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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읽은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이 생각난다. 미국과 프랑스 육아방식의 차이를 설명한 책인데, 한 가지 상황에서 각 나라의 대응법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일례가 있었다. 아이를 데리고 다른 집에 놀러가거나 손님이 집으로 방문하였는데 아이가 떠들고 시끄럽게 행동할 경우, 우리는 보통 "얌전히 있어" 라던지 "집에 가서 보자"라는 말로 아이의 행동을 제지시킨다. 미국의 경우에도 그러했다. "be good."이라는 말로 착하게 있어라, 고 주문을 한다. 그에 반면에 프랑스에서는 "현명해라"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현명해라." 아이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교정하려고 들기 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사고해서 행동하기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아이를 한 명의 시민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에 걸맞는 행동을 요청하는 말이다.
“어른들은 왜 아이들한테 잔소리를 해대는 거예요?”
<우리들의 7일 전쟁> 중
양철북 출판사에서 발행된 <우리들 시리즈>는 어른들이 강압하는 세상에서 일탈하는 아이들의 모험을 4가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시리즈의 첫 이야기인 <우리들의 7일 전쟁>은 발간된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이야기이다. 그런 점이 이 책의 매력이고, 여전히 아이들이 고통받는다는 반증이리라.
잘난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만들려는 어른들에게 저항하는 이야기인 <우리들의 7일 전쟁>은 빈 공장에 자신들의 아지트를 만들어 어른들의 출입을 금지시킨다. 어릴 적 누구나 꿈꾸었던 아지트. 서양영화에서 보면 외국 아이들은 나무 위 아지트에서 자기들끼리 모험을 벌인다. 외국 아이들은 저렇게나 자유롭게 사는데 우리는 아지트도 없고 너무 공부만 하고 말도 잘들어야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사실 아지트가 필요한건 우리 아이들도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좋은 사회인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리는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빼앗고 있지 않은가?
“부모니까 자식한테 무슨 말을 해도 된다, 무슨 짓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야. 아무리 제가 먹여 살리는 자식이라도 함부로 얕잡아 봐선 안 돼.”
<우리들의 위험한 아르바이트> 중
어떠한 수단도 목적을 위하여 정당화되면 안된다는 말이 있다. 이런 멋진 말을 누가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른이 아무리 자식 잘되라고 하는 일이라도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면 그것은 강압이다, 고 고쳐 읽고 싶다. <우리들의 위험한 아르바이트>에서는 아버지가 다치셔서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는 친구를 위해 기상천외한 일들을 벌인다. 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심령술, 바람 피는 아빠 뒤쫒기, 못된 선생 골탕먹이기 등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에 놀라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어른들의 모순을 제대로 짚어내는 것 같아 가슴 한 구석이 쿡 찔렸다. 어른들은 다들 제멋대로 하면서 아이들한테는 바르게 살아라 하는 모순. 말이 힘을 가지려면 행동이 수반되어야하는데 나조차 아이에게는 편식하지 마라 하면서 나는 김치를 먹지 않는다.
시리즈를 묶어 읽다보니 점점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엔 그저 반항과 저항뿐이던 아이들의 행동이 자신의 또래에게 자유를 확장하더니, 시리즈의 세번째 책인 <우리들과 7명의 도둑>에서는 힘없는 노인들에게까지 도움을 내민다. 점차 나에서 내 주위로 아이들의 인식이 커져가는 것을 보니 뿌듯하였다. 감당이 될 수 있을까도 싶었지만, 이런 아이들이 내 아이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이라도 좋으니까 학교에서 선생들을 죄다 훔쳐 주세요. 그럼 진짜 재미있을 거야.” <우리들과 7명의 도둑> 중
알고보면, 우리도 아이였다. 학교 가기 싫은 날, 공부하기 싫은 날 우리는 다 알고 있다. 그 기분도 잘 안다. 직장에 나가기 싫고 못된 상사 꼴도 보기 싫고....... 다 알면서도 우리는 왜 아이들에게 착해져라, 가만히 있어라, 공부해라, 시키는 대로 해라, 말대답하지 마라, 대답해라 이렇게 강요하는 것일까. 물론 아이들도 안다. 왜 해야하는지. 그렇지만 어른이라고 다 아는 건 아니다. 어른이 시킨다고 다 옳은 일은 아니다. 때로는 아이들의 생각이 더욱 미래지향적일 때가 있다. <우리들은 비밀섬 탐험대> 편에서 아이들은 오키나와의 골프장 공사를 막으려고 한다. 어른들은 때때로 눈 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다.
“대체 누굴 위해 리조트를 짓겠다는 건지. 어린 너희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구나.” <우리들은 비밀섬 탐험대> 중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혁명은 아이들에게서 시작되었다. 프랑스 혁명이 있기 전, 학생들이 시위하다 죽음을 당한 사건은 파리 시민들의 분노를 혁명으로 이끌어 냈으며 광주 민주화 사건은 어린 고등학생들이 주도하였다. 아마 어른들의 눈은 멀어 있어 보지 못한 것을 아이들은 먼저 보았던 것이리라. 그런 아이들의 생각이 이 책들 <우리들 시리즈>에 가득하여, 읽는 내내 가슴이 아프고 미안하고 그랬다. 재미는 물론이거니와 유쾌하고 통쾌하게 정곡을 찌르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읽고 싶다면, 이 책들 꼭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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