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전영록 씨의 노래 중 "사랑은 연필로 쓰세요"라는 노래가 있다. 너무 진한 잉크로 쓰면 지우기가 어려우니 지울 수 있는 연필로 써야 잘못 쓴 사랑을 지울 수 있다는 노래는 한참 인기를 끌었다. 이 노래는 아직까지 많은 이들이 부르는 노래이다. 하지만 가사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볼펜도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수정액에서 수정 테이프. 그리고 이제는 볼펜용 지우개가 나와서 우리는 얼마든지 볼펜으로도 썼다 지울 수 있기 떄문이다. 지울 수 없는 건 또 뭐가 있을까? '책' 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작가는 책이라는 물성으로 출력되기 전까지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종이로 출력되어 형태를 갖추며 출간되는 순간 책은 고칠 수 없다. 그래서 작가와 편집자들은 출력하기 전 퇴고와 교정에 엄청 많은 시간을 소요한다. (비록 비용이 많이 들지만) 책은 잘못된 내용을 고쳐 다시 인쇄하면 고칠 수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고칠 수 있는 것들로 형태를 변화해왔다. 하지만 기술의 엄청난 발전에도 고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우리의 '과거'이다. 만화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타임머신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상 우리는 '과거'를 고칠 수 없다. 엎지른 물을 다시 담을 수 없듯이 이미 일어난 일을 고칠 수는 없다. 하지만 수정 테이프처럼 인생의 과거를 없애는 건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겐 인생을 '리폼'할 수는 있지 않을까? 바버라 데이비스의 소설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는 바로 그 인생 '리폼'의 예가 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주인공 애슐린 그리어의 직업부터 알아야 한다. 훼손된 책을 복원해서 장정하는 고서점 주인인 애슐린. 그녀의 과거는 지우고 싶은 상처로 가득하다. 암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치료를 거부하며 죽음을 택한 어머니, 자신의 생일날 자살로 트라우마를 남긴 아버지, 자신의 과거를 가지고 가스라이팅하며 괴롭힌 전 남편 다니엘.. 애슐린은 자신의 과거가 주홍글씨처럼 새겨져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불행했던 어린 시절 자신을 친자식처럼 돌봐 준 프랭크 아저씨 부부의 사랑이었다. 자신의 전재산을 모두 남겨 준 아저씨의 사랑으로 책 복원일을 하는 애슐린은 지금의 삶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애슐리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사이코 메트리' 영화 속 포스터의 문구 '만지면 놈이 보인다'의 문구처럼 책을 만지면 읽거나 쓴 사람의 메아리가 들린다. 그 사람이 어떤 심정인지 들리는 것. 어느 책은 행복의 메아리가 울리고 어느 책은 처절한 아우성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책이 누군가의 손에 읽히는 순간 그 책은 읽는 이의 세계에 스며드며 내는 여러 메아리들을 듣는 능력. 그 메아리들을 들으며 애슐리는 한 권의 책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존재했는가를 짐작하며 상상해 나간다. 이 특별하지만 남들에게 말 못하는 능력을 가진 애슐리는 두 권의 낯선 책을 발견하며 이 소설은 시작된다. <후회하는 벨> vs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 194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쓰여진 두 권의 책. 하지만 두 권의 책은 같은 이야기면서 서로를 지독히 사랑하며 원망하며 쓴 두 사람의 깊은 비탄 섞인 목소리가 애슐린을 사로 잡는다. 분명 이 책 속에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애슐리는 책의 기증자 이선 힐라드를 찾아가며 두 책의 스토리를 조사해간다. 두 권의 책을 읽는 애슐리와 이선의 이야기. 그리고 책 속의 주인공 '헤미'와 '벨' 의 이야기가 동시에 전개되는 액자 소설인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는 '책'을 '삶'으로 소개한다. 독자가 없는 책은 백지나 비슷하지만 누군가에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방치된 삶도 또는 사랑받는 존재가 되듯 우리의 삶도 누군가에게 의미를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책장 속에 처박힌 방치된 백지 상태가 될 수도 있고 또는 보살핌을 받고 사랑을 받으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당연히 함부로 대하면 책이 훼손되듯이 애슐린의 과거처럼 함부로 대해지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 ![]() 책은 영원한 백지 상태일 수 없다. 책의 목적은 누군가에게 읽혀져야 하고 또 삶의 일부가 되어야 목적을 달성한다. 삶 또한 마찬자기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없다면 우리는 상처받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다. 설령 상처받고 훼손되었을지언정 관계를 영원히 피할 수는 없다. 개개인의 삶 또한 읽혀져야 하고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소설은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책에 또는 물건에 어떤 메아리를 남겼는가?" 책뿐만 아닌 모든 물건 속에 담겨 있는 메아리들을 상상하게 된다. 이 물건이 내게 들어오기까지의 이야기, 감정.. 어떤 물건들은 볼 때마다 씁쓸한 물건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물건들은 볼 때마다 행복해지는 물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한 발 더 나아가 묻는다. "만약 그 물건 속에 또는 인생 속에 기억하기 싫은 메아리들을 그대로 방치할 것인가?" 애슐린은 불행했던 과거를 복원가능한 책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 앞에 다가왔던 상처들을 감당해나가며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그녀의 직업이 책 리폼 복원가라는 감동은 마지막 후반부에 강력하게 다가온다. \ 볼펜으로 쓴 사랑은 지울 수 없다는 노래 가사처럼 우리의 과거는 지울 수 없는 것인가? 그 질문에 저자는 애슐린의 직업으로 대답을 하니 말이다. ![]()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이야기가 흐르는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책을 인생과 비유해가며 지나간 인생은 고칠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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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수집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 꽤 많은 책의 소유자가 되었다. 모든 수집가들이 그렇듯 어떤 책에는 다른 사람에게 밝히기 까다로운 (나만의) 서사가 깃들어 있기도 하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대부분의 책을 이제 서서히 집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지만, 어떤 책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머물 책과 떠날 책을 선별할 생각을 하니 벌써 머리가 아프다. “그것은 절대음감이나 향수 장인의 후각처럼 그녀가 가진 재능이었다. 어떤 물건, 정확히 말하면 책에 달라붙어 있는 메아리들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다. 그 재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이 열두 살 때 시작되었다는 점만 알고 있었다.” (pp.14~155)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의 첫 번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애슐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어떤 책을 만질 경우 그 책과 연관된 사람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는 능력인데, 일종의 사이코매트리 라고 부를만 하다. 부모의 다툼을 피해간 오래돈 책을 다루는 서점에서 그 능력을 알게 되었는데, 서점의 주인 프랭크 앳워터는 어린 애슐린에게 아래와 같이 말해주었다. “책은 사람과 같단다, 애슐린. 주위의 공기 중에 떠다니는 건 다 흡수하지. 연기, 기름, 곰팡이 홀씨. 그러니 감정이라고 흡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니? 감정도 다른 모든 것처럼 실제로 존재하잖아. 책보다 더 개인적인 사물은 없단다. 특히 누군가의 삶에 중요한 일부가 된 책이라면 더 그렇지.” (p.17) 그리고 애슐린은 우여곡절 끝에 프랭커 앳어터의 뒤를 이어 책의 공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야기‘의 주인이 되었고 오래된 책의 복원 작업을 한다. 판권지가 존재하지 않는 두 권의 책 〈후회하는 벨〉과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이 애슐린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 것은 우연일 수 있겠지만, 애슐린이 그 책들에서 강렬한 감정을 느끼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운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게 그렇진 않아요. 메아리는 말이 아니라 아주 작은 진동들을 통해 전해지는 감정이자 느낌이에요. 하지만 내가 책을 만졌을 때만 그런 일이 일어나죠. 책 주인이 그걸 읽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느낄 수 있어요. 혹은 이번 경우엔 저자들이 그 책을 쓰고 있을 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었죠. 그래서 헤미와 벨에게 책에 나오지 않은 뭔가가 더 있다고 확신하는 거예요. 그 책들을 만졌을 때 느꼈거든요. 둘 다 똑같이 배신감과 싱실감을 품고 있었어요. 그리고 둘 다 서로에게 배신당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도 똑같고.” (p.412) 애슐린은 자신의 능력을 받아들였고 오래된 책의 공간에 머물러왔다. 그리고 이제 두 권의 책 〈후회하는 벨〉과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의 주인공 혹은 저자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나선다 그렇게 두권의 책에 등장하는 헤미와 벨이 실존하는 인물임을 밝히는 여정 중에 벨과 핏줄로 엮인 이선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이 인연은 또 다른 운명의 시작이 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많은 의문이 생겼다. 헤미는 벨을 아주 깊게 그리고 절망적으로 사랑하고 있었고, 벨도 같은 마음이었다고 애슐린은 확신했다. 그런데 둘은 어쩌다 그렇게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면서 헤어지게 됐을까?” (p.171) 두 권의 책, 〈후회하는 벨〉에 나오는 ‘어떻게, 벨? 그 모든 일을 겪고서······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 있어?’라는 문장 그리고 거기에 대응하는 것 같은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에 나오는 ‘어떻게??? 그 모든 일을 겪은 후에······ 당신이 내게 그걸 물을 수 있어?’라는 문장은 애슐린을 옥죄었다. 그것은 애슐린이 풀어야 하는, 여태 풀리지 않고 있는 매듭과도 같았고, 1940년대와 1980년대를 오가는 추리와 로맨스의 여정 끝에 적절하게 풀렸다. 다행스럽다. 바바라 데이비스 Barbara Davis / 박산호 역 /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The Echo of Old Books) / 퍼블리온 / 607쪽 / 2024 (2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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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두 권의 책으로부터 시작된다. 책은 대리석 무늬가 있는 파란색 표지에는 모로코가죽이 씌어 있었다. 금박의 돋을새김으로 <후회하는 벨>이라는 제목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똑같은 표지와 금박 돋을새김으로 새겨진 또 다른 책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 두 권은 짝을 이루고 있었고 저자도, 출판사도, 판권 면도 없는 미스터리한 책이었다.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는 두 권의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두 권의 책, 두 개의 시대, 두 개의 장르, 두 개의 이야기, 오래된 책과 서점, 사이코메트리 등이 키워드이다. 소설 썰 책의 저자 책은 아마존 베스트셀러 작가인 바버라 데이비스 작가의 신간이다. 작가는 아마존 베스트셀러 차트에 『해피 엔딩을 지키는 자』와 『달 소녀들의 최후』를 포함해 8권의 소설을 올렸으며 탄탄한 서사, 정교한 구성, 섬세한 심리묘사로 유명한 서사 로맨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두 권의 책, 두 개의 시대, 두 개의 장르, 두 개의 이야기 소설은 <후회하는 벨>과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이라는 두 권의 책으로 시작된다. <후회하는 벨>은 헤미가 쓴 책이고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은 벨이 쓴 책이다. 소설 초반 부에는 연인이었던 두 사람이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원망하면서 쓴 글이라 생각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원망만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 그림이나 사진을 액자에 끼우듯 책 안에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는 것을 액자식 구성이라 한다.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내부 이야기가 벨과 헤미의 이야기이고, 외부 이야기가 두 권의 책에 대한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후회하는 벨>과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은 1941년 뉴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상류층 여인 벨과 기자인 헤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었다. 40년 뒤인 1984년 뉴햄프셔에서 두 권의 책을 우연히 발견한 애슐린과 이선이 책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풀어가게 된다. 그래서 벨과 헤미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와 벨과 헤미를 둘러싼 비밀을 풀어가는 애슐린과 이선의 문학 미스터리 장르가 합쳐져서 두 개의 장르가 된다. 화자 책은 4명의 화자가 나온다. <후회하는 벨>은 헤미의 입장에서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해서 쓴 책으로 페이지 하단에 ‘◆’ 표시가 되어 있고,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은 벨의 입장에서 썼으며 페이지 하단에 ‘●’ 표시가 되어 있다. 그리고 1984년의 애슐리와 마리안의 이야기가 있었고 페이지 하단에는 아무런 표시가 되어 있지 않다. 사이코메트리 84년의 주인공 애슐린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사이코메트리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사이코메트리와 오래된 책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애슐린이 책을 손대는 순간, 책의 장면이 영화처럼 선명하게 펼쳐지면서 주인공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정도로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소설은 다른 차원에서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을 바라보았다. 애슐리가 가진 사이코메트리의 능력은 우리가 책을 읽게 되면 책이 감정을 흡수하고 애슐린은 독자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었다. 책을 쓰는 작가, 스토리 등 책 자체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했지 한 번도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와, 생각의 전환이다. 애슐린은 그러한 감정을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라 불렀고, 오래된 책들의 치유자를 자청했다. 책이 가진 감정에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슬픔, 분노, 좌절, 우울 등 부정적인 감정도 있고 행복, 사랑, 감동, 고마움, 따스함 등 긍정적인 감정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여러 명이라면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상태일 것이다. 아주 사연이 많은 책은 바닥에 깔린 감정 베이스 노트, 중간 노트, 상층에 있는 탑 노트처럼 감정이 층을 이루고 있다. 애슐린이 처음 <후회하는 벨> 책을 만졌을 때 책은 너무나 조용했다. 침묵 그 자체였다.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오랜 세월 곪은 적의와 억누른 고통이 불타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강렬한 섬락 현상을 느끼면서 울음이 터져 나왔고 폐허가 된 심장을 느꼈다. 책의 탑 노트는 쓰라림, 중간 노트는 배신감, 베이스 노트는 슬픔이었다. 그 책의 메아리는 남성적이었다.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 역시 책은 침묵 그 자체였으나 페이지를 넘겼을 때 바늘을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었고 서늘, 오싹했다. 책의 탑 노트는 비난, 중간 노트 배신, 베이스 노트는 비탄이었다. 그 책의 메아리는 여성적이었다. 벨과 헤미,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절망적인 메아리가 남게 되었을까.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줄거리 1984년 뉴햄프셔. ‘일어나지 않을 이야기’라는 오래된 서점을 운영하는 애슐린은 케빈이 운영하는 골동품 가게에서 오래된 책을 발견한다. <후회하는 벨>이라는 책은 저자, 출판, 판권 면도 없는 책이었다. 하지만 책이 주는 메아리는 너무 강렬해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책을 읽는 동안 애슐린은 책에 나오는 사람이 실존 인물일 거라는 추정을 시작했다. 책에 나오는 벨, 헤미, 골디, 테디, 씨씨 등은 별명으로 실존 인물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별로 없었다. 애슐리가 <후회하는 벨>을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다른 한 권이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후회하는 벨>과 <영원히, 그리고 다른 거짓말들>은 하나의 사건, 벨과 헤미의 사랑에 대해 적고 있었다. 애슐린은 책들을 골동품 가게에 맡긴 남자를 찾아서 연락을 했다. 이선이라는 남자는 책은 아버지의 유품일 뿐 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선은 애슐린을 찾아와 책 속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 벨이 자신의 이모할머니 마리안 매닝일 것 같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이후 두 사람은 책을 읽어가면서 책을 둘러싼 비밀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1941년 뉴욕의 여름 언론사에 기자로 일하는 헤미는 상류층 파티에 참석을 하게 된다. 파티는 성공한 사업가인 두 가문의 약혼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그곳에서 파티의 주인공이자 테디의 약혼녀인 벨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벨은 검은색 머리에 호박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사실 헤미가 그 파티에 참석하게 된 것은 순수하지 않은 목적 때문이었다. 벨의 아버지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한 기사를 적고 있었는데 그 가문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헤미는 벨을 미녀라는 의미로 벨이라 불렀고 작가를 꿈꾸던 헤미는 헤밍웨이를 줄여서 헤미라 불렀다. 1941년, 벨과 헤미가 만난 여름은 이미 2차 세계대전 중이었고 미국 정계는 당시 참전을 놓고 팽팽한 대립을 이루고 있었다. 벨의 아버지가 하는 주류 사업은 비리로 얼룩져 있었고 아버지는 미국의 참전을 반대하고 유대인을 혐오하는 친 나치적인 인물이었다. 벨과 헤미는 또 한 번의 식사 자리, 사적인 만남을 통해서 사랑하는 사이게 되었다. 벨에게는 테디라는 약혼자가 있었고 헤미는 벨을 이용해서 아버지에 대한 기사를 적어야 했던 두 사람은 정해진 끝을 향해서 가고 있었다. ‘어떻게, 벨? 그 모든 것을 겪고서 …… 어떻게 당신이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 모든 일을 겪은 후에 …… 당신이 내게 그걸 물을 수 있어?’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 좋은 글귀 <벨과 헤미의 사랑>
<책 관련 좋은 글귀>
<오래된 책들의 메아리>의 매력 1. 탄탄한 이야기 구조 책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책 속의 다른 이야기를 가진 액자식 구성에 이야기는 다른 시대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시대와 화자가 번갈아 가면서 나오기 때문에 정신이 없게 느껴질 수 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지 않다면 오히려 혼잡만 야기할 수 있다. 그런 우려를 책은 말끔히 날려버렸다. 촘촘한 그물망처럼 얽힌 구조가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600 페이지를 읽게 했고 엄청난 몰입감이 와닿았다. 탄탄한 서사, 정교한 구성, 섬세한 심리묘사로 서사 로맨스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바버라 데이비스 작가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2. 벨과 헤미의 사랑 가난한 남자와 부자 상속녀와의 운명적인 만남은 영화 <위대한 유산>, <위대한 개츠비>를 떠올리게 한다. 상류층의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 헤미는 진녹색 드레스를 입고 호박색의 눈이 매력적인 벨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집안에서 억눌리게 지내던 벨은 자유를 갈망했고 작가를 꿈꾼다는 헤미를 만나는 순간 이끌림을 느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매료되어 짧지만 강렬한 사랑을 나누게 된다. 헤미는 벨을 속여야 하는 비밀이 있었고 벨에게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한 만남은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게 하는 짜릿함을 줬지만 만남이 지속될수록 현실에 지쳐갔다. 헤미에게는 기자로서의 사명과 골디와의 관계가 있었고 벨에게는 딸을 체스판의 말로 생각하는 아버지를 거역하기란 쉽지 않았다. 벨은 파혼할 생각을 했고 헤미는 기사를 포기할 생각을 했지만, 현실은 두 사람의 사랑을 지지하지 않았다. 용기를 내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는 과정에서 좋은 타이밍을 놓쳤고 꼬일 대로 꼬인 상황 속에서 크나큰 오해와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났다. 꿈을 꾼 것을 후회 하지 않아. 다만 너무 성급했던 걸 후회해. -영화 <총총나년> 중에서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헤어진 것은 아니었다. 강렬한 사랑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추억을 쌓아간 사랑의 서사가 없었다. 사랑을 믿고 기다리기보다는 성급했고 오해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이다. 헤어지고 나서 사랑의 크기를 깨닫게 될 때가 있다. 상실을 통해서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된다. 벨과 헤미는 오해 속에서 원망, 절망, 슬픔, 분노, 자책, 그 끝에는 결국 그리움, 사랑이 반복되는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까. 3. 책이 주는 로망스 애슐리는 오래된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을 복원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고서로 가득 찬 서점, 나만의 작업실, 그곳에서 책을 해체하고 오래된 흔적을 제거하고 다시 책을 복원해 내는 일. 오래된 종이의 특유의 냄새, 고즈넉한 분위기. 오롯이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과 한 땀 한 땀 복원해가는 고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 애슐리를 통해서 대리만족하는 느낌이 들었다. 헤미, 이선, 애슐리 등 유독 작가와 관련된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많아서 중간중간 책과 관련된 좋은 글귀가 많이 나온다.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만족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