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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엄연히 학술서적이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이 책을 엮어내기 위하여 얼마만큼의 열정과 심혈을 기울였는지가 물씬 풍겨나는 그런 책이다. 그래서 애정이 간다. 솔직히 종갓집이라는 말이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나 친숙한 단어이다. 종갓집 맏며느리는 엄청나게 고생하는 시집살이를 뜻하며, 종갓집 살림이란 규모가 거대한 살림을 일컫는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종가라는 것이 실제로 어떤 것이며,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살아내 왔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도 꽤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한 면에서 익숙하고 친숙하지만 실제로는 잘 모를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알려 준다는 면이 이 책의 매력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곳곳에 실려 있는 맏며느리들의 얼굴모습이 사뭇 정겹고 한편으로는 눈시울마저 뜨거워지는 듯한 그런 느낌을 주기도 한다. 친숙하면서도 잘 모르는 소재인 '명문 종가'를 다뤘다는 점에서, 그것도 허술하지 않고 세세한 점까지 조사해주었다는 면에서, 그러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접근했다는 것이 느껴지기에, 이 책은 학술서적임에도 불구하고 재미나고, 쉽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머리 식힐 때 짬짬이 보는 편이다.)
안타까운 것은 책의 상태인데, 사실 과도한 편집디자인은 필수적으로 책의 가격인상과 가독률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막대하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은 조금은 더 신경써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무척 크게 남는다. [인상깊은구절] 향리에 터를 잡고 십수 대를 내려오는 동안에 종가의 집과 이야, 토지가 그대로 전수, 유지되기가 어렵다. 사람은 들끓고 제사는 많아서 봉제사, 접빈객의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가산이 탕진되기 마련이다. 종가는 재산을 가지고서 그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종가의 재산을 지키는 것은 중요한 가업이다. 재산을 지키는 것은 주로 종손의 임무이기는 하지만 종손이 부재할 때는 어디까지나 종부의 일이다. 종가를 지키려는 종부가 곤경에 당한 사례는 허다하다. 종가의 재산을 둘러싼 지손과 종가의 갈등은 특정 종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종가에 종손이 없을 때 이 갈등은 첨예하게 드러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