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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의 星座 - 심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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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은 "시 삼백은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자님의 이 말씀은, 그의 다른 말씀(이인편 중)과 함께 엮어 반추할 필요가 있죠. "인이란, 능히 사람을 좋아하고, 능히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의 처세는 이를 두고 어짊이라 칭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이런 처세상의 갈등이 시인들에게 시심의 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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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은 "시 삼백은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에 사악함이 없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자님의 이 말씀은, 그의 다른 말씀(이인편 중)과 함께 엮어 반추할 필요가 있죠. "인이란, 능히 사람을 좋아하고, 능히 사람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의 처세는 이를 두고 어짊이라 칭할 수 없습니다. 때로는 이런 처세상의 갈등이 시인들에게 시심의 격동을 자아내기도 했고, 번득이는 영감을 제공하기도 했죠. 내심의 어지러움이 이내 정서의 고양으로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날 우리가 독해하고 음미하는 수많은 명작이란 태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소식은 저희 집 근처에도 자리한 전문점 메뉴 "동파육"의 유래가 된, 우리가 잘 알고 특히 고려 이래 엄청난 추종자를 가졌던 소동파의 본명이죠(그러나 당사자는 엄청난 혐한이었다는). 다만 그는 지독한 유교 교조적 성향은 아니었고, 도가 사상에 깊숙히 침잠할 줄도 알았던 자유인이었습니다. 우리 화랑도를 가리켜(그리고 그를 계승한 한반도 토착의 유파를 두고서도) "풍월도"라 일컫는 경우가 있는데, 이 동파가 스스로를 가리킨 이름이 "풍월주"였습니다. 마치 조선의 윤 고산이 오우가에서 노래한 경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죠.

雨洗東坡月色淸(우세동파월색청)
비에 씻긴 동쪽 언덕 달빛 맑은 밤

저자는 이렇게 옮기시고 있습니다만 저는 예전에

비가 오른 언덕 씻고 나니 달빛이 더욱 맑구나

뭐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중요한 건 시를 척 읽고 한순간에 떠오르는 그 느낌입니다. 0.01초 안에 깨끗한 심상이 떠올라야 그게 시를 감상할 줄 아는 사람이고, 생각한 후에 비로소 무슨 느낌이 머리에 자리한들 그건 이미 계산이 개입된 결과라서 올바른 게 아닙니다. 선득하니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나서 갠 하늘에 뜬 달을 보는 그 청량감이, 동파가 느낀 대로 척 하고 마음에 와 닿아야 하죠. 참고로 저 기구(起句)의 "동파"를 따서 이 시인이 자기 아호를 삼은 거고, 그 내용이 이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이 시의 경우 평성 중에서도 경(庚)운을 사용하여 시의 맑고 깨끗한 느낌을 더했다고 평합니다.

저자께서는 현대 중국어의 경우 입성(入聲)이 없어서 오히려 당대 한시의 느낌을 못 살린다고 말씀하시는데, 아주 타당한 지적입니다. 고문의 성조는 지금과 달라서 제4성이 입성이었고, 급히 닫아 버리는 소리인데 대개 우리말의 ㅂ 등 받침으로 끝나는 발음을 가리킨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예전에 어느 중국인이 "한국어에는 받침이 많아서 랩 할 때 아주 분위기가 산다"고 지적하는 걸 들었는데, 과거(한류 열풍 같은 게 없었던)에는 반대로 "한국어에는 받침이 너무 많아 부드럽게 노래를 부를 수가 없다"고 하던 어느 한국 가수의 불평도 있었지요. 모든 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게. 흠.

동파 외에도 아홉 명의 시인을 더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각 시인의 대표작 두엇을 골라 그저 뜻만 풀어주고 마는 게 아니라, 한시의 핵심 묘미 중 하나인 압운법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책 제목인 "성좌"의 뜻에 걸맞게, 열 분 시인의 생에 대해 비교적 자세한 설명, 그리고 그 시대적 의의에 대해 간곡하고 청명한 평을 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습니다. 재미도 있고 공부도 많이 되는 유익한 독서였네요.

v*****7 2016.03.0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