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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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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삼아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운동하기, 책읽기, 독후감쓰기, 필사하기. 되도록 지키려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다. 뜻은 뜻일뿐 시간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거나 현실의 걱정거리가 무거운 날은 계획이고 뭐고 그냥 순삭이다. 마음이 밤보다 더 어둑한 하루가 지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생각한다. ‘오늘은 망했구나!’ 지금이야 ‘망해도 괜찮아!’하고 넘기지만 전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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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 삼아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다.

운동하기, 책읽기, 독후감쓰기, 필사하기. 되도록 지키려 애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날도 있다. 뜻은 뜻일뿐 시간과 체력이 따라주지 않거나 현실의 걱정거리가 무거운 날은 계획이고 뭐고 그냥 순삭이다. 마음이 밤보다 더 어둑한 하루가 지나고 잠자리에 들 때면 생각한다. ‘오늘은 망했구나!’ 지금이야 ‘망해도 괜찮아!’하고 넘기지만 전엔 그러지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정말 ‘망’할 것 같아서.

그렇게 불안한 날엔 자기계발서를 찾았다. 오늘은 망했지만 내일은 살리고 싶었고 인생 전체로는 성공은 몰라도 선방은 하고 싶었다.

미라클 모닝, 마인드 셋, 퍼스널 브랜딩, 동기부여... 인생을 근사하게 바꿔준다는 그럴 듯한 메시지들. 처음엔 혹했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진짜 부자가 경제TV의 애널리스트를 하지 않듯 성공한 사람이라면 자기계발서 따위를 쓸 것 같지는 같았다.

한때 자기계발서에 심취했었다는 저자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그렇다면 성공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수치화할 수 있을까? 성공학을 정립하기 위해 탐구를 이어가던 이들은 오랜 고민 끝에 가장 간단한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한다. 바로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의 ‘부’가 어느 정도인지, 그 규모를 확인한 후에 비교하는 것이다. 누가 돈이 많은지에 대한 분석은 꽤 유치하지만, 그만큼 쉽다. 성공한 이들이 가진 부의 규모와 액수를 귀납적으로 비교하는 방식. 이 숫자놀음을 통해 성공학은 하나의 이론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도는 인류가 공유하는 중요한 가치를 망쳐버린다. 바로 ‘성공’의 기준을 오직 ‘부유함’으로 고정한 것이다. 성공학이 정립된 이후로 많은 이들은 생각한다. ‘부를 쌓는 것만이 성공이구나!’라고. 그 선언을 시작으로 온 세상이 성공을 위해서, 다시 말해 부를 얻기 위해서 질주하기 시작한다.

(p.93~94)


성공의 기준이 모호하다.

내가 생각하는 자기계발서의 첫 번째 문제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는 ‘경제적 자유’라는 신조어를 사용하여 성공과 경제적 성취를 동일시한다. ‘경제적 자유’. 그럴듯하지만 결국 배금주의를 에둘러 표현하는 단어가 아닌가.

‘경제적 자유’는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태양이 떠있는 동안 걸어서 돌아올 수 있는 크기의 땅을 주겠다는 말에 새벽부터 길을 떠나는 농부 파홈. 해지기 전 시작점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적당한 수준에 만족하려 하지만 그럴 때 마다 더 좋은 땅이 나타나고, 파홈은 점점 욕심이 커져 너무 멀리 가버린다. 결국 그는 해가 지는 순간 간신히 시작점으로 돌아오지만 도착하자마자 극심한 피로와 스트레스로 죽어버린다.

정해진 시간 내에 무한정의 땅을 준다는 톨스토이의 단편 속 조건과 달리 자기계발서 저자들은 필요한 부의 상한선을 몇 십억 정도라고 정해준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것쯤은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몇 십억이 없기 때문에 통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이쯤 되면 누가 인생을 더 잘 바꾸었는지 어필하는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독자와 영상의 시청자들은 아무런 비판과 문제의식 없이 인플루언서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인다. 삶을 바꾸었다는 주장은 지극히 일방적이고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플루언서의 동영상에 달린 댓글에는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가 서린 찬양만이 가득할 뿐, 진위에 대한 의문이나 반발은 무시당한다. 결국 현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만이 일종의 아이돌(Idol)이자, 인플루언서가 된다.

(p.105~106)


자기계발서의 저자들은 어떻게 성공한 부자가 되었을까?

부지런히 일하고, 종잣돈을 모으고, 쓸 만한 정보를 수집하고, 때로는 조심스럽게 때로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구태여 차이를 찾자면 투자다. 아니, 대부분의 일반인도 투자를 하긴 하니까 투자가 아닌 투자‘운’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그 운조차 믿음과 노력으로 끌어 모았다고 주장하겠지만. 그 다음엔 궁금해하는 지인들에게 방법을 전파하고, 더 많은 이가 알았으면 하는 순수한 마음에 책을 쓰고. 그렇게 책이 대박이 나고, 인플루언서가 되고, 강의도 하고, 팬덤이 생긴다. 프로필도 달라진다. 초기에 강조하던 직장명이나 사업체보다 그간의 저작물과 구독자수, 유료강의가 주요 이력이 된다. 이쯤 되면 아리송해진다. 저자의 본업이 무엇인지. 저자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 걸까? 사업, 투자, 아니면 책 쓰고 강의하기?

정작 자기계발서를 구입해서 읽은 독자는 얻은 게 없는데 저자만 ‘성공’하는 아이러니가 자못 불편하다.


자기계발서는 언제나 ‘귀납적’인 증거를 내밀어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한다. 자기계발서가 이용하는 귀납의 논리는 간단하다. 자기계발서에 예시로 등장한 이 사람도 성공했고, 저 사람도 성공했고, 심지어 자기계발서의 저자인 ‘나’또한 성공했는데, 독자인 당신은 왜 못하느냐고 윽박지르는 식이다. 모두가 했는데 나만 못했다면 그것은 바로 당신의 탓이자, 당신이 실패자인 이유일 것이고, 자기계발서와 그 책의 저자인 ‘나’에게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는 것. 그러니 결국 당신의 탓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p.197~198)


섣부른 일반화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몇몇 성공사례가 있다고 해서 법칙이란 말을 그렇게 함부로 붙여서야 되겠는가. 수많은 우연과 다름을 무시하고 확증편향으로 얻어낸 결론은 불특정 다수에게 적용하기에는 근거가 희박하다. 어려운 환경을 딛고 성공했다는 입지전적인 스토리는 희망을 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계층이동이 쉬웠던 고도성장기에 비해 현재는 사회가 안정된, 안 좋게 말하자면 계층의 사다리가 거의 끊긴 시대가 아닌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인의 노력에만 방점을 찍는 자기계발서의 논리가 금세 피로해진다.


자기계발서의 문제를 여럿 지적했지만 긍정적인 면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맞게 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실천한다면 해로울 리가 있겠는가.

의외의 성과도 있다.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실천했으나 실패했고 남은 게 없다고 거듭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업그레이드되진 않았어도, 여러 정보를 얻고 비판적인 시각도 기를 수 있지 않았을까. 자기계발서의 내용을 완전히 신뢰할 수는 없지만 명언도 명문도 많았을 테니 배울 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결과물로 이런 진정성 있는 주장을 담은 책까지 쓸 수 있었으니 아주 헛일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다고 해서 이렇게 예리한 통찰력과 글력으로 책을 쓰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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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s*****e 2024.11.26. 신고 공감 1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