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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보는 방송 중 하나가 <그것이 알고 싶다>다. 예전에는 겁이 나서 우연이라도 잠깐 보게 되면 기분이 찜찜했는데 이제는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잔인한 현실을 알아두는 게 더 낫다는 생각에서다. 모두가 그의 급작스러운 살해 욕망이 스치고 지나갔던 여자들이다. ~ 모르는 여자들이었는데 웬 분노를 그들에게 품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급작스럽게 발작한 어떤 맹목적인 격분 같은 것,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아주 오래전에 받은 모욕에 복수하고자 하는, 매일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갈증 같은 것이었다. 그러니까 그것은 아주 멀리서부터, 여성들이 남성에게 가한 악행으로부터, 혈거 생활을 할 때 처음으로 여성에게 기만당한 뒤로 남성에게 누대를 걸쳐 쌓여온 원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충동에 휩쓸려 의지가 무용지물이 된 남자, 충동의 이유조차 까맣게 잊는 남자의 고뇌 속에서 두뇌는 한사코 묵묵부답이었다. 여성이 남성에게 가한 악행, 태고적 잘못으로 생긴 원한이라. 그렇다면 남자가 여자에게 가한 악행으로 인한 원한이 유전자에 새겨져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여자는 왜 드문 걸까? 루보의 분노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다. 분노는 조금 가라앉는가 싶다가도 그 즉시 마치 취기처럼, 곱절로 증폭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다시 밀려들어 그를 정신 못 차리게 몰아쳤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자신을 세차게 후려치는 광포한 바람이 휘몰아칠 때마다 내팽겨치며 허공을 향해 발버둥치다가, 자기 안 깊숙한 곳에서 으르렁거리는 짐승을 잠재워야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고꾸라지기를 반복했다. 어떤 육체적이고 즉각적인 욕구가 마치 복수에 굶주린 것처럼 그의 몸을 뒤틀리게 하고 한순간의 휴식도 허용하지 않았는데, 그 정도로 그는 그 허기를 어떤 수로도 해소할 수 없을 것 같았다. 43쪽 그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피가 거꾸로 쏟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내 안의 무언가가 난폭하게 나를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상상에서 그치거나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지지만. 그가 칼을 쥐고 방을 벗어난 직후부터는 더 이상 그가 행동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른 존재, 그동안 너무도 빈번히 그의 내부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며 준동해왔던 그 존재, 아주 먼 조상으로부터 대를 물려 그에게 유전된, 살인에 대한 갈망으로 불타는 존재였다. 지금 자크 주변의 사물들은 꿈속에서처럼 둥둥 떠다닐 뿐이었는데, 그것들이 그의 고정관념을 통해 시야에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그의 일상적인 삶은 폐기 처분된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과거에 대한 기억도, 미래에 대한 예견도 상실한 채 오로지 지금 강박적으로 자신을 따라붙는 욕구에 쫓겨 몽유병 환자처럼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는 육신 안에 그의 인격은 실종된 상태였다. 363 무서운 잠에서 깨어난 그는 마치 깊은 코마상태에서 깨어난 것처럼 갑자기 정신이 돌아와 황망한 기분이었다. ~ 그러다 불현듯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제 정신이 돌아오자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졌던 일들에 어안이 벙벙했다. 369 그녀는 더 이상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 날카로운 기억이, 다른 피살자의 기억이 그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것은 소름 끼치던 그날밤, 지금 그가 있는 곳으로부터 5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목격했던 그랑모랭 법원장의 주검이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우아한 육신은, 붉은 줄이 그어진 이 눈부시게 흰 육신은 그 주검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의 잔해, 부서진 꼭두각시 인형, 흐물흐물한 넝마에 지나지 않았는데, 단 한 번의 칼질이 생명체를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래, 그게 이것이다. 나는 사람을 죽였고, 그 주검이 지금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이다. ~그날 밤 참혹하게 죽은 남자를 보고 마치 욕정처럼 근질거리는 살해의 욕망이 격화되면서 자신도 언젠가는 감행을 하겠노라고 다짐하지 않았던가? 아! 비겁해지지 말자, 욕구를 채우자, 깊숙이 칼을 꽂자! 암암리에 그 다짐이 싹을 튀우고 그의 내면에서 쑥쑥 자라난 것이다. 지난 일 년 간, 그는 이 필연적인 결과를 향한 걸음을 단 한시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이 여자의 목에서, 그녀의 키스에서 암암리에 진행되었던 그 작업이 완결된 것이다. 그렇게 두 살인은 서로 만났다. 한 살인은 다른 살인의 논리적인 귀결인 아니던가? 515 그는 욕정에 시달리듯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찾아오는 살인 충동을 참지 못하고 결국 세브린을 죽이고 만다. 그리고 그 살인 사건이 자신과 무관한 것처럼 그의 일상은 변함이 없다. 오히려 심한 갈증에 시달리다 물을 마신 사람처럼 홀가분해진다. 한동안 그의 살인 충동은 잠잠할 것이다. 물론 얼마 안가 다시 희생양을 찾아 나서겠지만. 기차는 급수를 위해 몇 군대 정해진 지점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한달음에 파리까지 가기로 되어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큰 덩어리가, 인간 짐승들로 꽉 들어차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열여덟 량의 차량이 끊임없이 으르렁거리며 어두운 벌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살육의 현장으로 실려가는 그 인간 군상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는데, 그 악쓰는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기차 바퀴 소리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566쪽 <인간짐승>을 읽고 나면 그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아 섬뜻하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우리 내면의 천사도 있지만 내면의 악마도 있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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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자 하나가 지나가면 연이어 미친자 하나가 새롭게 등장한다. 미친 사람들이 저지르는 기행이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일이라 읽으면서도 기가 찬다. 에밀졸라 사악한 웃음 지어가면서 썼을 것 같다. 무서운 양반... * 그가 문을 두드리면 내가 곧장 내려가서 문을 열어주는거야. 맨 처음에는 자기가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그가 이곳까지 올라 오도록 놔둘 생각이었어. 하지만 그의 시신을 들고 다시 내려가려면 문제가 훨씬 복잡해질 것 같아. 게다가 이 방은 바닥이 마루판인 반면 현관은 타일이 깔려 있어서 만약 핏자국이 묻더라도 쉽게 닦아낼 수 있을거야. 더 말해줄게, 좀전에 옷을 벗다가 읽었던 소설이 생각 났지 뭐야, 그 소설에 한 남자가 다른 남자를 죽이기 위해 완전히 발가벗는 이야기가 나와. 무슨 말인지 알겠어? 일을 벌이고 난 후에 몸을 깨끗이 씻어내는 거야. 옷에는 핏방울 하나 묻지 않은 상태이고- 어때? 자기도 옷을 벗어봐, 우리 속옷까지 다 벗어버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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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자 에밀 졸라 미친 사람들 계속 나온다 아 너무 재밌어
* 그 엄청난 위기가 닥치고 난 후에도 두 부부가 용케 유지해왔던 대단한 평정심은 그렇게 조금씩 흔들리다가 각자 심각한 열병에 다시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자취도 없이 사라진 듯 보였다. 숨겨둔 돈과 몰래 잠입해 들어오는 애인 등 모든 불화의 씨앗들이 싹을 틔우더니 이제는 그들을 갈라놓고 서로 반목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동요가 심해지면서 삶은 차츰차츰 지옥으로 변해갔다.
* 그녀는 사망자들을 바라다보았다. 아무런 소득도 없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에밀 졸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미쳤어 미쳤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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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는, 아까 그 즉시 죽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으니 이젠 죽이지 못할 것 같았다. 그녀를 살려둔 자신의 비겁함에 생각이 미치자 그의 분노는 더욱 격화되었다. 그것은 비겁한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녀의 목을 조르지 못했던 것은 그가 아직 그녀의 음탕한 육신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이대로 데리고 살 수는 없었다. 그럼 쫓아내야 하나, 길거리에 버려야 하나, 그렇게 두번 다시 보지 말아야 하나? 그러나 정작 자신이 그럴 엄두조차 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직감하자 또다른 고통의 물결에 휩쓸리면서 고약한 구역질이 머리 끝까지 치밀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야? 역겨움을 감내하고 이 여자를 르아브르에 다시 데려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양, 평온한 척 계속 함께 사는 수밖에 없네. 아냐! 아냐!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우리 둘 다를 위해서라도 지금 죽어버리는 게 나아! 이렇게 비참한 생각이 들어 감정이 치밀어오르자 그는 그만 자제력을 잃고 더 크게 소리쳤다. “이제 어쩌지?” 역대급으로 압도적인 도입부를 가진 소설이라 한껏 기대를 하고 읽었지만, 명성에 걸맞지 않게 소설은 산만하기 짝이 없고,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아무런 공감도 느낄 수가 없었고 무엇보다 작가가 이야기에는 신경쓰지 않고 글재간만 보여주려고 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그 때문에 쓸데없이 분량만 늘어나서 실망한 소설이다. 에밀 졸라 작품 중에서 치정극을 원한다면 <테레즈 라캥>을 읽도록 그래도 역시 글빨 하나는 끝내주는 작가라서 죽은 아내가 숨긴 천프랑을 찾기 위해 온 집안을 뒤지는 노인네의 이미지는 꽤나 인상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