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바다로 다니기를 좋아하시는 부모님께서는 항상 인적이 드물고 녹음이 우거진 곳을 구석구석 찾아다니셨다. 함께 여행길에 오를 때마다 도로 변두리에 솟아 오른 오색의 동식물을 보면 저마다의 이름으로 불러주시곤 했다. 자연을 모르는 나의 시선에서는 그것들은 그저 풀, 꽃, 새, 벌레 등으로 퉁쳐지는 존재들일 뿐이었으나, 각각의 이름을 부르며 즐거워하시는 부모님이 신기했다. 그 많고 다양한 것들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여쭤볼 때면 매번 은은한 미소로 답변을 대신하곤 하셨다. 부모님께서는 일찍이 가족을 꾸리고 생계에 치여 살아오셨다. 휴일이면 집에서 편히 쉬실 법도 한데, 그럴 때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이 아닌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신다.
작가의 '텃밭 생명 일지'는 인간의 숲인 도시에서는 마주치기 어려운 존재들을 사진으로 친절히 소개해주고, 자연을 마주한 작가가 문학인으로서의 지고한 감상까지 덧대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마치 부모님의 은은한 미소에 대한 해설을 읽는 듯했고, 부모님은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게 아닌, 자연이라는 근원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비린내와 흙냄새가 진동하고, 식물이 바람에 나부끼며 소리 내고 온갖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곳. 나에게도 돌아가야 할 곳이 있는 것만 같다.
자연을 모르는 내게 그곳은 미지의 신비가 가득한 곳이다. 그리고 그런 곳을 찾아다니는 부모님을 나는 아직도 잘 모른다. 책을 읽다 보면 자연의 경이에 놀라다가도 문득 쌉싸름한 맛이 느껴진다. 내가 모르는 자연은, 내 첫 세계인 부모님의 근원적 고향이고, 나는 지금껏 그 세계를 유심히 들여다보지 않아왔다는 것이 그 맛이다. '1973년 5월'(61쪽)에 태어났다는 작가의 자연에 관한 글과 사진에서, 나는 그와 비슷한 나이대의 부모님이 자꾸만 떠오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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