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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그대한테 (세기말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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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57   내가 사랑하는 그대한테― 세기말 블루스 신현림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6.6.25. 7000원     봄을 지나 여름이 되고부터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여름 내내 개구리와 나란히 노래하는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었고,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개구리 노랫소리는 거의 사그라듭니다.   풀벌레는 하루 내내 노래합니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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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노래하는 시 57

 


내가 사랑하는 그대한테
― 세기말 블루스
 신현림 글
 창작과비평사 펴냄, 1996.6.25. 7000원

 


  봄을 지나 여름이 되고부터 풀벌레 노랫소리를 듣습니다. 여름 내내 개구리와 나란히 노래하는 풀벌레 노랫소리를 들었고, 가을이 무르익으면서 개구리 노랫소리는 거의 사그라듭니다.


  풀벌레는 하루 내내 노래합니다. 새벽에도 아침에도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풀노래를 곱게 베풉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풀노래로 온몸을 물들입니다. 마루문을 열어도 닫아도 듣는 풀노래입니다. 마당에 서든 마루에 앉든 방바닥에 드러눕든 언제나 듣는 풀노래입니다.


  저녁이면 늘 두 아이를 내 왼쪽과 오른쪽에 하나씩 눕혀 재웁니다. 나는 가만히 드러눕기만 해도 됩니다. 내가 굳이 자장노래 부르지 않아도 풀벌레가 고운 목소리로 맑은 노래 베푸니까, 아이들과 함께 풀노래 누리면 됩니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으레 목청을 가다듬고 나즈막하게 노래를 부릅니다. 풀노래에 내 노래 섞여 한결 보드랍고 따사로운 기운이 우리 보금자리에 넘치기를 바랍니다. 풀노래를 들으며 즐거운 내 마음이 너그럽게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아이들은 아버지 노래와 풀노래를 나란히 들으면서 천천히 천천히 꿈나라로 접어듭니다.


.. 왕복 전철비 이백원 / 점심 라면값 이백원 / 커피값 백원 / 대학 때 하루 생활비는 오백원이었다 ..  (오백원 대학생)


  깊은 밤입니다. 코가 막혀 잠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코를 풉니다. 코를 풀고 낯을 씻으며 생각합니다. 시골에서 살면서도 철이 바뀌는 이즈음 코가 막히는데, 내가 태어난 도시에서 내처 살았다면 내 코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지난일 돌이켜봅니다.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에 갇혀 입시공부를 해야 하던 때, 코가 늘 막혀 몹시 괴로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콧물이 흐르고, 코를 풀고 다시 풀어도 코는 또 흘렀습니다. 햇볕을 쬐지도 못하고,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지도 못하는 채, 오직 참고서와 교과서와 문제집만 들여다보도록 닦달하는 시멘트 교실에 있어야 하니, 코가 쉴 수 없습니다. 따순 햇볕도 맑은 바람도 머금지 못하는 코는 몹시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대학입시를 마치고 인천을 떠나 서울로 가서 지낼 적에는 코가 더 힘듭니다. 공장 많은 인천에서는 공장 매연에 시달리고, 자동차 많은 서울에서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들볶입니다.


  사람은 많으나 숲이 없는 이 나라 도시예요. 촘촘히 아파트와 집은 많지만 나무는 드문 이 나라 도시예요. 사람도 새도 벌레도 살가이 숨을 쉬기 어려운 이 나라 도시예요.


.. 오늘은 컴퓨터 냄새가 싫으니까 / 손으로 쓴 편지로 나를 울게 해봐 // 지금 나무를 심지 않으면 /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지도 몰라 ..  (세기말 블루스 1)


  한여름이든 한겨울이든, 마당 평상에 드러눕기를 즐깁니다. 마루에 드러누워도 풀노래를 듣고, 바람노래를 들으며, 꽃노래를 듣습니다. 마당 평상에 드러누우면 한결 또렷하게 풀노래를 들을 뿐 아니라, 풀바람을 쐽니다. 우리 집 후박나무 그늘을 즐기면서, 후박잎과 후박줄기 가만히 바라봅니다.


  평상에 드러눕다가 뒹굴 굴러 모로 눕습니다. 후박나무 둘레에서 자라는 여러 풀을 바라봅니다. 우리 식구가 날마다 뜯어먹는 풀을 바라보고, 굳이 안 뜯어먹는 풀을 바라봅니다. 풀밭에서 풀을 뜯거나 쉬를 할 적에, 풀개구리 한두 마리 폴짝폴짝 뜁니다. 집 한켠에 기대어 놓는 자전거를 마당에 내려놓을 때마다, 자전거 어딘가에서 다리쉼을 하던 참개구리가 펄쩍펄쩍 뜁니다.


  며칠 앞서 내린 가을비를 맞고 쓰러진 키 높이 자란 풀을 바라봅니다. 바로 이 자리에 봄에는 유채꽃과 갓꽃이 한창이었는데, 이제는 아무 티가 안 납니다. 유채와 갓이 우리 집 마당 한쪽에서 잔뜩 자란 줄 느끼려면 가을 지나고 겨울 거쳐 봄이 새롭게 찾아와야 합니다.


.. 너는 어디에나 있었다 해질녘 풍경과 비와 눈보라, / 바라보는 곳곳마다 귀신처럼 일렁거렸다 / 온몸 휘감던 칡넝쿨의 사랑 / 그래, 널 여태 집착한 거야 ..  (이별한 자가 아는 진실)


  해마다 풀맛이 새롭습니다. 들이나 숲으로 나가 풀을 뜯을 수 있지만, 우리 집 풀밭에서 이 풀 저 풀 뜯어서 먹는 맛이 새롭습니다. 해가 갈수록 식구들 즐기는 풀 가짓수가 늘어납니다. 새해를 맞이할 적마다 아이들이 먹는 풀이 늘어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나이를 더 먹으면, 아버지 손을 빌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풀을 뜯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아버지가 밥 차리고 풀 뜯고 모든 일을 도맡지만, 머잖아 아이들이 하나씩 집일 나누어 맡으면서 살림을 같이 일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는 여섯 살 큰아이한테 집일을 굳이 안 시킵니다. 큰아이가 어지런 책과 놀잇감을 예쁘게 치워야지 하고 말하기는 하지만, 걸레질 하라거나 빨래 하라거나 옷 개라거나 설거지 하라고 시키지 않아요. 그런데, 큰아이는 곧잘 “내가 설거지 할래. 설거지 해도 돼요?” 하고 묻습니다. 여섯 살 아이 설거지는 얼마나 미더울까 아리송하지만, “그래, 하고 싶으면 해.” 하고 말합니다. “나는 작은 것을 설거지 할 테니까, 아버지는 큰 것을 설거지 해요.” “작은 것은 내가 설거지 할 테니까, 아버지는 큰 것만 설거지 해요.” 설거지를 하는 아버지 곁에서 큰아이는 종알종알 말이 많습니다. 큰아이가 스스로 설거지를 하겠다고 나서면서도 이것저것 말이 많습니다.


  큰아이는 날마다 설거지를 하지는 않습니다. 무언가 생각이 난다 싶을 적에 합니다. 처음 설거지 하겠다고 나선 반해쯤 앞서는 영 서툴다 싶더니, 오늘 낮 설거지는 제법 깔끔합니다. 여섯 살 아이라 하더라도, 하고 또 하고 또 하면서 스스로 솜씨가 늘어나네 하고 깨닫습니다.


.. 여기 한 여자가 무너지다 / 사랑한 애인이 울린 여자 / 모든 시간이 버린 여자 / 그의 삶을 가볍게 해줘 / 자선냄비처럼 기쁘게 해줘 ..  (뜻깊은 인생이라고 속삭여줘)


  설거지를 마친 큰아이는 걸레질까지 합니다. “벼리야, 걸레는 물을 잘 짜고 했니? 물을 제대로 안 짜고 걸레질을 하면 방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돼.” 저번에 아버지한테 말 않고 걸레질 하던 어느 날, 마루며 방바닥이 온통 물바다가 되도록 걸레질을 했기에, 오늘 슬며시 한 마디 합니다. 방바닥을 살짝 만집니다. 물기가 이렁저렁 많지만, 저번처럼 물바다는 아닙니다. 그래, 이만 하면 곧 마르겠지, 하고 큰아이 걸레질을 물끄러미 구경합니다.


  작은아이는 누나가 무언가 하면 저도 따라하려 합니다. 세 살 어린이인 만큼, 누나처럼 퍽 꼼꼼히 설거지를 할 수 없을 뿐더러 걸레질을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네 살 되고 다섯 살 되면, 누나 못지않게 씩씩하고 야무지게 집일을 거드는 멋쟁이 되리라 생각해요.


  그러고 보면, 나도 내 어머니가 시켜서 하는 일이 있었지만, 내 어머니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척 보아도 어머니 혼자 떠맡는 집일이 많다고 느껴, 이모저모 조용히 거듭니다. 이모저모 조용히 거들다 보면, 뜻밖에 마음이 매우 즐겁습니다. 차분한 마음이 되고, 홀가분한 마음이 됩니다. 내 삶과 보금자리를 새삼스레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다.


..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 // 망가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한다 / 지상에서 남은 나날을 사랑하기 위해 / 외로움이 지나쳐 / 괴로움이 되는 모든 것 / 마음을 폐가로 만드는 모든 것과 싸운다 ..  (나의 싸움)


  하루가 지나 새 하루 찾아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새롭게 자랍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는 날마다 새로운 눈썰미를 키웁니다. 아이들 키와 몸은 날마다 자라고, 어버이 마음은 날마다 큽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기에, 나이를 하루 한 달 한 살 먹을 적마다 몸무게와 몸피가 늘어, 안거나 업기 살짝 벅차다고 느낍니다. 아이들을 안거나 업기 살짝 벅차다고 느낄 무렵, 아이들은 굳이 안기거나 업히지 않습니다. 스스로 두 다리에 힘을 주고 걷습니다. 스스로 두 발로 서서 씩씩하게 달립니다. 스스로 어깨를 펴고 바람을 맞습니다.


  까무잡잡하게 자라는 아이들 곁에 까무잡잡하게 일하는 어버이 있습니다. 땀흘리며 노는 아이들 옆에 땀흘리며 일하는 어버이 있습니다. 사랑스레 노래하는 아이들 둘레에 사랑스레 노래하는 어버이 있습니다.


.. 나의 시는 / 오르는 물가를 잠재우지 못하고 / 병든 자의 위로도 못 되고 / 뜨거운 희망을 일깨우는 망치소리도 못 되고 / 네 상처의 주름살도 지우지 못하고 / 그래, 아무 힘도 못 되지 // 그래도 날 여류시인이라 부르진 마 / 여류가 뭐야? 이쑤시개야, 악세사리야? / 여류는 화류란 말의 사촌 같으니 / 여자라는 울타리에 가두지 마 폄하하지 마 ..  (나의 시)


  사랑은 사랑을 낳습니다. 사랑은 미움이나 전쟁을 안 낳습니다. 미움은 미움을 낳고, 전쟁은 전쟁을 낳습니다. 미움이나 전쟁은 사랑을 안 낳습니다. 곧, 사랑을 누리는 아름다운 삶터 바란다면, 사랑을 생각하며 살아야지요. 사랑이 피어나는 나라와 정치와 경제와 교육과 문화를 바란다면, 다른 어느 곳보다 내 마음밭에 사랑 어린 씨앗을 심을 일입니다.


  평화가 평화를 낳습니다. 전쟁은 평화를 안 낳습니다. 전쟁무기는 전쟁무기와 전쟁을 낳지, 전쟁무기가 평화를 낳지 않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평화는 평화를 낳을 뿐, 평화는 전쟁이나 전쟁무기를 안 낳습니다. 평화를 바란다면, 평화로울 노릇이에요. 평화를 꿈꾼다면, 전쟁과 전쟁무기 모두 걷어치울 노릇이에요. 전쟁무기 잔뜩 쌓아 놓고서 ‘전쟁무기 있어야 평화를 지킨다’고 거짓말을 하지 말 일입니다.


  군대가 있는 나라에 평화란 없어요. 전쟁무기 사들이는 데에 어마어마하게 돈을 쓰는 나라에 평화도 문화도 예술도 삶도 없어요. 전쟁무기 엄청나게 갖추고 군대 커다랗게 꾸리는 나라에 꿈이나 사랑이나 이야기란 없어요.


.. 매일 파산만 하고 돌아온 아버지 / 다시 해를 가지러 떠났고 / 홀로 감자알 같은 자식을 다스리는 어머니 / 노을 지는 강이 되고 ..  (가족)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먼먼 옛날부터 아이들이 즐긴 옛이야기는 ‘호미와 낫과 쟁기’로 흙을 만지던 여느 시골마을 여느 어머니와 아버지가 지었습니다. 옛이야기, 지식인들 한자말로 하자면 전래동화는, 시골에서 숲을 누리며 흙을 만지던 여느 사람들이 삶을 사랑하면서 지었습니다. 총이나 칼을 든 사람은 어느 누구도 옛이야기를 못 지었어요. 임금님이나 신하 가운데 옛이야기 지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일하며 부르던 숱한 노래 또한 시골마을 여느 사람들이 지었어요. 모를 심으면서, 나락을 베면서, 곡식을 털면서, 지붕을 이으면서, 새끼를 꼬면서, 바느질을 하면서, 베틀을 밟으면서, 절구질을 하면서, 아기를 재우면서, 아이들이 저마다 놀면서, 노래와 이야기가 새록새록 태어납니다.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는 자리에서는 노래나 이야기가 태어나지 않습니다. 삶을 누리는 자리에서 비로소 노래와 이야기가 태어나요. 즐겁게 일하고 신나게 노는 자리에서 노래와 이야기가 자라요. 아름답게 일하고 사랑스레 노는 자리에서 노래와 이야기가 빛나요.


.. 태백산맥을 고속도로를 타고 달렸다 / 날이 어두워지자 창밖의 / 산은 엄청난 호랑이였다 / 엎드려 잠든 호랑이 숨소리가 / 하늘을 흔들어 눈을 내리게 하고 / 도로를 흔들어 버스가 빨리 달리게 했다 / 너무 경이로워 나는 두려웠다 // 저 산이 있기 때문에 / 해가 뜨고 새가 우는 거야 / 저 산이 있기 때문에 밤하늘이 장엄하고 / 바다도 비로소 바다다워 보이지 ..  (저 산이 있기 때문에)


  신현림 님이 1996년에 내놓은 시집 《세기말 블루스》(창작과비평사)를 2013년 가을에 읽습니다. 2013년은 세기말도 뭣도 아니라 할 만한 때인데, 그러거나 말거나 즐겁게 《세기말 블루스》를 읽습니다. 아이들한테 밥을 차려 주면서 시를 읽습니다. 밥과 국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한 꼭지 읽습니다. 밥을 다 먹이고 설거지를 하기 앞서 손에 물기 없는 틈을 타서 한 꼭지 읽습니다. 두 아이 재우기 앞서 한 꼭지 읽고 불을 끕니다. 새벽에 먼동 트는 푸르스름한 빛을 느끼며 한 꼭지 읽습니다. 뒷간에 똥 누러 다녀오면서 마당에 서서 해바라기하면서 한 꼭지 읽습니다.


  차근차근 읽습니다. 차근차근 마음에 새깁니다. 산들산들 피어나는 이야기 한 자락 몽실몽실 느끼며 읽습니다.


.. 아이는 신문배달부 자전거를 미는 새벽의 힘이라구 / 아이 얼굴에서 하얀 성에가 번지는 창문이 보일 거야 ..  (우린 한때 미혼모가 되고 싶었다)


  신현림 님은 어떤 그대한테 어떤 사랑을 속삭이려는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불렀을까 하고 헤아립니다. 1996년부터 열일곱 해 지난 요즈음, 신현림 님은 어떤 삶을 일굴 수 있으며, 어떤 노래를 부를 수 있는가 하고 돌아봅니다. 신현림 님은 이제 “신문배달부 자전거를 미는 새벽의 힘”을 날마다 누리면서 살아갈까요? 왜냐하면, 신현림 님은 이녁 딸아이하고 예쁘게 살아가니까요. 신현림 님 딸아이는 천천히 자라고 자라 앞으로 이녁 어머니가 쓴 〈우린 한때 미혼모가 되고 싶었다〉를 해사하게 웃음꽃 피우며 읽을 수 있을까요?


..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  (꿈꾸는 누드)


  삶을 사랑하기에 노래를 부릅니다. 삶을 사랑하면서 노래를 남깁니다. 삶을 사랑하는 동안 노래가 흐릅니다. 삶을 사랑하는 마음씨가 어느새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올려 어여쁜 꽃으로 거듭나다가는 새로운 ‘사랑씨’를 이 땅에 떨어뜨립니다.


  어제 낮 아이들과 읍내마실을 다녀오다가, 읍내 한쪽에서 구백 해 가까이 살아온 우람한 느티나무 옆에서 한참 놀았습니다. 우람한 느티나무 둘레에는 손가락보다 조그마한 어린 느티나무가 씩씩하게 자랍니다. 아스팔트 찻길에 떨어진 느티씨는 자동차 바퀴와 사람들 발길에 밟혀 터지고 깨지며 짜부라집니다. 가까스로 흙땅을 찾아 떨어진 느티씨는 제힘으로 씩씩하게 뿌리를 내려 잎사귀 내놓습니다.


  구백 살 즈음 되는 우람한 느티나무도 맨 처음에는 아주 조그마한 씨앗 한 톨에서 비롯했겠지요. 어미 느티나무가 내놓은 조그마한 씨앗 한 톨로 톡 떨어져 뿌리를 내리면서 푸른 꿈을 꾸었겠지요.


.. 혁명이 일어나면 / 그들 설움이 뒤집어질까 / 사라질까 바다안개로 무너질까 ..  (사랑다운 사랑을)


  나무 한 그루는 혁명이요 사랑입니다. 풀 한 포기는 혁명이자 사랑입니다. 아이들은 혁명이면서 사랑이에요. 곧, 어른인 우리들 누구나 혁명인 한편 사랑입니다. 왜냐하면, 어른인 우리들 누구나 어머니와 아버지 사랑으로 태어난 아름다운 숨결이니까요.


  삶을 빛내면 언제나 혁명입니다. 삶을 밝히면 언제나 사랑입니다. 정치나 법으로는 혁명도 사랑도 이루지 못합니다. 경제나 교육으로는 혁명이나 사랑하고 가까이 다가서지 못합니다. 문화나 예술은 혁명하고 사랑을 사귀지 않습니다.


  오직 삶일 때에 혁명이면서 사랑입니다. 나무 한 그루로, 풀 한 포기로, 아이들 웃음꽃 하나로 혁명을 이루고 사랑을 맺습니다. 따사로운 이야기와 너그러운 춤사위를 싯노래 한 가락으로 만납니다. 4346.9.8.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h*******e 2013.09.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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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을 살아가는 그녀만의 시각
"세기말을 살아가는 그녀만의 시각" 내용보기
가벼운 마음으로 산 책이건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철 넘치는 그의 허무주의와 비관주의에 동화되어 함께 냉소적이 되어가는 듯 했다. 우습지만, 읽으면서 '자주 읽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약간 들기도 했고. 꽤 오래전에 나온 시집인데,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된건지 긍정적인 변화를 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번역한
"세기말을 살아가는 그녀만의 시각" 내용보기
가벼운 마음으로 산 책이건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지는 책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철 넘치는 그의 허무주의와 비관주의에 동화되어 함께 냉소적이 되어가는 듯 했다. 우습지만, 읽으면서 '자주 읽으면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약간 들기도 했고. 꽤 오래전에 나온 시집인데, 나이가 들면서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된건지 긍정적인 변화를 한건지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 번역한 더 블루데이북과는 정말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세기말 블루스 읽고 블루데이북으로 중화시키면 될 것 같기도 하고...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괜찮은 시집이다. 시인도 좋다. 굉장히 자아가 강한 여성이라는 느낌이 든다. 약간은 부럽기도 하다.
c******5 2002.04.3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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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멋진 여자 신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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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신현림이라는 시인을(시인인가? 수필가이기도 하고 사진가이기도 하고...)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예쁜 시집 표지 때문인가, '세기말'이라는 제목의 일부 덕분인가, 아니면 한때의 베스트셀러 목록 때문인가.. 어쨌든 난 이 시집을 읽고 한 마디로 신현림 팬이 됐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희망의 누드', '나의 아름다운 창', '빵은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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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떻게 신현림이라는 시인을(시인인가? 수필가이기도 하고 사진가이기도 하고...)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예쁜 시집 표지 때문인가, '세기말'이라는 제목의 일부 덕분인가, 아니면 한때의 베스트셀러 목록 때문인가.. 어쨌든 난 이 시집을 읽고 한 마디로 신현림 팬이 됐다.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희망의 누드', '나의 아름다운 창', '빵은 유쾌하다' 등 그녀의 저서라면 다 찾아 읽게 되었다. 내 친구들에게 소개도 하고 선물도 하면서. 그녀는 그 나이또래의 여성의 심리를 잘 드러내고 있다. 그녀는 마치 여성이라면 성에 대해 당연히 부끄러워야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편견에 대고 큰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정말 그녀는 '세기의 여전사'다. 그녀에게 동감의 박수를 보낸다. 그녀는 '매독같은 가을이 쳐들어온다'는 최승자와는 또 다른 면에서 과격하고, 그래서 내가 최승자와는 또 다르게 그녀의 작품을 사랑한다.

[인상깊은구절]
꿈꾸는 누드 이 남자 저 남자 아니어도 착한 목동의 손을 가진 남자와 지냈으면 그가 내 낭군이면 그를 만났으면 좋겠어 호롱불의 무드를 살려놓고 서로의 누드를 더듬고 핥고 회오리바람처럼 엉키고 그게 엉켜봤자라는 걸 알고 싶고 섹스보다도 섹스 후의 갓 빤 빨래 같은 잠이 준비하는 새 날 새 아침을 맞으며 베란다에서 비둘기의 노랫소리를 듣고 승강이도 벌이면서 함께 숨쉬고 일하고 당신을 만나 평화로운 양이 됐다고 고맙다고 삼십년을 기다렸다고 고백하겠어
j*****8 2001.01.1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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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이 노래하는 세기말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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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소설가로 사진작가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이는 96년도 발간 신현림의 초창기 시집입니다. 어느날 오빠가 들고온 세기말 블루스라는 시집하나로 신현림을 알게 되었다. 죽음보다 무서운게 허무주의라 말하면서도 신현림의 시에는 리힐리즘이 숨어있다. 이쁜척 하지 않는 멋있는 척하지 않는 그녀의 시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강한 모습의 여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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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으로 소설가로 사진작가로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선보이는 96년도 발간 신현림의 초창기 시집입니다. 어느날 오빠가 들고온 세기말 블루스라는 시집하나로 신현림을 알게 되었다. 죽음보다 무서운게 허무주의라 말하면서도 신현림의 시에는 리힐리즘이 숨어있다. 이쁜척 하지 않는 멋있는 척하지 않는 그녀의 시가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 독특한 느낌으로 다가와서 강한 모습의 여류 작가로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얼마전 신현림의 모습을 잡지에서 본적이 있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 독신으로만 알고 있던 그녀가 임신이라니.. 잡지 내용을 읽어보니 남편은 동양화가이며 결혼은 했지만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싫어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동거도 하지 않은채 각자의 생활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무척이나 그녀다운 선택이라 생각된다. 세상의 눈치를 보지 않는 그녀의 당당함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그녀의 작품을 보다보면 그런 그녀의 당당함과 확고한 자신의 의지를 느낄수 있다.

[인상깊은구절]
34세 독신녀인 나는 지친 소같이 쓰러져 있다가 더이상 읽지 않는 시집처럼 인기척없는 서울의 새벽을 봤다 멸망을 상상하면 현실은 저녁 성찬처럼 근사하고 드라마틱하잖아요 어차피 인생은 허무의 시네마 천국 아니겠어요 신음하는 지구촌의 사진보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건 허무주의다 구부러진 못 같은 시든 좆 같은 너의 체념이다
y****a 2001.04.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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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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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세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꺼지라구.. 시집을 접하며 작가의 시선을 통해 인생을 봤다. 신경 정신과에 다니는 그녀의 삶은 그리 평탄한 것은 아니였다. 자신의 가족이 적이 되기도 하고 옛 사랑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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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지나쳐 독약이 되는 모든 것 가슴을 까맣게 태우는 모든 것 실패와 실패 끝의 치욕과 습자지만큼 나약한 마음과 저승냄세 가득한 우울과 쓸쓸함 줄 위를 걷는 듯한 불안과 지겨운 고통은 꺼지라구.. 시집을 접하며 작가의 시선을 통해 인생을 봤다. 신경 정신과에 다니는 그녀의 삶은 그리 평탄한 것은 아니였다. 자신의 가족이 적이 되기도 하고 옛 사랑의 가슴 아픈 추억이 적이 되기도 하고,세상의 고정관념들이 적이 되기도 하는..그녀의 삶은 예사로운 것은 아니였다.그러나 그녀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마련하여 살아가는 한 인간이었다. 신현림..나는 이 작가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그녀의 상처들,인생을 헤쳐 나가는 모습 하나하나..책장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 마다 들을 수 있었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인생이라는 좁은 틀안에서 자신만의 방법들을 강구하여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막막한 인생이었지만,절대 굴하지 않고 인생의 난관을 헤쳐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 세기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며,한 장 한 장 삽입 되어있는 사진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며 인생의 어려움들을 표현하지만,글의 내면으로 들어가다 보면 인생을 결국은 긍정하며 사랑하는 그녀의 시선과 만나게 된다. 읽는 동안 내내 내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인생을 보는 사는 그 따뜻한 시선 때문에.. 2001년이 마무리 되어지는 이 시점,한 해를 마무리 지으며 돌이켜도 보고 다시 마음도 다잡으며 이 책 한 권 손에 줬으면 한다. 넉넉한 마음을 선사해 줄 것이다.
j*****n 2001.11.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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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목소리에는 여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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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인의 시집 『세기말 블루스』에서 시인은 현실에 맞서려는, 싸우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제기랄, 바꿔져라, 바꿔져라,/부익부 빈익빈 세상이여’(「오백원 대학원생」). 이렇게 욕설을 섞어 내뱉으므로 시인은 현실에서 달아나려하지 않고 싸우려한다.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라고 말하면서 격렬한 언어로 대뜸 소리치며 그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시인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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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 시인의 시집 『세기말 블루스』에서 시인은 현실에 맞서려는, 싸우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제기랄, 바꿔져라, 바꿔져라,/부익부 빈익빈 세상이여’(「오백원 대학원생」). 이렇게 욕설을 섞어 내뱉으므로 시인은 현실에서 달아나려하지 않고 싸우려한다. ‘지겨운 고통은 어서 꺼지라구!라고 말하면서 격렬한 언어로 대뜸 소리치며 그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다. 시인은 현실에서 오는 고통을 때로는 사랑으로 극복하려고도 한다. 시인은 사랑을 꿈꾼다. 시인은 이 현실에서의 고통과 죄를 사랑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그런 사랑에게서 구원 받기를 바라며 그런 사랑의 존재를 기다리며 외로워하기도 한다. 현실 극복을 가져다줄 사랑의 존재를 갈망한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으로 극복하는 것을 실패하고 만다. 「포옹과 상처」에서도 시인은 사랑이 돌아올 것을 외치지만 결국 그 외침은 울림 없이 그치고 만다. 그렇다면 시인은 현실 극복의 방안을 어디에서 찾을까. 시인은 현실에서 부딪히는 고난과 절망의 극복 방안을 사랑에서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그 사랑에서 찾지 못하고 자신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싸움」에서 시인은 ‘삶이란 자신을 망치는 것과 싸우는 일이다’고 말하고 있다.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사진을 몇장 실은 것이었는데 사진이 특별히 대두되어 오히려 시를 해치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어떠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도 아니었다. 굳이 이 시에 이 사진이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사진이 많았다.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여성의 입을 통해 내뱉는 것 역시 많았는데 여자의 심경을 대변하는 한변 안에 남자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여자라는 존재에서 오는 아픔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는 「나의 시」인데 시에서 시인은 불만을 대놓고 말하고 있다. 시인은 미혼모 문제에 일침을 가하고 모성에 대한 예찬을 하고 있기도 하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y******2 2004.04.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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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을 넘긴 시기의 세기말 블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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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자신의 셀프 누드 사진을 실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시집 내가 이 시집을 처음 접한 것은 제목에 나오는 세기말이라는 그 특유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는 98년말이었다. 스물 넷의 나이에 내가 읽어 낸 이 시집의 단상은 외로움, 고독, 시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시에 대한 생각, 욕망(섹스), 가족, 20대, 마지막으로 아이이다. 내가 30대가 되었을 때 떠올리기 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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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으로서 자신의 셀프 누드 사진을 실어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시집 <세기말 블루스=""> 내가 이 시집을 처음 접한 것은 제목에 나오는 세기말이라는 그 특유한 분위기가 점점 고조되어 가는 98년말이었다. 스물 넷의 나이에 내가 읽어 낸 이 시집의 단상은 외로움, 고독, 시에 대한 사랑, 그리고 시에 대한 생각, 욕망(섹스), 가족, 20대, 마지막으로 아이이다. 내가 30대가 되었을 때 떠올리기 싫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나는 다가오는 새로운 세기와 30대를 벅차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이제 21세기가 되었고 30대와 2년 더 가까워졌다. 나는 다시 이 시집에서 무엇을 읽을 것인가. 정리가 되지는 않는다.

[인상깊은구절]
빈민가 담벼락 같은 가슴을 뚫고 겨울이 온다 슬픔은 미친 종처럼 울고 슬픔은 끝없이 날으는 연 저 환장한 연을 잡았으면 내가 너 대신 아팠으면 너를 안고 날으는 갈매기였으면 아우야, 추운 너를 안고 어머니가 금강산을 날으셨구나 애인아, 그리운 너를 안고 나는 바닷속을 달렸다. 마음으로라도 날고 뛰지 않으면 살 수 없던 날들 열린 차창처럼 비명을 지르고 싶던 날들 불탄 아현동 사람들이 묻머으로 던져진 어제 저녁이 오기도 전에 식탁의 빵들은 부패했다 장송곡보다 무거운 원피스를 입고 너는 꿈 속 강변을 헤메고 버림받은 자들이 부르는 유행가가 싸락눈으로 날린다 의지대로 되는 일이 없다 우리는 토실토실한 쓰레기나 불리며 살고 작별의 꽃을 던지며 사나니 술잔은 자꾸 죽음을 향해 기울어지더라 기나긴 밤마다 아무 위로 없이 남겨진 나의 너여 더이상 탄식의 나팔을 불지 마라 현세가 지옥인 때는 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 무자비한 세상, 지옥의 슬픔을 월경하기 위하여
l*****4 2000.1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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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여류 시인 신현림의 세상 바라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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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중에 한 명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때, 자기가 오래 갖고 있던 물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준다고 하더라. 이 시집이 그렇게 귀한(?) 책은 아니지만 힘들고 슬플 때는 나한태 큰 力이 되어준 very good book 이쥐. 흐흐 너에게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길 바라며... 대학교 2학년 시절.. 친한 친구의 권유로 만나게 된 신현림 시인의 세기말 블루스는 최영미 시인의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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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중에 한 명은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줄 때, 자기가 오래 갖고 있던 물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준다고 하더라. 이 시집이 그렇게 귀한(?) 책은 아니지만 힘들고 슬플 때는 나한태 큰 力이 되어준 very good book 이쥐. 흐흐 너에게도 좋은 느낌을 줄 수 있길 바라며... 대학교 2학년 시절.. 친한 친구의 권유로 만나게 된 신현림 시인의 세기말 블루스는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집에서 전율을 느낀 내겐 딱! 맞는 시집이었다. 특히 "곧 잊을 수 없는 저녁이 올 거야"라는 부제를 달고, 꼴라주 그림과 함께 실린 세기말 블루스1은 내겐 참 매력적인 시였다. 연작시로 구성된 이 시는 [20년 후에 나는 폐경기야 / 막 낳은 달걀처럼 매일이 따뜻할 수 있다면 / 성서나 베케트가 마약일 수 있다면 / 쓰러져가는 혼에 불을 지필 사람이 필요해 / 함께 죽어갈 사람이] 처럼 세기말에 대한 불안과 반성, 혼돈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도발적인 어휘들로.. 나는 신현림 시인의 이러한 직설적이고 당당한 시들이 맘에 들었고.. 대학교 2학년 시절 한동안을 세기말 블루스를 끼고 지냈었다. 나지막히 읊조리는 신현림 시인의 [보다 혹독한 날들이 다가오고 있다] 그 외침을 함께 느껴보자~~!!

[인상깊은구절]
20년 후에 나는 폐경기야 막 낳은 달걀처럼 매일이 따뜻할 수 있다면 성서나 베케트가 마약일 수 있다면 쓰러져가는 혼에 불을 지필 사람이 필요해 함께 죽어갈 사람이
n******n 2000.1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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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의미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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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기 시작한 것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서 버스에 올랐을 때였다. 5월의 햇살은 따사롭고 세상은 이상적인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난 책의 맨 끝 부분에 있는 작가의 '후기'를 훑어보았다. 그것은 책을 읽기 전에 약간의 사전지식을 같기 위한 나의 버릇이다. '슬럼가처럼 낡은 아파트 단지에 벚꽃 핀 모습이 장관이라. 바람이 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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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을 읽기 시작한 것은 중간고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서 버스에 올랐을 때였다. 5월의 햇살은 따사롭고 세상은 이상적인 푸르름을 머금고 있다. 책을 읽기 전 난 책의 맨 끝 부분에 있는 작가의 '후기'를 훑어보았다. 그것은 책을 읽기 전에 약간의 사전지식을 같기 위한 나의 버릇이다. '슬럼가처럼 낡은 아파트 단지에 벚꽃 핀 모습이 장관이라. 바람이 불면 눈보라처럼 꽃잎이 와하하하 웃으며 날아가더라..........(중략)........이 모습에 누구든 취할 수 있다면 내 시를 읽지 않아도 좋다. 풍광자체가 성서처럼 살아있는 시니까 말이다.' 후기의 맨 처음 단락이다. 이를 읽고 나는 난 그럼 안 읽어도 되나?, 하고 생각했다. 촌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자연경관을 즐기기 때문이다. 때로는 이러한 도취가 너무 지나쳐 주위의 동료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시를 읽었을 때 나름대로 나는 시인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보는 세기말의 풍경은 어둡기만 하다. 현실 자체가 지옥이라고 해야할까? 그녀가 생각하는 희망인 '빵을 가진 남자는 멀기만 하다. 카메라와 같은 창문을 통해 본 세상은 도덕의 몰락, 황금 만능주의, 과학 기술의 기형적 발달과 환경 오염, 등 진부하고 평범한 어휘들이 녹아있는 커피 잔과 같아 독처럼 쓰기만 한 것이다. 이에 그녀는 이와 홀로 맞서 싸우는 꼴이다. 누가 뭐라 하든 손가락질을 하든, 달콤하기도 하고 감옥 같기도 한 독신을 선택한 30대 중반의 여자의 언어는 거칠고 직설적이다. 허나 아무렇게나 지껄이는 욕이 아니다. 그녀가 선택한 언어는 분명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한 끝에 탄생한 귀한 말들이다. '나의 이십대'라는 연대기적 독백의 시를 통해 본 그녀의 인생, 그리고 그 가족의 삶은 분명 평탄치만은 않았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 전투적인 자세는 그녀의 입장에서 이유있고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의 시 전반에 걸쳐 풍겨나는 허무주의 비관주의적 악취는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나로 하여금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세상이 사공이 많은 배가 산으로 올라가듯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은 물론 동의한다. 모두가 이에 동의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중심에 인간이 있는 이상 이 궤도는 오랜 시간에 걸쳐 수정되고 보완될 것이다. 성이란 것이 무슨 운동 경기처럼 일회적이고 쾌락적인 부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아직도 정말 사랑하는 연인들에게는 고귀한 최후의 프로포즈인 것이다. 시인이 얘기한 '세기말'의 시간을 난 군대에서 보냈다. 정말 우울했다. 새 천년을 맞이하는 이 기념비적인 순간을 일개 육군 병장으로 당직을 서며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보신각 종이 울리던 그때 난 담배를 피워 물어야 했다. 지난 20세기는 내게 크게 대학 초년 시절과 그 이전의 시절로 구분되었다. 80년대의 학생운동과 그 이전 역사의 소용돌이를 거치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나의 20세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체험 외에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던 만큼 21세기는 이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내가 살아야하는 시간으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이런 약간은 쓸쓸하면서도 희망적인 생각을 받쳐주는 장치로는 영하의 날씨, 난로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웃으며 말하던 'Happy new millennium!'이 있었다. 21세기에 가장 강조되는 학문이나 분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컴퓨터와 생명복제로 대표되는 과학이라 말할 것이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그러한 비약적인 과학기술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인문학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YES마니아 : 로얄 m******t 2001.06.2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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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로운 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드는 詩들.
"허허로운 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드는 詩들." 내용보기
신현림의 시들을 읽는다. 신현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얇은 잡지에서였다. 그녀의 순탄치만은 않은 20대를, 나는 거기서 읽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시보다 그녀의 삶을 먼저 읽은 것이었다. 그녀의 스산한 20대에서 詩들은 피어올랐다. 「나의 이십대」라는 시에도 거칠게 그 삶이 기록되어 있다. 그녀의 이십대가 새롭지만은 않았기에 어떤 시적인 충격은 얻을 수 없지만, 진
"허허로운 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드는 詩들." 내용보기
신현림의 시들을 읽는다. 신현림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어느 얇은 잡지에서였다. 그녀의 순탄치만은 않은 20대를, 나는 거기서 읽었다. 그러니까 나는 그녀의 시보다 그녀의 삶을 먼저 읽은 것이었다. 그녀의 스산한 20대에서 詩들은 피어올랐다. 「나의 이십대」라는 시에도 거칠게 그 삶이 기록되어 있다. 그녀의 이십대가 새롭지만은 않았기에 어떤 시적인 충격은 얻을 수 없지만, 진실된 삶의 모습은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자기 삶을 시로 쓰는 것은 가장 쉬운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리라. "빈민가 담벼락 같은 가슴을 뚫고 겨울이 온다"(「슬픔의 독을 품고 가라」)라는 표현이나 "우울하도다 개 같은 세월 / 승냥이나 되어 컹컹 울어나 보고 싶도다"(「제니스 조플린과 함께」)라는 우울과 절망의 정서, 그리고 블랙유머. 나는 이 시인이 아마도, 최승자에게서 영향을 받지 않았는가, 하는 추측을 해보았다. 그러나, 무슨 상관 있으랴. 이런 시들은 허허로운 바람이 되어 내 가슴을 파고든다. 사진, 판화, 꼴라주 등을 활용한 시들은 형식을 파괴할 정도라거나, 특별히 전위적이지는 않지만 시집 전체로 볼 때는 몇몇의 액센트를 부여하고 있다. 그녀의 "첫사랑인 시각적인 매혹"은 시를 해체시키지 않고 시에 옷을 입히고 있는 셈이랄까.
n****w 2003.12.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