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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음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애진은 응급구조사로 일한다. 애진은 응급실에 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실려오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다. 수많은 죽음들은 저마다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비슷하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애진은 응급하게 실려오는 몸들로부터 배우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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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음들

  세월호 참사 생존자인 애진은 응급구조사로 일한다. 애진은 응급실에 실려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실려오는 사람들 중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죽는다. 수많은 죽음들은 저마다 각각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비슷하다. "우리 사회를 떠받치는 사람들이 어떤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애진은 응급하게 실려오는 몸들로부터 배우고 있었다."(p. 65) 기계에 끼어 죽은 사람들, 건설현장에서 추락한 사람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이다."(p. 66) 각자의 삶은 똑같은 죽음 속에서 하나로 뭉그러진다. "각자의 이야기들을 지워 구별할 수 없는 무더기로 만드는 것이 참사의 속셈이라는 생각을 애진은 그 신발들을 보며 하게 됐다."(p. 72) 하나로 뭉그러진 죽음들은 너무도 흔해서 이야깃거리조차 되지 못하고 잊힌다. 그렇게 기억되지 못한, 애도되지 못한 죽음들은 유령처럼 몇 번이고 다시 나타난다. 애진은 2022년의 이태원에서 2014년의 세월호를 본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는 광경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낯설지 않았다."(p. 15)


2. 이야기들

  애진은 죽음에, 참사에, 망각에 맞서는 애도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택한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죽음을 기억하기 위해 애진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심장을 되살리진 못하더라도 심장을 멈추게 한 상황과 그가 살아온 '스토리'를 상상할 순 있다고 애진은 믿었다."(p. 74) 수많은 참사 앞에서 우리가 다짐한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약속,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은 선언만으로 관철되지 않는다. 기억은 망각에 맞서 매순간 갱신되어 현재화되어야 한다. "잊지 않으려면 지겹다며 그만두는 대신 끊임없이 이야기를 생산해야 했다. 기억할 새로운 이야기들로 채워가야 했다."(p. 83) 애진은 참사가 한 무더기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상상이라는 심폐소생술을 통해 되살리고자 한다.


  참사를 참사로 만드는 것은 죽은 이들이 죽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 죽지 않아도 됐다는 사실이다. 배에 짐을 무리하게 싣지 않았더라면, 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면, 경찰이 안전사고를 미리 대비했더라면, 혼자서 일하지 않았더라면,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시했더라면. 상상은 자연스레 우리를 다른 과거로, 다른 미래로 이끌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배가 침몰하지 않고 제주에 닿은 이야기를, 침몰했더라도 '전원 구조'가 오보가 아니었던 이야기를, '구하러 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같이 탈출하자'고 외치는 이야기를, 애진의 친구인 민정과 민지가 서로 친구가 되는 이야기를, 애진이 응급 구조사가 아닌 유치원 선생님이 된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는 우리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이야기의 등장인물일뿐 아니라 작가이기도 한 우리는 이야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죽은 이는 돌아올 수 없지만, 똑같은 죽음을 막을 수는 있다. 애진이 똑같은 죽음을 막기 위해 응급구조사가 된 것처럼, 우리도 기억함으로써, 애도함으로써, 상상함으로써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슈퍼히어로가 될 필요"도 "응급구조 능력도 필요하지 않다."(p. 88) "우리 같이 나가자"라고, 여기서 나가서 우리 같이 살아남자고, 더 안전한 미래로 나아가자고 우리는 말할 수 있고, 말해야 한다.

YES마니아 : 골드 d***u 2026.09.0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