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워서 지내시는 분들, 그리고 그분들을 일으켜 세우시는 분들에게 - 서문
별의별 인간 군상들이 모여드는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뒤섞이고 버무려지는 갖가지 감정들을 몸소 겪어온 의사 선생님이 자신이 갖고 있는 이야기 보따리를 오직 한 사람을 위해 풀어헤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다소곳이 기다리고 앉아 있는 붉은 머리의 불새 여인. 죽음 앞에 초연한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이 도착할 때까지, 아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바라보고 죽음과 함께 할 수 있도록 그녀의 숨을 붙들어 놓기 위해 이 착한 이야기꾼 의사 선생님은 동분서주한다. 병원에 찾아오는 해괴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익살맞게, 슬픈 이야기는 좀 더 희망적으로 변주하여 그녀를 조금이라도 더 즐겁도록, 조금이라도 더 이 삶에 애착을 갖고 생명의 끈을 붙잡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다.
의사 선생님이 준비한 이야기보따리 안의 사연들은 인간미 넘치고 사랑스러워 독자의 입장에서도 실소하게 된다. 하지만 병원이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즐거울 수는 없고, 그 안에 간간히 섞여 나오는 안타까움과 서글픔 속에서 의사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진한 인간애가 스며나온다.
결국, 불새 여인은 의사 선생님의 손을 놓고 먼 곳으로 향하지만 그녀의 떠나는 모습이 서글퍼 보이지 않았던 건 의사 선생님의 동분서주함을 내내 함께 했기 때문일 것이다. 환자를 일으켜 세우지 못하는 본인의 한계를 안타까워하고, 환자를 가여워하는 그 인간애가 따뜻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이마에 따뜻한 키스와 함께 평안을 기원해주는 의사라면, 나라도 마음 따뜻이 웃으며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의 서두에 적힌 문장 '누워서 지내시는 분들, 그리고 그분들을 일으켜 세우시는 분들에게'에서, 처음 '그분들을 일으켜 세우시는 분들'은 신이라 여겼었다. 누워서 지낸 이들을 일으켜 당신의 나라로 인도하는 신이라 여겼으나,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 알게되는 그 분들이란 환자 본인이며 그 환자를 가여워하는 '사람들'이라는 것.
2014년에 발매된 책이지만, 책장에 꽂힌 제목에 눈이 갈 때면 다시 한번 꺼내들어 읽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