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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오학준의 주변 | 사실 세상은 주변부에서 만들어진다
"[인문] 오학준의 주변 | 사실 세상은 주변부에서 만들어진다" 내용보기
나는 책을 읽을 땐 목차를 그다지 눈여겨 읽지 않는데 요상하게 이 책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 심상치 않은 '펺집자'란 단어를 보았다. 오탄가? 싶었다가 뒤에 이어진 코멘터리를 보고 편집자가 꽤나 마음 부침이 있었나 보다 했다. 역시 요상한 책이다.몰랐다. 이 요상한 책이 방송 PD의, 그것도 교양국 PD의 생존 분투기였다다는 걸. 그럼에도 그의 분투기에서 내 의지가 덩달아 꿈틀
"[인문] 오학준의 주변 | 사실 세상은 주변부에서 만들어진다" 내용보기

나는 책을 읽을 땐 목차를 그다지 눈여겨 읽지 않는데 요상하게 이 책은 그러질 못했다. 그러다 심상치 않은 '펺집자'란 단어를 보았다. 오탄가? 싶었다가 뒤에 이어진 코멘터리를 보고 편집자가 꽤나 마음 부침이 있었나 보다 했다. 역시 요상한 책이다.


몰랐다. 이 요상한 책이 방송 PD의, 그것도 교양국 PD의 생존 분투기였다다는 걸. 그럼에도 그의 분투기에서 내 의지가 덩달아 꿈틀댈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말한 '밥벌이는 신성하다'라는 선언과 그 신성함을 몰라본 죄로 정수리 벗겨질 정도로 뜨거운 날들에도 오한이 들 정도로 추위에 떨고 있으면서 '매일같이 출근하고, 매일같이 실종되'던 그날이 차라리 좋았다며 곱씹고 있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아흑.


저자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다카하시가 목이 졸릴 때, 자신의 목에도 손자국이 남는 듯했다고 한 문장에서 나 역시 저자처럼 숨이 막혀 얼굴이 벌겋게 달아 오르는 것 같았다.


부당한 대접이나 지시 혹은 모멸감을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 동료들을 보면서도, 그래도 버티는 게 이기는 것이고 상책이라는 세뇌로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침묵했던 시간들이 다카하시의 목을 조이던 손아귀의 힘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했다. 방송국이나 복지관이나, 저널리즘이나 이타심이 사라진 건 별반 다를 게 없다.


그가 다큐에 진심인, 그래서 방송사 면접에서 방송사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들 떠드는 것이이라 말할 때 잘 듣는 것이라고 그렇게 세상에 존재하는 그렇지만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전파해 주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는 그의 말이 단전에서 울컥한 것이 묵직하게 치밀어 올라 목구멍을 틀어막았다. 나는 사회복지는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사회가 정한 계급에서 얼마간 비켜나 있는 장애인들을 대신해 올바른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장애인식개선’이란 그럴 듯한 포장지를 씌워 여기저기 강연 비슷한 교육을 수년 간 다니고 있는데 머리 속에서 거대한 징소리가 울렸다. 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낸다면서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은 적이 있던가 반문하면서 많이 부끄러웠다. 나의 호흡은 짧아도 너무 짧았다.


39쪽, 보여 주고 싶은 마음


'거짓'과 '비진실'의 경계에서 어느 것이 도덕적 의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반론과 그런 일에서 '내게는 합리적인 것들이, 타인에게는 불합리한 것이 될 때' 우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욱신거렸다. 불편한 '진실'은 어디에나 있고, 우린 어떤 질문을 해야 하고 무엇을 택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하고 결심해야 한다.


"인간은 기억의 주체가 아니다. 기억은 인간의 의지와 다짐을 무시하고 불현듯 밀고 들어온다." 118쪽, 팝니다: 타인의 고통, 공감한 적 없음


사람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해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는 '작업'이 갖는 폭력적 딜레마를 이야기 하는 그를 궁금해 하고 있다. 그가 가진 사람에 대한 성정이 부럽고 한편으로는 그러지 못한 나를 부끄러워한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타인에 대한 이해는 ‘자신의 인식과는 별개로 존재하고 그 낯선 ‘다름’을 수용하지 못하는 자신의 편협함을 탓해야 한다’라는 그의 지적은 편견에 휘둘리는 장애에 관련한 인식을 변화시켜 보려는 시도를 해오고 있는 나로서는 오랫동안 가슴에서 맴돌았다.


179쪽, 얼렁뚱땅 역지사지


반가웠다. ‘멸종된’ 줄 알았다던 종족이 여기에도 한 명 있다고 번쩍 손이라도 들고 싶었다. 이제 숨 좀 쉬어 보겠다며 책방 속으로 숨어드는 사람의 냄새가 나는 듯했다. 그 퀴퀴한 종이 냄새에 취하는 게 행복한, 그런 책방에서 안도하는 내 모습이 겹쳐져 한참 가슴이 뻐근했다. 그가 기억하는 책방에 숨어드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도 있길 바랐다. 그렇게 길을 잃은 그에게서 나는 길을 찾으려 애썼다.


223쪽, 방황 PD


그의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대한 고뇌와 딜레마를 공감하면서도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지 않겠냐는 자기 체념적 말을 곱씹으면서 결국 아니다 싶었다. 그도 표현한 ‘콘텐츠의 내용이 어떤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거나, 상대방이 그 말에 상처받는 모습을 즐기’려는 인간들의 존재를 경험해 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악플’보다는 ‘무플’이 낫다는 기조를 아주 오랫동안 유지한다.


“주변부에 있다는 것은 경계와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깥도 안도 아닌 애매한 자리, 하지만 그렇기에 고유한 시선이 깃들 수 있는 자리를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은 경험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대부분 비슷하게 잘나거나 못났고, 특별한 몇몇을 제외하면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삶을 산다. 주변부에 오래 거주하면서도 끝내 중심부로 들어가기 위해 중심의 시선을 체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어쩌면 우리가 오래 머물러야 하는 곳이 우리의 자리라고 받아 들이고, 이곳에서만 보이는 풍경을 정교하게 묘사하는 쪽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272쪽, 그래서 뭘 말하고 싶었냐면…


모든 사람이 중심부가 아닌 주변부에 오래 머무르는 게 인생이라는 그의 말이 얼마간 서글픔을 준다. 최소한 내게는 그랬다. 12년의 사회복지현장에 있으면서 매번 벽에 부딪쳤고 그때마다 내가 여기서 뭘하고 았을까,라고 자문하던 시간이 그의 부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마음에서 위로 받는다. 이 책을 조금 일찍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어쩌면 퇴사보다는 주변부에서 좀 더 버텨보는 삶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서툴렀던 내 선택은 생각보다 심한 정신적 육체적 부침을 만들어 내고 있는데, 또 한편으로는 ‘항상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다가 시한폭탄과도 같은 동맥류를 앓는다는 사실에, 그는 삶의 태도를 바꾼다.’라는 문장에서 그렇다면 이것도 내 인생이지 않겠냐는 공감이 생기기도 한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진심일 리 없다는 것도 알지만 덕분에 방송국 것들의 진심과 태도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가 또 이렇게 재밌어도 되나 싶을 만큼 몰입해서 읽었다. 그러면서 예상이 했다. 아마 올해 한 권을 뽑으라면 이 책이 아니겠냐고. 


여하튼 매일 수면시간이 부족해 온종일 비몽사몽에 허덕였다. 그렇게 ‘파리 올림픽’이 완독을 방해하는 통에 오래 붙잡고 있었음에도 결국 끝을 보고야 말았다. 그만큼 이 책의 어느 한 문장도 마음이 동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리고 그의 감각이 담긴 영상물이 보고 싶다. 또 그리고 그든 펺집자든 조금 더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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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c********u 2024.08.06.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내용보기
이 책은 방송국 PD의 자서전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구미를 돋울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기대처럼 내용도 흥미롭다. 이미 어느 유명 PD의 엄청난 연봉을 엿들은 바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자는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큐멘터리 팀 조연출로 배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방송이란 말하는 곳이 아니라 듣는 곳이라 여겼다. 들어야 그 이야
"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내용보기

이 책은 방송국 PD의 자서전이다. 그런 만큼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구미를 돋울 것이라 기대가 되었다. 기대처럼 내용도 흥미롭다. 이미 어느 유명 PD의 엄청난 연봉을 엿들은 바도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저자는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큐멘터리 팀 조연출로 배치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방송이란 말하는 곳이 아니라 듣는 곳이라 여겼다. 들어야 그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니 다큐멘터리 팀의 합류는 내심 바라던 바였을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그저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넘어선다. 시사성이 가득하고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드러내 보이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신기해하는 것들을 깊이 있게 드러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리얼‘이라는 민낯에서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민낯을 드러내는 프로그램은 사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특별한 대본이 없다는 점에서 제작자 입장에서는 도박일 수 있다. 그 대신 시청자들과 교감할 수 있는 생생함이 있다.


특히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제작자들은 리얼리티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는다고 한다. 다듬을수록 리얼리티는 살아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게 탄생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역동성이 있다.


이 책은 그런 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실체를 가감 없이 민낯을 드러내 보여준다. 아울러 방송국에서의 프로그램 기획, 편성과 함께 다양한 취재 상황과 프로그램 제작 과정의 긴박함과 어려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겨우 기획안이 통과되면 제작비에 매달리고, 그것이 해결되면 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분투가 날카롭게 전개된다. 그러기에 그의 경험담은 방송국 PD를 장래 직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후학들에게는 더 없이 요긴할 것이다. 이 책은 충실한 실무실습 자료가 되고도 남아 보였다.


한편으로 그저 단순 시청자들은 방송 제작이라는 프로그램 이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막연하게나마 유추해볼 수 있는 재미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출연진들의 이야기 속에 담긴 제작진의 의도를 헤아려보는 재미를 곁들일 수 있을 것 같다.


거기에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의 노고를 생각하기도 할 것이다. 언젠가 <극한 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극한 직업으로 방송 카메라맨을 방영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훌륭한 프로그램을 위해 자신을 버린 야인들 같았다.


저자는 때로 사건과 마주하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어디까지를 방송으로 내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토로한다. 사건의 실체는 당사자의 시간과 당사자 지인의 시각과 제 3자의 시각과 기자의 시각이 늘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실체는 없는 셈이다.


오늘날 방송을 서로 자기편으로 유리하게 하려는 정당들의 이전투구가 왜 그리 치열할 수밖에 없는지를 엿보게 해준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이미 진즉에 언론에 얼마나 휘둘릴 수 있는지를 톡톡히 경험한 바 있다.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어려움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그렇게 분투를 해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가차 없이 어둠 속으로 버려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숏폼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에피소드는 웃음 이전에 그들의 노고가 어른거렸다.


취재에서 겪는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저자는 가정폭력, 영재교육에 대한 부모의 욕심, 살인 누명(?)을 쓰고 17년을 복역한 이의 결백에 대한 취재 과정으로 이를 슬며시 드러내고 있어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늘 정당한지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한때 PD 이름을 걸고 하는 불량 식품 고발 프로그램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정의의 사도인 줄 알았다. 그로 인해 많은 사업자들의 파탄이 났고, 인생이 뒤틀렸다.


반면에 기업주와 취업희망자의 면접에서 서로 역할을 바꾸어 진행한 프로그램은 흥미로웠다. 읽는 동안에도 아슬아슬 했지만, 저자는 그 아슬아슬함을 넘어 뭔가 서로의 시선을 읽고 이해하고 조금은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에는 가슴이 편안하고 따뜻했다.


요즈음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도 기세를 올린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가 지금 이 책을 통해 제작 과정을 살피고 있는 것 역시 그런 부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어쨌든 남의 뒤를 몰래 들여다보는 것은 늘 관음증적 재미가 있는 모양이다.


다만 이 책은 몰래가 아니라 대놓고 본다는 것의 차이는 있을 테다. PD는 ’잘 들어야‘ 좋은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왜냐하면 언제나 관찰자의 입장에 있는 PD는 취재원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내고 있다. 교양 프로그램은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진다. 프로그램은 온통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국은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재미와 교양 사이에서 길을 잃고 만다.


그러나 그것이 저자를 더욱 성숙하게 만들 것임을 안다. 그의 진솔함이 언젠가는 우리 방송사에 새로운 이정표로 작용할 것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방송 제작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꼭 읽어봤으면 싶은 책이다.

h***l 2024.07.21. 신고 공감 1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주변이지만 여전히 그자리에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
"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주변이지만 여전히 그자리에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이유" 내용보기
그 끔찍한 폭력의 결과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것이므로 더욱 잔인한 재현을 원하고, 그 재현 앞에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닌가. 타인의 고통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한국은 적어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100% 느낀 점이다. 아마 책도 그렇게 쓰였을 것이다. 또한 내가 요즘 사는 게 답답한 이유이기도 하며, 책의 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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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끔찍한 폭력의 결과로부터 나는 자유로울 것이므로 더욱 잔인한 재현을 원하고, 그 재현 앞에 눈물을 흘리며 분노를 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아닌가. 타인의 고통이 필요한 것은 아닌가.


한국은 적어도 ‘이렇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100% 느낀 점이다. 아마 책도 그렇게 쓰였을 것이다. 또한 내가 요즘 사는 게 답답한 이유이기도 하며, 책의 뻔한 내용의 흐름에 하루하루 조금씩 읽는 것을 놓아버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나는 또 하나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 책은 방송국 PD가 방송국 현실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에 에피소드를 끼워 넣어 목차별로 정리해서 하나씩 자신의 생각을 꺼내고 성찰한다. 단순히 ‘방송국에서 리얼로 나온다는 것은 사실 리얼이 아닙니다.’라는, 그 정도의 책의 내용이겠으며 솔직히 별것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쉽게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읽는 동안 인상이 계속 찌푸려졌다. 뭔지 알 것도 같은데 무슨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조직을 새롭게 만들고, 조합이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은 변화를 만들어 갔다. 나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방송국에서 일하는 데 힘들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분명 포기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지내는 것 같다. 그럼에도 그는 결국 이루고 싶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처음에는 읽는 내내 ‘내가 무엇 때문에 이 책을 힘들게 읽고 있는가.’라는 의문점에 계속 사로잡혀 있었다. '날씨가 더운 탓에 내가 더위를 먹어서 텍스트 자체를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착각도 했다. 며칠이 지났고 계속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덮고 펼치고 또 덮고 펼치고를 반복한 결과, 나는 또다시 나에게 물었다. ‘이 책을 읽기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그리고 저녁에 날씨가 선선해지고 나서야 답답한 이유를 알았다. 어쩌면... 이 책의 작가와 작가 주변의 상황들이 내가 겪고 있는 상황과 주변 현실과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어찌 되었든 간에 이유 모를 ‘답답함’이지만 또 이것을 ‘극복할’ 것이라는 마음. 이건 분명 그와 똑같은 생각이었다.


인터뷰가 끝나 갈 즈음 선배가 말했다. “자기 의견을 굽히지 않는 전문가는 처음엔 외면을 받아. 하지만 결국 오래 살아남는 전문가는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더라고.”


그는 방송국에서 자신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여기고 있는 중이다. 그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는 이상하고도 복잡한 상황들이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심지어 보조로 참여할 때마다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그는 회피를 하거나 아니면 버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듯 보였다. 그래도 그가 10년 이상을 방송국에서 버텼다는 것에 나는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은 현실 상황에도 도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헷갈리고 있는 순간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버티고 어떤 선택을 한다. 선택했을 때 그 선택을 나중에 후회도 한번 해본다. 하지만 결코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 상황을 그는 그대로 겪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모든 이들과 같이. 주변을 끊임없이 보면서, 멀리서 관망하면서.


우리는 어쨌든 끝냈다, 비록 엉망진창이었을지라도. 방송을 하며 무너질 때마다, 선배가 보낸 문자로 버텼다. 그게 꼭 선배가 의도한 건 아니었을지라도.


그가 했던 생각들은 '어떻게든 방송국에서 직업이나 일이라는 것은 그의 뜻대로 된 적이 거의 없다.'라는 점이다. 그러면서 나도 또한 나에 대해 깊이 생각을 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직장을 옮겨 다녔던가. 하지만 내가 버티고 있는 이유는 뭔가 다른 길이 있겠지 하고 마냥 낙관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니다. 나는 다른 길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다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직업을 또다시 할 것이다. 나의 중심이 무너져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게 이 책이 큰 역할을 한번 해주었다. 어디 도망가지 말라고. 현실을 네가 바라는 것처럼 절대로 흘러가지 않다고. 그것 또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작가가 직접 말해주는 것처럼 들린다. 작가는 자기와 거의 맞지 않은 현실을 경험하면서도 주저앉고 있지는 않음을 계속 우리에게 인지 시켜준다. 글은 연약하기도 하고 부드럽게도 썼는데 글의 느낌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쓸데없는 고집으로 바꿀 수 없는 걸 바꾸겠다고 애쓰고 있었던 건 아닐까. 고민이 깊어지면서 방랑도 길어졌다. 나는 좌표를 잃고 오래 부유했다.


그는 PD이지만 글도 쓰고 싶었나 보다. 누군가가 그에게 글을 쓰라고 권유를 한 것도 있고, 오래전부터 그도 PD의 삶과 그가 가진 삶의 가치관 사이에 연결고리들을 글로 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아주 오랫동안 머뭇거렸던 것처럼 보인다. 훌륭한 생각들을 녹여내야겠다는 포부가 있었지만 실제로는 뚝뚝 끊어진 장면들을 어떻게든 이으려는 안간힘을 쓰다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약속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 약속은 누구와 한 것인가. 바로 자신과 한 약속이다. 불안하고 걱정이 되지만 글을 어떻게든 쓰려고 하는 노력, 잘 쓰는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그가 어쩌면 PD가 자신과 맞지 않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방송국 안에 존재하는 이유이며, 글을 써서 책을 내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조직에 소속되기 어려운 존재, 창작에 욕심이 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을 버거워 하는 인간, 주변부에 있어 애매한 자리에서 중심을 바라보는 역할을 가진 인간.


이곳에도 저곳에도 제대로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오래 경험했다. 조금 더 오래 버티면 그 감각이 사라질까? 스스로 생각을 어떻게 바꿔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그래도 그는 여기서 오랫동안 머물려고 한다. 그러나 결코 가만히 있으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분명 그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바깥쪽에 있고 앞으로 나선 것은 아니지만 주변부에서도 ‘나 여기 있다.’고. 그의 책에 공감을 여러 번 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나 또한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겠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여전히 중심에 있기보다는 뒤에서 학생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나, 앞에서 강의를 퍼포먼스를 하듯이 하는 것보다 앉아서 한 명 한 명 끈기 있게 코칭을 하고 싶은 나.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뒤에서 지켜보고 주인공의 말을 들어주는, 말을 또렷하게 잘하는 주인공보다는 주변인 같은 역할을 고집스럽게 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예전 같았으면 부끄러워했지만 놀랍게도 언제부터인가 이 역할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나는 나에게 말했다. ‘너도 용기를 내었구나.’ 나는 나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 있다. 그처럼 나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내 모습 그대로를 말이다. 아직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m******5 2024.08.0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주변 : 지금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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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방송국 PD가 들려주는 방송국의 이면 정도라고 생각했다. 책은 시작부터 ‘이 책은 실패담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10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유명한 프로그램 하나 없다며, 본인은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교양국 PD로서 10년 동안 겪어온 방송국의 시스템과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낸 날카로운 질문들이 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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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방송국 PD가 들려주는 방송국의 이면 정도라고 생각했다. 책은 시작부터 ‘이 책은 실패담이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10년 동안 방송국에서 일하면서 유명한 프로그램 하나 없다며, 본인은 그저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을 뿐이라고 말한다. 교양국 PD로서 10년 동안 겪어온 방송국의 시스템과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낸 날카로운 질문들이 흥미롭다.


  저자는 교양 방송국 PD로 입사하여, 제작 운영팀을 거쳐 다큐멘터리 조연출, 시사 프로그램 연출까지 했다. 방송가의 다양한 부조리를 침묵으로 버티기도 했지만, 일하며 만났던 사람들의 부고가 쌓이며 우울증에 걸려 휴직원을 냈다.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편성부서로 복직하여 제작부서와 다른 새로운 방송의 이면을 배운다. 이후 뉴 미디어 콘텐츠 부서에서 일하며 매일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누구나 실제 겪어보지 않으면, 어떤 직업의 세세한 이면을 알 수 없다. 내가 온종일 열정으로 쏟아낸 시간이 쌓이면서, 처음엔 희미했던 일들이 선명해지는 과정일 뿐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건 선망의 대상이다. 누구나 TV 속 빛나는 스타와 PD, 작가들이 부러워한다. 밖에서 보면 반짝거리는 보석 같은 느낌이랄까? 시청자들은 하나의 방송을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실제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결정과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지, 프로그램이 어떤 의도를 담고 있는지,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없는지는 속속들이 생각해 보지는 않는다.


  책 속 ‘리얼의 그늘’을 읽으며 생각했다. 요즘은 ‘솔로지옥’, ‘나혼자산다’ 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넘쳐 나고, 그런 프로그램들이 인기도 많다. 그냥 가볍게 '재미'라고만 생각했지, 그런 프로그램들이 실제 왜 인기가 많은 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리얼리티가 다루는 현실은 매끄럽고, 문제도 일시적이며 해결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청자는 문제 해결 과정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이다. 이후 저자는 질문한다.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 혹은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박제 해 둘 권한이, 우리에게 있는가?’ 이는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질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고 우리는 생각한다. ‘저 사람은 이래서 별로고, 저 사람은 행동이 왜 저렇지?’ 등등. 결과적으로 방송으로 다듬어진 현실(리얼리티)를 보며 누군가를 비난할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는 것이다.


  방송을 만든다는 건, ‘밖에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는 말에 가깝다. 방송국의 여건 상 정해진 시간, 예산, 기획자의 의도대로 되지 않기도 하고, 시시각각 생기는 변동까지 힘겨운 여건이 많다. 이런 힘든 여건 속에서도 좋은 영상들을 만들어 내려는 시간이 쌓여, 시청자들에게 일종의 재미만이 아닌 좋은 영상을 보여 주려는 노력.  저자가 하고 싶은 일일 것이다.


  나는 10년 차 직장인으로서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누구나 직장 내에서 인기가 많은 부서 또는 업무를 하고자 한다. 대다수가 서 있는 주변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인 인정받는 삶을 살고자 중심으로 오르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심의 주변부에 머문다.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고, 중심으로 가고자 수없이 도전하는 사람도 있다. 전자든 후자든 정답은 없다. 그런데 문득 책을 읽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주변이라 생각하는 지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나만의 일을 해내고 쌓아가다 보면, 나만의 위성 도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또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그게 또 다른 중심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방송국은 이윤을 내야 하고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하나의 기업이다. 그 속에서 조금은 더 올곧은 길로 가고자 교양국 PD로서 묵묵히 방송의 역사를 쓰고 있는 저자가 존경스럽다. 현 시대는 너무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시대이다. 꼭 방송의 시선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책 '주변' 추천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어클럽리뷰


o*****6 2024.08.05.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3인칭 관찰자의 시선으로 나의 목소리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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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나는 '로코 드라마'를 최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그 다음으로 여행 관련 프로그램,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를 선택한다. 로코 드라마는 하루종일 지친 나의 마음과 뇌를 리프레쉬하기에는 딱이다. 마음에 드는 로코 드라마가 없거나 여행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에는 잔잔한 휴식처럼 다가오는 다큐멘터리를 찾는다. 지금은 종료된 프로그램 중 내가 좋아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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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나는 '로코 드라마'를 최 우선적으로 선택한다. 그 다음으로 여행 관련 프로그램,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를 선택한다. 로코 드라마는 하루종일 지친 나의 마음과 뇌를 리프레쉬하기에는 딱이다. 마음에 드는 로코 드라마가 없거나 여행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에는 잔잔한 휴식처럼 다가오는 다큐멘터리를 찾는다. 지금은 종료된 프로그램 중 내가 좋아했던 [다큐멘터리 3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특정 인물이나 특정 장소에 대한 3일(72시간) 동안의 일상을 기록한 영상이다. 친근함과 익숙함이 담겨있기도 하고, 카메라의 시선에 따라 색다른 감정도 느끼게 하는  휴식같은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종방되었기에 마지막 

이 책의 작가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PD(프로듀서)라기에 검색해 보니, 한동안 애청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의 PD였다. PD도 글을 쓰는구나 싶었는데, 웬걸.. 글이 참 재미있고 멋있다. 딱 내가 쓰고 싶은 스타일(?)의 글이어서 더 끌렸다.
이렇게 솔직 담백하고 약간은 위트가 담긴 글을 쓰고 싶었는데..(물론 편집자의 손을 거쳐서 더 멋지게 변신했겠지만.)

호기심을 잔뜩 가지고 책을 열어 목차를 보았는데, 목차 중 두 가지 제목이 눈에 띄었다. 
'리얼'의 그늘.
'팝니다:타인의 고통, 공감한 적 없음.'

요즘 뜨는 프로그램들 중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리얼'을 타이틀로 한 연애 프로그램이던데 (이걸 나는 '짝짓기 프로그램'라 지칭한다.) 나는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리얼'이 정말 '리얼'일까,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이 정말 '리얼'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그런데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기는 것을 보면 '리얼' 프로그램 시청율이 높아서 이겠지. 다른 사람들의 속내를 제 3자의 시선으로 보고 자신의 속내와 몰래 비교하고픈 마음들이 있어서일까 싶다.

제작자라고 해서 '보통'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게 있을까? 오히려 세상 사람들의 감수성과 비슷할수록(비슷하게 둔감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시청자의 욕망을 정확히 예측하고, 그 욕망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 거리낌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청자와 제작자가 서로 '리얼하다'고 합의하는 세계만이 반복적으로 재현되고 성공한다.  - p.78

부제목 "'팝니다:타인의 고통, 공감한 적 없음.' "에서 작가의 입사 시절의 패기와 열정을 읽었다.
입사 면접 때 한 선배가 물었다. "방송사를 한 마디로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귀'라고 대답했다. 방송사는 잘 말해야 하는 곳이고, 잘 말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고. 마이크가 없는 사람들의 낮은 목소리를 잘 들어야 그들에게 마이크와 스피커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대답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고작 몇 년 사이에 나는 세파에 찌들고 지쳐 기계처럼 문장과 화면을 따오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한, 어른다운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잘 해야 한다고들 한다. 하지만 말하기에 앞서 듣기를 하려는 자세를 갖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 중심이 있기 때문에 듣는 것이 참 힘든 것이라 생각한다.(물론 나도 그렇다.)

작가는 '장승'같은 프로그램의 VCR 연출을 맡아 근처에 집도 몇 없는 시골에 내려가 한 할머니를 만났다. 그리고 사전에 준비한 대로  할머니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지막 날 작가는 할머니와 소담을 나누다가 할머니의 상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저 제작자나 PD의 입장에서 보면 대박 아이템을 잡았겠구나 싶기도 했을 터이다.

할머니는 그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 않았던 말과 표정을 카메라에 남겼다. 나는 이 말들을 실어 올려야 할지 고민했다. 영상을 아름답게 보여 주는 것도 아픔을 나누는 방법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포맷 안에서 어떻게 온전히 아픔을 담아낼 지 알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서울에 올라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송엔 아무런 이야기도 나가지 않았다. - p.115
내가 만약 작가라면 어땠을까. 할머니의 가슴 속 '바다'에 대한 아픔을 카메라에 담아 세상에 널리 알렸을까. 아니면 그저 그렇게 묻어두었을까. 

책의 마지막에 작가는 이렇게 썼다.
그러므로 이것은 사실 필요 없는 문장들 일 수도 있고, 사라질 문장일지도 모른다. 옳아서 혹은 정당해서 쓰는 이야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눈을 돌려 본 경험을 남겨 두었을 뿐이다. 방송사 내부에서 옮겨 다니면서 떠올렸던 생각들을 적었다. 두서없겠지만, 언젠가 누군가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고민을 할 때 한 번은 떠올려 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내 할 바는 다 한 것이다. 그리고 틀리다면, 당신이 옳다. 당신이 말하라.

정말 멋진 코멘트다. 내 생각과 느낌과 하고픈 말을 기록한다는 것, 그리고 세상에 그 기록을 내어 놓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책으로 엮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했다는 것에 물개 박수를 보낸다.

오랫 만에 가슴 저 밑에서 울림이 올라오는 듯한 책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작가가 언급한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를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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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4 2024.08.0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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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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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이 방송과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TV를 즐겨 보아서 방송 PD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책의 작가인 방송 PD는 본인이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냈는데 모두 흥미로운 에피소드 들이었다.모든 일이 그렇듯이 녹록지  않은 경험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일들을 겪으므로써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풀어주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바깥에서 보면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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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업이 방송과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TV를 즐겨 보아서 방송 PD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 
책의 작가인 방송 PD는 본인이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냈는데 모두 흥미로운 에피소드 들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녹록지  않은 경험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 일들을 겪으므로써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풀어주어서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바깥에서 보면 회사는 하나지만, 안에서 보면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부서들의 느슨한 집합이었다."
회사 생활을 짧지 않게 하면서 나도 느꼈던 각자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잘 표현한 문장이다. 작가가 일을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해낸 모습이 나에게 깊은 감명과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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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 2024.08.0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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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학준의 주변, 실패담을 담은 '리얼'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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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패담이다, 잠정적으로는.실패담이라며 시작하는 이 글이 참 좋다. '성공'한 자들이나 책을 쓴다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어쨌거나 나에게 이 글은 진정한 실패담은 아니다.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인간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여러모로 성공적인 이야기로 보인다.PD의 시선에서 콘텐츠가 어떻
"오학준의 주변, 실패담을 담은 '리얼' 에세이" 내용보기
이 글은 실패담이다, 잠정적으로는.

실패담이라며 시작하는 이 글이 참 좋다. '성공'한 자들이나 책을 쓴다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어쨌거나 나에게 이 글은 진정한 실패담은 아니다.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눈에는 인간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여러모로 성공적인 이야기로 보인다.

PD의 시선에서 콘텐츠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제작자들의 치열한 생태계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티비를 볼 줄만 알지, 내가 PD의 삶을 어찌 알겠나.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세계인 줄 알았는데, 계속 읽다 보니 공감 포인트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수요가 많은 것에 자본이 따르고, 자본이 따르지 않으면 실패로 간주된다. 수요는 자극의 정도에서 나온다. 우리가 원하는 '리얼'은 실제 '리얼'이 아니다. 이 글에 다른 직업들을 대입해도 상황은 비슷할 것 같다. 자극적일수록 반응이 몰리고, 반응은 생산자에게 곧 보상이 된다. 하지만 자극만 있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잔인하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기에 자극과 잔잔함이 공존하여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럼 수요가 덜한 잔잔함은 누가 맡고 싶을까?

치열한 방송계에서 잔잔함을 맡은 오학준 PD의 경험과 생각이 모여 한 권의 영감이 되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과 사서 한 고생이 문장들로 세상에 공개된다. 우리 주변엔 알게 모르게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자극과 잔잔함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별생각 없이 집어 든 책인데, 우리 사회와 문화의 현재 상태를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PD 혹은 방송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책이고, 콘텐츠 소비자들에게는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혹은 주류와 동떨어진 내가 가는 이 길이 괜찮을지 확인받고 싶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에세이이기도 하다. 오학준의 주변이라는 제목에 평범하지 않은 편집 디자인도 아주 찰떡인 듯. 모두에게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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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 2024.07.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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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함과 동질감, 그 사이. 혹은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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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라는 나는 전혀 접해본적 없는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그럼에도 직장인이라는 신분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기 충분한 글.그 안의 사람 뿐만 아니라 취재 등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오히려 그 생소함 속의 고민들이 나만 고민하고 심각하게 사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상황에 밀려 어쩔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이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
"생소함과 동질감, 그 사이. 혹은 모두" 내용보기
방송이라는 나는 전혀 접해본적 없는 생소한 분야의 이야기.
그럼에도 직장인이라는 신분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기 충분한 글.

그 안의 사람 뿐만 아니라 취재 등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
오히려 그 생소함 속의 고민들이 나만 고민하고 심각하게 사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상황에 밀려 어쩔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세상이 조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 안타까움.
개인적으로는 짙은 어둠같아 어떻게 꺼내둬야할지 몰랐던 이야기를 작가는 진솔하면서도 가볍게 풀어낸다.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종사하고 있어서일까? 이야기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리드미컬하게 흘러간다.

직장 뿐만 아니라 삶이라는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아닐까?


비록 그 끝이 씁쓸한 퇴장일지라도,
예상하지 못한 비극일지라도,
우리는 계속 뛰는 수밖에 없다고.
발이 느려지고, 팀에 기여하지 못하는 순간에 절망하더라도,
단 한번 찾아올 기회를 노리며 뛰는 수밖에 없다고.


y******0 2024.07.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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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를 읽고
"'오학준의 주변 : 끊임없이 멀어지며 가라앉기' 를 읽고" 내용보기
<방송국 PD는 선망의 자리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평소 방송국 PD란 직업에 관심이 많던 중에 방송사 PD가 쓴 에세이라 하여 내용이 궁금했습니다.왠지 모를 화려한 삶을 살 거 같고, 남보다 좀 이르게 트렌드를 이끌어 갈 거 같고 유식하며 유행에 민감하고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작가이자 PD님은 첫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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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PD는 선망의 자리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평소 방송국 PD란 직업에 관심이 많던 중에 방송사 PD가 쓴 에세이라 하여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왠지 모를 화려한 삶을 살 거 같고, 남보다 좀 이르게 트렌드를 이끌어 갈 거 같고 유식하며 유행에 민감하고 주변에 늘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기대와는 달리...

작가이자 PD님은 첫 글에서 (0.저널리스트는 아닙니다만) 방송사 PD로 10년 넘게 일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데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하였고, 어쨌든 생존기라니 무슨 파란만장한 생존의 과정을 겪어왔는지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사명감??

생각해 보니 방송국은 서바이벌의 각축장같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비단 교양국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뿐이겠나요. 수많은 MC와 진행자들, 그리고 출연자들과 가수, 배우 그리고 작가들까지 밥벌어먹는 모든 사람들의 그러할 것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자들이 얽히고설킨 곳일 것이고 밥벌어 먹는 신성한 곳이 아닙니까.


'1. 가려진 정산서 사이로' 에서 PD가 되는 과정을 쓰셨는데... 그 과정에서 마치 내가 PD 합격한 듯이 기뻤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망했을 그 곳에 합격이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생존기라고 하며 쓴 내용들이 너무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세상엔 쉬운 게 없단 생각도 들었고, 어찌 하는 일마다 순탄할 수 있을까마는요...


방송국 PD라서 방송국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의외로(??)저널리즘이라 그런지 혹은 교양 PD라서 그런지 다양한 생각과 사건들을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또한, 현실적으로 마주 할 수 있어 좋았고요.)


다큐멘터리 = 기록 그리고 기억.

재미 있었습니다. 나 또한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생존기에 생생한 제작기를 듣는 거 같아서 좋았습니다..


PD님이 사용하신 자료들을 보며 방송사 PD가 되기 위해, 혹은 되어서 공부한 흔적들인지 아님 책을 쓰기 위해 공부한 것들인지 모르겠으나, 방송국 PD라서 그런지 인용과 출처에 거부감 없이 잘 활용한 거 같아서. 글들이 양념처럼 맛진, 멋진 인용글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18초’ ... 카메라는 이미 도는데 어떡해요?

이것이 리얼리티... 제작과정, 저에겐 너무 유쾌했습니다. 물론 당사자인 본인은 힘들었겠지만요...

(생생한 제작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12. 방랑 PD’ 초입 부분에서 다룬 생각들이. 문득 SBS ‘이힘찬 PD’ 와 tvN'이한빛 PD' . 그리고 EBS '박환성, 김광일PD' 가 뇌리에 스치고 지나가서 잠시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방송국 PD 제작기 너무 흥미롭게 읽었고, 제가 모르던 방송사 PD에 대해 많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솔직히 거창한 PD인 작가 소개가 없는 거 같아 의아하고, 내용도 궁금하였지만.

프로그램 제작의 진심과 그 여정을 통한 결과까지.

고민의 흔적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출판물 속에 사라질 거 같은, 아마 모른 채 지나갔을지도 모를, 이 책을 읽게 된 걸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리뷰어클럽리뷰#오학준의주변#출판공동체편않#PD에세이
y********2 2024.07.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