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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에서 십 년 넘게 트레이더로 일한 한 남자가 골드만삭스에 환멸을 느껴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난다. 그가 쓴 칼럼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는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읽혀졌다고 한다.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는 칼럼이 나온 이후, 저자 그레그 스미스의 경험을 본격적으로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지 2년 뒤이자 2008년 금융위기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는 잠시 넘긴 것 같지만 폭풍 전의 고요인 양 세계 곳곳에서는 경제적인 불안정으로 긴장감이 팽팽하다. 반면 한국은 유럽에 비해 고성장 국가이기에 경제위기에 대한 위기감이 조금 다르지 않은가 싶다.
이런 우리에게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난 이유』는 조금 특별한 책이 아닐까. 영화를 통해서는 <월스트리트>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인사이드 잡>, <마진 콜>이 월스트리트의 탐욕을 다뤄왔다. 그리고 <울프 오프 월스트리트>의 원작인『월가의 늑대』와 인류학자가 월스트리트에 진입해 연구를 진행한 『호모 인베스투스』 같은 책도 출간된 바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세계 경제에서의 한국의 위치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분야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른바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 그레그 스미스의 폭로에 우리가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얼마 전 동양증권 사태라던가 몇 년 전 우리사회를 뒤흔들었던 저축은행 사태,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촉발된 키코(KIKO) 사태, 무엇보다 우리에게 큰 상흔을 남긴 IMF 구제금융의 원인이었던 동아시아 금융 도미노처럼 우리의 일상이 너무나 금융과 밀착해 있다는 데 있다.
구조화 파생상품은 막대한 단기 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역시나 막대한 단기 손실을 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잔뜩 겁에 질려 있는 고객에게 손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는 법이다. 이런 내용은 그저 10페이지짜리 권리 포기 각서의 맨 끝 부분에 작은 글씨로 묻혀 있을 뿐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여기에 아이튠즈에서 음악을 다운받기 전 '수탁accept' 버튼을 누르는 정도로 작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처럼 구조화 파생상품을 사는 것은 가게에 들어가서 참치캔을 사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다. (…) 대부분은 집에 가서 맛있는 참치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어느 날 캔을 사서 집에 갔는데 캔 안에 개밥이 들어 있다고 생각해보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거지?' 당신은 궁금할 것이다. 캔 뒷면에는 글자가 너무 작아서 거의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문구가 쓰여 있다. "내용물은 참치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개밥이 담겨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나 리비아 투자청, 오클랜드 시, 앨라배마 주,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기금과 재단은 모두 캔을 땄을 때 개밥을 발견한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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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돈만 벌게 해준다면 그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을 하고 투자에 뛰어든다. 설령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해도 그런 발상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우리는 월스트리트의 금융기관에게 좋은 먹잇감인 셈이다. 이게 단지 남일이 아닌 것은, 우리나라의 금융기관도 얼마만큼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가 라는 문제를 제기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피해가 덜하다고 한다. 하지만 천 조 원을 넘은 가계부채 문제, 특히 부동산 위기가 잠복해 있는 한국은 고용 없는 성장 문제와 맞물리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정부도, 금융기관도 미덥지 못하다. 얼마 전 벌어진 말로 다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은 우리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의 붕괴를 보여준다고 하겠다. 금융이라고 예외일까. 우리에겐 이 책을 읽고 금융을 제대로 알아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