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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시공간 그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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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정의를 걷어내면 소설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소설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상호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계를 설정하고 조율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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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는 뜬구름 잡기식의 정의를 걷어내면 소설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소설가에 대한 생각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소설가란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상호 간의 관계를 설정하고 조율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관계를 설정하고 조율한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사람 사이의 관계란 그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하고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그 깊이가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무리 자유분방한 연애관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성리학적 예의식이 강했던 조선시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났더라면 예법을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 과감히 행하기는 어려웠을 테고, 유교적 예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작금의 유럽 사회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간다는 건 무리가 있을 터이다. 소설은 주로 시대에 반항하는 인물을 내세워 시대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시대와 동떨어진 허무맹랑한 인물을 창조하기는 어렵고 독자가 허용할 수 잇는 분명한 한계와 테두리가 주어지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소설 속 인물 상호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조율하느냐에 따라 소설을 쓰는 작가의 인생관이 드러나기도 하지만 말이다.


"소설에는 작가가 자연인으로서 듣고 보고 겪은 모든 것들이 각색되어 펼쳐지고 초점 화자는 아무래도 작가 자신을 가장 많이 닮는다. 초점 화자를 의도적으로 적역으로 설정한다고 해도 결국 평자는 가장 작가와 닮아 보이는 인물을 찾아낸다. 그가 구석에 쪼그려 앉아 있어도 기어이 끌고 나온다. 나는 지금도 나와 가장 닮았다고 믿거나 내가 경멸하는 인간상을 뒤섞어 화자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쓴 산문이나 작가 노트나 심지어 비공개 SNS에 올린 게시물까지 포함해서, 누군가가 어떤 소설이 얼마나 자전적인 이야기인지 재단한다고 해도 그 역시 사실은 평자의 자유다. 작가의 자존심을 걸고 이런 모든 과정에서 개인인 내가 받는 상처 따위는 당연히 무시한다는 전제에서다."  (p.305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 중에서)


1917년에 '의심의 소녀'로 문단에 데뷔하여 작품활동을 했던? 김명순과 2009년 등단하여 지금도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박민정 작가는 두 사람 모두 소설가라는 점에서, 여성 작가라는 점에서 서로 닮은 듯 보이지만 100여 년이라는 시대의 격차와 달라진 가치관과 상이한 성장 배경에 의해 그들이 쓴 소설은 사뭇 다른 양상이다.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아 함께 읽는 시리즈로 기획된 '소설, 잇다'의 다섯 번째 작품인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의 소설 세 편과 박민정의 소설 한 편과 한 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다.


방탕한 남편으로 인해 고생하다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여인의 딸과 그녀의 할아버지가 남편과 첩의 눈을 피해 세상 사람들의 눈을 피해 떠도는 모습을 그린 <의심의 소녀>, 평양에 강연을 하러 온 젊은 이학자 효순을 사랑하게 된 소련은 미혼의 신여성이었으나 효순은 이미 은순이라는 처를 둔 유부남이었다. 둘 사이를 눈치챈 은순은 소련의 고모 류애덕 여사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고모는 최병서와의 결혼을 서두른다. 최병서의 학대와 시어머니의 시집살이로 소련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지만 소련은 꿋꿋이 결혼생활을 이어가며 효순과의 영적 연애를 그리게 된다는 내용의 <돌아다볼 때>, 최 씨 가문의 네 남매인 순희, 순철, 상철, 금희를 중심으로 그 시대의 도발적이거나 비극적인 연애사를 다룬 <외로운 사람들>이 김명순의 작품이고, 친구 세윤의 죽음을 '나'의 시선으로 훑어보는 <천사가 날 대신해>는 박민정의 작품이다. 그리고 박민정의 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는 소설가로서 박민정 작가의 솔직한 시선이 담겨 있다.


"살아내려고 이혼을 선택한 세윤에게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자꾸만 불행이 갱신될 줄은 세윤도 나도 미처 몰랐다. 만약 내 충고대로 로사를 멀리했다거나,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일도 어느새 지겨워졌다. 세윤은 로사가 괴롭히기 시작한 후에도 자기는 더는 어떤 실패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사실은 가정법원에서 나오는 길에 다른 여자를 차에 태우고 가는 전남편을 보고 우두커니 섰던 자기가 이겨내지 못할 일은 없을 거라고 했다."  (p.296 '천사가 날 대신해' 중에서)


김명순은 한국 최초의 근대 여성 소설가, 시인이자 평론가, 언론인, 번역가 등 다양한 재주를 지닌 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부장적인 조선 사회에서 '첩의 딸'이라는 주홍글씨를 달고 살아야 했던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이었다. 그녀의 소설에서는 언뜻언뜻 가부장적인 결혼 풍습의 폐해가 그려지지만 그녀 또한 아무런 잘못도 없이 공격을 당한 시대의 피해자였다. 그러나 약자에 대한 비겁한 조리돌림은 과거에만 존재했던 시대의 산물은 아니었던가 보다. 박민정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세윤 역시 약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삶을 마감했으니 말이다. 이혼을 한 세윤은 이미 '약자'라는 핸디캡을 안고 로사와 그 무리 속에서 어떠한 수모도 견딜 각오로 뛰어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리 속의 인간은 누군가의 상처를 살뜰히 보살필 만큼 선한 본성의 동물은 아닌 모양이다. 어쩌면 세윤은 자신의 약점을 지우기 위해 더 철저히 비굴해지려 애썼는지도 모른다.


"필경 육신과 영혼을 양편으로 가진 사람들은 약함을 끝끝내 이기진 못하고 운명에게 틈을 엿보여서 나라를 깨트리기도 하고 경우를 잃기도 해서 동서에 울고 웃게 되며 남북에 헤매게 되는 것이다. 여기 이르러 소련의 운명은 그 갈 곳을 확실히 작정했다."  (p.75 '돌아다볼 때' 중에서)


낮고 우울했던 하늘이 점차 밝아지고 있다. 인생의 8할은 인간관계에 있는 것처럼 소설가는 자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상호 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조율하느냐에 따라 소설가로서의 성패가 결정되는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잇다' 시리즈는 시대를 초월한 두 소설가의 만남인 동시에 한 세기를 비껴간 두 소설의 만남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100여 년 전 소설 속 주인공 소련과 현대의 주인공 세윤을 하나의 소설에서 만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혼재된 시간 속에서 옳고 그름이 뒤섞인 상상의 시공간 그 어디쯤에서.

이달의 사락 s*****l 2024.06.24. 신고 공감 1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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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시리즈 소설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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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잇다] 시리즈는 애정하는 시리즈 중 하나예요.잘 알려지지 못한 여성작가들을 바로 마주할 수 있거든요.더욱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이상, 현진건, 김유정 등 남성작가들의 작품만 배우던걸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던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구요.그리고 마주하는 작가마다드라마로 녹여도 될만큼 흥미롭고 일상적이고 그러면서시사적인 모든걸 잘 녹여낼 수 있다니 감탄하게
"애정하는 시리즈 소설 잇다" 내용보기
[#소설잇다] 시리즈는 애정하는 시리즈 중 하나예요.
잘 알려지지 못한 여성작가들을 바로 마주할 수 있거든요.
더욱이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이상, 현진건, 김유정 등 
남성작가들의 작품만 배우던걸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던
저에 대한 반성의 시간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마주하는 작가마다
드라마로 녹여도 될만큼 흥미롭고 일상적이고 그러면서
시사적인 모든걸 잘 녹여낼 수 있다니 감탄하게 되더라구요.

하나 더 감탄한건,
지금 흔히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라 간혹 당황스러운것 외에
가독성이 너무 좋다는 거!
시대가 흘러도 유행타지(?)않을 글이더라구요.


그 글에 현대여성작가의 이야기가 더해지는
[소설,잇다]의 다섯번째 이야기는


첩의 딸이라 근본없는 혈통이라 비난받던 
김명순 작가님의 3편의 단편과
박민정 작가의 소설1, 에세이 1편이 실려있었어요.

무엇보다 에세이를 통해
김명순 작가를 더 잘 들여다 볼 수 있더라구요.


□절기는 하추동 삼계가 지나면 반드시 양춘이 오건만-
불쌍한 어머니의 불쌍한 아해? -의심의 소녀 中


□너희는 무엇을 이름 짓고 어느 이름을 꺼리며 싫어하느냐. 그중 아름다운 것을 욕하진 않느냐 -돌아볼 때 中


□그러나 그들은, 세상이 믿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운명의 위협을 받아가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발자국마다 그들의 피를 흘리면서 그들의 꿈꾸는, 어떤 목표를 향하여 걸어나간다. - 외로운 사람들 中


□살아내려고 이혼을 선택한 세윤에게 더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을 줄, 자꾸만 불행이 갱신될 줄은 세윤도 나도 미처 몰랐다. 만약 내 충고대로 로사를 멀리했다거나,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회사에 갔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일도 어느새 지겨워졌다. -천사가 날 대신해


□작가는 누구보다 '나'를 많이 말하지만, 가장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ㅡ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


'나'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여성'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문학을 통한 애씀이 있지만
또, 그 사이에서 빼꼼히 내다보면
벗어나기 애씀을 가장 많이 방해하는게
'나'이고 '여성'이라는 테두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김명순을 근대여성작가라 하지 않고
그저 근대작가 라고 칭할 수 있을 때까지
더 부지런히 읽고 경계를 허물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박민정의 에세이를 통해 
잔잔한 울림이 들었던 책이었어요.


☆출판사로부터 책 제공받아 주관적으로읽고 기록했습니다☆
o******a 2024.06.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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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의 최전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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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천사가날대신해 #김명순 #박민정<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근현대 여성 서사의 연결성을 인식하고 싶은 분(연결 그리고 확장)-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인 김명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분- 한국소설의 최전선을 맛보고 싶은 분’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오프라인에서 그 말을 처음 들은 건 2020년 경 중년의 여성분나에게 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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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 #서평단 #천사가날대신해 #김명순 #박민정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 근현대 여성 서사의 연결성을 인식하고 싶은 분(연결 그리고 확장)
-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인 김명순 작가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분
- 한국소설의 최전선을 맛보고 싶은 분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다)‘라는 말을 정말 싫어한다.
오프라인에서 그 말을 처음 들은 건 2020년 경 중년의 여성분
나에게 굉장히 우호적인 분이었는데 '그럼 지금 나랑도 적이 되겠다는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적당히 대화를 마무리했다.
최근 그 분에게서 당시의 어려움을 함께 공감해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작은 선물을 받았다.
'여적여'를 인생의 꿀팁으로 알려주시던 분이 베푼 아이러니였다.

근데 나는 '여돕여(여자를 돕는 건 여자다)'도 싫다.
비록 여성 연대에 미친 사람이지만...
나는 주변의 여성들을 가해하기 보다 연대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여성일 때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해자에게 면벌부가 주어지는 게 싫다.(남성 가해자와의 사회적 비난의 차이가 다르다는 건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도 여자잖아요.)

결론은 납작한 여성들의 캐릭터에 입체성이 부여되며 여자가 다 해먹는 소설들이 좋다.
'여적여'를 수긍하는 게 아니고요.
여자도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충분히 나쁜 사람도 좋은 사람도 대부분은 그 중간 어디에서 왔다갔다하는 복잡한 존재니까요.

그래서 박민정 작가님의 <천사가 날 대신해>가 너무 인상 깊었다.

<소설-잇다> 시리즈를 통해 각자의 시대에서 여성 혐오를 말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어떤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때로는 더 교묘하고 복잡하게 자신을 은닉한다.
작가들은 시대의 가장 최전선에서 그것들을 건드리고 다룬다.

김명순 작가님의 글은 인물에 대한 관심으로 늘 궁금했었고, 박민정 작가님은 처음 뵙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몇 번 접해본 작가님이었다.

김명순 작가님의 소설은 조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박민정 작가님은 진짜 재발견이다...!
찾아보니 몇 편이나 인상깊게 읽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뇌리에 남은 작가님이다.

근현대 여성 작가의 소설을 한 권에 담은 <소설, 잇다>의 기획이 너무 좋았다.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g*****6 2024.06.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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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흐름을 품은 두 작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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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소설, 잇다‘는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잇는 ‘작가정신’의 문학 기획이다.근대 문학 작품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고 굳이 찾아 읽지도 않는데, 이 시리즈 덕분에 읽게 되었다. 김명순 작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한 세기를 뛰어넘는 두 작가, 김명순과 박민정을 왜, 어떤 기준으로 연결 했을까. 책의 표제작 ≪천사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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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 다섯 번째 책. ’소설, 잇다‘는 근대 작가와 현대 작가를 잇는 ‘작가정신’의 문학 기획이다.
근대 문학 작품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고 굳이 찾아 읽지도 않는데, 이 시리즈 덕분에 읽게 되었다. 김명순 작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한 세기를 뛰어넘는 두 작가, 김명순과 박민정을 왜, 어떤 기준으로 연결 했을까. 책의 표제작 ≪천사가 날 대신해≫를 박민정이 김명순의 ≪의심의 소녀≫에 착안해 썼기 때문일까. 나는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 두 작가의 작품을 읽으면서, 두 작가의 작품이 ‘결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둘 다 인간 소외를 다룬다는 점. 자유롭고 주체적인 존재가 되기를 갈망한다는 점에서.
김명순의 작품에선 여성 소외의 상대가 남성 중심적 사회라면, 박민정의 작품에선 소외의 얼굴이 남성을 넘어 더 다양하고 다각화된다는 점이 둘의 차이인 듯하다. 특히 ’같은 여성에 의해 여성 소외가 심화된다‘는 점을 이야기한 건 좀 충격이었다.

김명순 작가의 세 작품에선, 봉건적 가부장제에 매이지 않고 자유연애를 갈망하는 여성, 식민지 조선 여성에 대한 인식에 갇히지 않고 주체적인 인물로 살길 원하는 여성, 그러나 부자연스런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거나 외로운 결말을 맺고 마는 여성이 나온다. 이들은 남성 중심 사회 구조로부터 소외 받는 대상이다. ≪의심의 소녀≫에선 조 국장의 부인이자 가희 엄마인 여성이, ≪돌아다볼 때≫에선 자유롭고 주체적인 사랑을 원했지만 끝내 다른 남성과 혼인해야 했던 소련이, ≪외로운 사람들≫에선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순희와 순영이 그러하다.
나는 이 인물들이 어쩌면 김명순 작가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다. 작가는 일제강점기 시절, 여성을 시대상에 가두지 않는 ‘과감한 상상력’을 글로 써냈고, 그로 인해 많은 억압과 학대를 받았으니까. 그 시대가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하고 폭력적이었는지 작가의 삶과 작품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는 작가가 고국을 떠나 일본에서 생을 마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았다.

그런데 이런 소외의 잔재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나는 여성이 받는 구조적 억압과 차별을 고발하는 책을 최근에도 읽었다. 박민정 작가는, 이 잔재를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범위와 각도를 더 확장시킨다. ≪천사가 날 대신해≫의 ’세윤‘과 ‘로사’라는 인물을 통해서, 여성 소외는 ’같은 여성에 의해 심화되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세윤을 괴롭히고 배신했던 사람은 같은 여성 로사였다. 세윤이 전 남편과의 이혼 때문에 힘들어하긴 했어도 작품은 그 점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로사가 세윤을 이층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섬뜩한 장면은 ‘여성이 취약한 구조‘를 같은 여성이 더 심화시키는 구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나는 오늘날 ‘명예남성’이라 불리는 여성을 여기에 대입해 보았다.

“머릿속에선 세윤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맴돌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선역도 악역도 여자야. 우리가 남자들이랑 깊은 관계 맺을 일 있어? 너나 나나 조심해야 하는 건 이제 남자가 아니라 여자라고.”(292).

김명순 작가의 작품은, 박민정 작가의 작품에 비해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다. 고어와 한자어가 많았고, 당시 사회문화적 배경에 비추어 읽는 번거로운 수고도 필요했다. 그러나 김명순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일은 세기를 넘어 문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굉장히 유의미한 독서였다. 근대 문학을 발굴해 소개하고, 현대 문학을 잇대어 그 흐름을 확인하는 이 작업이 얼마나 고귀한지...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에 응원을 보내고 싶다.
i*********9 2024.06.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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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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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과 오늘날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을 착실히 "잇는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나란히 읽으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의 연결을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김명순 작가는 근대 여성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소설, 잇다] 시리즈에서 가장 기대한 작가이기도 하다. 소외,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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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잇다] 시리즈는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나갔으나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대표 근대 여성 작가들과 오늘날 사랑받는 현대 작가들을 착실히 "잇는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나란히 읽으며, 시대를 초월하는 문학의 연결을 느껴볼 수 있는 시리즈이다.

김명순 작가는 근대 여성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소설, 잇다] 시리즈에서 가장 기대한 작가이기도 하다. 소외, 부조리, 외로움을 근대의 감성으로 그려낸 글들은 현대에 도달하여도 아름답게 읽힌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 작가의 소설 중 「의심의 소녀」, 「돌아다볼 때」, 「외로운 사람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일까? 밝은 문장에서도 어딘가 절망과 고독이 느껴진다. 좌절된 사랑은 시간을 초월하여 아프다. 그의 작품들에서, 왜 사랑이라는 영화의 엔딩크레딧에는 항상 상실이 스쳐 지나갈까. 그가 사회에서 느꼈던 부조리함과 절망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민정 작가는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 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을 실었다. 소설에서는, 소문이 그리는 폭력의 층위, 그리고 관계 사이 폭력이 오고 가는 다층적인 양상을 그린다. 에세이에서는, 김명순 작가와의 이어짐에 대해 서술하는 작가의 솔직한 답변을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현대의 표현과는 어감의 차이가 있는 문장 표현들을 읽는 것이 즐거웠다. 또한, 사고로 인해 유실된 부분은 이 책에서도 당연히 표현되지 못하였는데, 그 사실이 아쉬우면서도 생동감을 주었다. 근대 사회의 작가들을 다시 현대로 불러오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유의미할까.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하지만, 문인들은 세계에 작품을 남기고 떠난다. 작품이 영원히 숨쉴 수 있다면 그들의 영혼 한 조각이나마 이 세계에서 빛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i 2024.06.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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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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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박민정, 천사가 날 대신해 _예진 지수 : 4.5/5점_한줄평 : 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한 것들 ‘소설, 잇다’ 시리즈는 믿고 읽는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현재를 엮어 미래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읽다보면 희미할지라도, 나아가고픈 방향이 그려진다. 그 점에서 자꾸만 찾아 읽게 된다.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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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박민정, 천사가 날 대신해

_예진 지수 : 4.5/5점

_한줄평 : 아무리 이야기해도 부족한 것들

‘소설, 잇다’ 시리즈는 믿고 읽는 시리즈 중 하나다. 이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과거와 현재를 엮어 미래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근대 여성 작가들의 주요 작품과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함께 읽다보면 희미할지라도, 나아가고픈 방향이 그려진다. 그 점에서 자꾸만 찾아 읽게 된다. 과거의 여성은, 그리고 지금의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천사가 날 대신해>는 이 시리즈의 이전 책들보다 강렬하다고 생각했다. 최초의 근대 여성 소설가, 시인이자 평론가, 언론인, 번역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가라니.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했다. 사실 박민정 작가의 글이 실렸음을 알았을 때, 처음에는 ‘누구지?’ 했었다. 그러다 <미스 플라이트>를 쓴 작가라는 말에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어떻게, 이 두 작가를 엮을 생각을 했을까....

“사람이 사랑을 구한다거나 잃는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사람은 자기 자신 속에 사랑을 가지고, 어떤 대상으로 하여금 그것을 눈 깨우게 되어서 결국 분명한 생활의식을 가지는 데 불과한 일이니까요. 또 말씀하신 외로운 사람들 속의 비극 같은 것은 물론 어느 곳에서든지 사람 자신이 그 운명을 먼저 짓고 이 세상을 지배해나가게 될 때까지 또, 세상에 모든 사람들과 결탁해서 사는 것을 폐지하기까지는 면치 못할 일입니다.”

김명순의 글 <의심의 소녀>, <돌아다볼 때>, <외로운 사람들>은 여성이 겪어야 했던 ‘외로움’을 그리고 있다. 추측과 소문, 연애와 결혼 등의 이야기는 여성을 심리적으로 고립시키며 외롭게 만든다. 이를 지켜보며 당대 여성의 삶을 그려볼 수 있고, 동시에 현대 여성의 삶과 얼마큼의 거리감이 있을지 가늠해보게 된다.

그리고 마주하는 글이 박민정의 <천사가 날 대신해>였다. 친구의 죽음을 따라가는 ‘나’의 시선은 보는 내내 숨이 막힌다. 그리고 소름이 끼친다. 단순히 ‘죽음’ 때문만이 아니다. 짧은 글 속에서도 주변 인물들의 기이하고 복잡한 감정선과 관계성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한 사의, 한 여성의 죽음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공포심을 심어주는지 드러난다. 현대의 여성들은 그런 공포 속에 살아간다.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

t**********0 2024.06.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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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이 지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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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손주가 아닌 손녀는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인문계가 아닌 상고를 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물론 나는 그 주장에 반하여 인문계와 대학을 졸업했다. 자식의 편에 섰던 엄마 덕분에 가능했다. 엄마는 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고 결혼도 늦게 천천히 해도 좋다고 여겼다. 엄마가 돌아가실 즈음 오빠만 결혼을 한 상태였다. 이른 나의 결혼을 결정한 오빠도 마음에 들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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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손주가 아닌 손녀는 대학은커녕 고등학교도 인문계가 아닌 상고를 가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물론 나는 그 주장에 반하여 인문계와 대학을 졸업했다. 자식의 편에 섰던 엄마 덕분에 가능했다. 엄마는 딸들이 더 나은 삶을 살기를 원했고 결혼도 늦게 천천히 해도 좋다고 여겼다. 엄마가 돌아가실 즈음 오빠만 결혼을 한 상태였다. 이른 나의 결혼을 결정한 오빠도 마음에 들지는 않으셨을 것 같다. 김명순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엄마와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시대를 잘못 타고 나서 딸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고 그늘에 갇혀 살아온 삶.


『천사가 날 대신해』에는 김명순의 소설이 세 편 수록되었다. 데뷔작인 「의심의 소녀」 와 「돌아다볼 때」, 「외로운 사람들」이다. 「의심의 소녀」 (1917년)엔 제목이 암시하듯 소녀가 등장한다. 평양 대동강 근처의 마을에 ‘범네’라는 이름의 소녀와 할아버지가 이사를 온다. 그러나 둘만 소통할 뿐 동네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다.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러다 동네에 한 신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에 할아버지와 범네는 급히 동네를 떠났다. 놀랍게도 그 신사는 범네의 아버지였다. 불행한 결혼 생활로 범네의 엄마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할아버지는 손녀의 이름도 바꾸고 손녀를 살리려 숨어사는 것이다. 


「돌아다볼 때」(1924년)의 주인공 ‘소령’도 평탄한 삶이 아니다. 소령은 신여성이지만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어머니와 같은 운명일까 주변의 걱정을 산다. 공교롭게 소령은 평양에 강연을 하러 온 이학자 ‘효순’이란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효순은 유부남이었고 이를 안 소령의 고모는 소령의 혼처를 찾아 결혼시킨다. 그러나 소령의 남편은 난봉꾼이었고 시어머니는 모든 걸 소령의 탓으로 돌렸다. 


공부를 열심히 한 신여성이지만 자유연애에 대한 확신과 사회 구조는 바꿀 힘은 없었다. 100여 전에 발표한 소설인데 어떤 면에서는 현재의 삶에 대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여성 혐오와 차별을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성을 대하는 남성의 태도도 다르지 않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소유물로 착각하고 구속할 수 있다는 생각은 왜 변하지 않는가.  「의심의 소녀」의 범네의 아버지는 헤어지자는 말에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이혼한 전처를 죽이는 현재의 남성과 다르지 않다. 




장편소설 「외로운 사람들」 (1924년)에서는 시대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신념과 사랑으로 인해 갈등하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시대엔 부모가 정해준 사람과 혼인을 맺는 게 당연했다. 그러나 ‘순희’와 ‘순철’ 남매는 달랐다. 신연성 순희와 사회학자 정택은 사랑을 위해 도피했다. 각자 정혼자가 있었다. 그들의 사랑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순희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둘은 같이 떠난 것과 다르게 따로 돌아왔다. 순희의 동생 순철은 어린 나이에 두 살 많은 복순과 혼인했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사이라 어른의 뜻에 따라 혼인하는 게 당연하다 여겼다. 그런데 유학에서 청국 왕녀 순영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순영에게 결혼한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양다리를 걸치게 된다. 순영이 조선에서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순철의 순영과 복순 사이에서 갈등한다. 


서로 잘 이해하는 두 연인이 모-든 관계를 끊고, 모-든 소식까지 서로 알리지 않으면서, 오히려 다른 곳에 사랑을 옮기지도 아니하였다면 세상은 그 연고도 모르고 웃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믿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이 믿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운명의 위협을 받아가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발자국마다 그들의 피를 흘리면서 그들의 꿈꾸는, 어떤 목표를 향하여 걸어나간다. 이런 일이 세상에는 흔히 없는 일이요, 사람들은 다-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외로운 사람이 되었다. ( 「외로운 사람들」, 117~118쪽)


「외로운 사람들」에서 정택과 순철은 자신의 사랑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 고뇌한다. 말이 고뇌이지 뻔뻔하다. 정택은 조선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는데 그녀를 보호할 이가 자신뿐이라는 괴상한 논리를 펼친다. 그나마 순철은 양심적이다. 순철밖에 의지할 곳이 없는 복순과 이국 땅에서 순철의 사랑만이 전부인 순영을 외면할 용기가 없다. 그래도 조강지처를 버리지 않기로 결심한다. 순철을 기다리던 순영은 병에 걸려 생을 마감하고 정택의 혼인 소식에 순희도 죽음을 택한다. 순희와 순영의 마지막은 죽음이어야 했을까. 시대를 탓해야 할까. 가정 폭력과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이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해 2차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100년 후의 지금을 생각하면 모르겠다. 


박민정의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친구 ‘세윤’의 실종과 죽음에 대해 들려준다. 세윤은 불행한 결혼 생활을 끝내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화자와 함께 ‘JLPT’시험 준비를 한다. 그런 세윤이 실종 후 자살한다. 세윤이 남긴 건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가 전부다. 나는 그 브이로그를 통해 세윤의 고통을 짐작하고 가늠할 뿐이다. 놀라운 건 브이로그에 등장하는 ‘로사’였다. 나의 학교 후배였던 로사가 세윤의 직장 동료였다. 세윤에게 로사의 이름을 들었을 때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 말해줬지만 세윤은 듣지 않았다. 세윤의 죽음이 직접적으로 로사에게 있다고 주장할 수 없지만 나는 더 강하게 로사를 멀리하라고 말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다. 


어떤 억측이나 소문은 얼마나 무서운가.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슬그머니 가담한다. 김명순의 「의심의 소녀」에서 정확한 사실을 모르면서 소문에 가담하는 동네 사람들, 「돌아다볼 때」의 고모처럼 지레 짐작한다. 뉴스나 언론을 통한 보도에 상상하는 더한다. 박민정의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 세윤이 감당해야 할 시선은 어땠을까. 이혼녀, 전 남편과 연락을 하는 일을 바람을 피우는 거라 수군거리는 동료들.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은 박민정의 에세이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로 이어진다. 


작가는 누구보다 ‘나’를 많이 말하지만, 가장 ‘나’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내가 단 한 명의 작가이지만 또한 오롯이 작가일 수 있으려면 끝없이 나르시시즘을 경계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쓰는 사람이 자기 생애까지 대생화해서 이루려는 문학 행위가 그저 소문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때가 이르면 굳은 바위도 가슴을 열어」, 306쪽)


어렵고 쉽게 읽었다 말할 수 없지만 좋은 소설이었다. 이런 기획이 아니었다면 나는 김명순의 이름도 모르고 그의 소설을 찾아 읽을 일도 없었다. 페미니즘이나 여성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교재가 될 것 같다. 소설적 재미도 충분하다. 

r*********s 2024.06.24.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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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러버] 천사가 날 대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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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작가와 박민정 작가의 100년이라는 시간을 무색하게 만든 두 소설울 소개합니다. 김명순의 데뷔작 '의심의 소녀'는 1917년에 발표된 짧은 소설로, 평양 대동강 동리에 사는 미모의 소녀와 그녀의 가족을 다룹니다. 이들은 동네 사람들과 왕래가 없어 의심을 받습니다. 소녀의 얼굴에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애에 지친 빛이 있습니다. 소녀의 어머니 가희는 평양의 유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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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순 작가와 박민정 작가의 100년이라는 시간을 무색하게 만든 두 소설울 소개합니다. 


김명순의 데뷔작 '의심의 소녀'는 1917년에 발표된 짧은 소설로, 평양 대동강 동리에 사는 미모의 소녀와 그녀의 가족을 다룹니다. 

이들은 동네 사람들과 왕래가 없어 의심을 받습니다. 소녀의 얼굴에는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비애에 지친 빛이 있습니다. 

소녀의 어머니 가희는 평양의 유명한 미인이었으나 남편의 바람과 첩 때문에 자살하고, 외할아버지는 첩의 위협을 피해 손녀와 함께 떠돌게 됩니다. 이로 인해 이들은 동네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게 됩니다. 

소설은 소녀의 슬픈 운명과 고통을 상징적으로 그립니다.



100년 후



박민정의 '천사가 날 대신해'는 자살한 친구 세윤의 이야기를 1인칭 시점으로 탐구합니다. 


세윤은 JLPT 2급 시험을 앞두고 사라졌고, 화자는 그녀의 브이로그를 통해 자살 이유를 추적합니다. 

브이로그에는 로사라는 인물이 반복 등장합니다. 로사는 삼수하여 입학한 후배로, 그와 관련 된 모든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한 회사에 근무한 로사는 세윤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렸고, 세윤은 결국 자살했습니다. 

화자는 로사가 말한 그 꿈을 태블릿 화면에서 보게 됩니다. 이층 침대에 서 있는 여자를 발견하며, 로사가 세윤을 괴롭혔음을 암시합니다.


두 소설의 이야기는 시대에 따라 진화 된 느낌을 받게 합니다. 작가정신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잇다' 시리즈를 강력 추천합니다. 
YES마니아 : 로얄 l*******n 2024.06.2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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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천사가 날 대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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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시간을 넘어선 문학을 통한 두 여성 작가의 조우”김명순, 박민정 작가의 <천사가 날 대신해> 를 읽고-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과 박민정 작가가 만나다-‘나쁜 피’라 불린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과여성이 처한 현대의 공포를 그려낸 박민정 작가가 만나다"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길 원치 않으며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원한다."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최초의 근대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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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시간을 넘어선 문학을 통한 두 여성 작가의 조우


김명순, 박민정 작가천사가 날 대신해> 를 읽고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과 박민정 작가가 만나다-





‘나쁜 피’라 불린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과

여성이 처한 현대의 공포를 그려낸 박민정 작가가 만나다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길 원치 않으며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원한다."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최초의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가 만났다. 

'나쁜 피'라고  불리며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꿈 꾼 여성 작가 김명순, 

그리고 여성이 처한 현대의 공포를 그려나가는 여성 작가 박민정!


두 작가 사이에는 100년이라는 시간이 있지만, 두 여성 작가가 처한 시대와 여성에 대한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분명 김명순 작가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보다 여성이 보다 자유롭긴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박민정 작가가 소설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 그려내고 있는 현대의 공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이 있다. 비단 이것은 여성의 문제만은 아니긴 하지만...


하지만 분명, 100년 전 1895년 김명순 작가가 살던 시대와 사회에 비해서는 나아진 것 사실이다. 그녀는 늘 '최초' 근대 여성 작가 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동시에 당시 문단과 사회로부터 학대를 받았다. 여성이 목소리를 내고 작품 활동을 하기에는 너무나 억압적이고 사나운 세상이었지만, 김명순 작가는 그에 굴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고 170여 편의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은 억압 당하고 자유가 침해 당했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고 여성으로서, 작가로서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서 박민정 작가의 에세이에서 말하는 것처럼 작품 속 화자에 작가 자신을 투영시켜 자전적 글쓰기를 수행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수록된 김명순 작가의 <의심의 소녀>, <돌아다볼 때> , <외로운 사람들>에서  등장하는 화자들이 작가의 모습과 많이 닮아 보인다. 김명순 작가는 실제로 '첩의 딸'이라는 출신 배경으로 인해 '나쁜 피'가 흐른다는 부정한 여성으로 규정되고 남성 주류인 문단에서도 날카로운 비난과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그런 작가의 실제 삶과 소설 속 여성 화자들의 삶의 모습이 많이 겹쳐 보인다. 


<돌아다볼 때>의 여성 화자인 소련과 <외로운 사람들>의 여성 화자인 순희의 모습을 보면서 김명순 작가의 삶이 생각이 났다. 여성으로서 받는 차별과 억압과 지식인이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시대 상황  속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외로움 등이 여실히 느껴져셔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랑과 자유에 기반한 연애를 갈망했지만, 현실은 이루어질 수 없는 비극적인 사랑이었다. 사랑하는 마음조차도, 그리워하는 마음조차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고 평생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채 살아야 했던 그 당시 여성들, 과연 그녀들에게는 자유가 있었을까? 그래서 김명순 작가가 '자유로운 인간'이 되길 바란 것이 아닐까?



또한 작품 속에서 여성 화자들은 공통적으로 가부장제의 여성의 차별과 억압 그 속에서 느끼게 되는 환멸을 느끼게 된다. 

그것은 실제로 김명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더더욱 작가는 작품 속에서 가부장제에 대해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그 부당함을 폭로하려고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박민정 작가의 말처럼,  김명순의 그 철저한 작가정신을 계승하기 위해서 그의 작품은 끝없이 읽혀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비록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세상 속에서도 작가는 사랑과 자유에 기반한 자유 연애를 갈망하였고, 대등하고 주제척인 관계를 지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 세상이 믿지 않는 믿음을 가지 고, 운명의 위협을 받아가면서, 

한 발자국 두 발자국발자국마다 그들의 피를 흘리면서 그들의 꿈꾸 는, 어떤 목표를 향하여 걸어나간다. 

-p. 117



그럼 100년의 시간을 건너 박민정 작가가 사는 현대 시대는 어떤가? 김명순 작가가 살던 시대에 비해 여성에 대한 차별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존재하고 있다. 박민정 작가는 이 책의 표제작인 <천사가 날 대신해>를 통해 현대 여성이 처한 공포를 보여준다.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선 선역도 악역도 여자야." 라는 말처럼  소외와 고통 속에서 죽어간 한 여성의 죽음을 통해 과연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현대 사회 속에서 여성이 처한 소외와 고독 그리고 괴롭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현대의 여성이 느끼는 공포와 괴롭힘에 있어서 과연 가해자는 누구인가? 우리 자신 또한 그 가해자 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 가해자가 주로 남성이었지만, 오늘날 사회에서는 그 대상이 덩욱더 복잡해지고 정교화되었음을, 어떤 누구를 특정해서 말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1000년의 시간을 거슬러 만난 두 여성 작가 김명순과 박민정!

만약 이 소설 잇다 시리즈를 통해서가 아니었다면 김명순 작가와 그녀의 작품에 대해 읽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170여 편의 작품 중 이 책에 수록된 3개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박민정 작가의 말처럼 김명순 작가의 작품들이 많이 읽히고 그 작가에 대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담아 책장을 덮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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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파만파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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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s*******4 2026.08.0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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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여성 작가 김명순의 발견, 천사가 날 대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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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마자 김명순 작가의 사진과 이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1920년에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당시 사회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겪”은 1세대 근대 여성 작가였던 김명순.  ‘첩의 딸’이라는 배경을 문제 삼아 부정한 여자라는 비난과 공격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고통과 비탄, 저주”로 점철된 인생이었어도 그녀는 20여년 간 170여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을 향해 끊임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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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 마자 김명순 작가의 사진과 이력에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1920년에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당시 사회로부터 극심한 '학대'를 겪”은 1세대 근대 여성 작가였던 김명순.  ‘첩의 딸’이라는 배경을 문제 삼아 부정한 여자라는 비난과 공격을 받아야했다. 하지만 “고통과 비탄, 저주”로 점철된 인생이었어도 그녀는 20여년 간 170여편의 작품을 선보이며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김명순의 데뷔작인 ‘의심의 소녀’(1917)를 모티브로 현대 여성 작가인 박민정 소설가는 ‘천사가 날 대신해’ 라는 단편을 완성한다. 박민정 소설가는 청년과 여성이 처한 여러 사회 문화적 조건을 탐구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100년 시공을 뛰어 넘는 두 여성 작가의 연결을 통해 여성의 현실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이끈다.


‘의심의 소녀’는 평양 대동강 근처에서 외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소녀, 범네의 이야기이다. 범네의 모친은 재산가의 독녀이자 미인이었지만 방탕한 남편 때문에 고통받고 자살을 했다. 범네와 할아버지는 남편 첩의 표적이 되어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천사가 날 대신해’는 화자가 친구의 죽음을 두고 그 이유를 밝혀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는 친구 ‘세윤’이 이혼 이후 새로운 직장에서 ‘로사’와 같이 근무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장한다. 나는 대학시절 알게 된 언니인 로사가 영매처럼 행동하고 성범죄에 관여하는 등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아 거리를 두었고 세윤에게도 경고를 한다. 하지만 세윤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여성의 죽음이 핵심 사건이다. ‘의심의 소녀’에서 범네 모친은 세상과 남성에게 모두 외면당한 채 죽음에 이른다. ‘천사가 날 대신해’에서 세윤의 죽음은 명확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다. 꺼림직하고 공포스럽다.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공포에 떨어야 하는 상황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천사가 날 대신해>는 '소설, 잇다'의 기획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소설집이다. 김명숙 작가를 알게 되고 그녀의 작품을 읽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한편으로 끔찍한 차별과 부당한 공격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l****j 2024.06.2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