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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눈이 즐거운 것만 좇다보니 '생각'이란 걸 할 겨를이 점점 없어져 간다. 분명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이 안 난다. 머리가 녹슨 건가? 그래도 읽었던 당시의 느낌은 뚜렷하게 기억이 난다. 책 속의 텍스트들이 예쁜 그림처럼 시각화되는 느낌. 그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오랜만에 책을 펼쳤다. 달랑 3분남짓 영상 하나도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나를 집중시키고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도입부부터 흥미롭고 다채로운 색깔이다. 지금은 광화문 광장에나 가야 볼 법한 풍물패와 구경꾼들의 풍경이 사진처럼 그려졌다. 내가 그 곳에 있는 것마냥 생생하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 읽어 내려가다보면 시대적, 지리적 배경이 보인다. 국사 쪽지시험 본다고 달달 외웠던 악학궤범도 나오고, 천주교 박해라는 사건도 등장한다. 강무가 사는 해풍마을이 정확히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말린 전복과 미역이 특산품이라는 걸 보니 완도지역에 속한 섬마을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어느샌가 나도 조선시대의 완도 어딘가에 함께 있다. 조선의 이야기인지라 다양한 신분계층이 등장하지만, 계층이 다른 이들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대립하지 않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화해를 하고 포용을 한다. 재미있고 맛깔스러운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인물과의 교류를 통해 여러 배움의 과정을 겪으며, 컴플렉스나 열등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줄 아는 단단해진 마음과 내적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이 소박하게 담겨있다. 주인공 강무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고 받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귀담아 들을만한 좋은 이야기들이 그들의 대화속에 녹아있었다. 주인공 강무는 춤추는 걸 좋아하는 소년이다. "춤 출 때가 제일 좋아요.", "춤 생각만하면 가슴이 벌렁거려.", "춤을 추면 마음이 환해져요.", "궁중 무동이 되고 싶어요."... 한결같이 춤을 향한 소망과 열정을 표현하고 있다. 강무의 진심이 담긴 춤사위는, 진심을 담은 그리움이다. '엄마가 그리워요. 엄마! 많이 보고 싶어요.' 소년 강무의 세상은 어쩌면 각박하고 모진 세상일지도 모른다. 일찍이 여읜 어머니, 행방과 생사조차 몰랐던 아버지, 자신을 키워주고 아껴주던 할머니의 죽음 그리고 역병의 상처와 낮은 신분. 그런 세상에서 밝고 반듯하게 성장해 자신의 꿈과 삶을 찾아가는 강무를 보며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느끼게 된다. 고개 갸웃. 어깨 나울. 당실당실. 빙그르르. 사뿐사뿐. 호르르호르르. 강무의 춤추는 몸짓이 보이고, 장구.피리소리가 들린다. 텍스트가 시각화된다는 느낌을 넘어 내가 그 곳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동감이 있고 몰입이 된다. 책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이거 한번 손에 잡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게 된다고. 사극드라마나 영화 한 편 뚝딱 보는 것처럼 쉽게 읽혀진다고 말이다. 책 읽는 게 정 싫으면 읽다가 포기해도 좋으니 일단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각 단락마다 크든 작든 와닿는 교훈이 하나씩은 다 있으니 반드시 얻어가는 게 있을 것이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글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아낌없이 추천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