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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괜찮은, 아니 꽤 기분 좋은, 아니 무척 근사한 동시집을 만났다. 출판사 좋고, 작가 경력도 탄탄하고, 부드러운 그림체도 맘에 들어 밑져야 본전, 이랬는데, 웬걸, 대어다. 검색해 보니 작가의 다른 동시(콩 한 쪽)는 이미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군. 서평이 없어 나처럼 망설였을 이들을 위해 지금부터 시작! 표지에서 알 수 있듯 '뽀뽀의 힘'은 일단 유쾌하다. 힘차게 솟아오른 뽀뽀님(?)의 근육과 열매.. (복분자인가? ㅋㅋ, 사실 산수유이다). 책 전반을 아울러 작가의 센스가 묻어난다. 재미없는 건 정말 싫어... ![]() '뽀뽀의 힘'은 순수하고 진솔되다. 어린이도 두근대는 마음이 있다. '뽀뽀의 힘'은 어린이의 마음을 어른과 다르다고 구분하지 않는다.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수줍어서 말도 못하고~~' ![]() 이 닦기 싫어하는 아이와 함께 읽은 후 "'하얀 숨' 만들러 가자." 라고 하면 아이가 벌떡 일어날 듯. 학부모, 양호 선생님, 치과의사협회가 좋아할 것 같다. 후훗. ![]() 재밌는 운율도 '뽀뽀의 힘'의 매력 중 하나. 시 읽으며 침 꿀꺽, 그림 보며 침 꿀꺽, 나도 김치야~!!라는 양배추 김치에 미소 한 번. ![]() 작가는 '생활 속 어린이'를 그려낸다. 싱긋 웃었지만 쉬이 지나칠 수 없는 건 어린이의 삶의 무게가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배 속이 몽알대도 엄마는 보고 싶다. ![]() 내가 가장 좋아하는 3부, '가을을 조금만 덜어 왔어요'. 작가의 탄탄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못할 것이란 편견처럼 '동시'는 '시'보다 못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지워준 책. 오히려 동시이기에 드러낼 수 있는, 동시만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뽀뽀의 힘'에서 '동시의 힘'을 느낀다. ![]() '짜파티' 만들어 줄 옆집 영미도 없고, '꽃밥' 만들기엔 벚나무는 너무 푸르고, 두 팔 올려 '나비잠'이나 자야겠다. 자기 전에 한 번 더 읽어볼까,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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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벚나무 아래서 도시락 연다 송송송 하늘에 맺힌 연분홍 꽃잎 바람 따라 솔솔솔 내려앉는 꽃비 김밥 도시락 꽃밥 되었다 봄이다. 봄이면 윤대녕의 소설 「상춘곡」을 생각한다. 7년 만에 다시 만난 첫사랑이 벚꽃 필 때 다시 만나자고 하자 사내는 그때까지 기다릴 자신이 없다. 그래서 벚꽃 피는 남쪽으로 내려간다. 그러고는 벚꽃 피는 속도를 따라 첫사랑에게 다가간다. 벚꽃의 속도. 올해는 너도 나도 벚꽃의 속도를 찾으면 좋겠다. 거기에서 식구들과 동무들과 이웃들과 도시락 김밥을 먹으며 놀면 좋겠다. 그러면 김밥이 꽃밥이 되는 순간처럼 환하겠다. 연분홍 꽃잎이 바람 따라 꽃비 되어 내리지 않아도 좋고, 내리면 더 좋고. 보라색 머리핀 하나 사고 싶었는데 보라색 머리핀을 사고 싶었어.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유리창 너머 머리핀을 바라보았지. 누가 먼저 사 가면 어쩌나 마음 졸이며 말이야. 어느 날 드디어 머리핀을 살 수 있었어. 머리핀을 꽂은 거울 속 내 모습이 예뻐. 가슴이 두근댈 정도로. 머리핀 하나로 행복했지. 그런데 보라색 머리핀에 어울리는 옷이 없네. 얼른 보라색 옷을 샀어. 보라색 옷에 어울릴 보라색 구두를 사고 보라색 구두에 어울릴 보라색 양말도. 보라색 모자와 가방도 샀지. 갑자기 필요한 게 너무 많아졌어. 보라색 장갑, 목도리, 수영복, 반지, 목걸이, 시계, 손지갑…… 참, 우산과 장화도 빼놓지 말아야지. 이제 내 몸에 걸친 모든 게 보라색이 되었어. 살짝 말하자면 속옷까지. 보라색 테두리에 보라색 렌즈인 보라색 안경도 꼈으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게 보라색이야. 나도 온 세상도 보라색인 거야. 보라색 머리핀 하나 사고 싶었을 뿐인데. 그저 보라색 머리핀 하나 사고 싶었을 뿐인데. 경쾌한 노래를 듣는 듯하다. 행갈이를 하지 않았지만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게 된다. 내용을 보면 아이가 보라색 머리핀을 사고 싶어 한다. 아마도 여자아이겠지. 아이는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유리창 너머 머리핀을 바라보다가 드디어 머리핀을 산다. 머리핀을 꽂은 거울 속 모습을 보니 참 예쁘다. 머리핀 하나로 행복해진다. 그런데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보라색 머리핀에 어울리는 옷을 사고, 옷에 어울릴 보라색 구두를 사고, 보라색 구두에 어울릴 보라색 양말을 산다. 소비는 끝없이 이어지는데 소비 지향의 여자아이로 보이지 않는다. 예뻐지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은 여자아이가 보일 따름이다. 시인이 여자아이를 즐겁게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