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저자의 이름만 보고 고민없이 사서 완독한 책이다. 그만큼 평소에 저자에 대한 신뢰가 쌓여있었기 때문에 주저함이 없었다. 뛰어난 물리학자이면서 동시에 뛰어난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 자비네 호젠펠더는 꾸준히 물리학에 관한 책을 써오며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 물리학 분야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과학 덕후들에게 쉽게 설명해주는 것은 물론 물리학이라는 분야가 가진 한계점에 대해서도 명확히 비판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을 더욱 잘 설명하기 위한 진실한 학자로서의 면모가 믿음이 간다. 책에서 팀 파머, 데이비드 도이치, 로저 펜로즈와 같이 수학적인 능력이 출중한 저명한 물리학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물리학의 설명력과 신념의 경계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려 시도한다. 과학은 철저히 경험적인 학문이지만, 수학과 같은 순수 추상의 세계와 접목할 때면 이론이라는 틀로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예측할 때 물리학자는 항상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해야 한다. 역사에는 수학적 도구를 통해 발견한 자연의 패턴이 견고해서 적은 데이터와 가정을 통해 일반화하여 얻어진 예측이 정확히 들어맞는 순간들도 있지만, 수많은 수학에 기반한 예측이 관측을 통해 기각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때로는 줄곧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맞다고 여겨졌던 이론도 기술의 발전과 관측 장비의 향상으로 인해 새로운 데이터로 직접 반박되기도 한다. 물리학자들은 수학에 정통하고 누구보다 세상의 작동 방식에 관심이 많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수학적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과학의 탈을 쓴 신념을 생산할 수 있다. 저자는 다양한 설명을 통해 과학과 신념의 차이를 설명하고 어느 영역에서 그 경계가 불분명한지, 어느 부분에서는 뚜렷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이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근원적 작동 방식에 관한 인간의 설명이 얼마나 믿을만한지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
저자 자신도 물리학자이기는 하지만 실험으로 관측할 수 없는 영역을 다루는 물리학 (예를 들어 다중 우주, 시뮬레이션 가설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관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순전히 믿음의 문제라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