독은 우연이다라는 말처럼 말이다. 어떤 한 순간의 강렬한 황홀함은 삶 전체를 지배하는 환타지의 세계의 영원히 도달할 수없는 상징처럼 작용할것이다. 근데 단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랴보비치가 선택한 행동. “그리고 자신의 운명에 맞서 도발하듯 장군의 집에 가지 않았다” 이 선택이 체홉의 절묘한 마지막 문장이긴 하지만. 우리가 실제로 운명에 맞서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있는 존재이던가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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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는 내 최애작가라서 십대시절부터 이미 대부분의 작품을 여러번 읽었지만 또다시 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쉬크하고 매혹적인 표지 때문이었다. 검은 바탕에 창처럼 자리한 사진 속의 고혹적인 여인이 도도하면서도 유혹적인 눈길을 보내오니 절로 손이 가서 집어들게 만든다. 세련미의 극치라고나 할까. 또한 매끈한 상아색 속지들은 책장을 넘기며 읽는 맛을 주며 종이책만의 매력을 듬뿍 풍긴다. 노안이 온 뒤로 전자책에 가까스로 적응해서 읽다가 종이책을 손에 잡으면 책의 현존하는 물성에 새삼 반하게 된다. ** 체호프는 두려워. 그의 대사를 입에 올리면 나 자신이 끌려나와. -책 머리에- ** 표제작 '낯선 여인의 키스'는 숙맥같은, 아마도 평생 연애할 일은 없었을 주인공의 뜻밖의 경험과 그로 인해 생겨나는 심리를 묘사한다, 그 한순간의 해프닝이 이 순진한 남자를 놀래키고 온갖 상상을 자아내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안쓰럽다. 젊은 날의 덧없으나 아름답고 행복했던 한 때의 추억을 기막히게 그려낸 '농담'을 다시 읽으면서 문득 이 작품이 참 기막히게 빼어나다고 느꼈다. 아주 잘 뽑힌 조형물을 보는 기분이다. '귀여운 여인'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혀서 대부분의 체호프 작품집엔 빠지지 않고 실리는 소설이다. 자기 주관이라고는 없는 올렌까를 나는 참 싫어했지만 지천명을 넘기면서 남자들 눈에는 귀여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60대가 된 지금은 연민을 느끼고 심지어 어쩌면 조금 귀여운 것도 같다. 살아 보니 그녀를 한심하게 여겼던 젊은 날의 내가 얼마나 기고만장했는지 알아지더라. 그처럼 한결같이 선량하게만 살기도 무척 어려운 것이 인생인지라. 파국으로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두 중편 '검은 수사'와 '6호실'. '검은 수사'는 영민했던 한 남자의 영육이 무너져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놀랍도록 정밀하게 그려냈다. 어쩌면 누구에게나 정신을 미혹시키는 '검은 수사'가 있고 생을 잘 살아내는 관건은 이 환영을 분별해내는 능력인지도 모른다. 명작으로 꼽히는 '6호실'은 정상인이 정신병자로 오인되어 자신이 일하던 병원의 정신병동에 갇히는 얘기다. 열악한 정신병동은 당시 러시아의 상황을, 주인공은 좌절하는 지식인을 비유하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광인들 사이에선 정상인이 광인 취급을 받는 법이다. *** 체호프는 인간의 못남, 찌질함을 통렬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기에 읽으면서 뜨끔하면서 탄성을 지르게 만든다. 나에게도 찌질한 구석들이 있기에 미워할 수만은 없는 인물들의 면면을 거듭 읽다 보면 희미한 페이소스에 젖어들며 서글픈 웃음을 띠게 된다. 나 역시 지극히 평범, 아니 어쩌면 평범 이하의 인간이기에. 나의 못남을 위로해 주는 따스함에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한순간의 미묘한 심리를 얄미우리만치 적확하게 포착하여 그려내는 시선의 무심함이 도리어 고마운 이유다. 드러내어 보여줄 뿐 판단하지도, 추궁하지도 않는다.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엔 뺄 것도 더할 것도 없이 고갱이만 보여주는 간명함이 있어서 높은 완성도에 감탄하게 된다. 몇번씩 읽었던 소설들이지만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읽을 때마다 새롭다. 나른하고 끈적한 장마철, 신선한 만족을 주는 독서경험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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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과 군인들이 저녁만찬을 즐기고 있습니다. 금발머리 아가씨가 어떤 신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의 이야기는 진짜 눈물나게 재미가 없죠.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정말요?”라고 묻는 장면. 마치 대화중 영혼없이 “아,진짜요.”를 반복재생하는 우리모습과 아주 비슷합니다. 어쨌든 랴보비치는 저택을 돌아다니다가 어떤 여인에게 기습뽀뽀를 당했습니다. 너무 순식간의 일이라 그녀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연회장에 다시 돌아간 그는 여인을 열심히 찾지마는, 원래 인생은 희망과 실망의 연속이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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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듯 낯선 분위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시킨다. 사건보다 인물의 감정 변화에 더 집중하게 되는 소설. 단순한 로맨스나 스릴러로 분류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있다. 읽고 나면 한동안 여운이 남는 그런 이야기. 잔잔하지만 강하게 밀려오는 몰입감이 인상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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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호프의 단편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거창한 무언가를 말하는 것 보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규칙한 삶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우리 인생에서 해피엔딩은 많지 않다. 똑같이 녹색광선에서 출판한 낯선 여인의 키스에 수록된 단편들도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랑을 이야기 할 때는 향기롭고 감각적이며 아름답지만 마지막 맛은 씁쓸함이 남는다. 하지만 이런 씁쓸함 때문에 더욱 가슴에 잔향이 남는 느낌이다. |
| 체호프 체호프 하니까 읽어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출간돼서 읽었다. 확실히 단편 하나하나에 인간상과 감정을 묘사하는게 탁월했고 재미있었다. 표제작인 낯선 여인의 키스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결국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