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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란 참 매력적이다. 인간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일정하게 흘러간다. 그리고 인간을 포함한 모든 물상들을 변화시켜 나간다. 물상들에 생명이 포함되어 있고 그들은 그 시간을 살고 있다. 시간을 그들에게서 제외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살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시간이 있고 생명들이 있기 때문에 ‘살이’가 존재하고 시간을 계산하는 일도 생겨난다. 이 책에서는 시간을 계산해 늘어놓고 있다. 그 시간들은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인간들이 계산하거나 의식할 수 없는 대단한 것이다. 이런 시간들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찾는 것은 물상의 잔해를 통해서 계산하고 판단하는 지질학의 문제다. 이 책의 내용은 지질학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깊은 시간으로부터’란 말이 가지는 의미는 지질학에서 말하는 단위의 시간들을 말한다. 인간이 사는 시간은 기껏해야 백 년 정도다. 역사의 흔적을 가지고 얘기해도 오천 년이 고작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대상으로 하고 있는 시간은 아득한 시간을 말한다. 그것은 만 단위의, 억 단위의 시간을 말한다. 그것은 우리가 의식하는 크기의 한계를 벗어나 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거론할 시간이 못된다. 지질학을 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느끼고 궁구하는 시간들이다. 그 시간들은 흐릿한 흔적으로 계산된다. 그 계산을 찾아보는 것도 무척 생경하면서도 이색적이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테는 시간을 말한다. 한 해, 한 해가 쌓여 층층을 이루며 시간을 말해 준다. 땅도 그렇다. 퇴적층을 보면 그 속에서 시간을 알 수가 있다. 저자는 땅을 통해서 그 속에서 만나는 세월을 찾고 있다. 제주의 주상절리나 서해의 채석강을 찾으면 바위에서 시간을 느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은 땅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지질학자들이 보는 시간의 개념이다.
지질학자들은 무수한 시간 속에 살고 있다. 보통의 인간들이 삶을 통해서 만나는 시간들은 가시적인 시간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보는 시간은 아득하고 비가시적인 시간들이다. 단위가 인간들이 계산할 수 있는 범주를 넘어 선다. 그들은 땅의 깊은 곳에 있으면서 지상에 노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노출될 때 그 속에서 아득한 시간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인지할 수 없다. 그 분야는 지질학자들의 몫이고, 그들은 그것들과 그들이 생성될 때의 시간 속에 살고 있다.
특별한 형체가 없어 보이는 백악덩어리 속에서 찾아낸 해면 화석, 화자의 기억 속에는 유년 시절에 있었는지 아닌지 모를 기억이 떠돌고 있다. 화자에겐 그가 만난 어느 해변에서의 기억들이 명멸해 가고 있다. 아득한 시간들이 기억 속의 땅들과 돌, 암석들이 바쁜 현재의 시간에 묻혀 있다가 돌출되어 나타난다. 그것이 화자의 시간이 되고 화자는 아득한 시간들 속에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만난다. 그 시간들이 이 책을 통해 그려지고 있다. 그 시간은 깊고 아주 먼 시간들의 흔적이다. 놀라운 발견이고 현재를 잊게 만드는 깊고 아득한 시간이다. 그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그 흔적이 만나는 시간들, 이 책에서 그려내고 있는 내용들이다.
책은 3부분으로 나눠 그려나간다. 아득한 지질학의 시간들이 머무는 <암석과 얼음의 시대>를 찾는다. 선명하지 않은 시간들이 현실이 되어 나타나는 지층을 만나면서 그 속에서 시간을 읽고 있다. 저자의 시선은 걸음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학자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실제로 아득한 시간이 스며있는 대상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직접 만나고 있는 이야기들을 얘기하기에 어려운 내용인데도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단층, 화산, 운석 등 시간이 스며있는 것들을 찾고 그들 속에 스민 시간과 그들의 속성을 얘기한다. 보통의 인간이 느끼지 않고 살고 있는 아득한 시간을 만나며 그 속에서 현재를 만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하고 있다. 아득한 시간들이 현존하고 있는 흔적들을 찾는 걸음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신선한 충격으로 단위가 다른 시간들이 다가온다.
<동물과 식물들>이라는 항목으로 얘기를 만든다. 이들은 주로 화석의 시간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박물관을 찾고 그 속에서 잘 감지할 수 없는 시간을 찾는 것도 이런 흔적을 통해서다. 그 흔적을 실제로 만나고 그 속에서 시간을 찾는 일은 전문가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 책은 -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입고 있지만 - 그 시간들을 일반인 가까이 가져다 놓는 모습을 보여준다. 대단한 감각과 시각을 가지고 시간들을 찾고 있다. 그 시간을 보여주는 자취를 만나고 있다. 놀랍고 신비롭게 느껴지는 장면들이다. 저자가 찾고 듣고 만나는 세계는 범인에게도 새로운 눈을 가지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지질학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그것들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인지한다. 오늘의 세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라는 것도 안다.
화산, 지진, 해일, 기상이변 등 오늘 일어나는 많은 위기적 상황이 이 지질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문이라는 것은 과거의 축적이되 오늘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학문을 한다는 것은 현재를 살고 있는 인간들을 길을 밝혀주기 위한 일이다. 그러기에 지질학은 과거의 것들을 연구하지만 오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지질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아마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사명감을 가지고 몰두할 것이라 여겨진다. 화석을 찾고 거기에서 변화와 생성을 만나는 것도 오늘의 거울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 여겨진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아득한 시간에 머물고 시간의 개념이 보통의 사람들과 달리 인식하는 것이리라.
결국 책은 인간들의 삶과 관련을 지으면서 마무리하고 있다. <인간이 만든 경관>이라는 소제목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부분에서 환경과 질서를 다루고 있다. 도시지질학은 인간의 삶이 켜켜이 쌓여 이루어진 것일 게다. 이들은 시간의 개념으로 생각한다면 찰나에 불과할 것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인간의 만들어 가는 세상이기에, 오늘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기에 소중한 일이리라. 그러기에 ‘인류세’라는 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한다. 인간이 만들어가는 퇴적물이 좀 더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별로 긍정적으로 여기지는 않고 있다.
저자는 아득한 시간이 스며있는 바닷가를 가까이 하고 있다 그 속에서 보고 있는 시간들을 마음에 품고 있다 그러면서 아득한 시간들이 밖으로 나와 고갤 내밀고 있는 것을 바라본다. ㄱ리고 그 시간들을 생각한다. 퇴적물, 분출된 용암, 융기와 하강으로 인해 생긴 단층 등이 그 대상이 된다. 그들 속에 스민 시간, 쉽게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 몰입하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다. 저자는 그들 가까이 다가가고 그들과 함께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 시간은 깊은 시간이다. 아득하고 그 깊이를 쉽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글의 제목이 다시 생각해도 멋스럽다. 지질학의 시간은 단위가 다르다. 그 단위가 다른 시간들을 우리 곁에 다가오게 만드는 책이다.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만나는 세상, 그들이 열어가는 세상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쉽게 감지되지 않는 단위, ‘만, 억’이라는 숫자의 시간들이 경이롭게 느껴진다. 그 시간들이 조금은 가깝게 다가오게 만드는 책, 이 책은 그 속에서 인간들이 살아가야 할 현재, 미래를 생각해 보게도 한다. 감사하게 읽은 책이다. 깊은 시간, 아득한 시간이 지구의 생명과 함께 희미하게 다가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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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책 〉
【 깊은 시간으로부터 】 - 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 _헬렌 고든 / 까치
여러 해전 터키의 한 산에서 ‘노아의 방주’와 일치하는 ‘배의 형태’를 발견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었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표면 아래의 평행선과 직각들은 자연적인 지질학적 형성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라며 “흥미롭게도 이 배 편대는 성경에서 주어진 방주와 정확히 같은 길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지질학자들은 이 발견 장소에 대해 독특한 암석이 형성된 것이며 노아의 방주 흔적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만약 배가 사실이라면, 왜 배가 산으로 갔을까?
1746년 프랑스의 지질학자 장 에티엔 게타르는 지표면에서 지질학적으로 유사한 지대를 나타내는 지도를 처음으로 제작했다. 프랑스의 지질학적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 점선과 실선, 그리고 다른 기호를 이용하여 흑백으로 인쇄된 이 지도에는 ‘모래지대’, ‘이화암 지대’, ‘금속을 함유한 지대’가 표시되어있었다. 지질도라기보다는 광물도에 더 가까웠다. 시간이 흘러 스미스라는 사람이 1815년에 세계 최초로 한 나라(영국)에 대한 진정한 비교 지질도를 발표했다. 스미스는 암석과 화석에 대한 영국의 지질도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다. 화석을 이용해서 암석의 유형을 확인한 선구자였다. 스미스의 지도는 산업혁명 기간 동안 영국의 과학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깊은 시간(Deep Time)’이라는 표현에 주목한다. 오래 된 시간이 아닌 깊은 시간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땅속 이야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구의 대륙들은 느리지만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진을 제외하곤 우리가 못 느낀다. 깊은 시간 속에서 바다는 육지가 되고 산이 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금 육지는 다시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다. 언젠가 동영상으로 세계 유명도시들이 물에 잠기는 시뮬레이션을 본 적이 있다. 지구를 있는 힘껏 망가뜨리고 있는 인류를 위한 경고였다.
이 책의 지은이 헬렌 고든은 과학자는 아니지만, 과학자 못지않은 학식과 열정으로 땅속 이야기를 들려준다. 실제로 지질학자들과 함께 탐사를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며 땅속에 묻힌 깊은 시간들에 가까이 가고 있다.
“깊은 시간의 세계에서, 모래층이 퇴적된 200만 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니다. 최초의 척추동물은 5억 년 전부터 살았다. 광합성의 시작은 최소 30억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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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미국 작가 존 맥피다. 그의 말을 가져다 제목에 쓴 헬렌 고든의 깊은 시간으로부터는 지질학자의 시간관을 반영한 제목이다. 지질학자들은 깊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깊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은 조금 다른 곳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깊은 시간 속에서는 100만년전, 5000만년전, 5억년전에 일어난 일도 중요하다. 깊은 시간에서는 모든 것이 일시적이다. 뼈는 바위가 되고, 모래는 산이 되고, 대양은 도시가 된다.(22 페이지) 인간의 뇌가 과거를 자연스럽게 압축한다면 깊은 시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 압축을 해체하는 일을 한다.(35 페이지) 사물을 시간의 원근법으로 배치하는 지질학은 ‘인간 사고에 가장 독특하고 변혁적 기여를 하는 학문’(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표현)이다. 저자의 전공은 지질학이 아니다. 저자는 지질학 입문서들을 읽었고 퇴적학자, 층서학자, 고생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발굴지와 노출된 절벽 면을 조사하는 답사에 참여했고 주변과 발 아래의 암석에 쓰여 있는 깊은 시간의 역사를 배웠다고 자신을 설명한다. 지질학적 기록은 필연적으로 복잡하고 불완전하다. 그래서 기록을 해독하려면 인간의 역사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해석학적 추론이 필요하다.(20 페이지) 지질학자에게 필요한 것은 불완전하거나 사라졌거나 단편적인 자료의 조각들을 맞춰서 한 편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능력, 상상력이다. 저자는 지질학자와 시인을 같은 차원으로 분류한다. 지질학자와 시인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말들을 찾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에 의하면 약 1미터 두께의 런던 점토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려면 타임머신도 필요하지만 선사시대의 바다 밑바닥에 쌓이는 퇴적층을 수만년 동안 지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는 엄청나게 강력한 저속 촬영 장비도 필요하다.(퇴적암은 암석의 작은 조각이나 생물의 잔해가 주로 물속에서 쌓이거나 바닷물의 증발과 같은 화학적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암석이다.) 영국의 지질학자 제임스 허턴(1726 - 1797)은 이런 말로 유명하다. “따라서 우리의 현재 조사의 결과는 시작의 흔적도, 끝의 전망도 찾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The result, therefore, of our present inquiry is, that we find no vestige of a beginning - no prospect of an end.)” 그런데 허턴의 반대자들은 허턴이 태초도 없었고 종말도 없으리라고 주장한 것처럼 그의 말을 왜곡했다. 허턴은 자신이 수집한 암석 표본을 하나님이 손수 쓴 하나님의 책이라고 불렀다. 허턴은 지질학적 변화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같다는 동일 과정설의 제창자다. 동일 과정설의 요지는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말이다. 허턴은 인간의 사고를 얕은 시간의 세계에서 깊은 시간의 세계로 넘어가도록 도왔다. 허턴의 생각을 발전시키고 대중화한 것이 찰스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다. 동일 과정설과 대비되는 것이 조르주 퀴비에의 격변설이다. 두 사람의 학설은 모두 어느 정도 옳다. 천천히 꾸준하게 일어나는 연속적인 과정 속에 한 지역이나 지구 전체에 재앙을 일으키는 대이변들이 간간이 한 번씩 끼어든다는 말이 가능한 것이다. 제임스 허턴이 알게 된 대로 암석은 지구의 역사책이지만 그 책은 많은 페이지들이 사라지고 훼손되고 뒤집히고 순서가 바뀌어 있다.(80 페이지) 중요한 것은 암석의 순서를 정하고 한 지역을 다른 지역과 연결하는 것이다. 층서학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층서표는 지질학자들의 주기율표 같은 것이다.
판구조론의 시작은 알프레트 베개너이다. 베게너의 학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는 그 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 이후 해저 확장이 발견되면서 베게너의 학설은 마침내 찬밥 신세를 면했다. 해저 확장은 맨틀의 뜨거운 물질이 바다 밑바닥에 놓인 두 개의 판 사이로 올라올 때 일어난다. 그러면 두판은 양쪽으로 벌어지고 판의 가장자리는 냉각된다. 이 발견으로 마침내 베개너의 학설에 부족했던 메커니즘이 생겼다. 이것이 바로 대륙 이동을 일으키는 동력이었다. 많은 판의 경계는 물속에 있고 지표면에서 뚜렷한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매우 드물다. 그런 장소 중 한 곳이 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샌엔드레이어스 단층이다. 단층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암석의 응력과 변형이 축척될 때 만들어진다. 암석은 움직이는 판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아 휘어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단층 파열이 일어나면 격렬하게 부서진다. 우리는 이것을 지진이라고 부른다. 샌앤드레이어스 단층에 항상 지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이 특별한 판의 경계 근처에서 살아가면서 감수해야 하는 결과 중 하나이다. 지질학자 해리 필링 레이드(H.F Reid)가 발표한 탄성 반발 이론(Elastic Rebound Theory)이 판 구조 연구의 토대 중 하나가 되었다. 샌엔드레이어스 단층은 주향 이동 단층(strike slip fault)이라고 알려진 단층이다. 저자는 직접 샌엔드레이어스 단층을 찾아봐 지질학자처럼 경관의 공간뿐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시간도 보내고 노력했다. 저자는 단층선 위로 자라는 푸릇푸릇한 식생은 판의 경계에 나타나는 경관 단절을 더 유순하게 보여주는 징후라고 말한다.(103 페이지) 두 개의 다른 세계, 두 개의 다른 시간이 이곳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두 경관이 서로 다르며 서로 다른 일을 겪었다는 것은 지질학자가 아니라도 알아볼 수 있다. 이를테면 북아메리카판에 있는 변성암은 진흙과 모래로 바다 밑바닥에 쌓인 후에 서서히 파묻혀서 열과 압력을 받다가 판의 힘에 의해 밀려 올라와 편암과 편마암으로 다시 지상에 나타났을 것이다. 그 암석들 중에는 오래전에 백악기에 햇빛을 받으며 돌아다니던 공룡의 발 아래에 있던 암석도 있을 것이다. 태평양판의 암석은 더 젊고 잡다하다. 이 퇴적층은 대부분 산사태와 강물을 통해서 운반된 크고 작은 자갈과 모래들로 이루어져 있다. 파묻히지도 않았고 고결되거나 열에 의해 구워지거나 더 오래된 경관은 낡고 예스러운 특성이 생길 시간도 없었다. GPS 덕분에 우리는 판의 경계에서뿐 아니라 판의 내부에서도 암석의 변형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 일부 과학자들은 판의 충돌로 인해 암석들이 부서지면서 방출된 중요한 영양소들이 캄브리아의 대폭발과 같은 생물 진화의 주요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오브리 저클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판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맨틀과 지각 사이에서 물질을 재활용할 방법이 없다면 탄소, 질소, 인, 산소처럼 생명에 중요한 원소들이 암석에 갇힌 채로 그대로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판구조라는 컨베이어 벨트는 탄소를 많이 포함한 암석을 맨틀 속으로 끌어당겨 녹임으로써 해로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판 구조의 도움으로 우리가 숨을 쉬는 셈이다. 저자는 여자들은 대체로 지진을 신체 징후로 느끼고 남자들은 자신들의 조사(지진 예고)를 과학이라는 정식 장비로 치장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말을 하며 그들이 만들어 보내는 X 파일은 지진보다는 그 편지를 쓴 사람에 대해서, 세상을 이해하고자 했던 그들의 간절함에 대해서 우리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늘날 진지한 과학자들에게 지진 예측은 아픈 손가락이라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한스 요하임 마즈가 한 말이 생각난다. 바울이 베드로에게 한 말은 베드로보다 바울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사실을 말해준다는 말이다. 저자는 윌리엄 스미스의 지도에 근거해 영국 서부가 동부보다 더 오래된 땅이라고 말한다. 영국 남동부에서 출발해 북서쪽으로 이동해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까지 가면 이스트앵글리아의 가장 새로운 지층에서부터 하일랜드의 아주 오래된 변성암까지 시간을 거슬러 여행을 하는 셈이 된다. 스미스의 지도는 산업혁명 기간 동안 영국의 과학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 그의 지도는 공장의 동력이 될 석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점점 커져가는 도시를 지탱할 암석과 점토를 어디에서 캐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또한 주석과 납과 구리 광산이 있을 만한 곳, 수로와 철도를 가장 쉽게 놓을 수 있는 자리도 나와 있었다. 그의 지도는 지식뿐만 아니라 돈을 벌 길도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스미스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지질학회 회원들을 포함한 그의 동시대인들은 그에게 아무런 감사 표시도 하지 않고 그의 생각을 도용했다. 그렇게 그의 지도를 도용한 지도들이 만들어지면서 스미스는 지도 제작비용을 회수하지 못했고 결국 영국 고등 법원의 채무자 감옥에 수감되었다. 지질학회는 1831년이 되어서야 그의 업적을 인정하고 잉글랜드 지질학의 위대하고 독창적인 발견자로 승인하는 울러스턴 메달을 그에게 수여했다. 그리고 1832년에는 드디어 연 100파운드의 정부연금 형태로 금전적 보상도 했다. 백악기는 층서에서 가장 긴 지질 시대로 약 8000만 년간 이어졌다. 백악기가 끝난 후로 지금까지 6500만 년이 흘렀으니 얼마나 긴 시간인 줄 알 수 있다. 오늘날 백악이 발견되는 지역의 물에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코콜리스(cocolith; 원반 모양의 방해석 골격)라는 유기체 잔해가 가득하다. 백악(白堊)은 투수성(透水性)이 매우 좋아 식수원을 제공하는 거대한 대수층(帶水層)으로 작용한다. 백악 속에는 균열도 있어 그런 곳에서는 물이 백악을 통과하지 않고 균열을 따라 흘러간다. 복합화산에서는 분출이 일어나는 위치가 화산 꼭대기인지 옆면인지를 화산학자들이 알 수 있다. 반면 칼데라에서는 대단히 다양한 위치에서 분출이 일어날 수 있다.(156 페이지) 화산이란 지표면 아래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교란이 격렬한 방식으로 지표에 표출되는 것이다. 고체인 암석이 녹아서 마그마가 생성되는 과정은 지하 50 ~ 200km 깊이에서 일어난다. 마그마는 주위의 고체 암석보다 가볍기 때문에 위로 올라간다. 캄피 플레그레이의 경우 지하 약 5km 깊이에 있는 거대한 마그마 챔버에서 일부 마그마가 약 3km 지점까지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162 페이지)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산학, 더 일반적으로는 지질학에 변화가 일어났다. 거의 순수하게 관찰 위주의 과학이었던 지질학은 그 무렵 수학적 규칙을 찾고 모형을 만드는 더 정량적인 학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분출은 지구의 지각이 늘어나고 파열될 때 일어난다. 마그마는 지표 쪽으로 이동하고 마그마가 들어갈 공간이 생기려면 지각은 팽창해야 한다. 고무줄을 상상해보자. 고무줄은 어느 정도까지는 잡아당길 수 있지만 어떤 한도를 넘으면 끊어진다. 지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지각이 끊어지면 분출이 발생할 것이다. 이탈리아 시민보호부에서는 캄피 플레그레이의 분출에 대해서 네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소형, 중형, 대형, 초대형으로 분리될 수 있는 폭발성 분출, 여러 개의 화구에서 일어나는 동시다발적 분출, 수증기가 일으키는 수성 분출, 지속적으로 용암이 흐르는 분류성 분출 등이다. 화산재는 보기에는 밀가루 같지만 기본적으로 암석이기 때문에 잘 털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기계나 전기 장치 속으로도 들어가는데 화산재가 많을 때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도 쉴 수 없다.(170 페이지) 화산쇄설류가 용암류보다 훨씬 위험하다. 용암은 일반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물론 예외는 있다. 따라서 우리는 뛰어서 도망갈 수 있고 심지어 걸어서도 용암을 피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용암류가 마을과 항구를 피해서 흐르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반면 화산쇄설류를 특정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화산쇄설류는 섭씨 200 - 700도의 뜨거운 기체와 암석 입자(테프라; tephra)가 시속 96km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매우 위험한 흐름이다. 이보다 암석이 조금 더 적고 기체가 조금 더 많으면 화쇄난류(pyroclastic surge)라고 부른다.(170, 171 페이지) 저자의 표현은 유려한 문학적 표현으로 빛난다. 가령 다음의 문장들을 보라. "떨어진 화산재는 단단히 다져져서 바위가 되었고, 용암류는 굳어서 노두가 되었으며, 오래된 화산은 나무로 뒤덮인 언덕이 되었다. 그 후에 사람들은 기름진 화산 토양에 이끌려 이 칼데라에 정착했고 그 후손들은 화산재로 만들어진 암석을 가져다가 언덕 비탈길에 집을 짓고 아파트를 건설했다."(176 페이지) 저자의 설명으로 듣는 화석 이야기도 새롭다. 화석이 될 확률이 극히 낮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부분의 동물은 몸이 부드러워 화석이 될 가능성이 낮고, 어떤 동물은 단순히 수 자체가 적고, 육상의 고지대에서는 침식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동식물의 흔적이 잘 남지 않는다. 심해저에 기록된 것은 섭입에 의해 지워진다.(194 페이지) 하나의 생물이 화석이 되고 그 화석이 인간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있음직하지 않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야 한다. 몸이 온전한 상태로 죽어야 하고 유난히 강한 폭풍처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서 충분히 두꺼운 퇴적층에 그 온전한 몸이 빨리 덮여야 하고 그 퇴적층이 암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퇴적암에 지하 깊은 곳의 열과 압력이 가해져서 심한 변형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그 후 지표로 올라와서 그 생물이 죽고 수백만년쯤 흐른 뒤에 다시 빛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공간적으로는 화석 채집가들이 자주 출몰할 가능성이 있는 곳이어야 하고 시간적으로는 깊은 시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좁디좁은 구간 사이에 벌어져야 한다.(193, 194 페이지) 그뿐 아니라 화석 보존 처리도 아주 어렵다. 화석은 깊은 시간 속에 살았던 과거의 생물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 과거의 정경을 가장 잘 떠오르게 하는 증거다. 저자는 암모나이트의 조직화된 형태와 정밀한 선들은 엔트로피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임을 너무나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데본기는 지구 역사에서 이 세상이 처음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 시기다.(203 페이지) 이 시기에 식물이, 그리고 동물이 물에서 뭍으로 대규모 이동을 한 시기다. 깊은 시간에 익숙한 사람만이 3,000만년에 걸친 변화(어떤 식물이 데본기가 시작될 무렵 키가 몇 센티미터였다가 3,000만년 후에 10미터가 넘게 된 변화)를 폭발이라고 묘사할 수 있다. 대부분의 고생물학자들은 현생 조류가 단순히 공룡의 친척이나 자손이 아니라 수각류의 하위 분류군에 속하는 실제 공룡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는 사실(245 페이지)도 흥미롭다. 저자는 인류세와 관련해 우리가 단순히 일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 주위에 새로운 지구를 만든다고 말한다.(288 페이지) 저자는 얀 잘라시에비치(‘지질학’의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건물도 암석 순환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암석으로 만들어졌고 암석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뚜렷한 기록을 남길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지하철이 지나는 터널은 살아 있는 유기체에 의한 지층의 교란 즉 생물 교란의 일례다.(289 페이지) 얀 잘라시에비치는 하나의 생물종이 5km가 넘는 깊이까지 대규모로 광범위하게 암석을 들쑤신 것은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중대한 지질학적 혁신이라고 말했다. 인간에 의해 일어나는 생물 교란은 잘라시에비치와 그의 동료들이 기술권이라고 부르는 것의 일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화강암 이야기도 유익하다.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광을 내면 갖가지 색을 내는 화강암은 마른 땅이 존재하는 이유가 되는 암석이다. 약 40억년전 화강암은 부력에 의해 선캄브리아기의 바다에서 떠올랐고 해양지각과는 다른 대륙지각을 형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육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저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 새로운 빙하기가 도래함에 따라 수 km나 되는 얼음이 기반암에 압력을 가할 경우 지하 핵폐기물 보관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에 대해 언급한다.(325 페이지) '깊은 시간으로부터'는 암석과 화석, 지층을 찾아 나선 헬렌 그린의 답사 후기다. 저자는 자신이 운전하고 있던 전원지대는 지질학적으로 빼어난 장소를 보호하고 알리기 위해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하일랜드 북서부 지질 공원에 속하는 곳으로 차창 밖으로 깊은 시간 속에서 뚜렷하게 구별되는 3개의 순간이 보였다는 말을 한다. 현생누대(顯生累代)의 첫 기인 캄브리아기, 원생누대, 시생누대라는 3개의 이전 세계가 남긴 3개의 경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현생누대란 생명이 보이는 시기를 의미하고 캄브리아기는 대단히 많은 복잡한 생명체가 화석 기록에 나타난 시기를 의미한다. 저자는 사물에 이름을 붙여주려면 시간을 들여 그것을 구별할 특징을 골라야 한다고 말한다. 사물의 이름을 알면 그 공간 속에서 우리가 존재하는 방식에 변화가 생긴다. 많이 알수록 배경 속에서 흐릿하고 엇비슷하게 보이던 많은 것들이 더 선명하게 존재를 드러낸다.(330페이지) 저자가 다룬 다양한 분야의 지질 이야기 중 판구조론이 가장 유용했다. 알지 못하던 것을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 주제(깊은 시간)를 의미있게 펼치는 저자의 실력에 감탄했다.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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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역사와 지질학에 관심이 많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테라 인코그니타 terra incognita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저자 헬렌 고든은 문학가이다.
지층에 시간의 개념을 도입한 지질학의 아버지, 제임스 허턴은 암석의 형성에서 열과 압력의 역할에 대한 증거를 찾던 중 1788년에 시카 포인트에 도착하고 지질학의 위대한 발견을 하게 되고 "허턴의 부정합"은 여전히 수많은 지질학 교재의 표지를 장식한다. 그런 업적을 남긴 제임스 허턴의 묘지가 교회의 (쉽게 찾을 수 없는) 눈에 띄지 않는 초라한 곳에 있고 아무도 찾지 않아서 저자가 느낀 것처럼 나도 좀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책을 목차 순서대로 읽어 나가고 있는데 중간 중간 내가 읽고 싶은 부분을 하나씩 골라 읽어도 무리가 없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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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시간으로부터] 서평단으로 예스24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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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헬렌 고든의 책이다. 저자는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언어에 대해서 생각하며 보내는 사람들이 주로 모이는 문학 출판계에 종사하는 자신에게 지질학은 한눈에 봐도 매력적인 분야였다고 말한다. 책 제목인 [깊은 시간으로부터]란 말은 지질학자들의 시간에서 온 말이다.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작가 존 맥피다. 맥피는 지질학에는 정말로 인문학적인 면이 적지 않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국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깊은 시간은 생명의 기원과 다양화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한 토대이며 지질학, 물리학, 천체물리학을 이해하기 위한 결정적 개념이다. 저자에 의하면 깊은 시간이란 더 거대하고 더 이상한 규모의 시간을 의미한다. 인간의 시간이 초, 분, 시, 년으로 측정된다면 깊은 시간은 수만 년, 수백만 년, 수억 년의 시간을 다룬다. 저자는 깊은 시간 속에서 산다는 것은 조금 다른 곳을 장기적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깊은 시간 속에서는 지난주, 작년,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일만이 아니라 100만 년 전, 5천만 년 전, 5억 년 전에 일어난 일도 중요하다. 우리가 바로 지금 이 특별한 순간에 특별한 장소에 있는 이유는 그런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난 사건들의 연속으로 설명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당신이 만약 백악 위에 서 있다면 한때 바다였던 곳에서 있는 셈이라 말한다. 저자는 지질학 입문서들을 읽었고, 퇴적 학자 층서학자, 고생물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발굴지와 노출된 절벽면을 조사하는 답사에 참여했고 주변과 발 아래에 있는 암석에 쓰여 있는 깊은 시간의 역사를 배웠다고 말한다. 그러니 [깊은 시간으로부터]는 배움과 대화, 탐사를 거쳐나온 책이다. 지질학자들은 암석층을 읽는 법을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과거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법을 익힌다. 각각의 층은 이전에 있었던 하나의 세계를 나타낸다. 그 세계는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동안 이어지다가 사라지고 그 위로 다른 암석층이 덮인다. 저자에 의하면 퇴적암은 암석의 작은 조각이나 생물의 잔해가 주로 물속에서 쌓이거나 바닷물의 증발과 같은 화학적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는 암석이다. 17세기 덴마크의 의사 스테노는 새로운 퇴적물의 층이 점점 두껍게 쌓이려면 그것이 쌓일 수 있는 단단한 층이 이미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더 오래된 퇴적암층일수록 더 새로운 층의 아래에 놓인다는 것이다. 고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지질학이 인간 사고의 가장 독특하고 변혁적인 기여를 한다고 말했다. 본문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지질학은 물리학에서 파생된 부정확한 학문에 불과하다고 간주되었다는 내용이다. 과학의 텃세 서열에 따르면 이론 물리학자는 실험물리학자를 무시하고, 실험물리학자는 지질학자를 무시하고, 지질학자는 지리학자를 무시한다. 하지만 지질학은 본질적으로 역사적 차원이 있다는 면에서 순수 물리학이나 화학, 생물학과 구분된다. 지질학적 기록은 필연적으로 복잡하고 불완전해서 그 기록을 해독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역사에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해석학적 추론이 필요하다. 지질학은 회색 자료를 해석할 재주가 필요한 학문이다. 불완전하거나 사라졌거나 단편적인 자료의 조각들을 맞춰서 한 편의 이야기를 자아내는 능력, 상상력을 발휘해서 반쯤 있는 그림을 완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다른 누군가의 말처럼 지질학자는 기본적으로 셜록홈즈 같다. 깊은 시간에서는 모든 것이 일시적이다. 뼈는 바위가 되고, 모래는 산이 되고, 대양은 도시가 된다. 현재 우리는 간빙기에 살고 있고 그린란드의 빙상은 지표면의 상당 부분을 하얗게 덮고 있던 지난 빙기의 잔존물이다. 당시 북반구에는 두께가 킬로미터 단위에 달하는 빙하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불과 1만 년 전까지만 해도 얼음으로 덮여 있던 캐나다, 스코틀랜드, 스칸디나비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이제 얼음이 녹아서 사라졌지만 그린란드에는 아직 남아 있다. 얼음 코어는 과거의 대기와 직접 접촉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제공한다. 공기, 물처럼 덧없어 보이는 것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보존된다는 것이 어딘가 환상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만일 그 얼음 코어가 녹으면 50만 년 전에 내린 눈이 녹은 물을 마실 수도 있고 그 얼음 속 기포에서 방금 방출된 50만 년 된 공기를 들이킬 수도 있다. 지질학자들에게 메카가 있다면 단연 시카 포인트일 것이다. 바위 투성이의 작은 곶인 시카 포인트는 에든버러에서 동쪽으로 63km쯤 떨어진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을 따라 넓게 자리 잡은 베릭셔 카운티의 한 절벽 아래에 있다. 1788년 제임스 허턴이 밝힌 부정합과 관련된 곳이다. 허턴은 지구의 계속적인 형성에 대한 설명은 없고 파괴에 대한 설명만 있는 과학적 통설을 접했다. 창조가 단 한 번 뿐이라는 성경의 가르침도 접했다. 만일 성경이 옳다면 모든 산은 닳아 없어져야 하고 결국에는 땅도 모두 사라져야 맞다. 그러나 허턴은 회복 과정이 있음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허턴은 도대체 어떤 힘이 풍화된 자갈과 모래알갱이들을 새로운 바위로 변모시킬 수 있었을까? 물속에서 형성된 그 암석들은 어떻게 솟아올라서 새로운 땅이 될 수 있었을까? 궁리했다. 허턴은 열(熱)에서 답을 찾았다. 허턴은 침식과 퇴적 과정이 매우 느린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제임스 허턴은 인간의 사고를 얕은 시간의 세계에서 깊은 시간의 세계로 넘어가도록 도왔다. 그의 연구는 태양계의 중심에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있다고 주장한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갈릴레이, 요하네스 케플러의 연구 만큼이나 근본적이고 중대했다. 그러나 그의 위대한 학설은 그의 생전에는 전혀 널리 읽히지도 않았고 이해되지도 않았다. 그 이유는 그의 난해하고 산만한 문체 탓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누구보다도 더 허턴을 열렬히 추종하는 플레이페어조차 허턴의 글의 장황함과 모호함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현재 지구에 작동하는 과정들이 지구의 역사를 설명할 수 있다는 허턴의 생각은 라이엘을 통해서 동일과정설이라고 알려지게 되었고 지질학도들 사이에서는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말로 요약되어 대대로 전해져왔다. 현재 동일과정설과 격변설 모두 어느 정도 옳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늘날 대부분의 지질학자들은 두 학설을 결합하여 깊은 시간의 세계를 보여주는 그림을 내놓는다. 그 그림에서는 천천히 꾸준하게 일어나는 연속적인 변화 과정 속에 한 지역이나 지구 전체의 재앙을 일으키는 대이변들이 간간이 한 번씩 끼어든다. 저자는 우리의 손바닥 아래에는 약 3천만 년의 시간이 사라져 있었다고 말한다. 실루리아기에서 데본기로 세상이 바뀌던 그 시기에는 어떤 바위도 놓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그곳에 놓여 있던 바위가 풍화되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깊은 시간이라는 장부에는 보존되어 있는 것보다 소실된 것이 더 많다. 저자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다. 다이아몬드 업계에 4C가 것이 있다면 운석 경매인에게는 4S가 있다는 것이다. 4C는 cut(연마), color(색깔), clarity(투명도), carat(중량)이다. 4S는 size(크기), shape(형태), science(과학), story(이야기)다. 저자는 암석은 시간이 만든 기록이라 말한다. 연대를 결정하기 위해서 방사성 붕괴를 활용할 수는 있지만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 유형의 증거는 암석뿐이라는 말을 인용한다. 저자는 암석 1cm는 1, 000년의 시간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암석은 지구의 역사책이다. 하지만 그 책은 많은 페이지들이 사라지고, 훼손되고, 뒤집히고 순서가 바뀌어 있다. 만약 그 책을 읽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암석 유형의 변화를 고대의 기후 사건과 연결할 수 있다면 지구의 역사를 재구성하여 궁극적으로 지질 연대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질 시대의 단위는 지구 전체에서 동시에 일어난 사건을 토대로 구분된다. 그런 사건들은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고 암석과 얼음에 기록을 남긴다. 플라이스토세와 홀로세가 나뉘던 시기에 일어난 지구 온난화 사건은 그린란드의 얼음 코어 속에, 공기 조성에 갑작스러운 변화로 기록되어 있다.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가 나뉘던 시기는 기온이 상승하고 정체된 대양이 산성화되고 재앙 수준의 화산활동이 일어난 시기였다. 이 시기에 이르러 대멸종 사건으로 인해서 해양에서는 10종 중 무려 9종의 생물이 멸종했고, 육상에서는 10종 중 7종이 사라졌다. 지구상에서 생명이 종말을 맞을 뻔 했다. 이 사건은 탄소 동위원소 비율의 변화, 화산재층, 화석 기록의 급격한 감소를 통해서 입증된다. 각각의 단위에는 고유 색깔이 있다. 지질 연대표의 맨 아래에서 오른쪽에 있는 명왕누대는 지구 표면이 액체 상태의 암석으로 덮여있던 신비스러운 시대로 색깔은 청보라색이 도는 붉은색이다. 이 표의 초기 부분, 생명이 주로 대양에 존재하던 시절인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는 회녹색과 연한 청록색 계열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홀로세를 위해서 지질학자들이 고른 색은 별 특색 없는 분홍색과 갈색이 도는 베이지색이다. 지질 연대표의 맨 꼭대기에는 떨어진 반창고의 색깔, 칼라민 로션의 색깔, 씹다 뱉은 풍선껌의 색깔이 반듯하게 놓여 있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마리 퀴리,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버지니아 울프, 코페르니쿠스, 붓다가 모두 거기에 있다. 그리고 그 얇은 띠 아래에 있는 다른 모든 세계는 우리가 결코 직접 겪을 수 없고 오로지 흔적을 통해서만 단편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그 세계는 우리가 나타나기 전에 있었던 사라진 세계들이다. 판구조론이 확립되자 지질학은 꽤 그럴듯한 과학이 되었다. 당시까지 지질학은 관찰 위주였고 본질적으로 별개로 보이는 사실들을 수집하는 활동이었다. 판구조론은 지질학의 거대 이론이 되었다. 생물학의 다윈주의, 물리학의 양자역학과 마찬가지였다. 오늘날 지구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판구조론의 발판 위에 확립되었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면에는 맨틀의 최상부와 지각으로 이루어진 두께 125km의 거대한 판들이 모자이크처럼 맞물려서 움직이고 있다. 이 판들은 약 7개의 큰 판과 약 8개의 더 작은 판으로 구성된다. 판들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 위에 있는 것처럼 뜨겁고 무른 암석 위를 미끄러지듯이 움직여서 지구 전체를 돌아다니고 그 위에 얹힌 대륙과 해양도 함께 운반한다. 판의 경계가 만나는 곳에서는 두 판이 서로 벌어지기도 하고 한판이 다른 판 아래로 파고들기도 하고 슬로 모션으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처럼 두 판이 충돌하기도 한다. 판이 부딪히면 땅이 구겨진 보닛처럼 휘어지면서 높고 낮은 산맥이 만들어진다. 때로는 한 판이 다른 판의 아래를 파고들어 빨갛고 뜨거운 맨틀로 내려가고 맨 틀에서는 암석이 녹아서 재활용된다. 판과 판 사이의 이런 상호작용은 땅의 형태에서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땅이 변하는 방식, 화산이 폭발하고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 지구상의 동식물 분포에 이르기까지 우리 세계가 왜 이런지를 설명해준다. 많은 판의 경계는 물속에 있고 지표면에서 뚜렷한 흔적을 볼 수 있는 장소는 매우 드물다. 그런 장소 중 한 곳이 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샌앤드레이어스 단층이다. 밤낮 없이, 천천히 깊은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판의 움직임은 단층을 통해서 슬며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단층은 땅속 깊은 곳에 있는 암석에 응력과 변형이 축적될 때 만들어진다. 암석은 움직이는 판으로부터 엄청난 압력을 받아 휘어지기 시작하다가 어느 날 단층 파열이 일어나면 격렬하게 부서진다. 우리는 이것을 지진이라고 부른다. 샌앤드레이어스 단층에 항상 지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이 특별한 판의 경계 근처에서 살아가면서 감수해야 하는 결과 중 하나다. GPS 덕분에 우리는 이제 판의 경계에서뿐 아니라 판의 내부에서도 암석의 변형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안다. 일부 과학자들은 판의 충돌로 인해 암석들이 부서지면서 방출된 중요한 영양소들이 캄브리아기 대폭발 같은 생물 진화의 주요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약 5억 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일어났을 때에는 오늘날과 같은 생명체의 조상들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세인트루이스 대학교의 오브리 저클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판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이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맨틀과 지각 사이에서 물질을 재활용할 방법이 없다면 탄소, 질소, 인, 산소처럼 생명의 중요한 원소들이 암석에 갇힌 채로 그대로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판구조라는 컨베이어 벨트는 탄소를 많이 포함한 암석을 맨틀 속으로 끌어당겨 녹임으로써 해로운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판 구조의 도움으로 우리가 숨을 쉬는 셈이다.(111 페이지) 1800년대 초 윌리엄 스미스는 최초의 지질도를 만들었다. 암석의 연대와 쌓인 방식 등을 기록했다.(135 페이지) 스미스의 지도는 산업혁명 동안 영국의 과학과 경제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 그 지도는 공장의 동력이 될 석탄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암석과 점토를 어디에서 캐낼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또한 납과 주석, 구리 광산이 있을 만한 곳, 수로와 철도를 가장 쉽게 놓을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지도 나와 있었다. 사암, 석회암 등은 연암(軟巖)이고 화강암, 현무암 등은 경암(硬巖)이다. 방해석은 변성암인 대리암 만큼 단단하지만 연암 지질학에 속한다. 오늘날 백악(白堊)이 발견되는 지역의 물에는 코콜리스(cocolith)라고 하는 '현미경으로만 볼 수 있는 크기의 유기체 잔해'가 가득하다. 백악은 영국 남부 해안에서 영국 해협 아래로 내려갔다가 또다른 해안 절벽으로 다시 나타난다. 프랑스인들은 코트달바르트(설화석고 해안)라고 하고 영국인들은 별로 입에 올리지 않는 이 하얀 절벽은 모네, 피카소, 르누아르의 그림 속에 많이 남아 있다.(142 페이지) 본문에 나오는 여러 암석 가운데 백악과 플린트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캄피 플레그레이(Campi Flegrei)는 불타는 들판이란 의미의 말로 칼데라를 지칭한다. 화산이 분화한 뒤 분화구가 무너져 내리면서 만들어진 거대 그릇 형태의 지형이다. 복합 화산이 분출이 일어나는 위치가 화산 꼭대기인지 옆면인지를 알 수 있다면 칼데라에서는 대단히 다양한 위치에서 분출이 일어날 수 있다.(156 페이지) 화산이란 지표면 아래의 끊임없는 교란이 격렬한 방식으로 지표에 표출되는 것이다. 이런 판구조의 움직임이 캄피 플레그레이를 만들었다. 깊은 시간의 판구조 운동 과정이 인간의 시간 속에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157 페이지) 화산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 하나는 오늘날 지표면에서 활동하고 분출하는 현대의 화산을 연구하는 것이다. 이 화산들은 관찰과 측정이 가능하다. 다른 하나는 과거의 깊은 시간 동안 지구의 어디에서 어떻게 화산이 폭발했는지 알기 위해서 암석 기록을 조사하는 것이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화산학 더 일반적으로는 지질학에 변화가 일어났다. 거의 순수하게 관찰 위주의 과학이었던 지질학은 그 무렵 수학적 규칙을 찾고 모형을 만드는 더 정량적인 학문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분출은 지구의 지각이 늘어나고 파열될 때 일어난다. 마그마는 지표 쪽으로 이동하고 마그마가 들어갈 공간이 생기려면 지각은 팽창해야 한다. 고무줄을 상상해보자. 고무줄은 어느 정도까지는 잡아당길 수 있지만 어떤 한도를 넘으면 끊어진다. 지각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지각이 끊어지면 분출이 발생할 것이다.(168 페이지) 화산재는 보기에는 밀가루 같지만 기본적으로 암석이기 때문에 잘 털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기계나 전기 장치 속으로도 들어가고 화산재가 많을 때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숨도 쉴 수 없다. 용암은 일반적으로 느리게 움직인다. 물론 예외는 있다. 따라서 우리는 뛰어서 도망갈 수 있고 심지어 걸어서도 용암을 피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용암류가 마을과 항구를 피해서 흐르도록 유도할 수 있었다. 반면 화산쇄설류가 특정 방향으로 흐르도록 유도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화산쇄설류는 섭씨 200~700도의 뜨거운 기체와 암석 입자가 시속 96km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그야말로 매우 위험한 흐름이다. 이보다 암석이 조금 더 적고 기체가 조금 더 많으면 화쇄난류라고 부른다. 무르고 짙은 색을 띠는 라임 레지스의 절벽은 쥐라기에 형성된 블루 리아스라는 지층의 일부이다. 연한 회색의 갈비뼈 같은 석회암층과 두툼한 청회색 셰일 덩어리가 번갈아가며 쌓여 있는 절벽은 조악한 화질의 초음파 영상처럼 보였다. 서로 다른 두 층이 쌓였다는 것은 이 쥐라기의 바다가 탁한 진흙탕(셰일층)에서 맑고 따뜻한 얕은 바다(석회암층)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생물체가 죽으면 그 몸은 해체되고 다른 생명체나 부패 과정에 의해 분해된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는 화석화가 일어나고 몸의 일부분인 껍데기나 뼈 같은 단단한 부위가 광물로 치환된다.유기물은 무기물로 바뀌고 뼈는 암석이 된다. 극히 일부의 생명체만이 화석이 된다. 그 확률은 엄청나게 희박하다. 한 종이 대략 200-500만 년 동안 지속된다고 가정하면 현생누대 5억 년간 나타났다가 사라진 후생동물은 약 10억 종에 달한다. 그 중에서 기재되고 명명된 것은 30만 종에 불과하다. 1000분의 1이 안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은 몸이 연해서 화석화될 가능성이 낮고 어떤 동물은 단순히 수 자체가 적었다. 육상의 고지대에서는 침식이 잘 일어나기 때문에 한때 그곳에 살았던 동식물의 흔적이 잘 남지 않는다. 심해저에 기록된 것은 섭입에 의해서 지워진다. 하나의 생물이 화석이 되고 그 화석이 인간의 눈에 띄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있음직하지 않은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야 한다. 우선 몸이 온전한 상태로 죽어야 한다. 유난히 강한 폭풍처럼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서 충분히 두꺼운 퇴적층에 그 온전한 몸이 빨리 덮여야 하고 그 퇴적층이 암석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퇴적암에 지하 깊은 곳의 열과 압력이 가해져서 심한 변형이 일어나서도 안 된다. 그런 다음 지표로 올라와서 그 생물이 죽고 수백만 년쯤 흐른 뒤에 다시 빛을 보아야 한다. 이 마지막 단계는 화석 채집가들이 자주 출몰할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 일어나야 하고 깊은 시간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좁디좁은 구간 동안에 벌어져야 한다.(194, 195 페이지) 화석은 깊은 시간 속에 살았던 과거의 생물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증거, 과거의 정경을 가장 잘 떠오르게 하는 증거이다. 과거의 풍경을 암석을 통해서 추론해야 하는 곳에서 화석은 즉각적으로 만지고 조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실체이다. 저자는 화석 기록이 예전에 우리 행성에 살았던 생물의 세세한 모습을 극히 일부만 보여주듯이 역사적 기록도 극히 불완전하다고 말한다.(200 페이지)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공부하던 한 연구자는 "나는 데본기를 보면서 이 시기에 식물에서 또 다른 대폭발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세상이 어떤 모습이었는지에 대해서 우리에게 아무런 개념도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 시기에 세상은 매우 단순한 식물이 있던 곳에서 거대한 숲이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구 역사에서 데본기는 이 세상이 처음으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와 비슷한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 시기다. 이 시기에는 처음에는 식물이, 그다음에는 동물이 물에서 뭍으로 대규모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헐벗은 채였던 바위에는 초록이 드넓게 덧입혀졌고 오래전에 사라진 늪과 해안의 부드러운 진흙에는 최초의 발자국들이 찍혔다. 공룡 뼈와 달리 식물 화석은 3차원적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드물다. 대개 탄소로 이루어진 섬세한 검은색 선으로 된 식물 화석은 암석 속에 납작하게 눌려 있어서 암석에서 분리하기가 불가능하다. 공룡 멸망에 대한 가설 중 공룡이 운석 충돌 이전부터 쇠퇴하고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과학자들의 지적에 따르면 백악기 말에 해수면의 높이가 낮아지면서 생긴 서식지의 변화 때문에 공룡 집단 사이에 다양성이 부족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동물 집단은 다양성이 낮을수록 열정이 더 취약해진다.(241, 242 페이지) 대리암 석판과 기둥을 통해서 우리는 수만 년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밝은 색의 광맥은 원래는 석회암이었던 암석의 틈새로 특이한 광물을 잔뜩 머금은 뜨거운 열수가 스며든 자리이다. 대리암의 기질 속에 들어 있는 각양각색의 결정들은 그 암석의 어두운 지하의 열과 압력 속에서 서서히 형성되고 변성되면서 수천 년을 보냈다는 증거이다. 암석에 새겨진 깊은 시간 내 친필 서명인 셈이다.(270 페이지) 존 에릭 로빈슨(John Eric Robinson; 1929- 2025)는 도시지질학(Urban Geology)의 개척자이다. 화성암인 화강암의 조리에 들어가는 기본 재료는 장석, 석영, 운모이다. 런던의 도로 연석(緣石)은 대부분 화강암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장식용으로 쓰기 위해 광을 내면 화강암은 갖가지 색을 띤다. 워털루 옆 바닥의 콘월(Cornwall) 화강암은 오트밀 색이, 블랙 프라이어스 다리 북단에 있는 빅토리아 여왕의 동상 좌대를 이루는 에버딘셔의 피터헤드(Peterhead) 화강암은 1970년대 요리 책에 실린 아스픽처럼 짙은 빨간색과 연어 색이 돈다. 캄피 플레이그레이 칼데라를 만든 화산분출 사건인 캄파니아절 응회암 대분출로 인해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 지역 고유의 암석인 피페르노가 만들어졌다. 밝은 회색의 화산재가 압축되어 형성된 피페르노 속에는 스코리아(화산에서 튀어나온 현무암질 용암) 또는 피아메라고 알려진 검고 납작한 조각들이 섞여 있다. 단단하고 무거운 피페르노는 가끔은 건물의 외장재로 쓰여서 나폴리의 제수누오보 성당의 으스스하고 요새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웅장한 정문이나 장식용으로 이용된다. 이 돌은 때로 어떤 방향으로 잘렸는지에 따라서 작고 검은 불꽃들처럼 건물 표면에서 깜빡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기체에 의한 지층의 교란을 의미하는 생물 교란(bioturbation)이라는 말은 흥미롭다. 생물이라는 단어와 섭동(攝動)의 영어 표현인 퍼터베이션(perturbation)을 통합한 단어로 보인다. 저자는 인류세 개념은 인간을 다시 세상의 중심에 가져다 놓는 것이라 말한다. 수백 년 동안 우리의 자리라고 믿은 바로 그 자리로 말이다. 그리고 그 대가가 비록 환경 재앙이라고 해도 우리는 어느 정도는 그런 생각에 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297 페이지) 그러나 나는 중심이 뭐 그렇게 대단한가? 묻고 싶다. 더욱 부정적인 중심임에랴. 본문에 나오는 생명의 대폭발로 유명한 캄브리아기는 생명이 보이는 시기를 의미하는 현생누대(顯生累代)의 첫 시기다. 물론 이는 화석이 남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저자는 영국을 남동에서 북서로 잇는 즉 이스트앵글리아에서 하일랜드 서부로 이어지는 대각선을 따라서 이동한다면 쌓인 지 얼마 안 되는 이스트앵글리아의 제4기 퇴적층에서부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해서 런던 분지의 고제3기 점토, 노스다운스의 백악기 상부 백악, 코츠월드의 쥐라기 어란석, 페나인 산맥을 둘러싸고 있는 트라이아스기의 사암, 레이크 지방의 오르도비스기와 실루리아기 암석들, 그램피언스 산맥의 캄브리아기 노두를 거쳐서 하일랜드 북서부와 헤브리디스 제도에 있는 가장 오래된 암석들에 이른다고 말한다.(327 페이지) [깊은 시간으로부터]는 문학인인 저자가 여러 “대단히 박식하고 너그러운” 전문가들이 시간을 내어 유익한 안내를 해주어서 나온 책이지만 지질학 비전공자가 쓴 책임을 감안하면 놀랍다. 다만 마지막 문장에 언급한 영국을 남동에서 북서로 잇는 대각선 경로에 대해 더 상세하게 풀어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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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 어떤 재난영화도, 기후관련 정책에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무조건 추천 또 추천이다. 헬렌 고든의 저서, 깊은 시간으로부터의 도서 분류는 '과학'이다. 우리가 밝고 서있는 땅 아래, 암석과 지층은 물론 연대를 증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인 얼음층과 지형을 표기하는 지도, 다시 그 지도 위에서 태어나고 다시 쇠퇴한 생명체에 관한 역사와 다시 땅위로 올라와 인류가 미치는 영향에 따라 변화된 기후에 이르기까지 이 한 권의 책에서 등장하는 전문가와 그들의 직업군, 관련 전공은 실로 다양하고 흥미로우며 무엇보다 정말 재미있다. 글을 쓰는 소설가였던 저자가 땅 아래, 지층에 관심을 보이게 된 계기는 마치 재난관련 영화에서 마주하는 도입부, '그러던 어느 날'처럼 우연처럼 다가온다. 런던을 돌아다니면서 조금 관심을 가지면, 우리의 발아래에 수많은 암석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암석층 대부분은 하 번도 인간의 눈에 띈 적이 없다. 암석들이 처음 형성되었을 때 인간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 암석들의 오랜 이야기가 파묻히고 감춰져서 잊혔기 때문일 수도 있다. 14쪽 본문만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단숨에 읽었을 만큼 흥미로운 '소설'처럼 다가왔지만 서두에 밝힌 것처럼 엄연히 과학분야에 속해있다. 그렇다보니 수백만 년 전 플라이스토세를 지나 홀로세를 살고 있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질학의 변천사 혹은 관련 이론이 어떻게 정립되고 수정되었는지를 요약해야 하는 어떤 의무감 같은 것이 느껴져 서평을 적는 것이 쉽지 않았다. 헌데 이런 이론이야 일단 이 책을 읽기만 하면 저절로 알게되는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가 인기를 얻으면서 상대성 이론이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부분이니 읽으면서 아! 하거나 오! 했던 부분 위주로 적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제일 처음 오! 했던 부분은 빙하학 교수이자 얼음코어 기록 보관소의 학예사 스테펜션과의 만남이이었다. 도서관 사서 자격증과 학예사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나름 어떤 기관의 사서 혹은 학예사가 될 수 있을지 상상해보던 때가 있었다. 헌데 '얼음코어 기록 보관소'라는 장소는 뜻밖이었다. 그야말로 영화 속 재난전문가를 찾아나설 때 엄청난 이력이 소유자이자 미모의 소유자이면서 돌싱(그것도 배우자와 심각한 성격차이로 인한 결별)의 인물이 절로 연상이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스테펜션 부부는 같은 직무에 종사할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사적인 배경도 이 책이 흥미롭게 읽혔던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지질학자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관심도 생겼는데 지질학자가 마치 시인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밝혀내는 사람들이라는 표현도 좋았다. 두 번째로 오! 했던 부분은 운석 경매에 관한 부분이었다. 운석을 수집한다는 게 엄청난 부자이거나 연구기관 혹은 학자들에게 한정된 것인 줄 알았는데 결코 그렇지 않았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듯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의외로 소장 경로가 엄청나게 까다롭진 않았다. 아! 했던 부분은 백악에 관한 부분이었다. 백악기 하면 공룡을 포함 해 지금은 볼 수 없는 멸종된 동물들의 이야기 속에서만 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백악을 만날 수 있다. 백악의 세계는 약 1억-8,000만 년 전에 시작되었다. (...)지질학자들은 이 시기를 라틴어로 "백악"을 뜻하는 Creta르 따라 배각기라고 부른다. (...) 백악기가 끝난 후로 지금까지 6,500만 년이 흘렀ㅇ니, 얼마나 기 시간인지 알 수 있다. 138쪽 백악은 영국 남부 해안에서 영국 해협 아래로 내려갔다가 또다른 하얀 절벽으로 다시 나타난다.(...) 백악은 프랑스 북부의 상당지역과 스칸디나비아의 일부 지역, 네덜란드 림뷔르흐 지방, 독일 일부 지역에도 있다. 142쪽 백악이 처음 연구되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약 3개층으로 이루어졌다고 짐작했지만 판구조론자들의 연구가 더해져 100년이 지난 이후, 무려 9개의 층으로 세분되기 시작되었다. 백악만 오차가 컸던 것이 아니다. 지구의 나이 자체가 만 년도 안되었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이렇게 몰랐던 것을 하나씩 밝혀가는 과정도 재밌었지만 안타까운 내용도 분명 있었다. 영국의 유용한 지도를 개발한 스미스의 경우는 같은 학자들 끼리도 무상으로 베끼거나 제대로된 보상없이 차용 당하는 등 지도제작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기도 했다. 특히 아! 했던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특정 시기, 시대를 한 단어 혹은 '~시대'라는 말로 함축시키기도 하고, 마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이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는 데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홀로세'로 저자 뿐 아니라 이 책을 읽거나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시기를 살고 있다. 지질학자들의 삶은 1~2년 혹은 수십년 동안 일어난 사실들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짧아도 수 천년 수 만년에 이른다. 맨 처음 오! 했던 얼음코어 기록소에 있는 얼음은 그렇게 오래 전 내렸던 쌓인 눈을 통해 지구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홀로세 이후의 누군가에 의해 지금 지상에서 내리는 눈을 통해 같은 방식으로 지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화석 역시 마찬가지의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해준다. 베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수집가용 수납장을 열더니, 만찬 접시만한 크기의 나작하고 둥근 클라도그실론류의 화석을 꺼냈다. 그는 "이 화석을 처음 봤을 때 완전히 넋이 나갔다"고 말했다. 208쪽 저자는 같은 화석을 보고 어떤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 내가 봤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 표본이 이전에도 발견된 것인지 어떤지의 여부를 알 수 없을 뿐더러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위의 언급한 표본은 나무의 생장방식이 이전과 다를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준 거였고, 새로 발견한 만큼 이름을 붙일 수도 있었다. 그저 땅 아래를 파헤치는 굴삭기를 보았고, 층이 나뉘어진 구덩이를 보았을 뿐인데 저자의 관심과 행동은 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데까지 미쳤다. 마지막 아! 했던 부분이 이 지점이었다. 조개 껍질에도 층은 보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에 대한 책을 함께 읽는 그 많은 순간, 내게도 이런 기회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인류세란 말을 처음 들으며 기후의 심각성을 깨닫는 순간에도 그런 기회는 곁에 와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던 순간만큼 지질학에 대해, 기후에 대해 무엇보다 지구와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재난영화도, 기후관련 정책에서도 깨닫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무조건 추천 또 추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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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1. "우리는 죽음이 사유의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가는 통로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들 한다. 세상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이 같은 시간속에 살고있는 것이다.하지만 체감하는 시간의 흐름은 모두가 같지만은 않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이 빠르게 느껴질수도 있고 늦게 느껴질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도 '100년'이라는 시간적 개념은 오랜 시간으로 느껴질 것이다. 100년이라는 시간도 길게 느껴지는데 1만년 전은 지금과 같다고 말하는 책이 있어서 만나보았다.
《깊은 시간속으로부터 NOTES FROM DEEP TIME》의 첫문장은 이 책속으로 빨리 들어오라고 매력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저자 헬렌 고든은 수시로 매력적인 이슈들을 보여주며 책을 덮을 때까지 흥미와 재미를 잃지않게 하고있다. 지질학과 가장 가까운 교과목은 아마도 지구과학인듯하다. 다른이들에게 지구과학 시간은 어땠을지 모르지만 내겐 '너무 먼 당신'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지구의 속을, 지구의 시간 흐름을 연구하는 지질학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다.
p. 64. 만약 46억 년이라는 깊은 시간이 24시간이라면, 인간은 자정이 되기 2분 전에야 등장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깊은 시간'에서는 100만년이라는 시간의 흐름도 별 의미있는 시간으로,변화 가능한 시간으로 대우해주지않는다. 깊은 시간 DEEP TIME 의 의미를 알고 조금씩 지구에 다가갈 수 있게 안내해주는 흥미로운 책이다. 저자 자신이 직접 발로 찾아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욱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것 같다. 편집자 출신의 저자가 가진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만들어낸 흥미와 재미 그리고 의미까지 찾을 수 있는 지질학 입문서 같다.
p.285. 인류세는 인간의 마음에 영향을 받는 유일한 시대예요. 지질학에대해서 이야기하고있는 과학책인데 마치 여행의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처럼 쉽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1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지만 굳이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목차를 보고 만나보고 싶은 이야기부터 만나도 무난할것이다. 어느 곳에서 시작하더라도 지질학을 향한 편안한 여행이 될 것이다. 지질학에대한 흥미와 재미를 제대로 접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할 과학 관련 에세이를 찾고 있다면 꼭 한번 만나보길 바란다.
"까치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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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다' 라는 말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울림이 있다. 이 책도 그랬다. 암석안에 깊이 새겨져있는 파란만장한 여정의 기록들. 해변에서도 바다가 토해내는 규칙적인 파도 소리를 듣고, 그 안에서 우리 지구 위의 모든 것의 기원을 발견한다는 상상이상의 기쁨을 함께 하게 된다. 특별하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자연의 깊이를 저자는 새로운 시각과 뜨거운 열정으로 보며 10억 년이 넘는 시간의 기록들을 바라보고 발견해냈다. 지질하자들은 다른 사람들과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인간의 시간이 아닌 더 거대하고 이상한 규모의 시간 즉 '깊은 시간'에서 살아간다고 한다. 수만 년, 수백만 년, 수억 년의 시간을 다루는 지질 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보이지 않던 층의 비밀과 그 속삭임에 귀 기울이게 된다.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았던, 아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아주 느린 속도로 작동하는 "깊은 시간"의 지질학적 과정을 발견해내며 그 과정의 놀라움을 담담하지만 상상하게 하는 미학적인 표현으로 우리의 눈을 뜨게 해준다.
"과학 분야 중에서 지질학은 다소 별나다. 지질학은 당신이 마음속으로 만든 세상을 서술적인 언어로 다른 이들에게 설명하는 학문이다. " p19
- 언덕은 환영이고, 언덕은 흘러간다. 형태는 바뀌고, 굳건히 견디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덕은 안개처럼 녹아 없어지고, 단단한 땅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p21
이 책은 깊은 시간을 찾아 현재와 연결시키는 놀라운 여정을 소개한다. 우리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맴돌고 있는 이전 세계의 모든 것들은 바삐 몰아치는 현재라는 일상의 그늘에 가려진 채 다시 밝은 곳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p24) 고 전한다.
그린란드의 빙상은 독특한 기록 저장고라며 지구의 과거 기후, 즉 깊은 시간의 기후를 담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고 발견한 저자의 담담한 산문적인 기록의 글은 보지 않아 상상할수 없는 그 시간을 그리게 한다. 인간의 뇌가 과거를 자연스럽게 압축한다면, 깊은 시간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일은 그 압축을 해제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지나간 시간의 회복. 그것을 찾고자 했던 작가의 노력에 감동하게 된다. 지질 학자들이 발견하는 그 깊은 시간은 현재이며, 우리 자신의 시간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의 일부분이라는 광활하지만 꽤나 구체적인 표현이 생각지 않은 울림을 준다. 저자는 "깊은 시간"을 따라가며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과 그 연결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지구의 시간과 얽힌 인간으로부터 쌓여지는 우리의 삶이 만들어낼 미래의 그 시간의 흔적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엔 상상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구의 깊은 시간은 내게 생경하지만 또 그 이상의 무언가 묵직한 것을 던져주었다. 지구의 역사책인 암석은 세계의 변화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현재 우리에게 그 깊이를 알려준다. 이를 통해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며 식물과 동물의 이동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할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그 이전의 세계를 알게 해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이 미칠 미래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한다.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는 기쁨과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가 있기까지 지구가 쌓아온 그 순리적인 가치에 대해서 감동과 경외심을 보내본다. "깊은 시간"이 보내는 메세지에 나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고민을 안고 책을 덮는다.
"일단 지표면으로 올라오자, 그 암석은 크고 자은 침식을 받으면서 어떤 형태를 이루었다. 세상은 그 사이로 미끄러져 지나갔다. 얼음으로 뒤덮인 경관이 되고, 뜨거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사막이 되고, 조용하고 김이 피어오르는 습지가 되었다. 동물들은 암석의 표면을 가로질러 돌아다녔다. 엉금엉금 기어다녔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녔고, 깡충깡충 뛰어다녔고, 타박타박 걸어다녔다. 10억 년도 넘는 그 모든 시간 내내, 암석은 거의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p334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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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땅 아래에는 그동안 지구에 존재했던 모든 것들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우리의 상상으로는 가름조차 할 수 없는 기나 긴 시간의 기록이 '깊은 시간(Deep Time)' 이라는 이름으로 기록을 저장하고있다. 이런 땅의 기록은 지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된다. 빙하 속에는 오래 전 지구의 공기를 간직하고 있다. 암석층 사아사이에 숨어있는 화석을 통해서는 그 시대의 식물 동물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뉴욕 주 쇼하리 카운티의 길보아라는 작은 마을의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숲으로 알려진 숲에서는 데본기 최초의 동식물의 등장을 알 수 있다. 오랜 세월 지구는 지구 스스로 변화해왔다. 암석이 침식과 퇴적을 반복하며 지형을 변형시켰고, 해빙이나 화산 활동에 의한 융기와 파열 등은 급격한 생태계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인류는 그 동안의 지구의 지질과 생태 변화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지질시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른바 '인류세'라는 개념은 학계는 물론 언론과 정계, 시민 단체 등에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류는 현재의 간빙기가 5만년은 갈 것이라는 예측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공룡이 그랬듯, 인류 역시 언젠가 멸종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애써 앞당기고 있다. 아무리 인간이 스스로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믿는다 할지라도 궂이 멸망의 시계에 가속을 붙여가며 그 시간을 앞당길 필요가 있을까. 발 아래에 새겨진 깊은 시간의 수백만년의 기록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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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까치글방 출판, 헬렌 고든 저, 김정은 옮김의 『깊은 시간으로부터-발아래에 새겨진 수백만 년에 대하여』는 우리가 발을 디디고 현실을 유지하는 이 땅, 지구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과학분야 중 지구과학에 속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과에 속한 내가 학창시절 가장 좋아했던 과학분야가 지구과학이었는데, 이 책은 오래동안 잊고 지냈던 지구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일깨웠다. 지구과학, 지질학에 관한 과학적 내용이 많지만, 전문가의 지식을 참고하고 참조하여 전달할 뿐 내용은 대중적이다. 또한 영국에서 시작하여 파리, 핀란드의 빙하, 미국의 샌안드레아스, 스코틀랜드 등으로 이어지는 지질학 추적은 세계의 지질학적 연관성과 역동성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과학을 아우르고 있지만 글의 흐름이 추적물 같아서 찾아보니 저자는 지질학자가 아니라 전문 작가였다. 지질학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된 작가가 쓴 지구과학 이야기라니 뭔가 나처럼 지구과학에 흥미를 가진 문과생인 것 같아서 혼자 친근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초입에서 지질학에 대해 설명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보면 지질학이 유독 인문학과 접점을 가질 수 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지질학은 본질적으로 역사적 차원이 있"기 때문에 "인간 역사에 적용되는 것과 비슷한 해석학적 추론이 필요하다."(20) 그렇기에 인문학도가 본질적으로 가장 친근하게 느끼고 끌리게 되는 과학 분과인 것이다. "지질학자는 '기본적으로 셜록 홈스'"(20)라는 말은 지질학의 인문학적이자 과학적인 면모를 가장 잘 나타낸다. 과학적 증거와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만 상상력을 가미하여 실제로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사실을 추론하는 탐정적 역할은 지질학이 가진 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적 면모를 보여준다. 인간의 감각으로 가늠할 수 없는 수백만, 수억 년의 역사를 보다 가까이 짐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상상력이 필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작가인 저자 뿐만이 아니라 그 이전의 많은 작가들이 지질학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것이리라. 저자는 영국 남부 해안의 능선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에서 시작하여 핀란드의 빙하 연구소도 방문한다. 단순히 땅만이 아닌 이 지구 전체의 기반을 탐구하는 저자의 행적은 내가 단순하게 알고 있던 지구 과학의 지식을 확장시켜 주었다. 빙하를 통해서 과거 어느 시기의 지구의 환경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의 기후가 어때서 어떠한 지구 환경 변화가 있었고, 다른 대륙의 기후 변화가 북극 빙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등 시간을 초월한 광범위한 감각들을 과학적 증거와 수치로 가늠하며 상상할 수 있었다.
사실 수백만, 수억 년의 시간 같은 어마어마한 수치는 저자도 언급했듯이 감각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수천, 수백, 수억 년 같이 '깊은 시간'을 다루는 지질학자들에게 100, 200년의 차이는 그리 큰 차이가 아니다. 인간은 먼 과거는 압축시키고, 현재에 가까워질수록 인간의 의식 속에서 시간이 확장된다(35). 이 압축된 시간을 해제하는 것이 지질학자들의 작업이고, 인간의 감각으로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상상하는 일이다. 이러한 광대하고 깊은 시간을 다루는 관점에서 현재의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보일까? 우리는 삶은 순식간이고, 인간의 인생은 찰나라는 말을 쉽게 하지만, 막상 살아가다 보면 그러한 느낌은 자주 잊는다. 하지만 지구의 방대한 역사를 생각하다보면 인간은 정말 순간의 존재라는 것을 확연하게 느끼게 된다. 지구의 수십억 년 역사를 24시간으로 치환했을 때 인간의 탄생은 자정 2분 전쯤 시작되었다는 수치적 변환은 그러한 감각을 일깨운다. 너무 광활해서 감각적으로도, 상상력으로도 닿지 못할 때 오히려 이러한 수치적 증거의 제시는 현실적인 감각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된다. 그 2분 전의 존재가 현재 지구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니 '인류세'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 문명의 빠른 성장이 지구 환경에 미친 영향을 지질학적으로 표현한 '인류세'라는 용어는 지구의 역사와 인간의 역사를 교차시킨다. 그 이전의 지구의 역사가 인간이 존재하기 전 이 땅에 머물렀던 생명들과 지구 환경을 연구하는 것이었다면, 인류세라는 용어는 본격적으로 인간을 지구 역사의 중심으로 위치시킨다. 그러한 면에서 '인류세'라는 용어가 지동설 이후 인간 중심 문화에서 퇴출된 인간을 다시 중심으로 회귀시킨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현재를 살아가며 지구 역사를 실제로 경험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가늠할 수 없는 과거의 연구보다 현재 우리 가까이에서 증명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구 역사가 더 매혹적으로 다가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가까이에 있었고, 내 앞에 펼쳐질 미래는 곧 현재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난 인간의 숙명이라면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적어도 인간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들과 공존하기 위해서 현재를 재고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수십억 년 전부터의 지구 역사를 가늠하고 이해하려는 노력 역시 필수이다. 현재의 우리가 딛고 있는 이 땅의 역사를 먼저 알아야 우리의 근원 역시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대중적인 지질학 책으로서 뛰어나다. 본업이 작가인 저자의 역량인 덕도 있겠지만, 지질학 발전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 지질학적 지식과 현재의 문제, 그리고 지구의 과거와 미래의 갭을 상상하는 내용들은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힌다. 지질학에 관심을 가진 인문학도는 물론이고 대중적으로 지질학과 지구 환경에 관심을 유도하기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