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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열리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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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에는우리들 입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박성룡의 시 <풀잎>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때 우리는 두 입술로 무수한 파열음을 만들어 냈다. 푸푸 프프 포포 피피 퍼퍼... 이때 나는 무수한 ㅍ들이 창문으로 날아가며 분해되고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고 지금 예쁜 거짓말을 해도 될 것 같다.얘들아, 이제 너희들은 풀잎이 된 거야.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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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풀잎’, 하고 그를 부를 때에는

우리들 입속에서는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박성룡의 시 <풀잎>을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때 우리는 두 입술로 무수한 파열음을 만들어 냈다. 푸푸 프프 포포 피피 퍼퍼... 이때 나는 무수한 ㅍ들이 창문으로 날아가며 분해되고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고 지금 예쁜 거짓말을 해도 될 것 같다.


얘들아, 이제 너희들은 풀잎이 된 거야. 엇, 비가 오네. 어떡하지? 아이들은 비슷하고도 다르게 저저끔 몸을 가볍게 흔들거나 고개를 까딱였다. 이제 센 바람이 불고 있어 풀잎들아, 어떡하지? 아이들은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몸을 흔들었다. 바람이 더더 세지고 있어~ 몸을 힘차게 흔들던 어떤 풀잎 하나가 의자에서 넘어지는 순간, 친구가 쓰러졌다~는 외침과 함께 주변의 풀잎들이 그 풀잎을 일으켜 앉혔고 모든 풀잎들은 손뼉을 치며 환히 웃어주었다. 바람은 멎었고 다시 무수한 ㅍ들이 날아올랐다!

풀잎, 풀잎, 빗방울과 함께 통! 통! 튀는 풀잎, 풀잎,처럼 옵! 포! 포! 터지며 새로 열리는 시간들, 열리고 풀리며 넘나드는 감각들! 은은히 급히, 낱낱씩 한꺼번에, 모든 감각이 스치며 겹친다. 몸과 마음의 경계를 열고 차단막을 젖히고 확장되고 부서지고 다시 모이는 나의 조각들을 느낀다. 참으로 진귀한 책이다.

천천히 읽고 아주 조금씩 읽는다, 휙 내달리듯 일부분을 읽기도 한다, 중단한다. 눈을 감는다. 바람기나 흙냄새, 나팔꽃의 선명한 진보라색, 엄마 목소리거나 미영이의 웃음소리거나... 다가오는 대로 보이는 대로 지난 시간 어느 지점에 있다. 어린 나는 살짝 보이는가 하면 곧 사라진다. 달아난다. 슬그머니 미소 가운데 종종 푸,푸 웃고 있다.

몇 쪽 더 읽는다. 또박또박 소리내어 읽는다.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다시 내 유년시절의 어떤 냄새들과 어떤 색과 빛들, 소리들이 반짝이며 몰려오고 흩어진다. 잃어버린 내것들을 줍고 만지고 보고 쓰다듬고 함께 뒹군다. 잊은 것들이 다가와 나를 간지르고 건드린다. 죽은 줄 알았던 것들을 살려낸다, 조금씩 읽고 천천히 느낀다, 잠시 자주 나를 만난다. 아... 참 새로운 책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i*****8 2024.10.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