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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조차 아니 품었던 우리말 파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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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섯 시 다섯 분이 아니고 다섯 시 오 분이라고 말해요?”책을 펼치자마자 만난 머리말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순간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했다. 단 한 차례도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바였고, 문장을 읽기가 무섭게 내 안에서 새로운 궁금증이 싹트는 걸 느꼈다. 당연함. 세상 많은 일을 궁금해 하기 시작하면 삶이 피곤해진다. 지나친 호기심을 경계하는 주변의 분위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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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섯 시 다섯 분이 아니고 다섯 시 오 분이라고 말해요?”


책을 펼치자마자 만난 머리말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순간 무언가에 머리를 맞은 것처럼 띵했다. 단 한 차례도 의문을 품어본 적 없는 바였고, 문장을 읽기가 무섭게 내 안에서 새로운 궁금증이 싹트는 걸 느꼈다. 당연함. 세상 많은 일을 궁금해 하기 시작하면 삶이 피곤해진다. 지나친 호기심을 경계하는 주변의 분위기 또한 나를 주춤하게 만든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왜?”라 물어야겠단 생각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난 묻지 않았다. 세상엔 이 외에도 모른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일이 아마 널렸을 것이다. 이번에 읽은 책이 우리말에 관한 것이어서 놀라움이 컸을 뿐이다.

외국어 학습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려운 일이다. 알파벳과 간단한 단어는 어찌저찌하여 익혔을지라도 이와 같은 노력이 곧 회화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나, 일단 주변에 외국인이 없다. 아무래도 말이라 하는 게 잘 하려면 사용 빈도가 높아야 하는데, 외국어는 특별한 상황에서 애써 시간을 마련해야지만 사용 가능하다 보니 좀체 실력이 향상되지가 않는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을 구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듣기 시작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듣고 있는 말이므로 굳이 노력을 아니 하더라도 구사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다. 개별 단어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앞뒤 사정을 통해 얼마든지, 우리는 타인의 의사를 파악하고 우리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근데 시험을 치르면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 평소에 사용해온 언어로 적혀 있음에도 망설임이 길어진다. 때론 호기롭게 문제를 풀었더니 오답이라는 반응이 되돌아오기도 한다. 외국어보다도 더 난해한 게 우리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나는 우리말의 몇몇 규칙을 명백하게 이해치 못했다. 그 중 최고봉으로 나는 사이시옷을 꼽곤 한다. 모든 법칙에는 예외가 있다지만, 그 예외라 하는 놈을 완벽히 숙지하지 못한 나는 출제된 문제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기 바빴다. 책을 읽는 내내 당시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과연 이 책을 읽고 나면 한국어를 알게 되고, 심지어 재미를 느끼게 될까?

1부부터 5부까지. 참으로 방대한 내용이다. 제시된 사례 또한 어찌나 많았던지 읽기만도 벅찼다. 고로 마스터(master) 혹은 클리어(clear)를 외칠 경지에 이르는 일은 발생키 힘들었다. 자주 반복해 읽으며 익숙해지는 것이야말로 이런 류의 책을 읽는 바람직하고도 효과적인 방법이지 싶었다. 맞춤법 차원을 넘어 언어가 우리의 사고 체계를 담는 그릇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불법체류자’를 대체하기 시작한 ‘미등록외국인’이라는 표현이 지닌 의미를 언급한 대목에서 그랬다. 내 안의 타인을 배제하는 사고가 어쩌면 내가 사용해 온 언어로 인해 더욱 도드라졌을 수도 있었을 듯 했다. 왜 아저씨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부정적인 느낌이 아줌마에선 한 가득 묻어나는지, 상대를 낮추어 부르는 호칭에 깃든 성차별적인 사고에 대해서도 약간이나마 생각할 수 있었다. 누워서 먹었다가는 체할 떡과 뗄 순 있어도 붙이는 건 불가능할 거 같은 시치미 등 나도 물론 몰랐지만 우리 문화를 낯설어할 외국인이라면 구사하기 힘들 표현들이 경이롭게 다가오기도 하였다.

흥미로운 사례도 많았다. 아무 고민 없이 남들이 쓰므로 나 또한 사용했던 단어 중 하나로 ‘댕댕이’가 있는데, 이와 같은 언어를 부르는 말 ‘야민정음’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접했다. 글자의 외관이 비슷해 보이는 것에 착안해 글자를 바꿔 사용하는 시도는 한글 파괴이면서도 동시에 창조성의 발현이었다. 과연 외국어를 가지고도 이와 같은 변이가 가능할까? 오로지 우리말이기에 가능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며 유심히 제시된 사례들을 살폈다. ‘머견팡역시’가 대전광역시로 바로 읽히지는 않았지만, ‘이 말 참 사랑스럽군’, 왠지 흐뭇했다.

우리말을 다룬 책인데 아쉽게도 언어가 매끄럽지는 않았다. 글쓴이에게는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을 오타나 비문이 상당수 내 눈엔 보여 아쉬웠다. 엉뚱하게도 퇴고의 중요성을 설파한 몇몇 글들이 떠올랐다. 완벽을 기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무언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쉼 없이 변화하는 언어의 특성상, 이 책에 수록된 몇몇 사례들은 이미 생명력을 잃었을 수도 있다. 오타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며 책을 덮었다. 충분히 흥미로웠으므로 괜찮다며.

이달의 사락 q*****2 2024.05.2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