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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치로의 『불국토』는 경주 남산의 거친 바위와 석굴암의 정교한 미소 속에 숨겨진 신라의 정신적 좌표를 추적합니다. 저자는 불교가 단순한 종교적 외래 문명을 넘어, 어떻게 한반도의 풍토와 결합하여 독창적인 '불국토 사상'으로 승화되었는지를 깊이 있는 인문학적 식견으로 풀어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정적인 유물을 동적인 역사의 주인공으로 변모시킨다는 점에 있습니다. 석조 불상의 미세한 균형에서 우주의 질서를 읽어내고, 사찰의 배치 구조에서 지상의 고통을 정토(淨土)로 바꾸려 했던 신라인들의 간절한 염원을 포착합니다. 저자의 문체는 마치 잘 닦인 금동불처럼 단아하면서도, 역사의 부침을 설명할 때는 서릿발 같은 날카로움을 잃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