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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정치문화를 분석하는 균형적 시각
"유교정치문화를 분석하는 균형적 시각" 내용보기
1. 들어가며 최근 ‘유교 정치문화’를 소재로 하는 연구폭이 두터워지면서 많은 논문과 서적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 것들은 눈에 띠는 대별적 성향을 갖고 있다. 전면적 비판 또는 따뜻한 시각에서의 접근, 이 두가지이다. 그중 최근 부각되는 후자적 경향을 취하는 논저들의 주된 언급은 전통에 대한 긍정론으로, 유교의 발전적 계승에 대한 주장과 맞물려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
"유교정치문화를 분석하는 균형적 시각" 내용보기
1. 들어가며 최근 ‘유교 정치문화’를 소재로 하는 연구폭이 두터워지면서 많은 논문과 서적이 출간되고 있는데, 이 것들은 눈에 띠는 대별적 성향을 갖고 있다. 전면적 비판 또는 따뜻한 시각에서의 접근, 이 두가지이다. 그중 최근 부각되는 후자적 경향을 취하는 논저들의 주된 언급은 전통에 대한 긍정론으로, 유교의 발전적 계승에 대한 주장과 맞물려져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특히 이는 국외 신진 한국학연구자들에 의한 유교적 모델링을 시도하는 움직임의 주류로 자리 잡혀가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한국에 사는 우리는 이에 관련해 무슨 노력과 관심을 기울였는가? 정작 이러한 학문적 탐색과 그 논의의 토대를 튼실하게 만드는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근년에 출간된 강광식 교수의 <<신유학사상과 조선조="" 유교정치문화="">>에 유의점을 두지 않을 수 없다. 2. 저자의 논의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 10여년이라는 저술에 소요된 세월의 풍상만큼이나, 자서(自序)에서 밝힌 문제의식의 진화과정은 후학들에게 학문도정의 이정표를 제시해 준다. 저자는 전통문화로서의 유교정치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깨치고자 이질문명의 충격에 대한 전통적 지식인의 반응양상을 규명하면서 ‘우리것’의 실체를 파악하게 되었고, 그 후 조선조 특유의 정치문화가 어떠한 시대적 환경변화에 따라 변용양상을 띠면서 오늘의 정치문화에 연결되고 있는가를 살피게 되었다(p.4)고 고백한다. 조선조 유교사상이 나름대로의 계기적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전제하면서 사상적 원형으로서의 유교가 조선사회의 성격 및 왕조적 체질이 매개되어 취사선택되는 문화변용(acculturation)을 보여준다는 점을 밝히면서 정치사상의 동태성에 착목한다.(p.18) 하지만, 이러한 동태적 변용양상은 통시적 조망을 통한 사실(史實)의 나열을 통해서는 자칫 지나치게 장황하여 비논리적 사변들의 누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저자는 조선조 정치사상을 분석하는 데 있어 기초적 소재인 정치사상가들과 그들의 저작에 다가가는 나름의 원칙을 수립한다. 여기서 원용되는 방법론은 스키너(Q. Skinner)와 포칵(J. G. A. Pocock)이 주창한 정치언어의 역사적 연구의 분석시각이다. 그들의 연구관심은 정치사상을 일종의 언어행위(speech-act)로 간주하여 ‘있었던 그대로’의 의도를 구명해 내는데 있는데,(p.111) 이를 통해 이 책의 기본적 분석틀은 발언을 둘러싼 상황을 고려한 언어적 콘텍스트(context)를 중심으로 하는 추론하는 즉 담론분석(analysis of discourse)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3. 유교 정치의 변용과 정치문화의 실제적 변화상 저자는 유교정치에서 정치주체로 상정한 군신간의 역할체계를 보여주면서(p.47), 군주에게서의 치평(治平)과 혼란의 역할모형(p.49)과 신민의 역할모형(p.50)을 제시한다. 이렇게 기능적 의미의 구체화를 중시하는 저자에게 있어서 붕당정치 역시 긍부정의 총론적 판단보다는 운용양상에서의 순기능과 역기능의 분석적 이해(p.59)는 매우 당연한 사고구조로 여겨진다. 베버(M. Weber)의 ‘가산제’(Patrimonalism)적 유형개념과 ‘양반관료제론’적 관인국가 유형이 적용되기 어려운(p.71) 조선조 왕정체제를 ‘지배연합’적 유형으로 설명하고 그 실제상을 역사적으로 적시한다. 저자는 위정자인 군왕과 종정자인 신료가 ‘세도’(世道)를 분할한 것을 조선조 정치구조의 기본적 특성으로 규정하고, 조선 말기의 세도(勢道)는 그러한 균형상이 사라지고 폐해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p.107) 이 책에서 저자의 담론분석 방법론이 돋보이는 것은 율곡의 정치사상에 대한 접근방식에 있어서이다. 스키너와 포칵의 한계점까지 인식하면서,(p.121) 신유학사상의 도학적 패러다임을 율곡이 구사하는 정치언어의 콘텍스트로 이해하려는 조심스럽고도 면밀한 접근방법을 사용한다. 율곡의 성학관은 그의 실천 지향적 유학의 핵심으로서 현실적인 경장을 통해 이상으로서의 인정(仁政)을 실현시키려 함으로써 실리와 더불어 도덕을 병행해 추구하려는 독특한 양상을 가진 것임(p.148)을 논구한다. 곧 내성외왕의 ‘가치합리적’ 도학을 말하는 율곡의 착목점이 ‘목적합리적’ 실학에 놓여져 있음(p.153)은 인용문들의 세부파악을 통해 밝혀지고 있다. 율곡의 담론이 규범적 설득력과 현실적 영향력이 별개인 괴리적 상황이었음(p.160)을 놓치지 않는 것도 역사적 연구법을 원용한 저자의 중요한 발견이다. 서학의 충격과 전통적 정치문화가 반응하는 정치적 양상을 논구하면서도 저자가 놓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작용과 반작용의 물리적 힘의 균형이다. 즉, 분석의 초점을 충격요인뿐만 아니라 반응주체의 개체적 조건에까지 두고 있다.(p.250) 이렇게 용의주도한 균형감각의 견지자세는 세밀한 분석을 중심으로 하는 연구들이 간혹 저지르기 위한 가치개입적 판단의 오류를 막는 중요한 버팀대가 된다는 점은 이 책 전반에서 계속 확인되고 있다. 유교전통의 사림사회가 조선후기에 접어들어 정치문화상의 변용을 가져오게 된 데에는 객관적 상황의 변화라는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사상풍토의 다변화라는 사림자체의 지적요인이 계기적으로 작용했다(p.324)는 주장은 정치사상의 변화에 있어 ‘담론을 둘러싼 상황을 중시’하는 저자가 채용한 방법론의 설득력을 재확인시키는 것이다. 4. 맺음말 이 책이 학문적으로 기여하는 데 있어 높이 살만한 가치는 조선조 정치문화에 대한 연구를 이해가 아닌 분석의 차원으로 높힌 저자의 방법론적 혜안이라 하겠다. 역사적 인사들의 언어적 콘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추론할 수 있도록 담론분석의 언어철학적 유용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토로한다면, 특정의 방법론을 채용함에 있어 그 획기성이 가져올 낯설음을 상쇄할 만한 보다 친절하고 쉬운 지침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마치 낫에 익숙하던 시골 촌부의 손에 최신식 예초기를 쥐어주며 낯선 영어 매뉴얼을 함께 준 격이라면 어떨까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현상황의 타개를 저자에게 요구하기 보다는 스스로에게 찾게 만드는 어떤 의무감을 던져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저자가 역사의 동태성 파악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쓴 노력과 총체적 분석을 위해 견지한 균형감각은 해당분야를 연구하는 신진 연구자들에게 훌륭한 학문적 귀감이 될 것이다.
c*****1 2002.07.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