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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누군가에 대한 향수 혹은 삶을 이야기할 때 극적인 부분을 부각해서 보여준다. 그런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다. 뭔가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지만 부드럽게 지나간다. 재키 로빈슨의 삶처럼.
보는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영화다. 공개적인 장소에서 당하는 봉변에 이유없는 억울함이 가슴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데, 이것을 억누르고 잠재우는 사람을 보며 명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몬트리올 로열스에 입단한 재키 로빈슨. 세계대전 이후 야구붐이 다시 일기 시작하면서 흑인 선수 최초로 백인과 같은 구장에서 경기에서 뛴다. "저 검둥이를 쫓아내"와 "잘했어"란 말이, 당장 마을을 떠나라고 협박하는 백인과 응원한다며 격려하는 백인이 공존하는 시대.
단순히 피부가 검은 야구선수가 사회적인 편견과 시대를 이겨냈다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행동하는 재키와 그의 주변에 있는 수많은 선한 백인들을 보여주며 팍팍한 삶을 이겨내는 힘이 무엇인지 조용하고 잔잔하게 보여준다.
리키 단장은 재키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알고 그에게 선수로 뛰는 동안 주의할 점을 일러준다. 재키가 위협받는 순간에는 사고칠까봐 조용하게 이동시키기도 한다. 그가 부딪혀야 했던 사람들로 겪은 어려움은 재키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같이 생활할 수 없다며 진정서를 작성하는 팀 선수들, 불륜으로 인해 1년간 자격정지를 당한 레오 듀로셰 감독 문제로 1947년 시즌을 앞두고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검둥이와 같이 뛸 수 없다며 경기보이콧을 하는 상대팀 선수와 단장을 설득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경기 중에 재키가 감당해야 하는 수모는 에베츠 구장에서 상대팀 체프만 감독의 언행으로 가장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비인간적인 발언들을 타석에서 감당해야 감당해야 하는 것도, 백인관중들의 야유를 듣고도 못 들은 척 해야 하는 것도 재키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 내면의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에는 '그도 인간이구나!'싶다. 참을만큼 참고 또 참고 또 참는 것은 그가 보통의 우리들과 달라서가 아니라 참을 인자 100개는 마음속에 새겼기에 가능했던 것임을 보여주는 라커룸 복도에서의 그의 모습은 처절하고도 안쓰럽다. 그럼에도 그는 성실하고 열심히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았다.
야구영화이고 사람에 대한 헌정 영화이면서도 딱 한 가지만 말한다. 그가 산 세월의 아픔이나 비참함을 넘어선 한 사람의 인내, 그리고 그의 곁에 있던 좋은 사람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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