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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분노’다. 첫 문장부터 선언되듯 트로이 전쟁의 향방을 가른 것은 아킬레우스의 불타오르는 분노였다. 명예를 빼앗긴 자존심에서 시작된 그의 분노는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복수심으로 폭발한다. 그러나 《일리아스》가 진정한 울림을 주는 지점은 파괴적인 폭력 끝에 찾아오는 ‘공감과 치유’이다. 작품의 하이라이트인 아킬레우스와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만남은 인류 문학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 중 하나다. 아들의 시신을 거두기 위해 원수의 발에 입을 맞추는 늙은 아버지와 그 모습을 통해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함께 눈물짓는 아킬레우스의 모습은 적과 아군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다. 무자비한 전쟁터 한복판에서 피어난 이 짧은 연민이야말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숭고한 존엄성을 보여준다. 또한 신들이 인간의 운명을 주무르는 듯하지만 결국 죽음이라는 명확한 한계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신들의 영생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아름답다는 점도 인상 깊다. 언젠가 사라질 존재이기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사랑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인간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일리아스》는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묻는다. 삶의 폭력성과 비극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슬픔에 공감하며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