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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짧은 소설 모음집 『말하자면 좋은 사람』은 편안하게 읽힌다. 망한 집에서 데려온 강아지가 변을 보지 않고 홀로 자존심을 지키는 이야기 「견디다」를 시작으로 책은 물감이 묻어 나올 것 같은 그림과 함께 술술 넘어간다. 내가 넘기는 걸까, 이야기가 나를 넘기는 걸까. 어떤 책들은 시간이 우리를 감싼다. 아내는 스마트폰 세계에서 어떤 꽃들을 심고 가꾸는지 남편은 궁금하다. 몰래 엿본 화원에서 아내는 현실판과는 다른 호화판 자아를 만들어 놓고 관심을 즐기는 이야기 「비밀의 화원」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나를 흠칫하게 만든다. 현실에서 나는 구질구질하다못해 넝마가 되어 숨 쉬고 아침마다 땀에 젖어 일어나 버스에 오른다. 당당하지도 못하고 의도하지 않은 일들에 휘말려 의기소침하게 지낸다. 스마트폰이 주는 찬란한 세계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아내는 김나나라는 이름으로 자신만의 화원을 가꾼다. 「이미자를 만나러 가다」를 읽으며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유로 잔인함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던 꼬맹이들. 기억은 오류와 변형을 거치면서 꼬맹이들을 어른으로 만들어 놓는다. 가난하고 작고 말이 없고 이름도 우스운 이미자. 그녀는 어떤 어른이 되어 초등학교 동창생으로 이루어진 밴드에서 그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댓글을 달고 관심을 유도하는지 궁금하다. 차가 있어야 하고 집을 사야 하고 결혼을 해야 한다. 타인에게 궁금한 것은 없으면서 자신과 견주어 볼 요량으로 신상 털이식 질문만을 던진다. 나이만 먹었다고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모든 관계를 위아래로 나누는 권력관계로 보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서 정이현의 짧은 소설은 너는 아이여도 괜찮아, 토닥여 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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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새 책이 나왔다. 나오자마자 호기심에 일단 질러봤는데... 이런 대략 난감한 일이.. 책자체도 두껍지 않고 얇은 편인데 거기다 심지어 11편의 단편이라니... 어떻게 리뷰를 쓸까 고민하다가 제일 기억에 남는 한편을 가지고 리뷰를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그 한편이 나에게는 가장 강하게 그리고 강렬하게 다가왔으니까.
나에게도 아니 우리 주변에도 있을지 모를 그 누군가. 바로 비밀의 화원의 주인공이다. 아내는 종일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남편인 내가 있을 때에도, 뭔가를 숨기듯 스마트폰을 응시하고 뭔가를 기록한다. 그런 아내의 행동을 호기심 반, 의심 반으로 주시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인 나는 아내가 페이스 북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디에도 아내의 흔적은 없다. 우연히 아내는 택시에 스마트폰을 놓고 내리고, 남편인 나는 아내가 아닌 남자가 전화를 받자, 택시 기사에게 그 폰을 자신에게 가지고 오라 말한다. 아내 폰의 비밀 번호. 바로 아들의 생일. 그리고 금단의 스마트폰이 열리고 그곳에서 아내가 아닌 여자의 흔적을 발견한다. 내 아내이면서 아내가 아닌 여자가 그곳에 있다. 스스로 꾸며낸 아름답고 멋진 여자.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김나나. 아내의 이름이 아닌 김나나가 주인인 스마트 폰. 하지만 전화기는 분명 아내의 것. 김나나가 올린 유럽 어느 고풍스러운 거리, 쇼윈도 그리고 멋진 레스토랑의 테라스... 아름다운 전형적인 미인에 이십대 중반의 나이. 바로 나의 아내 김 미 경.
나는 페이스 북을 하지 않는다. 우연히 페이스 북에 회원가입을 했다가 주구장창 날아오는 잘 알지도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기함을 한 적이 있다. 하루 정도 오픈해 놓았다가 바로 탈퇴 신청을 해 버린 이유는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내 신상이 알려지는 것도 싫었지만, 나 역시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글들이 내게 주어지는 것도 싫었다. 예전 싸이 월드를 하면서 겉으로 보여 지는 사진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었던 적이 있었다. 사진으로는 너무도 다정한 부부이고, 너무도 부러웠던 부부였는데 6개월이 지나 이혼한 커플도 봤고, 사는 게 힘들었던 친구는 다른 친구의 잘사는 모습에 속병을 앓았던 친구도 있었다. 진짜 모습은 없고 보여 지기 위한 치장만 난무했던 것이 싫어 나는 싸이 월드를 접었었다. 하지만 페이스 북은 그 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물론 장점도 있겠지만...
마흔이 훌쩍 넘은 아내는 가상공간에 자신이 평소 이렇게 꿈꿨던 여성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돈 많고 쿨하고, 능력 있는 여자의 모습. 폰을 분실했어요. 택시에 놓고 내렸나 봐요. (중략) 차 수리 맡기느라 오랜만에 택시를 탔는데 이런 일이 생겨 너무 속상해요. 폰이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는 나의 소중한 추억들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 택시 나빠요. 이럴 때를 대비해서 세컨드 카를 한 대 장만해놔야 할까 봐요. (47) 아름다운 젊은 여성, 멋진 라이프스타일. 이런 삶을 사는 김나나를 칭송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스마트폰 밖의 김미경은 그 댓글에 친절하게 답 글을 달아 준다. 그곳에는... 아내의 모습은 없다. 아내의 모습을 이해하면서도 왠지 아프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신의 모습은 전부 사라져버린 김미경이라는 이름의 정체성...
이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면서도 재미있게 읽었다. 11편의 이야기에는 짧지만 강한 메시지들이 있다. 사람에 따라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다르겠지만 모두 지금의 우리 모습을 생각하게 한다. 세상 너무도 많은 사람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고, 내 생각 같지 않은 사람들. 그 사람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탓할 게 아니라 이 도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다양성의 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이 세상이 편해질까? 짧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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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의 작품을 처음 읽은 건 < 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ㅣ 문학과지성사 ㅣ 2006 >이다. 도시적 삶의 이야기를 작가만의 날렵한 필치로 잘 표현한 작품으로 정이현을 대표하는 소설로 꼽힌다. 그러나 나는 < 달콤한 나의 도시 > 보다는 작가가 "진심을 다해 소설을 썼고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이 전부다" (작가의 글 중에서) 라고 말했던 < 너는 모른다 > 를 더 좋아한다.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을 읽다보면 첫 문장의 시간에 대한 묘사에서 부터 세밀한 표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나 조차도 모르는 나, 그런데, 복잡한 관계로 얽히고 설킨 '너'에 대해서 내가 무엇을 알겠는가. 나는 너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그리고 나는 너에 대해서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바로 이런 이야기를 남겨 주는 소설이 < 너는 모른다 >이다. 추리소설의 구성으로 쓰여진 < 너는 모른다/ 정이현 ㅣ 문학동네 ㅣ 2009 >는 단절된 가족간의 관계를 통해서 오늘날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치밀하게 파헤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 깊은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 너는 모른다 >의 연장선 상에서 읽을만한 작품은 < 안녕, 내 모든 것/ 정이현 ㅣ 창비 ㅣ 2013 >이라고 생각된다.
성장기 3명의 주인공을 통해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그들의 성장통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지만 먼훗날까지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없는 어쩌면 평생 고통으로 점철되는 기억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의 열일곱 살 기억을 더듬어 볼 것이고, 1990년대를 살아 온 독자들이라면 그때의 기억을 되짚어 보게 된다. 정이현의 소설은 바로 이렇게 사회적 문제를 그만의 독특하고 까칠하고 감각적인 시각으로 풀어나간다. 이번에 정이현은 좀더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싶었던 것 같다. 그 작품이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다. ![]() " 본업을 대하는 냉정하고 엄숙한 태도에서 조금은 비켜나 자유로운 형식으로 자유롭게 썼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런 마음으로 쓴 책이 <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도 작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결코 무디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어쩌면 우리의 주변에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어떤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열 한 편 들려준다. 작가만의 날렵한 시각으로 바라본 그 순간의 이야기를. 그런데, 열 한 편의 순간에 대한 이야기는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아주 짧은 이야기이다. 산문을 쓰던 써 내려간 글 같지만, 그 이야기 한 편 한 편은 읽으면서, 읽은 후에 마음이 아려오는 순간도 있고, 먹먹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순간들도 있다. 일상의 어떤 순간들이 과거의 연속이자 결과물이기도 하고, 그 순간은 미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오롯이 혼자인, 혼자가 되어 버린 그 순간의 이야기. 궁금한 마음으로 책 속의 열 한 편의 짧은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낯설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몇 작품을 소개하면, 첫 번째 이야기인 '견디다'는 대학 졸업식을 앞둔 여대생, 그녀에게 당면한 문제는 취직, 그러나 쉽지 않은 취업의 문턱. 가까스로 취직한 ○○교육은 교재를 팔기 위한 사기성 취직임을 깨닫게 되는데.... 집안 사정도 그녀의 사정과 그리 다르지 않아, 어느날 아버지는 2천만원이란 돈 대신 늙은 개 한 마리를 데려온다. 빚쟁이들이 지나간 그 집에 남은 것은 늙은 개 한 마리 뿐이었기에. 그런데 늙은 개는 일주일이 되도록 변을 보지 않으니.... 묶여져 있는 상태로는 볼 일을 보지 않는 늙은 개. 그건 늙은 개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니...
그녀는 개를 가고 싶은 곳으로 보내려고 뒷산에 풀어주지만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알지 못한다. 마치 그녀가 자신이 가야 할 방향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처럼. 우리는 이런 순간에 많이 부딪히게 된다.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야 할 순간. 내 자신이 가야할 곳을 찾아야 할 순간. 그러나 그 순간 속에서 어찌 할 바를 몰라 하던 그 순간을 지나 왔으리라. 요즘의 세태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는 '비밀의 화원'이다. SNS의 범람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군상들의 순간. 이야기 속의 남편은 어느 순간부터 아내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스마트 폰에 빠져 사는 아내는 뭔가 숨기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택시 안에 스마트 폰을 놓고 내리게 되고.... 택시기사는 남편에게 연락을 하게 되어 아내의 스마트 폰 속의 세계를 들여다 보게 된다. 페이스북 속에 존재하는 아내는 낯선 이름인 김나나. 멋진 라이프 스타일의 20대 여성이다. 해외여행의 즐거움을,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범상하지 않은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그 속에 담아 놓고 있다. 그 일상을 보는 사람들의 찬사와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면서. 모든 것이 오픈된 세상.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그 누구나 부러워할 수 있는 존재로 탈바꿈시켜 자신인양 가짜인생, 쇼윈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시하기'는 초등학교 시절의 왕따는 여전히 사회인이 되어서도 왕따일까 하는 의문을 풀어주는 이야기이다. 옛 추억과 기억에 가물거리는 친구를 만나게 되는 동창회. 그런데, 항상 동창회 후유증이 뒤따르는 것이 동창회를 참석하고 오는 날 느끼게 되는 마음이다. 학창시절과 엇갈리게 되는 상황이 가져오는 이야기이다. 이런 순간을 경험한 독자들이라면 공감될 수 있는 씁쓸한 순간이 아닐까.
" 시티투어 버스'는 연인과의 이별 후의 이야기. 하필 헤어진 날이 12월 31일이라면, 그 날은 두고 두고 마음에 남지 않을까. 이별을 경험했던 한 남자와 한 여자가 1월 1일 시티투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면, 그들은 각자의 헤어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이런 우연은 필연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 1월 1일, 오전 10시.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시작이었다. " (p. 91) ' 그 여름의 끝'은 어느날 날아온 청첩장. 그 청첩장을 보면서 18 년 전의 어느 여름날을 돌이켜 본다. 스무 살 시절, pc통신을 통해서 만났던 청첩장의 주인공인 Y와 J를. " 우리들이 처음 만난 것은 18년 전의 어느 여름날이었다. 나의 여름이, 장난처럼 끝났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여름이었다. " (p. 157) 작가는 이 책 속의 순간들은 " 그들이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 (책 속의 글 중에서)이라고 말한다. 오롯이 혼자, 아무도 없이 뚝 떨어진 혼자. 사실상 그런 혼자의 순간은 아니다. 가족도 있고, 부모도 있고, 친구도 있고, 직장동료도 있고, 남편도 있고, 연인도 있지만 그래도 자신만 혼자인 것처럼, 아니 사실 마음은 혼자이기에 외롭고, 막막하고, 서글프고, 힘들고 어찌 해야 할 지 모르는 그 순간들의 이야기이다. 어쩌면 이런 순간들이 있기에 우리는 나를 되돌아 볼 수 있고, 나 자신에 대해서 좀더 깊이있게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군중 속에서도 혼자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그 순간들. 그러나 그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역시 정이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날렵하게 사람들의 일상을 잘 들여다 보고, 그들이 외롭던 그 순간을 잘 포착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정이현이 프랑스의 작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쓴 <사랑의 기초- 연인들>을 읽고는 좀 실망스러웠던 순간이 있었다. 그건 이전에 읽었던 다른 나라의 남녀 작가가 이와같은 기획으로 쓴 작품들과 같은 구성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가져다 준 잘못된 생각이 이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라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시 그 작품을 읽지 않았기에 확실한 평은 할 수가 없다.
![]() 이번에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접했을 때도 약간의 선입견이 있었다. 열 한 편의 짧은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도 있엇다. 그러나 200자 원고지 20~30 매의 분량의 이야기로도 충분히 우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정이현의 필치가 빛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 작가는 그 순간을 '둘이 되기 위한 준비의 시간, 둘의 시작' 이기도 한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우리에게 순간, 순간 그 순간이 오더라도 너무 쓸쓸해 하지는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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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순간 듀스의 '말하자면' 하고 시작되는 고백아닌 고백이 생각났다. '말하자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야.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없단 얘기야.. '했던 그 노래가.. 굳이 말을 하기 그렇지만 말하자면 이렇다는 .. 내 맘의 이야기.. '그래 그렇게 말하자면...' 하고 풀어 놓는 작가의 이야기 속에는 낯설지 않은 우리의 모습이 등장하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래.. 말하자면 좋은 사람인거야.. 하는 끄덕임을 하게 만든다. 정이현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중 한 명이다. <달콤한 나의 도시> 이후 그녀의 단편집과 간간히 나오는 소설을 찾아 읽으며 세련되면서도 간결한 그녀의 글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짧은 글.. 그렇다고 산문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간간히 들어있는 삽화와 함께 예쁘게 편집되어 있는 이 책.. 그래서 본격적인 책읽기를 하기전 책의 맨 앞에 있는 작가의 말을 먼저 보게 되었다. 짧은 소설이라 해야할지 콩트라 해야할지 쇼트 스토리라 해야할지.. 그 모든 것이라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고.. 그 이름이야 상관없다고..
오후 2시 30분의 티탐임 같은 글이라.. 그녀 답다.. 라는 생각과 함께 나른한 오후의 티타임을 함께 보낼 친구를 만나 본격적인 교감을 해 보려 한다.
단편집을 읽으면 각각의 이야기를 짧게라도 요약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각각의 이야기는 굳이 그 흐름을 요약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짧은 상황극 같은 이야기속의 인물들.. 그들은 내가 살아왔던 열 여덟과 스물 둘을 살고 있었고. 또 내가 지금 살아가는 이 시간을 함께 하고 아마 앞으로 맞이할 시간들도 함께 하게 될.. 그런 인물들이었다. 다만 과거 내가 살아냈던 그 시간들과 순간들을 표현을 잘 못하는 나를 대신해 작가가 표현해 주고 있었고 예를 들어 어떻게 설명을 해야하지.. 했던 상황들은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대신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우리들은 많은 이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어수선함 속에서도 가끔은 혼자라는 생각을 해 본다. 그 쓸쓸함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시선. 그 시선이 써 내려간 글들이어서였는지 웬지 난 오후 2시 30분의 나른한 오후의 티타임보다는 오후 5시 30분의 약간은 처량하지만 아늑한 오후의 티타임에 초대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봤다. 극적인 재미가 아닌 이렇게 상황을 들여다보며 순간을 느끼며 사색할 수 있는 글.. 다양한 메타포와 수려한 문장의 힘보다도 웬지 나에게 더 와 닿는 것 같은 것은, 아마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1인이었기때문인 듯 하다. 작가의 짧은 글을 읽은 느낌을 나도 짧게 그렇게 적어본다. 누가 뭐라고 하든 상관 없고 나도 말하자면..약간은 허기진 상태에서 마시는 맛있는 차와 같은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그리고 최소한 한 사람에는 작은 선물이었다고.. 작가에게 말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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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쓴 제목은 여기 실린 소설 제목이기도 합니다. 다른 건 소설과 별로 상관없지만, ‘비밀의 화원’ ‘시티투어버스’는 소설을 본 느낌에 가깝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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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필연적인 고독의 순간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그려낸 짧은 11편의 글들. 단편보다도 짧은, 그래서 순식간에 읽히는 책이다. 그러나 정지된 그들의 순간순간, 삶의 단면은 한 편의 긴 장편보다 심오하다. 각각 하나로서, 분명 혼자인데, 그 혼자가 모여서 함께가 되어버리는 우리는 '말하자면 좋은 사람'들은 아닐까. 그저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만 제외한다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의 허구의 인물을 SNS 속에서 탄생시킨 아내. 그 안에 대체 어떤 세계가 있는 거냐고 남편은 묻고 싶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하루는 짧고 세월은 긴 하루하루 속에서 그녀가 탄생시킨 또다른 나. 타인의 사진을 도용했을 그 행위 자체는 어쩌면 범죄이겠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위로받고 싶었던, 또다른 나를 꿈꾸는 그녀의 그 쓸쓸함이 너무 아프고 헛헛해 눈물이 났다. 그저 그런 삶 속에 흘러 지나가 버리고 마는 것, 그것은 누구의 잘못인 걸까? 개인의 나태함 때문이라 치부해버릴 수 있을까? 혹은 어쩔 수 없는 삶의 운명이라고? 인생이란 원래 그런 거라고?
뾰족한 모서리에 서 있는 느낌,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 그런 불안함, 위태로움 느껴나가겠지.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만 가질 순 없겠지.
그래도 나의 삶이기에, '나는 용맹한 전사로 거듭나'(모두 다 집이 있다 中), '지난 여름' 따위 모두 잊어버리고'(그 여름의 끝 中), '들꽃처럼 당신은 잘 살아야 한다고, 나도 그러하겠다고 다짐하며'(안녕이라는 말 대신 中) 행복해야겠지. 그것이 삶의 온기를 채워주고, 너와 나를 '말하자면 좋은 사람'으로 이어주며 그 순간만큼은 나는 익명성을 떨쳐버리고 온전히 나 자신이 되어줄 수 있을 테니까. 잠시 혼자였던 그 순간은 지나고 나면 나를 더 강인하게 만들어줄 자양분이 되어줄 테니까. 역시, 그래도, 이젠 둘이어서, 사람 속에서 행복한 나를 바라보며, 그 동안 잘 견뎌왔다고 토닥여줄 수 있겠지.
잠시 혼자인 그 순간, 결코 당신만의 시간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그러하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겠지. 아직 모른다면, 그래도 왠지 억울하고 힘들다면, <말하자면 좋은 사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 글 뿐 아니라 그림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이 어느덧 떨려오는 걸 느낄 수 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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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 단편? 단편 중에서도 아주 짧은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냉철한 시각이나 풍자 혹은 유려한 문체 등 작가로써의 고민이 배제되어 있는 짧은 산문과도 같은 느낌에,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느낌의 소재들이
즐비한 책이며 각각의 단편이 워낙 짧고 부담 없는 담백한 이야기들이라 목적지를 오가는 이동 중이나 잠깐의 짬 동안 읽기 쉬운 책인 것 같다.
작가가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시키는 주인공들은 대게 혼자다. 혼자인 것은 외롭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일 때가 많다. 취업난으로 혼자 고민에 빠진 사람, 바쁜 일과에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 입시경쟁 속에서 각자 홀로 고군분투하는 학생들, 혼기를 넘어 주변인들이
모두 결혼했지만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사람까지, 그 이유도 다양하고 상황도 다양한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지만 혼자인 여럿이 모이면 결국 혼자가 아닌, 그리고 그들 모두는
‘말하자면 좋은 사람’들 이라는 것이 11편의 단편들을 묶어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나
싶다.
특정한 목적이나 지식에의 열망으로 접하는 책도 있겠지만, 가끔은 주변인들 혹은 나 자신의 이야기일 법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 모음집으로, 따뜻하다 못해 조금씩 무더워지고 있는 이
계절에
복잡해진 머릿속을 선선하게 해 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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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전에 정이현 작가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를 읽었다. 뭐지?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이란 제목하고 비슷하잖아..로 읽었던 그녀의 책...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은 그 책의 어떤 내용도 단편 제목하나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그 때 책을 놓으면서 느꼈던 느낌만 갖고 지금까지 정이현 작가님을 한번도 보려고 애쓰지조차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정말 애써 외면했다는 말도 사실일테다..
다시 그녀를 접하게 된 것은 김영하의 팟캐스트를 통해서이다. 들어서일까.. 아마 읽었더라도 나는 그렇게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고 내 눈과 내 머리의 한계를 다시 생각해보는데.. 김영하의 목소리로 들었던 '삼품백화점' 단편은 등장인물 두사람의 마음을 모두 공감하게 하는 특이한 무언가가 있었다. 말하자면 한 소설에 두개의 이야기가 있는 그런 느낌이었다.
시간이 흘러 작가님도 나도 세월따라 보아온 나날들이 다르니 우리는 모두 서로 거기가 아닌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때 정말 나는 책을 잘못본 것일까.. 하는 생각이 잠시들었다. 온전히 다시 이책을 만나게 된 것은 '마음산책' 출판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단편소설이 주는 임팩트는 가끔 평온하던 일상에 휙하니 돌멩이가 하나 날아오고 그 돌이 가끔씩 창문이나 어떤 다른 물건을 맞춰 파편을 일으키고 나면 그것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을 그런 때가 있다. 짧기에 순간적으로 왔다가지만 흔적은 남아서.. 쉽사리 단편의 마력에서 빠져나오기는 힘이 든다. 그래서 가끔 일상이 무겁고 지치는 날 그런 소설을 읽고 나면 어깨위에 한짐이 더 얹어지는 것 같은 느낌은 사실이다.
그런 단편들 사이에 가끔 이렇게 짧은 단편은 만나는 기쁨은 하나의 이벤트다. 삽화와 함께 어우려진 이 책과 한 단편 한 단편 마칠 때마다 결정적 문장으로 우리를 이끌어주는 정이현의 이 소설은 요근래 내가 읽은 소설 중 가장 삶에 근접해 있는 소설이라 말하지 아니할 수 없다. 우리가 말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어도 놓쳐버린 그 무엇, 애써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가끔 그런 실제 상황이 소설적 진실로 다시 드러나는 그런 것은 인간의 보편적 삶에 대해서 조용히 이야기를 해주는 듯하다.
세태를 반영한 소설을 잘 읽어내려가기란 쉽지않다. 작가의 이야기가 문제가 아니라 바라보는 내가 문제다. 일상이 똑같은 이야기를 소설로 만났을때의 당혹감을 맛본적 있다. 지지난해 인가.. 한겨레 문학상을 받았던 모 소설은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었다. 다만 같은 이야기를 하는 정이현의 소설속에는 차마 우리가 게을러서.. 차마 보고 싶지 않아서, 혹은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에 충실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그 무엇을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를테면 이미자를 만나러 갔다에서 착한 복수 라던지.. 소셜네트워크에서 정말 정말 다른 사람을 살고 있는 아내의 마지막 메시지.. 그리고 다시 꼭 만나러 온다던 은영어니 이야기, 안녕이란 말 대신에서 매일 식사를 고민하는 그에게 나름의 원칙이 있다는 그 무엇과 결정에 관한 문제들.. 아일랜드에서 많은 것을 말하지 않았음에도 모서리에 서있는 듯한 느낌 등이 그러다하..
작가와 연배가 비슷해서인지 모르겠으나 삼풍백화점도 그렇고.. 이번 소설들도 그렇고... 그냥 내 일상이 진부하고 지리멸렬한 것 같으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내 모습을 소설속에서 보는듯햇다. 어제는 정말 내 나이가 마흔 하고도 셋인지 둘인지, 오늘은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이미 어버이가 떠나신지 오래되어 어버이날이 연중 행사로 남아있지 않아서 인지 오늘이 7일인지 8일인지.. 잠들기전 모든게 해깔렸다. 내가... 이렇게 정신없이 살고 있나... 그러면서 내가 과거를 돌아보고 가장 후회했던 일은 무엇인지..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은 어떻게 정리를 했는지.. 지금 내 앞에 닥쳐진 모든 일들은 잘 해쳐나가고 있는지.. 책을 그렇게 읽고도 나는 얼마나 자랐는지... 모든게 다 질문거리였다.....
오늘 아침 겨우...오늘은 주말을 시작하는 날임을 느끼고.. 다시 가다듬었다....
뒤늦게 정이현을 만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어제 제 5회 젊은작가 수상집 속 소설을 보면서... 황정은이란 작가가 얼마나 소설을 잘쓰는지... 그 소설집에 있는 여타의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황정은 여러소설들 보다 친절했던 '상류엔 맹금류'...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잘 하고 있는듯했다. 참으로 멋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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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의 『돼지꿈』이 떠올랐다. 아주 짧은 이야기, 농담이거나 상상이라 할 수 없는 우리네 일상이 정이현의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있었다. 잊고 있었던 지난 시절의 부끄럽고 창피한 모습도 보였고 잊어서는 안 되는 어떤 장면을 상기시켰다. 그것은 조금은 유쾌하고 조금은 우울한 일이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첫사랑이 남긴 선명한 입맞춤처럼 말이다.
정이현은 11개의 아주 짧은 이야기를 통해 제목처럼 ‘말하자면 좋은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한때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내가 상처를 준 사람, 어디에도 기댈 곳 없어 방황하던 시절, 이별과 실패로 어디라도 화를 내고 싶었던 시절을 견디는 게 당신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다니지만 결국 원하는 곳에는 취직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방문교사로 취직한 「견디다」속 이십 대의 불안, 「아일랜드」의 주인공 열여덟 소녀는 십 대의 방황이라고 치부하기엔 복잡한 감정의 시간을 보낸다.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던 시간인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미 지나온 길이지만, 누군가는 지금 그 길에 놓여 있을 것이다.
‘겨울은 매년 아주 금방 돌아오는 것 같다. 겨울 해변에 갈 수 있을 때도 있고 그러지 못할 때도 있다. 열여덟 살의 제부도로부터 부정확한 속도로 멀어져간다. 뽀족한 모서리에 서 있는 느낌은 잊을 만하면 찾아든다. 그럴 땐 아직도 저 홀로 꺼졌다 켜졌다 하고 있을 다리 위의 가로등을 생각한다. 태양이 존재하는 동안 작동을 멈추지 않을.’ (「아일랜드」124~125쪽)
산다는 건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숙제다. 하지만 저마다 숙제를 푸는 방법과 답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어떤 방법으로 숙제를 풀고 있는지 이야기하며 위로하고 격려한다. 하루 종일 택시 운전사 「별」 의 주인공이 직업병으로 얻은 종기에 대해 사람들의 조언이 그렇다.
‘그때는 너무 힘들었지. 그런데 지나고 나니까 괜찮아. 종기가 터지고 나면 그때부터 멀쩡해진다니까. 몰랐단 말이야? 사는 게 원래 그렇잖아? 말들과 말들 사이에서 종기는 한 번 더 풀쩍 부풀었다.’ (「별」171쪽)
하지만 사는 게 원래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연륜은 쉽게 오지 않는다. 그래서 「비밀의 화원」의 아내는 가상의 공간에서 다른 나를 만든다.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새로운 나를 돌본다. 현재 자신의 삶과는 교집합을 찾을 수 없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남편 역시 그 마음을 알기에 아내를 질책할 수 없다.
‘내가 사는 도시는 수십만 개의, 좁고 더 좁고 더더 좁은 골목들로 이루어진 곳이다. 그 골목을 혼자 걷고 있는 사람에 대하여, 살짝 웅크린 어깨와 보풀이 일어난 카디건과 주머니 속에 정물처럼 가만히 들어 있는 한쪽 손에 대하여 쓰고 싶었다. 그들이 잠시 혼자였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하여.’ (작가의 말 중에서)
우리는 모두 안다. 집으로 들어오기 전 골목을 서성이는 누군가를,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아픔을 포장마차에서 한 잔 술에 털어버리는 누군가를 말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당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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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와 함께 추천 받은 책이 정이현의『말하자면 좋은 사람』이었다. 예전에『달콤한 나의 도시』를 재밌게 읽은 터라 읽기도 전에 좋은 느낌이 들었다.
이름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 실린 글들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짧은 소설이기도 하고 콩트이기도 하고 쇼트 스토리이기도 하며, 그 모두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그럼 무엇이기를 바라느냐 묻는다면, 말하자면 음, 좋은 사람과 보내는 오후 2시 30분의 티타임 같은 것? 이라고 대답하겠다. 단 한 명에게 작은 선물이 된다면 그걸로 족하다고도. -작가의 말
작가의 말을 보자마자 어떤 책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밤에 문득 나는 달에게 우리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짧은 형식의 글을 쓰고 싶어졌다. -신경숙의『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작가의 말
짧은 형식을, 말하자면 음, 좋은 사람과 보내는 오후 2시 30분의 티타임 같은 것, 혹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이런 식으로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유행인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무리 짧은 형식이라도 기승전결, 혹은 어떤 반전(여기서 반전은《식스 센스》같은 반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이 있어야 할 텐데, 괜한 우려가 들었다. 그러나 막상 첫 편,「견디다」를 읽어 보니, 반전이 명료하게 보였다. 나머지 열 편도 그러했다. 다만, '좋은 사람과 보내는 오후 2시 30분의 티타임'을 가져 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열한 편 모두 모호하게 다가왔다. 취업난, 사이버 공간, '왕따', 재혼 가정, 주차난, 먹고사는 문제, 그 와중에 사랑 문제.. 이러한 소재로 어떤 걸 그리고 싶었던 건지 잘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말하자면 좋은 사람이라는 거야, 라고 단정하기에는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다. 게다가 띄어쓰기..『달콤한 나의 도시』를 하도 예전에 봐서 몰랐는데, '-버리다'라는 동사를 즐겨 사용하는 것 같은데, 사전을 찾아보니 본문에 있는 동사 중에서 '잊어버리다' 빼고는 다 띄어 써야 하는데, 다 붙어 있었다. 그리고 122페이지의 '전쟁 같은 천재지변'이라니.. 천재지변의 사전적 의미는 '지진, 홍수, 태풍 따위의 자연 현상으로 인한 재앙'인데, 전쟁이 천재지변?
작가의 한마디에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를 어떻게 세상의 주된 시선에서 살짝 빗겨나가서 볼 건지. 그 시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 소설가다." 어쩌면 '그 시선의 위치'가 나랑 어긋나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분들 리뷰 보니 호평 일색이던데, 마음이 다시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