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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신학을 가장 친절하게 만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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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학’, ‘조직신학’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흔히 두꺼운 책과 딱딱한 강의실을 떠올린다. 교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머리로 다들 알지만, 막상 낯선 용어와 방대한 논리 체계와 마주하면 금세 길을 잃고 부담을 느끼기 일쑤다. 그 빈자리를 파고든 것은 얕은 지식과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이었다. 교리 교육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오늘날의 교회 현장은 그 뼈아픈 결과다. 이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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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의학’, ‘조직신학’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는 흔히 두꺼운 책과 딱딱한 강의실을 떠올린다. 교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머리로 다들 알지만, 막상 낯선 용어와 방대한 논리 체계와 마주하면 금세 길을 잃고 부담을 느끼기 일쑤다. 그 빈자리를 파고든 것은 얕은 지식과 개인의 주관적인 감정이었다. 교리 교육이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오늘날의 교회 현장은 그 뼈아픈 결과다. 이러한 시대적 위기 속에서, 110여 년 전 네덜란드의 위대한 개혁파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가 펴낸 『기독교 신앙 안내서』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해답을 건넨다.



바빙크는 4권으로 구성된 방대한 주저 『개혁교의학』을 남긴 당대 최고의 석학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거대한 신학적 성취를 학자들의 전유물로만 남겨두지 않았다. 청소년과 일반 성도들이 기독교 신앙의 핵심 뼈대를 쉽게 쥐고 일어설 수 있도록 기꺼이 눈높이를 낮춘 것이다. 대가가 직접 차려낸 이 친절한 식탁은, 바빙크의 개혁 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더없이 훌륭한 출발점이 된다.



그가 책의 첫머리에서 선언한 "인간의 최고선이 하나님이며, 오직 하나님뿐"이라는 문장은 이 책이 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지를 웅변한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을 아는 데서 출발하며, 그분을 사랑하고 온전히 예배하는 자리로 나아가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책의 전반부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설명한다. 창조 세계와 역사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시는 ‘일반 계시’를 짚고, 죄로 인해 눈먼 인간을 구원하시려 내어주신 ‘특별 계시’로 나아간다. 그리고 이 특별 계시가 고스란히 담긴 영원한 기록, 성경 앞에 독자를 세운다.



여기서 전개되는 성경의 영감 교리는 개혁주의 신학의 정수를 보여준다. 성령은 성경의 저자들을 기계적으로 받아 적는 도구로 부리지 않으셨다. 오히려 각 사람의 성격과 은사, 시대적 배경까지 유기적으로(organic) 사용하셔서 한 치의 오류 없는 말씀을 기록하게 하셨다. 성경의 권위 역시 외부의 증명에 의존하지 않고, 성경 자체가 하나님의 말씀임을 스스로 증언한다는 자증(Self-attestation)의 개념도  명확히 밝힌다.



나아가 바빙크는 이 진리의 말씀을 수호하기 위해 교회가 피 흘려 지켜온 '신앙고백(신조)'의 가치를 무겁게 다룬다. 진리를 허물려는 수많은 이단과 시대의 사조에 맞서, 교회는 공적인 신앙고백을 통해 복음을 보존하고 변호할 절대적 사명이 있다. 절대 진리를 해체하고 각자의 주관적 느낌을 정답이라 우기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파도 속에서, 교회가 공적으로 물려받은 객관적 신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대목은 보수 개혁주의 신학을 지향하는 우리에게 날카로운 경종을 울린다.



이러한 튼튼한 계시론적 기초 위에서 책은 하나님의 속성, 삼위일체, 그리고 창조의 신비로 발걸음을 옮긴다. 피조물이 결코 닿을 수 없는 비공유적 속성과 우리에게 허락하신 공유적 속성을 대비하며 창조주와 피조물의 간극을 짚어내면서도,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동시에 그려낸다. 난해한 삼위일체 교리 앞에서도 성부, 성자, 성령의 위격적 구별과 온전한 본질적 통일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다.



목차만 훑어보면 자칫 딱딱한 교리 요약집으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교리를 지식의 틀에 가두지 않는 바빙크의 목회적 숨결이 깊게 배어난다. 그가 줄기차게 강조하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차가운 정보의 축적이 아니다. 참되고 살아계신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굳게 믿고 고백하는 것이다. 바빙크에게 신학은 머리에서 멈추는 사변이 아니라, 주신 은혜를 누리며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는 삶 자체로 피어나는 꽃이다.



이 지점에서 교리는 앙상한 뼈대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생명이 된다. 아우구스티누스를 빌려 "인간의 마음은 하나님 안에서 안식을 찾기까지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통찰한 대목이 바로 그렇다. 결국 바른 신학이란 하나님을 향한 인간의 근원적 갈망을 채워주는 유일한 생명수라는 것이다.



물론 1913년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기에, 오늘날 우리를 덮친 복잡한 현대적 이슈들까지 직접적으로 해명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지점이 현대 교회를 향한 가장 예리한 무기가 된다. 오늘의 우리는 즉각적인 감정의 위로나 자극적인 종교 체험에 취해 얕은 신앙의 병을 앓고 있다. 이 가벼운 시대적 풍조 속에서 요동치지 않으려면, 변하지 않는 객관적 진리라는 단단한 닻을 내려야만 한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기독교가 무엇을 믿고 고백해야 하는지에 대한 본질은 단 한 치도 달라질 수 없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앙 안내서』는 바빙크의 거대한 사상적 바다를 모두 퍼 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가 생명을 걸고 지키려 했던 신학의 중심, 즉 개혁파 신학이 말하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영광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원하게 길을 열어주었다.



좋은 교리는 결코 우리의 신앙을 무겁게 짓누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디디고 선 반석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비춰줌으로써 참된 자유를 준다. 두꺼운 조직신학 책 앞에서 늘 주저했던 성도들, 그리고 감정에 치우친 다음 세대에게 단단한 신앙의 뼈대를 세워주고 싶은 교사와 목회자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나침반이다.



위대한 신학이 반드시 난해한 언어로만 전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장 깊고 웅장한 진리가, 이토록 친절하고 따뜻한 언어로 우리 영혼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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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 2026.10.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