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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연한 모습으로 아랫도리를 까고 힘차게 오줌을 갈기는 사내애들의 모습이 보이고, 그 위에 이런 제목이 있다. '오줌 멀리싸기 시합'!!! 흠... 이만큼 큰 아이들이 길에다 함부로 오줌을 쌀 리는 없고 무슨 곡절이 있을텐데, 오줌 멀리싸기 시합을 한다 이거지? 남자 꼬마들의 세계에서라면 한 번쯤 일어날 만한 일이다. 남자는 커서도 이런 우스운 놀이는 종종 한다고도 들었으니, 꼬마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지.
천년나무를 사이에 두고 양지뜸, 음지뜸으로 나뉘어진 한 시골마을에선 오래 전부터 오줌멀리싸기 시합이 내려왔다. 매년 여름에 천년나무 밑에 모여 누가 오줌을 멀리 싸나 시합을 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내려온 것이니 당연하게도 여자들을 쏙 뺀 남자들만의 한 판 싸움이다. 작년엔 음지뜸의 도채가 1등을 하여 축구공을 선물로 받았다. 할아버지때부터 집안끼리 사이가 안 좋은 갑모는 이 일로 배가 아프다.
도채를 이길 수 있었는데 작년엔 감기에 걸려 아쉽게도 3등에 그치고 만 것이다. 올해엔 어떻게 해서든지 1등을 해서 운동 상품을 받겠다고 벼르는 갑모는 친구 종구의 조언으로 막걸리도 마셔보고, 오줌 싸는 연습도 꾸준히 하여, 드디어 올해엔 오줌장군이 된다. 그리고 상품으로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받고 신나한다. 한데, 안 그래도 벌어졌던 둘의 사이는 이 일로 더욱 골이 깊어져, 갑모를 비롯한 양지뜸 아이들은 야구 시합을 하고, 도채를 비롯한 음지끔 아이들은 축구 시합을 하며 따로 논다.
게다가 도채네들이 갑모네들 몰래 양지뜸 아이들의 소와 염소의 고삐를 풀어 놓은 바람에 동물들이 온 동네를 쏘다니며 난리를 피우자 갑모네들은 어른들께 단단히 혼이 나고, 이를 괘씸히 여긴 갑모네들은 복수할 기회를 노리다 드디어 소똥 싸움이 벌어지고 만다. 이 싸움에서 도채는 갑모가 던진 땡감에 미끄러져 머리를 심하게 다치게 된다. 도채가 아빠에게 일러바쳐서 된통 혼이 날 줄 알았던 갑모는 다행히도 도채가 다른 말로 둘러대는 바람에 무사히 넘기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축구를 하던 도채가 강물에 빠진 축구공을 건지려고 물에 뛰어들었다가 다 죽게 된 것을 마침 옆에 있던 갑모가 구하게 되고, 이 일로 둘은 화해하게 된다.
두 집안의 골 깊었던 원수 관계가 드디어 이 아이들로 인해 화해의 물꼬를 트게 된 것이다. 또한 없어진 축구공 대신 아이들이 돈을 모아 야구공을 사서 음지뜸, 양지뜸 아이들 모두 함께 야구를 하며 즐겁게 어우러지는 흐뭇한 모습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또래집단 속에서 편이 갈리고, 누군가를 대장으로 삼아 그를 위시해서 똘똘 뭉친 아이들이 싸우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다. 왕따라는 무시무시한 단어가 우리 아이들의 세계에 등장하기 전에,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속한 집단을 만들어 잘 어울리며 놀았다. 이 책에선 이런 아이들의 세계에서 일어남직한 일들을 가지고, 갈등뿐만 아니라 이 갈등을 조심스럽게 풀어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 도채가 다쳐서 크게 혼날 줄 알았던 갑모가 도채가 이르지 않은 걸 못내 궁금해 하다가 도채에게 직접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나 때문에 머리가 깨졌다고 왜 말 안했어?"
"혼날까 봐. 울 아버지가 너한테는 절대 지지 말랬거든."
이 대화를 난 한참이나 곱씹었다. 정말 도채가 안 이른 것은 그것때문이었을까? 아니... 그것만은 아니었을 거야. 자신들의 일로 아버지들끼리 다투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던 도채의 깊은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오히려 그걸 갑모에게 사실대로 털어놓는 것이 도채에겐 더 창피하게 느껴져서 그렇게 둘러댄 것은 아닐까? 아이들만의 화해법을 잘 표현해낸 작가에게 존경심이 생기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점도 없지 않다. 아무리 제목이 그렇다 해도 변변한 여자애들 하나 나오지 않은 건 좀 너무하다 싶었다. 도채가 강물에 휩쓸려 목숨이 위태해지기 전에, 그들 사이에 멋지게 중재를 나선 여자아이의 모습이 있었다면 그것도 참 볼만 했을 텐데 말이다. 나 혼자, 남자들만... 보다는 우리 모두 남자, 여자 함께인 게 더 좋다. 특히, 어린들이 보는 이런 책에선 그 점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어차피 세상은 이들 모두가 어우러져 사는 곳이 아닌가. 이렇게 남자들만의 놀이세계를 보여주는 동화는 은연중에 남자는 여자와는 다르다는 차별의식이나 무분별한 영웅심리같은 걸 심어줄 수도 있다. 기우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 점을 무시해선 안될 것이다. [인상깊은구절] 갑모는 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도채, 잡어!" 갑모가 도채에게 윗도리를 던졌습니다. 도채가 팔을 뻗었으나 닿지 않았습니다. 도채를 에워싸고 물이 소용돌이칩니다. 개울은 평소에는 얕지만, 비가 오면 깊은 웅덩이가 생기곤 합니다. 갑모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까딱하면 갑모까지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릴지도 모릅니다. 갑모는 도채 얼굴을 보았습니다. 도채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립니다. "정신 차려!" 갑모는 윗도리를 다시 집어던졌습니다. 도채는 자꾸 헛손질만 합니다. 갑모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물 속으로 헤엄쳤습니다. 수영을 잘 하는 갑모였지만, 거센 물살에 몸이 자꾸만 떠밀렸습니다. "나를 잡어." 갑모가 손을 뻗은 순간, 도채는 갑모 목을 두 팔로 휘감았습니다. 갑모와 도채는 소용돌이 속을 빙글빙글 돌았습니다. "어푸 어푸." 한 사람이 물 밖으로 나오면, 다른 한 사람이 물을 먹었습니다. 갑모는 팔을 저었지만 헛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뿌옇게 보입니다. 갑모는 눈에 힘을 주었습니다. 주위가 빙글빙글 돌고 하늘이 노랗습니다. 갑모는 도채를 꼭 안고 눈을 감았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어렴풋이 낯건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줄을 잡어!" |
| 남자라면 다 해본 오줌 멀리싸기. 요즘 아이들도 이런 놀이를 하는 모양이다. 컴퓨터 오락과 게임이 정신이 팔려있지만 오늘도 이런 놀이가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쁜일이다. 서울 할아버지 논을 짓는다고 놀리는 '이도채' 과연 그를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갑모'는 반드시 그를 넘어설 것이라 다짐하고 다짐한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오줌싸기이다. 아 남자가 했던 그 놀이 높이 싸기, 멀리싸기 그림 그리기 놀이의 방법도 각양각색이었다. 그 이도채가 작년에 오줌멀리싸기 일등에 등극하여 축구공을 상품으로 받았다. 갑모는 갈수록 화가날 수밖에 없다. 축구를 하고 싶었지만 얄미운 도채는 갑모를 멀리합니다. 동무들은 그들만의 게임에 갑모를 철저히 배제한다. 이놈들 동무는 사이좋게 지내야하는데 말이다. 막걸리를 마시면 오줌을 멀리쌀 수 있다. 어른이 되어 생각하니 틀린 말은 아니다. 도채와 싸워 이기기 위하여 갑모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고 싶다. 아이들은 이기고 싶다. 하지마 그 이김은 어른의 세계와는 다르다. 도채가 갑모를 이겨도, 갑모가 도채를 이겨도 상관없다. 그들에게 경쟁의식은 있을 지라도 도채와 갑모는 참 동무이다. 갑모가 이겼다. 막걸리를 많이 먹어서.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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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수경 씨의 여섯 권의 동화 중에 마지막으로 읽는 작품이다. 이로써 그의 작품을 모두 완독했다. 이 책을 가장 늦게 읽은 이유는 초등학교 저학년문고인데다, 아무리 동화라고는 해도 내용이 황당해보였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간단했다. 양지뜸과 음지뜸이라는 마을에는 천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에는 전설이 서려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보따리 장수들이 이 나무 아래에서 오줌을 멀리 싸기 시합을 해서 지는 사람이 밥갑을 냈다고 한다. 그로부터 이 마을의 아이들은 매년 오줌싸기왕을 뽑았다는 것이다. 왕으로 뽑힌 아이에게는 축구공이나 야구기구등을 선물로 주었으므로 시골 아이들에게는 매력이 있는 경기였던 셈이다.
주인공은 양지뜸의 갑모와 음지뜸의 도채이다. 할아버지 시절에는 갑모네가 잘 살고 도채네는 가난했다. 그러나 갑모네는 살림이 기울고 도채네는 살림이 늘어서 역전이 된 상태이다. 두 집안은 할아버지 때부터의 라이벌 관계이고…. 이런 배경 속에서 갑모와 음지의 오줌멀리 싸기 시합과 그로 인한 갈등과 화해가 작품의 중심을 이룬다.
장수경 씨의 작품 중에는 가장 스케일이 큰 작품이라고 할까? 아이들을 통해서 어른들 세계의 축소판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훈훈하게 끝나는 것도 다른 작품들과 유사했다. 작품에 몰입하다 보면 무언가 가슴에 와닿는 것도 느껴진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좀 허전함도 느껴지지만 그것은 내가 아직 어린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삽화를 감상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처음 두 장면만 소개해 보겠다.
차례의 삽화 시골집 담장에서 오줌을 누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할머니 댁이 떠올랐다. 그 시절에의 우리 또래는 모두 저런 식으로 살아왔다.
첫 이야기의 삽화 어린왕자의 바보밥 나무를 연상시키는 천년나무의 아래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시골 동리가 자리잡고 있다. 신화를 현실에 접목시킨 듯한 신비감이 느껴졌다.
장수경 씨와는 일면식도 없지만, 그의 작품집 여섯 편을 모두 읽었으니 이것도 인연일까? 그의 동화들에 대한 나의 느낌은 감동적인 작품이라기보다는 오랜 만에 동화를 읽게 하면서 어린 시절의 향수에 잠기게 하는 옛 앨범과 같은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작가에 대한 친근감이 느껴졌다.
장수경 씨는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나 금강이 흐르는 신탄진에서 자랐고, 충남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했다고 한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창작분과에서 동화 공부를 했고, 방송 구성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런 작품들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무역학을 전공한 사람이 어떻게 해서 동화를 쓰게 되었을까? 나는 어떻게 해서 그의 작품을 모두 읽게 되었을까? 그의 일곱 번째 작품이 나온다면 그 답을 생각해 보고 싶다.
내가 읽은 장수경 씨의 작품들 전교모범생을 가장 먼저 읽었고, 오줌 멀리싸기 시합을 마지막으로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