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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작가의 다섯번째 작품이다. 그 이전에는 주로 자신의 치열한 삶을 다루었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어머니의 죽음을 맞고, 911 테러를 눈 앞에서 목격한다. 돌아와 경찰이 되어 좌충우돌의 삶을 살아낸다. 나는 그런 모습에 익숙했다. 열정 과다의 그녀를 쭉 보아왔다. 몇 년 전 황작가의 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한창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나는 알았다.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아주 바쁘게 살아왔던 그녀의 일상은 멈추었고, 오로지 예설이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 어떻게 예설이가 치료를 받는지, 혈액암이 어떤 병인지, 죽음의 갈림길에서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전 나는 내 일상의 기쁨을 누렸고, 작은 아픔에도 속상해 했다. 이 책에는 예설이의 아픔과 곁에서 함께 지켜준 가족의 따스한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같은 아픔을 겪는 가족들의 연대가 나오고, 치료 여건이 미비되어 이를 개선해보고자 하는 노력도 보인다. 무엇보다도 나는 일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예설이가 얼마나 피를 뽑아야 했는지. '모든 행복을 알기 위해선 인간에게 단 하루면 충분한걸요. 내 사랑스러운 이들이여, 우리는 뭣 하러 싸우고, 서로서로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안 좋은 앙심을 품는 걸까요? 차라리 곧장 정원에 나가 산책을 하면서 기분을 좀 풀고 서로서로를 사랑하고 찬양하고 입 맞추고 우리의 삶을 축복합시다.’ 카르마조프가의 형제들 2권, 24쪽. 이 책을 읽은 후 도스토예프스키를 읽다가 발견한 문장이다. 예설이가 혈액암과 투쟁하여 이겨 내어 가족들과 함께 하루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을 요즘은 인스타로 본다. 그런 하루가 인내의 시간을 보상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정원에 나가 산책을 할 수 있는 일상, 가족들과 함께 캠핑을 가는 일상, 맘께 뛰놀 수 있는 일상, 매 순간이 행복으로 가득하였으면 좋겠다. 이 책을 집필하면서, 황작가는 자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마음 속에 품었다면 그랬을지도 몰라도 이제는 읽는 이 모두에게 치유의 헷살을 한가득 담아 주는 책이라고 단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