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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책시렁 334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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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2.17.노래책시렁 334《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5.2.1.  모든 일은 우리가 그리는 대로 갑니다. 안 시끄럽기를 바라니 시끄러운 복판에 섭니다. 안 힘들기를 바라니 그야말로 힘들게 헤맵니다. 안 미워하려는 마음이려고 하니 자꾸자꾸 미움씨가 자랍니다. 안 먹으려고 내치기에 자꾸 눈앞에 보여요. 안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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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2.17.

노래책시렁 334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김남주

 창작과비평사

 1995.2.1.



  모든 일은 우리가 그리는 대로 갑니다. 안 시끄럽기를 바라니 시끄러운 복판에 섭니다. 안 힘들기를 바라니 그야말로 힘들게 헤맵니다. 안 미워하려는 마음이려고 하니 자꾸자꾸 미움씨가 자랍니다. 안 먹으려고 내치기에 자꾸 눈앞에 보여요. 안 받아들이려는 몸짓이니까 다시금 싫거 꺼릴 만한 일이 찾아듭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은 김남주 님이 몸을 내려놓고서 태어난 조그마한 꾸러미입니다. 더는 몸뚱이를 버틸 수 없는 줄 느끼면서 끝까지 가다듬은 노랫소리를 포근히 남겼다고 할 만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심은 말씨는 늘 우리 삶을 이루는 밑동입니다. 글을 글씨로 심고, 꿈을 꿈씨로 심고, 사랑을 사랑씨로 심습니다. 왜 모지리에 떠벌이에 돈바치가 나타날까요? 바로 우리 스스로 심은 씨앗이거든요.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멍텅구리란 없습니다. 너와 내가 이곳에서 아름길을 그리지 않기에 마을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뒤흔드는 사납빼기가 나옵니다. 나와 네가 보금자리부터 사랑으로 살림하는 씨앗을 심을 적에 모든 부스러기는 차분히 풀어없앨 만합니다. 오늘 마음에 무슨 씨앗을 심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노래가 사라지기를 바라니 노래가 사라집니다. 노래하는 웃음꽃을 그리기에 작은집은 작은숲으로 갑니다.



별 하나 초롱초롱하게 키우지 못하고 / 새 한 마리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 서울의 하늘 // 물 한모금 깨끗하게 마실 수 없고 / 고기 한마리 병들지 않고 살 수 없는 / 서울의 강 // 그리고 아침 저녁으로 / 공기 한바람 상쾌하게 들이켤 수 없는 / 서울의 거리 // 나는 빠져나간다 / 지옥을 빠져나가듯 서울을 빠져나간다 / 영등폰가 어딘가 구론가 어딘가 / 시커먼 굴뚝 위에 걸려 있는 누르팅팅한 달이 / 자본의 아가리가 토해놓은 서울의 얼굴이라 생각하면서 (서울의 달/10쪽)


그의 시를 읽고 어떤 이는 / 목소리가 너무 높다 핀잔이고 어떤 이는 / 목소리가 너무 낮다 불만이다 / 아직 목소리가 낮다 불만인 사람은 / 지금 싸움의 한가운데 있는 사람이고 / 너무 목소리가 높다 핀잔인 사람은 / 지금 안락의자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어느 장단에 춤을/19쪽)


일체의 인간적 위대함이 / 일체의 영웅적 행위가 / 술꾼들의 입가심이 되어 희화적 만담으로 끝나는 곳 // 도시여 인간의 도시여 나는 생각한다 / 그대 곁을 걸으면서 그대 속을 생각한다 /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탐욕과 허영의 시장을 걸으면서 / 권모와 술수 이권과 정실 / 쉴새없이 골고 도는 미궁 (밤의 도시/51쪽)


소 몰아 쟁기질하는 사람이 / 논의 주인이 되어서는 아니 되는가 (달구지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는 볏섬과 함께/92쪽)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 아무리 아쉬워도 / 나 없이 어느 겨울을 / 나지 못할 수 있다. /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 제각기 모두 제철을 / 잊지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128쪽)


+


새 한 마리 자유롭게 날지 못하는 서울의 하늘

→ 새 한 마리 마음껏 날지 못하는 서울하늘

→ 새 한 마리 신나게 날지 못하는 서울하늘

10


지금 안락의자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다

→ 한창 아늑걸상에 앉아 꿈을 꾸는 사람이다

→ 이제 포근걸상에 잠겨 꿈을 꾸는 사람이다

19


대지를 발판으로 일어서서 그 위에 노동을 가하는 농부의 연장과 땀입니다

→ 땅을 발판으로 일어서서 이곳에서 애쓰는 시골지기 연장과 땀입니다

→ 땅뙈기를 발판으로 일어서서 힘쓰는 논밭지기 연장과 땀입니다

20


수갑을 차고 삼등열차에 실려 어딘가로 이송되어 오는

→ 멍에를 차고 셋쨋칸에 실려 어디로 넘겨가는

→ 사슬을 차고 셋쨋수레에 실려 어디로 옮겨가는

38


일체의 인간적 위대함이 일체의 영웅적 행위가 술꾼들의 입가심이 되어 희화적 만담으로 끝나는 곳

→ 모든 훌륭한 사람이 모든 빼어난 일이 술꾼들 입가심이 되어 우스개 수다로 끝나는 곳

→ 모든 빛나는 사람이 모든 뛰어난 일이 술꾼들 입가심이 되어 장난 말솜씨로 끝나는 곳

51


흙탕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탐욕과 허영의 시장을 걸으면서

→ 흙물이 넘실거리는 그대 길미와 치레란 저잣길 걸으면서

51


권모와 술수 이권과 정실

→ 눈비음 돈 섶

→ 꿍꿍이 길미 끈

→ 뒷질 돈힘 노

51


이가가 박가이고 박가가 이가이고

→ 이씨가 박씨이고 박씨가 이씨이고

72


문전옥답 빼앗기던 시대

→ 살진들 빼앗기던 나날

→ 알뜰밭 빼앗기던 고개

→ 기름밭 빼앗기던 때

88


모를 일이다 나는 사기꾼 정상배가 아닌 바에야

→ 나는 모를 일이다 속임꾼 길미꾼이 아닌 바에야

→ 나는 모를 일이다 거짓꾼 만무방이 아닌 바에야

→ 나는 모를 일이다 뒷장사 더럼치가 아닌 바에야

89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e 2025.02.17.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아무 것도 그와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아무 것도 그와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내용보기
불꽃처럼 자기 자신을 태우면서 80년대를 살았던 고 김남주 신인의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에 대해 서평을 쓰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시인의 삶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 가벼워 보이고, 시인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자세보다 너무나 경망해 보이는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1079년 남민전 사건으
"아무 것도 그와 함께 사라지지 않았다." 내용보기
불꽃처럼 자기 자신을 태우면서 80년대를 살았던 고 김남주 신인의 유고시집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에 대해 서평을 쓰려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내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시인의 삶의 무게에 비해 너무나 가벼워 보이고, 시인의 세계에 대한 진지한 자세보다 너무나 경망해 보이는 나 자신을 되돌아볼 수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1079년 남민전 사건으로 1988년 출소하기까지 우유곽에 못을 갈아 시를 썼던, 너무나 치열했던 그의 삶에 대한 경외심은 오히려 그와 가까워지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시는 그렇지 않다. 그의 시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눈과 세상의 공기를 있는 그대로 호흡하는 가슴과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피부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어느 시가 그렇지 아니하겠냐마는, 적어도 김남주 시인의 시는 얕은 경험을 책상머리에서 수수께끼 문제를 내듯 사변적으로 쓴 시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의 시가 누구에게나 쉽게(특정한 계층/계급에 속한 사람을 제외한) 읽히는 까닭은, 그의 시는 그 '누구에게나' 말하여지는 언어로 쓰여지기 때문이다. 바로 인류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의 언어로 쓰여지며, 그들을 대변하는 내용으로만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말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를 읽고 품위가 없고, 너무 세상을 비관적으로만 보려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이 이야기한 대로 아직도 이 세상은 '기계가 고장나면 자본가는 그것을 고쳐 쓰고, 사람이 고장나면 자본가는 그것을 쫓아내'는 세상이 아닌가? 시인이 소리높여 외친 것처럼 '유전이면 무죄요 무전이면 유죄'인 세상이 아닌가? 이제 그는 이 세상에 없다. 그가 이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는 유서처럼 '이제 나는 아무짝에도 쓰잘 데 없는 사람이다. 밤이 대낮처럼 발가벗은 이 세상에서는 배가 터지도록 부어오른 이 거리에서는'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그에게 달라진 것 같지만 달라지지 않은 세상이 너무나 어색했을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세상은 달라지지 않았음을 자각하는 사람들이 변화시킬 것이다. 고인도 그것을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심고 가꾼 꽃나무는 아무리 아쉬워도 나 없이 그 어느 겨울을 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땅의 꽃은 해마다 제각기 모두 제철을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늘 찾은 별은 혹 그 언제인가 먼 은하계에서 영영 사라져 더는 누구도 찾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하늘에서는 오늘밤처럼 서로 속살일 것이다. 언제나 별이 내가 내켜 부른 노래는 어느 한 가슴에도 메아리의 먼 여운조차 남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노래가 왜 멎어야 하겠는가 이 세상에서...... 무상이 있는 곳에 영원도 있어 희망이 있다. 나와 함께 모든 별이 꺼지고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내가 어찌 마지막으로 눈을 감는가.
g***y 2001.04.27.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