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100%
  • 리뷰 총점8 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몸이 기억하고 있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내용보기
몸이 기억하고 있다/ 이한주얼마 전 지인을 통해 귀한 시집 두 권을 만났다. 그 중 한 권이 이한주 시인의 시집≪몸은 기억하고 있다≫이다. 해설이 필요없는 시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함께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시어들로 가득하다. 세대가 달라도 읽는 이의 가슴에 가 닿을 수밖에 없는 시들로 가득해, 굳이 토를 달 필요가 없다. 시집 전체
"몸이 기억하고 있다" 내용보기

몸이 기억하고 있다/ 이한주






얼마 전 지인을 통해 귀한 시집 두 권을 만났다. 그 중 한 권이 이한주 시인의 시집≪몸은 기억하고 있다≫이다. 해설이 필요없는 시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함께하는 마음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시어들로 가득하다. 세대가 달라도 읽는 이의 가슴에 가 닿을 수밖에 없는 시들로 가득해, 굳이 토를 달 필요가 없다. 시집 전체를 옮기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어 몇 편만 소개하는 게 많이 아쉽다.




[몸이 기억하고 있다]


74일 동안 광장을 떠돌다가

늦은 여름이 겨울 되어 돌아왔건만

누구하나 버선발로 뛰어나오지 않는다

등 떠밀려 들어온 바짝 약이 오른 파업복귀

한 놈만 걸려라 도끼눈 치켜뜨는데

급하게 벗어놓았던 작업복은

자다나온 듯 뒷머리 긁으며

이제 오냐고 한다

마치 어제저녁 퇴근했다

오늘 다시 출근하는 것처럼

행로수첩도 시간표도 가방도

모두들 제자리에서

까딱 고개만 돌려 맞는다


다시 새벽 출근이 끔찍하기만 한데

지하 구간이 낯설기만 하련만

두어 달 만이니 적응할 시간을 달라고

투정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협박도 하면서

웅크린 마음 펴질 시간이 필요했는데

덜컹이는 운전실

벗어나고만 싶었던 그놈의 운전실을

몸이 먼저 자리 잡고 앉는다(22쪽)



[내가 기억하마]


갈 길 바쁜 시대가

일일이 손을 다 잡아줄 수 있으랴

내가 너를 기억하마

그때 내 옆에 네가 있었음을

황량한 들판

바람에 휘청일 때마다

쇠사슬 고리처럼

내 몸 꼭 감싸 주었던 너를

잊지않고 기억하마


밤이 되는 일상 없이 들끓는 광장은

타거나 설익기 마련

그때 그곳에서 멈춰버린 함성

네 몸이 다시 기억할 수 있도록

뻔하고 숨 막히는 작업장

촛불처럼

온몸으로 외칠 수 있도록

네 곁에 내가 있으마


[한 지붕 두 가족]


모처럼 휴일 잘 쉬고 나왔더니

복도가 다가와서 알고 있었냐고 묻고

숙직방이 문을 열고 하소연 한다

저들에게 새벽마다 바깥소식을 전해주던

전입동기 청소 아주머니를

이렇게 떠나보내는 게 말이 되냐고

여린 감성 세면대가 울먹울먹

몰랐다고 정말 몰랐다고 변명을 해도

대걸레 자루는 하루 종일 퉁퉁 부어 있었다

사무소 창단 멤버 한솥밥 10년

마루가 닳도록 닦고 쓸고 해도

작업복 색깔이 다르다고 끝내 열리지 않는 문

한 지붕 두 가족

거창한 송별회에 꽃다발은 아니더라도

종이쪽지 한 장 붙여 놓지도 않고

밥 한 끼 대접도 못하고 떠나보내는 게

그 잘난 너희들 세상이냐고

휴지통 쓰레기들 나자빠지고

무대뽀 변기통이 게거품을 문다(98쪽)




[아따 참말로 시상 재미지네]


아야 나가 말이여 가끔 울집 들여다봐 주는 최 서방이 고마운께 맨날 천날 먹는거라 어짤지 몰라도 된장 한 바가지 퍼졌더만은 무담시 비싼 쇠고기를 한 근 끊어 왔더란 말시 그 귀한 걸 내가 어뜨케 먹거써 긍께 벌초하니라 욕본 성락이헌티 줬제 그란디 그 담날인가 배상자를 들고 오드라고 그걸 교회 김 집사님 드렸더만은 시상에나 김을 또 가져다 주시드랑께 그랑께 그 김이 매실이 대불고 또 한과가 대불더만 한과가 또 사과가 대불었다 말시


그깟 된장 쪼간 퍼준 것뿐인디 고거시 발이 달렸는가 요것 댔다 조것 댔다 함시롱 자꾸만 돌아댕긴다야 시상 참말로 재미지다 하시는 장모님(56쪽)



글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해설이 필요한 시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각자 살아온 길에 따라, 받아들이는 감정은 모두 다르더라도 저마다의 감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좋다.


이번에 이한주 시인을 글로 처음 만났다. 그런데 전혀 낯설지 않다. 어제도 만난 사람처럼 정답게 다가온다. 표현을 하지 못했을 뿐, 내가 겪어온 삶이 시인이 겪어온 삶과 그다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두 지난 시절의 일들일 뿐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현실이라고 뭐가 그리 많이 달라졌겠는가 싶다. 아직도 입으로만 노동은 신성하다고 말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는데…….


시인의 시를 읽으며, 나는 된장 한 바가지가 쇠고기가 되었다가 배 한 상자가 되었다가, 김, 매실 또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한과가 되었다가 사과가 되는 그런 사회가 영 끝나지 않았기를 고대해 본다.


귀한 시집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지인에게 감사드리며, 많은 이들에게 이 시집이 널리 읽혀지길 바래본다. 내 아이들을 비롯해, 특히 오늘을 살고 있는 젊은이들이 많이 읽는다면 더욱 좋겠다.


#몸이기억하고있다#이한주
a********y 2024.07.2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