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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의 소설은 언제나 묵직하고 눅진한 긴 여운을 주었고 시간이 흘러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대부분 잊게 되는 때에도 그 주제의식과 척박한 러시아의 동토는 자꾸 기억이 나곤 합니다. 러시아 리얼리즘 소설들의 무게감을 생각해보면 왠지 니콜라이 고골의 '유쾌한 상상력'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음에도 도스토옙스키의 문학적 멘토가 고골이라는 말에 흥미가 솟네요. 오래 전에 읽었던 <광인일기> 속의 이야기와 그 주인공이 그저 먼 옛날의 우스운 일화처럼만 보이지 않는 우리의 시절입니다. 때론 내가, 나의 주변인들이 그런 모습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면서도 갖은 양념 같은 변명으로 일관하며 꽤 멋진 삶처럼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도 듭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도 이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난 아니야!'라고 감히 확정할 수 있는 그 자체가 쓸쓸한 자위이고 자만에 더 가까울 것만 같습니다. 고골이 주는 웃음에 마음 놓고 웃어댈 수 없는 것은 너무도 자주 그 안에 우리의 형상이 비쳐보인다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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