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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승인, 따라서 접근 요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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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가 되어 돌아온 나.2기에 왔던 각설이 죽지 않고 왔다...읽어야 할 책이 연달아 2권인데다가 또 따로 서평을 써야하는 책이 1권 더 있어서 조금 기한을 넘겨 서평을 쓰게 되었다.라는 변명을 시작으로 책 이야기 시작.사실 나와 호영은 구면이다. 구체적으로는 나만 구면이다. 넘나리 2기 미션 도서였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의 인터뷰이로 호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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읻다 서포터즈 넘나리 3기가 되어 돌아온 나.
2기에 왔던 각설이 죽지 않고 왔다...

읽어야 할 책이 연달아 2권인데다가 또 따로 서평을 써야하는 책이 1권 더 있어서 조금 기한을 넘겨 서평을 쓰게 되었다.

라는 변명을 시작으로 책 이야기 시작.

사실 나와 호영은 구면이다. 구체적으로는 나만 구면이다. 

넘나리 2기 미션 도서였던  『우리는 순수한 것을 생각했다』의 인터뷰이로 호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시 번역가 중 한 명인 호영은 호르몬 치료를 시작한 트렌스젠더이다. 
그리고 『전부 취소』는 시를 번역하는 트렌스젠더인 호영의 이야기이다. 





어떤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인지하고 관계를 맺는 순간, 그 사람에 관한 인식과 평가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가깝다. 

그 사람은 약속장소에 항상 늦게 나오지만 대화는 무척 즐거워.
그러니까 즐겁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이야.

그 사람은 생각이 독특하고 옷을 잘 입지만 같이 있으면 자꾸 눈치를 보게 돼.
그러니까 멀어지고 싶은 사람이야.

이런 류의 인식과 평가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나는 이런 평가를 하는 게 좋거나 나쁘다는 식의 가치 평가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트렌스젠더는 어떠한가?
주변에 트렌스젠더가 한 명도 없어서, 또는 나에게 트렌스젠더임을 밝힌 사람이 없어서, 트렌스젠더에 대한 나의 인식과 평가는 전무하다. 그래도 생각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여러 사람을 겪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겪은 개인에 대한 평가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시간이 더 지나서 경험이 쌓이면 그 경험을 종합해서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울 수도 있겠지만 아직 나는 그 정도로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스젠더 전반에 관한 나의 인식을 이야기해보자면 'MTF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라고 할 수 있겠다. 인식이 개인의 감정에 그치는 이유는 본인 몸과의 불화라는 느낌이 정확히 어떤 종류인지 아마 나는 영원히 알 수 없기에 섣불리 공감이나 이해를 시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부 취소』는 나에게 더욱 흥미롭고 도전적인 책이었다. FTM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기회니까!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남성 호르몬 치료를 받는 호영의 신체적 변화와 치료를 받기로 결정한 호영의 생각이었다. 

일단 남성 호르몬 치료를 받고 나서 여드름이 생긴다거나, 추위를 덜 타게 되고, 슬픈 장면을 봐도 눈물이 안 난다는 부분이 정말 신기했다. 특히 월경을 하지 않자 감정 기복이 줄어들었다는 문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내가 느끼는 감정과 내가 내리는 결정이 오직 나의 의지가 아니라 호르몬의 영향을 정말 많이 받겠구나,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눈물 한 방울 정도의 호르몬 때문에 신체적 성별이 서서히 바뀔 수 있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더욱이 지금의 젠더 이분법이 큰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또 호영이 호르몬 치료를 받는 이유가 남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선을 지우고 싶다는 이유인 것도 독특하고 의미있었다.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싶고, 그 중간 지점에 가고 싶다고, 여자 또는 남자로 정의되고 싶지 않다고. 그러기 위해서 결단을 내린 것도, 결단을 내리기 전 거의 평생을 고민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궁금했던 건 그러면 호르몬제 이외의 약을 처방받을 때 어떤 기준으로 처방을 받는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호르몬 치료를 받고 있는 게 진단에 영향을 주는 지 궁금했다. 생물학적 성별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성별에 따른 약물 복용량이나 진단이 달라지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서, 이 점이 궁금했다. 

더불어 내가 항상 트렌스젠더에게 항상 묻고 싶었던 건 예의 그 젠더 이분법에 있다. 특히 MFT 트렌스젠더에 대한 의구심은 그들이 자신을 트렌스젠더라고 정의하는 대표적인 이유가 어릴 적부터 화장을 하고 싶고 치마를 입고 싶었기 때문이기에 더욱 컸다. 나에게 치마와 화장은 여성이 여성이기 위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이기 때문에 화장을 하지 못 했고 치마를 못 입었다는 진술이 그들을 괴롭게 했던 젠더 이분법을 더욱 공고하게 하는 게 아닐까? 그렇지만 그런 사회적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개인으로서 구조를 극복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트렌스젠더를 어떻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하는지 갈피를 못 잡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이런 트렌스젠더에 관해 '들은 이야기', '책이나 기사에서 본 내용'들을 '전부 취소'하고 싶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다면 순순히 받아들일 텐데, 책을 읽으면서 이해가 되기보다는 해결할 수 없고 당사자에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만 눈덩이처럼 불어나서 읽기 힘들었다. 그러면서도 이런 의문은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답하는 사람 없는 곳에 물음표를 던지기보다 호영과 같이 용기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 영상 등을 찾아가며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성애인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듯이, 동성애에 관한 사회의 인식을 많이 바뀌었다. 아마 동성애를 다루는 소설과 영화 등 예술 작품이 많아졌기 때문이리라. 난 선뜻 트렌스젠더를 다룬 작품을 자주 보고 접하겠노라고 확언할 수 없다. 여전히 삐딱한 질문만 생겨난다. 하지만 그래야 하지 않을까? 질문에 답할 창구가 많아지고, 그 창구를 열심히 들락날락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번 서포터즈 담당자인 소띠님의 코멘트를 함께 보아야 한다. 

"독서의 습관이나 취향,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번 책들이 조금 재미없거나 안 맞으셨더라도, 따뜻한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재밌으셨다면 칭찬을 아끼지 마시고요!"

『전부 취소』와 같은 책이 더욱 많이 나와서 당사자 앞에선 차마 물을 수 없는, 나의 이 무례한 질문이 언젠가 해결되길, 나아가 트렌스젠더라는 존재가 사회에서 거리낌 없이 논의할 수 있는 논제가 되길 희망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따뜻하고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한편, 사람과 어울려 노는 걸 좋아해도 클럽이나 애인을 만드는 류의 교류를 즐기지 않는 나에게 호영이 스트레스를 풀고 여가를 즐기는 방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클럽에서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호영의 모습을 보는게 즐겁고, 나도 같이 클럽에 있는 것만 같아서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할 때의 특별한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담백한 글로 옮기는 모습도 대단하고 용기있는 모습이라 닮고 싶었다. 트렌스젠더의 일상이라는 특이함을 차치하고서라도 누군가의 일상을 속마음 해설과 함께 구경할 수 있는 즐거운 책이다.  

나와는 안 맞는 책, 그렇지만 재미있는 책, 『전부 취소』와 같은 이야기가 많아지길 바란다. 
YES마니아 : 로얄 s********7 2024.07.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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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해서 정확해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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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공주 흉내를 내지 않았다. 엄마 화장품을 몰래 바르지도 않았다. 치마 입는 것을 싫어해서 부모님을 걱정하게 했다.  그렇다고 운동을 좋아하거나 톰보이도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고 교복 치마를 거부감 없이 입었을 때, 나는 나에게 안도했다. 젠더라는 말도 몰랐을 때 '여자 됨'이 숙제처럼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사소하고 미묘한 체험이지만, 이것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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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공주 흉내를 내지 않았다. 엄마 화장품을 몰래 바르지도 않았다. 치마 입는 것을 싫어해서 부모님을 걱정하게 했다.  그렇다고 운동을 좋아하거나 톰보이도 아니었다. 중학생이 되고 교복 치마를 거부감 없이 입었을 때, 나는 나에게 안도했다. 젠더라는 말도 몰랐을 때 '여자 됨'이 숙제처럼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나 보다. 사소하고 미묘한 체험이지만, 이것을 포함한 여러 경험으로 나는 아직도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소외감에 예민하다.

글을 읽는 동안, 아,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었다. 젠더에 대한 경험은 다르겠지만 "내가 나로 살기 위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지 알 것이다. '
부모, 형제, 부모의 친구, 나의 친구, 회사 동료, 현 고용주, 미애의 고용주, 지나가는 행인…….' 이 모든 사람의 편안함을 나 자신의 것보다 우선시하는 마음도. "여태껏 잘 참고 살았잖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사는 사람은 없어" 라는 말도, 너무 익숙한 것이다.  


나를 이보다 작게 만들 수는 없어서 하고 싶은 걸 하기로 했다.

작가의 선택에 절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직장 생활을 할 때에도, 팀원과 가까워지기 위해 진솔한 내 모습을 꺼내볼까 하다가도, 트랜스 젠더라는 수식에 잡아 먹혀 '나'가 없어지는 상황을 염려하는 마음이 정말- 너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애매함과 정확함이라는 정반대의 개념이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대목이 있다.



저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에요. 어디에도 속하고 싶지 않아요.
근데 왜 호르몬 하는 거예요? 그냥 사는 사람도 많은데.
더 애매해지고 싶어서요. 매끈하게 구분되고 싶지 않아서요.
왜 일부러 어렵게 살아요?
그게 제가 정확해지는 방법이어서요.


잊을 수 없는 소개인 것 같다. 작가의 선택은 응원할 수밖에. '이해'말고 '인정'! 트랜스 젠더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지만, 유년 시절 슴슴한 나물을 맛있게 먹고 자란 이야기도 있고, BL 웹툰을 번역하는 이야기도 있고 연애 이야기도 있고, 트렌스 젠더와 밥 먹으러 갔을 때 이야기도 있다. 읽을 게 풍성하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도 다양하다. 글의 구성은 실험적이라 처음엔 조금 어려웠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 읽힌다. (그걸 노린 걸까?) 그러려니 하는 태도. 모호한 '산문'이라는 장르.

'트랜스 젠더'를 다루는 책은 더 있겠지만, 호영의 삶은 하나뿐이라 이 책이 더... 특별하지 않은가 싶다. 다 읽고 최재천 교수님의 강연이 떠올랐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다양성을 위해 진화한다. 이분법은 얄팍하고,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것이다. 호영 작가님이 바라던 대로, 나에게 '트랜스 젠더'라는 언어가 호박잎과 스케이트 보드와 클럽과 무슨무슨 담배와 BL웹툰 언어 등으로 얼룩덜룩해졌다. 너무 좋다. 더 많은 사람들의, 더 많은 호영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규정되지 않아서 정확해지는 개인들의 이야기... 많고 많은 사례가 범람해서 차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주류 바깥의 모두가 덜 외로워지기를...


*읻다 넘나리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YES마니아 : 로얄 l******s 2024.07.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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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전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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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투명한 레이저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퀴어는 존중하면서 트랜스젠더는 인정하지 않았던(감히 내가 뭔데..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쨌든요..) 나는 이 책을 읽고 완전히 변했다.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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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를 트랜스젠더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삶과 신체를 창조의 대상으로 삼은 조물주들, 투명한 레이저가 가득한 사무실을 떠들썩한 놀이터로 만드는 익살꾼들, 상상하기를 멈추지 않는 위대한 실천가들의 계보에 나를 기입하겠다는 뜻이다.?

퀴어는 존중하면서 트랜스젠더는 인정하지 않았던(감히 내가 뭔데.. 반성하고 있습니다 어쨌든요..) 나는 이 책을 읽고 완전히 변했다. 그러니까 이분법의 세계에 완전히 물들어있던 어제는 접어두고 한영 번역가이자 트랜지션 중인 작가님처럼 ‘trans’에 동참할 수 있었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접두사 ‘trans’는 ‘너머’, ‘가로질러’, 또는 ‘다른 쪽에 있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때까지 대충 ‘~을 바꾸다’겠거니 하고 짐작만 했는데 역시나 내가 틀렸다. 외모와 이름만 보고 대충 성별을 특정하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도 전에(예를 들어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등등 일상적인 것) 남자친구가 있냐고 대뜸 물어보던 행동도 틀렸다. 트랜스젠더를 정신병자로 여기고,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 역시 틀렸다.

그러니까 전부 취소.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원래 잘 모른다. 그저 내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았으면 하고 만약 방해가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극단적으로 혐오하게 된다. 투쟁하는 목소리는 그렇게 묻혀버린다. 기어코 상대를 변형하고자 하는 그 목소리, 몸짓, 생각? 이런 것들에 눈을 감고 귀를 닫고 무례하게 단정 짓는다

두 달 전쯤에 참여했던 두 개의 북토크에선 ‘피해자성’이 언급됐다. ‘아마 피해자니까 웃지도 못할 거야.. 참 불쌍하지.’와 같은 유추. 이러한 유추로 우리는 서로에게 참 많은 프레임을 씌우고 있었다. 프레임이 그들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인간은 단 하나의 모습으로 절대 존재할 수 없다. 주위 환경이 바뀔 때마다 해내는 역할과 때론 강요되는 역할이 결코 동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것도 ‘전부 취소’돼야 할 것들.
마지막 문장을 읽으면서 앞으로 바뀌어야만 할 것들에 대해 또 생각했다. 그리고 ‘응 그래도 안 변해~’라는 말을 누군가 한다면 ‘호박잎 다듬는 법을 가르쳐 주는 할머니의 정확한 사랑도 모르는 놈은 조용히 하라고 반박해야지-‘라고 다짐했다.

-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돼야 한다.. 진짜로.. 그리고 작가님 글 너무 잘 쓰신다… -
j*****4 2024.07.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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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인식되고 싶지 않다. 경계를 허무는 <전부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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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늘 트랜스젠더 개념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제가 매체를 통해 접한 트랜스젠더들은 대부분 외양적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성을 표현했고, 저는 그 표현에 보통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긴 머리에 스커트를 입는 것이 특정 성의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건가? 라는 물음표가 늘 존재했죠.또한 이러한 담론을 건강한 방향으로 소화해낼 만큼 사회가 충분히 성숙했는가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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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늘 트랜스젠더 개념에 대해 의문이 있었어요. 제가 매체를 통해 접한 트랜스젠더들은 대부분 외양적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성을 표현했고, 저는 그 표현에 보통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긴 머리에 스커트를 입는 것이 특정 성의 표현으로 이어질 수 있는건가? 라는 물음표가 늘 존재했죠.

또한 이러한 담론을 건강한 방향으로 소화해낼 만큼 사회가 충분히 성숙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컸어요.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며 탄생하는 혼란과 그로부터 파생될 더 큰 혼란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전히 많이 혼란스러워요. 그러나 오히려 허물어지는 경계 속에 들어선 혼란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결국 여자가 되고 싶은거야? 아니면 남자?" 
이에 호영은 그 무엇도 아니라고, 자신은 그저 편안해지고 싶을 뿐이라고 대답해요. 이 부분을 읽고 잠시 머리를 맞은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그렇구나. 왜 세상에는 당연히 여자와 남자만이 있을거라 생각했을까요? 여자가 아니면 남자인거고, 남자가 아니면 여자인거고.. 그치만 그 무엇도 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텐데요.

때로는 너무 당연한 것들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처럼, 아무리 손톱보다 작은 크기로 나를 접어 숨기려 해봐도, 아주 사소한 곳에서도 접어둔 나의 머리채를 잡아 모두의 앞에 패대기를 치는 거죠. 

그렇게 발길이 닿는 모든 곳에서 자꾸만 허물어지고 함몰되고 마는 삶은 어떤 삶일까요..

트랜스젠더임을 밝히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재정립되고 마는 관계도, 그 때부터는 내가 가진 자질이나 의견의 타당성을 재검토 당하는 상황도,

익숙함에서부터 내려온 안일한 판단이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도, 트랜스남성성(혹은 여성성)의 범주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일들도,

누군가의 존재를 온전히 인정하기 위해 몇 번이고 눈에 담았어요.

호영은 몸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언어의 경계를 허물고, 당신과 나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끊임없이 그 선을 더럽히고 온몸으로 뒤엉키고 뭉개며 오염시킬 것을 약속해요.

책을 덮고 문득 아이유의 <안경>이라는 곡이 생각나더라구요. 우리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명확하게 구분하려 하지만 가끔은 그저 뭉그러진 채로 둘 수는 없는 걸까요. 늘 이상과 현실 사이 어느 미묘한 지점에서 끝나버리는 상상이지만, 적어도 그 상상 속에서는 어느 한 개인의 삶이 쉽게 함몰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제공받은 책입니다.
a******8 2024.07.2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