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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3권 가운데 2권인 이 책에서는 조선 전기로부터 대략 17세기까지의 문학사에 대한 저자의 강의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흔히 고려 후기에 들여온 성리학(性理學)을 사상적 기반으로 했던 이들을 일컬어 사대부(士大夫)라고 칭하고, 새로운 왕조인 조선은 유가(儒家)의 한 분파인 성리학을 추종하던 이들의 주도로 개국되었다. 따라서 조선 건국의 주도 세력들은 당시 권력의 중심에 있었기에 ‘훈구파’라 지칭되었고, 조선 건국에 반대했던 이들은 향리에 머물면서 성리학의 이론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향리에서 수양을 하며 학문에 정진하던 이들의 후예들은 조선 건국 약 2세기 만에 과거를 통해 정계에 입문하는데, 이들을 일컬어 ‘사림파’라고 한다. 2권의 첫째 항목은 ‘조선 전기 문학을 보는 시각 훈구파와 사림파’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서, 훈구파와 사림파의 주요 인물들과 그들의 문학적 성과를 나열하고 있다.
이어지는 항목은 흔히 사육신(死六臣)으로 대표되는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한 문학적 대응들’이란 제목으로, 이와 관련된 내용들을 담은 작가와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이어서 정철과 박인로 그리고 윤선도를 중심으로 ‘국문시가와 우리말 표현의 경계’라는 항목을 설정하고 있지만, 실제 문학사의 상황과는 달리 시가문학에 대한 비중은 매우 빈약하기만 한다. 예컨대 조선 전기 사대부들의 의식을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되는 이른바 ‘강호시가’와 다양한 가사갈래들의 양상은 단지 이 세 작가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시가문학에 대한 서술의 간략함은 3권까지 지속되는 현상으로써, 아마도 저자가 한문학과 소설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기에 상대적으로 그에 관한 관심이 덜하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반면 한문학과 소설에 대해서는 저자만의 관점을 부각시켜 논하고 있는데, 예컨대 조선 전기 도가에 경도된 이들을 묶어 ‘해동도가와 새로운 질서의 모색’이라는 항목으로 설정한 내용이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이와 함께 조선시대까지 비주류의 위치에 놓였던 여성 작가들을 주목한 것은 나름의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다른 목소리 여성 작가의 출현’이라는 항목에서 이를 부각시키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의 한시만이 언급되고 ‘기녀시조’와 같은 그들의 국문시가에 대해서는 매우 소략하게 논의하고 있다. 이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만을 다루면서, 역시 그러한 주제를 다룬 시가문학의 성과는 배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어지는 항목 역시 ‘국문소설 및 장편소설의 형성과 전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다시 신흠과 장유를 비롯한 작가들의 한문학적 성과를 ‘17세기 전반의 문제적 문인들’이라는 제목으로 다루고 있다.
조선 전기와 달리 후기로 접어들면서 문학사에서는 이른바 ‘중인문학’이라는 범주가 부각되는데, 이 항목에 ‘사설시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기존 시가문학의 연구사에 대한 저자의 관심이 미약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이 항목의 ‘질문과 답변’에서는 ‘홍만종이 <청구영언>을 편찬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시각은 3권에까지 이어지는데, 이 역시 시가문학사에 대한 저자의 이해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된다. 조선 후기 새롭게 등장한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들’에 대한 소개기 이어지는데, 이 분야는 저자가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던 주제이기도 하다.
단릉 이윤영과 능호관 이인상이 당대의 문학적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독특한 시각이 반영된 ‘사라진 도와 단호그룹’이라는 항목에 2권의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 두 사람의 호 한 글자씩 따서 ‘단호그룹’이라고 명명한 것 역시 저자이며, 3권에서는 기존의 ;연암그룹‘이라고 칭했던 일파들이 이들의 영향을 받았고 그 명칭 또한 담헌 홍대용을 앞세워 ’담연그룹‘이라고 명명하는 것 역시 저자만의 독특한 주장이라고 할 것이다. 저자가 여성들의 문학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였다면, 조선시대 여성들의 문학적 성과로 가장 두드러진 ’여성가사(규방가사)‘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 할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저자만의 ’강의‘ 내용을 엮은 것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문학사‘를 내세운다면 소설과 한문학만이 아닌 고전시가에 대해서도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시가문학사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이 책과 저자의 문학사를 바라보는 시각의 한계로 지적할 수 있을 듯하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