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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 혹은 군사사[軍事史]라고 부르는 학문이 있다. 전쟁의 역사를 연구하면서 전쟁의 원인과 결과뿐만 아니라 전쟁이라는 커다란 전략속에서 펼쳐지는 전투들을 자세히 분석한다. 전투의 승패를 가르는 기후,지형요소뿐만 아니라 전쟁에 참여하는 양 쪽의 진형,군세,작전등을 그림과 함께 파악하여 전투의 흐름은 보여준다. 군대에서는 과거 전쟁의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후에 일어날 전투에 교범으로 사용하며 각종 밀리터리 카페 등에서는 밀덕이라고 불릴만큼 놀라운 지식과 분석력을 보여주는 전문가들이 많다. 저자 이상훈은 역사에서도 이런 전쟁사를 주 전공으로 하는 연구자이다. [전략전술의 한국사]라는 멋진 제목을 들고 나온 이 책도 역시 이런 전쟁사 책이다. 단순한 전쟁사책이라면 이 책을 읽을까 말까 상당히 고민했겠지만 1장 "벽골제, 저수지인가 방조제인가"라는 제목은 강렬했고 특히 4세기 기후를 언급하는 순간 구매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1장 이후로는 전쟁사위주여서 약간의 실망을 했지만 책 자체는 훌륭한 전쟁사책이다.
*1 도대체 벽골제와 전쟁사는 왜 묶은 것이지? 벽골제가 국가 전략이기 때문에 묶어다고 하지만 너무 쌩뚱맞다. 하지만 난 벽골제에 낚였다. ㅋㅋ *2 일부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하지만 전쟁은 상상 이상으로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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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전술의 한국사-국가전략에서 도하전까지 /이상훈 지음/푸른역사/1만8000원 1592년 4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방어에 나선 신립은 험준한 조령을 포기하고 남한강을 배후에 둔 탄금대에 배수진을 치고 왜군을 상대했다. 그러나 조선의 정예군 1만명을 끌어모아 나섰던 신립의 군대는 참패했고, 이후 조선군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왜군의 한양 무혈입성으로 이어진 탄금대 전투의 패배는 한국 전쟁사에서 실패한 전술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초보적인 병법만 공부했어도 조령이 방어의 최적지라는 사실을 알았을 텐데, 당시 자타가 공인한 조선 최고의 무장이었던 신립은 왜 조령을 포기하고 탄금대를 선택했을까. 신간 ‘전략전술의 한국사’의 저자인 이상훈 박사는 당시 조선군이 방어거점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조령·단월역·충주성·탄금대의 지형과 풍향, 양측의 주요 무기 등을 면밀히 살핀다. 그리고는 신립이 탄금대를 방어거점으로 삼고 배수진을 친 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결론을 내린다. 탄금대는 삼면이 강과 호수로 둘러싸여 있어 동쪽의 진입로만 막으면 됐고, 봄철에 서풍이 강하게 불어 조선의 원거리 발사 무기에 유리했다는 것이다. 또 가파른 조령에서는 조선의 주력인 기병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고, 왜군에 의해 후방이 차단돼 고립될 가능성이 있었던 만큼 탄금대가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한국사 속에 등장했던 다양한 전략전술을 9개의 주제로 나눠 시대순으로 살펴본다. 1장 국가전략을 비롯해 보급전, 포위전, 속도전, 공성전, 도하전 등을 잘 보여주는 국가사업과 전투가 등장한다. 탄금대 전투는 6장 방어전의 사례다. 저자는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한 뒤 학군 ROTC 37기로 임관해 육군 중위로 전역했고, 그 후 다시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며 전쟁사 연구에 매진했다. 국가전략의 사례로 꼽은 건 김제 벽골제다. 벽골제는 오랫동안 저수지로 알려졌으나, 최근에는 방조제라는 주장도 제기되며 논란을 빚기도 했다. 4세기 백제는 왜 3㎞가 넘는 대규모 제방을 김제평야 일대에 건설했을까. 벽골제는 성토(흙을 쌓는 작업) 공사를 하는 데만 연 인원 32만명 이상이 동원됐다고 추정된다. 이 정도면 국가 존립에 영향을 줄 만한 대규모 토목공사였다. 저자는 4세기의 기후와 해수면 변화 등을 살핀 후 벽골제가 대규모 저수지인 동시에 만조 시에는 바닷물 유입을 차단했던 다목적의 시설이었다고 결론 짓는다. 그리고 백제는 이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이 일대에 대한 개발과 통제를 한층 강화해나갔다고 분석한다. 이어 신라의 김유신이 어떻게 고구려 영토를 관통하며 대량의 군량을 무사히 수송할 수 있었는가(보급전), 또 고려말 왜구와의 대규모 전투인 황산전투는 왜 해안이 아닌 내륙인 지리산 일대에서 벌어졌을까(포위전) 등의 흥미진진한 주제와 그 뒤에 숨겨진 전략전술을 소개한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자 휴전국가임에도 전쟁사나 군사학이 홀대받고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 일본 식민지배와 한국전쟁, 특히 장기간의 군사정권을 거치며 전쟁사가 기피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전략전술의 한국사’는 우리의 전쟁사도 이처럼 흥미진진할 뿐 아니라 교훈거리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전쟁사의 대중화를 염두에 둔 책이어서 어려운 학술, 전문용어는 가급적 배제하고 평이한 문체로 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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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전술이라고 하면 군사적 용어로 쉽게 독자에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책은 9가지 역사적 사실을 의문형으로 제시하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에 대한 답을 방대한 연구와 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역사적 사건을 통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전략전술을 제시한다. 그 예로 1장에서 다루는 벽골제는 방조제와 저수지의 다목적 용도로 기후 변화와 해수면의 높낮이에 의해 사용된 것이라는 점과 벽골제 축조가 4C 백제시대 대규모 토목공사로 경제적 활성화를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미국의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후버 댐이 축조된 것과 비견할 수 있는 국가전략(리뷰어의 사견)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한국의 산업 경제 발전에 투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편집과 구성을 보면 먼저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으로 일반독자들이 다가가기 쉽게 해 주며 각 장 사이의 징검다리도 친절하다. 무기, 군율, 군사실태와 같은 주제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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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많은 책을 내진 않았지만 한정된 주제를 깊이 천착해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 한국사는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음에도 여러 이유로 인하여 그리 많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수 많은 외침을 받은 탓에 이리 저리 소실된 영향일 크기 때문일 것이다. 때문에 고대사를 연구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고 더군다나 고대 전쟁사라면 더더욱 어려운 연구주제다. 그 어려운 일을 저자가 하고 있으니 우선 감사한 마음이다. 독자로서는 뒤에서 응원을 보내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우리 한국사의 전략전술은 어떤 것이 있어왔나 오래 전부터 현대까지 주욱 살펴본다.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다루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혹시나 모를 후속 저작들을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책이 더 나오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