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노후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혹여 부모님이 편찮으시면, 내가 늙어서 아프게 되면'이란 가정하에 간병과 요양에 대한 관심이, 의료의 발전으로 생명 연장은 가능해졌으나 '인생의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란 생각에 죽음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 (물론 아직 그럴 나이는 아니지만 가는 데는 순서 없으니까, 미리 생각해두면 좋을 거 같아서) 독서모임에 나와 비슷한 분야의 책을 읽는 분이 계셔서 여러 책을 주고받았는데 그중 하나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였다. 내가 고민하던 것들 그리고 그 이상이 적혀져 있었고 역시나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저자는 미국에서 응급실 의사로 일하고 있다. 책을 읽기 전 차례를 훑어봤을 땐 챕터마다 다른 환자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는데 심정지로 실려온 43세의 여성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환자의 사례, 미국 의료 시스템과 의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우리나라는 생각보다 의료 체계가 굉장히 잘 잡혀있는 편이다. 의료 보험만 해도 그런데, 미국의 경우 가벼운 감기만 해도 비싼 병원비 탓에 참거나 진료 없이 약을 사 먹는다. 그래서 마약성 진통제도 시중에 유통이 되며 이 때문에 마약 중독에 빠지는 인구도 꽤 많다. 요즘은 의사 파업 때문에 환자들이 많은 피해를 보고 응급실 뺑뺑이 뉴스가 계속 보여 이러다 아프면 어쩌나 싶지만 그래도 근본 자체가 자르다 생각한다 ????? 최소한 너무 아플 때 119를 불러볼 수 있고 건강검진 제도로 병을 미리 발견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이런 열악한 미국의 의료체계에서도 나비 박사는 응급실에서 열심히 생명을 살려낸다. 사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이런 불편함을 많이 못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강타했던 무시무시한 바이러스 '코로나'를 겪으며 미국의 미비한 의료 체계와 제한적인 제도를 깨닫고 되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이런 데서 오는 무력감과 환자를 살려내지 못한 절망과 후회, 환자의 죽음을 뒤로한 채 바로 다른 환자의 투정을 들어줘야 하는 분노, 알릴 의무 등 환자의 입장에선 보기 어려운 시선들을 보여준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만 사실은 큰 트라우마들이 있고 응급실에선 의외로 학교에서 배웠던 의료 지식보다 아르바이트하며 배웠던 서비스 마인드가 더 필요하단 것도. 태어나서 크게 아팠던 적도, 응급실에 가본 적도, 입원해 본적도 없지만 그곳에서 일해봤던 사람으로서.. 아픈니까 예민하고 짜증 나는 건 이해하지만 솔직히 말도 안 되게 진상 부리는 환자들도 너무 많기 때문에 (사실 엄청나게 이기적인 경우가 많았다) 의료계 종사자분들 정말 대단하다 말씀드리고 싶고 박수 쳐드리고 싶다 ?????????????? 내가 모르는 나라, 직업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어 좋았고 그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그리고 내 삶을 다시금 돌아보며 내년엔 꼭 건강검진을 받기로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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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Code Gray 이다. 코드 그레이는 공격적인 환자가 나타날 시에 쓰는 말인데, 책을 다 읽고 나서 Code Gray를 앞선 뜻으로 썼을 것 같진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Getting to Maybe 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마주하게 될 문제는 예/아니오 같은 선명한 답보다는 “shades of gray” 즉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 그나마 최선의 결정을 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제목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이 책을 관통하고자 하는 주제는 응급실의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끊임없이 내려야할 결정과 그 속에서 고려되야할 요소에 대한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단순한 의학 회고록을 넘어,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응급실 의사의 생생한 경험을 통해 독자는 생명을 다루는 일의 무게감과 함께,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질문을 생생하게 직면할 수 있게 된다. 응급실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곳이다. 매 순간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의료진은 제한된 시간과 자원 속에서 최선을 다해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 그리고 그 가족들의 슬픔과 절망은 의료진에게도 큰 상처로 남는다. 미국의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과도한 업무량, 부족한 의료 자원, 비효율적인 시스템 등은 의료진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결국 환자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의료 시스템의 취약성이 더욱 부각된다. 폐부를 깊숙히 찔렀던 부분은 업무에 떠밀려 일을 수행하면서도 충분히 치료에 위안을 받지 못하는 환자를 보면서 의사 스스로가 끊임없이 본인을 “치료는 못하지만 위안을 주는 개”와 비교하는 상황이었다. 왜 이런 상황이 온 건지, 왜 최선을 다함에도 그 노고는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는건지 읽는 내내 토할 듯 답답했다.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 문제도 자주 등장한다. 환자와 가족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의료진에게 반응한다. 감사를 표하는 경우도 있지만,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경우도 많다.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의 다양한 감정에 공감하고 소통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시간적 제약과 업무의 과중함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고 이는 양측의 상처로 남는다. 응급실에서는 매 순간 윤리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생명 연장과 존엄한 죽음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등의 문제는 의료진에게 끊임없는 고민을 안겨준다. 그 예시로 코로나 팬대믹에 한정된 치료제를 어느 환자에게 써야할 지 선택을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의사는 2명의 가족과 1개의 치료제만 있는 상황에서 이 전체적인 상황을 모두가 납득하는 형식으로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괴로워하는 장면이 나온다. 응급실 의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기 쉽다. 생명을 다루는 일의 무게감,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것,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 등은 의사들의 정신 건강을 위협한다. 그들의 환자의 죽음 뿐 아니라 주변 동료의 죽음까지 마주하며 그 모든 정신적 부담감을 각각 소명, 사명감, 혹은 보람에 의지하며 버텨나가는 모습을 낱낱이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사회가 의료진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선명한 것 대비 해결책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많이 서글펐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자주 저미는 기분이 들었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점, 생명의 존엄성, 윤리적 딜레마, 압도적인 상황 속의 최선의 선택의 순간, 응급실 속의 상황에 대해 의문을 해소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떠오르는 비슷한 결의 책으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재난 당시 병원 속의 상황을 다룬 <FIve Days at Memorial> (재난 그 이후) 가 있었다. #도서지원 |
의료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발단은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한 반발이었고, 초기에는 환자를 등지는 의사 또는 돈과 관련된 밥그릇 지키기라는 명분으로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발단이나 원인, 경과와 별개로 행동개시 7달이 넘어가면서 일반인들의 불편도 극에 달하고 있다. 신문이나 뉴스 등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응급실 뻉뺑이 등으로 제때 진료나 치료를 받지 못해 생을 마감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도 사태가 길어지며 그동안 언론등을 통해 보도된 정부나 사회적 입장말고 의사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들은 어떤 삶, 생활을 해왔고 무엇에 분노하는 것일까. 이번에 읽은 책은 '나는 어떤 죽음에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란 책이다. 저자는 미국 현직 응급의사로 우리나라의 의료대란과 직접적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선진국 병원 응급의로 일하면서 그가 마주한 일상, 일반인들이 간과하는 부분, 현재 의료시스템에서 겪은 일들과 불만 등 목소리를 들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응급실이라는 삶과 죽음의 경계 공간에서 오랫동안 수련해온 이성의 판단대로, 원칙대로 환자들을 실피고 치료하지만 모든일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뜻대로 자로 잰듯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었던 듯 하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은 뒤에도 '우리의 원칙조차 휘청거린다', '아는 것은 힘이고 무지는 축복이다' 와 같은 저자의 말이 머릿속을 계속 맴돈다. 책을 읽고 잘 몰랐던 의사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것도 큰 수확이다. 가끔 드라마등을 통해 조금은 바쁘지만 멋있게만 보였던 의사생활이 나같은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시간의 연속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들은 앞에 누워있는 사람의 생명이 오가는 촌각속에 많은 걸 결정해야 하지만 계속되는 간섭으로 그조차 여의치 않다. 그렇게 힘들게 최선을 다함에도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생명을 다하면 할 수 있는게 없었다는 절망과 죄책감, 그리고 트라우마속에 살아가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직업이고, 여러번 경험하다 보니 익숙해지지 않냐고 하지만 그들 또한 사람이기에 저자는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에 제한적인 지원과 미비한 의료시스템으로 악순환은 반복되고 결국 이런 문제점들이 코로나로 치부를 드러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기대했던 내용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지만,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사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고 내 삶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준 책이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는어떤죽음에도익숙해지지않는다 #파존A나비 #이문영 #사람의집 #응급실 #응급의 #의사 #삶과죽음 #경계 #원칙 #죽음 |
어느 응급실 의사의 삶의 기록 생사의 갈림길에서 환자들은 의사가 신호등같은 존대인냥 취급한다. 초록불이면 감사를 빨간불이면 원망을... 삶도 죽음도 의사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스물 네 시간 긴박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그곳에서 생명 구조와 사망 장면을 목격하고 책임져야 하는 의사들의 하루는 결코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의 관점에서 이토록 아름다고 인간적인 회고록을 보여준단 말인가? #채성모의손에잡히는독서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책소개하는백작가 |
![]() 다치고 피흘리고 아프고 죽는 사람을 자주 접하는게 직업이라해도 익숙할 수는 없겠지요. 미국의 응급실의사 나비박사의 덤덤한 응급실 이야기는 급박하기보다 고요하고 정적이고 숭고한 느낌이 드네요. 코로나19 이야기로 프롤로그를 시작하며 펜데믹 시대의 미국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주는 듯 했는데.. 나비박사는 평소 응급실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않다 하네요. 민영화되어 돈없어 수술을 못받는 사람이 응급실을 오가며 죽어가는 상황, 연명치료거부를 한 치매환자와 그렇지않은 치매환자의 치료선택의 권리, 노숙인 등 에피소드도 다루고있지만..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건 응급으로 심정지상태로 와 사망에 이른 롤라에 대한 이야기예요. 빠르고정신없이 돌아가는 응급실에서 천천히 숨고르며 얘기할땐 사망환자가 발생할 때라하네요. 하지만 응급실에 온 많은 환자들이 있기에 사망선고를 하고 돌아서서 바로 환자진료를 해야하는 상황.. 의대에서 배운 지식보다 한두달 알바한 서비스업종의 경력이 도움이 많이 된다는.. 알고보면 의사도 감정노동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사람을 돕고싶어 의사가 된 나비박사는 의료현실에 혼란을 느끼는듯 하지만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환자에게 진심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갑작스런 의대생증원, 유행처럼 성적되면 의대지원이 국룰인듯한 우리나라의 작금의 현상을 보며.. 본질에 접근하여 험지라고 기피하는 전공분야의 시스템이 개선되어 좋은 의사들이 양성되길 기원해봅니다. ???이 책은 #채손독 님을 통해 #사람의집 의 도서지원을 받아 재밌게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