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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제목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음식과 관련된 소설들이 꽤 나오고 있어 이 책도 음식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예상과는 달라 더 흥미롭게 읽었다.
7년 전 죽은 남자와 그의 아내, 아버지, 어머니. 친구 등의 주변 인물들을 통해 만들어 가는 이야기는 읽을수록 잔잔하지만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에 저절로 연작소설에 빠져들게 된다.
7년 전... 2년이란 그리 길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한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 떠났지만 그의 아내 데쓰코는 여전히 시아버지와 마당에 은행나무가 있는 단층집에서 함께 살고 있다. 데쓰코에게는 이와이란 애인이 있다. 이와이는 결혼을 꿈꾸지만 데쓰코는 새로운 사람으로 기존의 생활에 변화를 가지고 싶지 않다. 데쓰코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그의 애인 이와이가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솔직하지 못한 여학생에게 엄청난 금액의 돈을 빌려 준 것을 데쓰코는 알게 된다. 이와이의 통 큰 마음이 그 학생을 구하는 마법의 카드로 작용한다. 젊은 여인... 아니 사기꾼인 여성의 눈물에 필요치 않은 물건을 사게 된 데쓰코의 시아버지 렌타로... 일명 시부... 그는 물건을 데쓰코와 살고 있는 집이 아닌 이와이의 집으로 배달되게 해 놓는다. 가즈키가 하늘나라에 올라 별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그가 차에 달고다닌 눈사람 인형을 가지고 비행하는 이웃집 친구 다카라, 자신에게 힘이 부치는 등산을 떠난 시부의 이야기, 항상 인기 많은 카즈키가 전혀 의외의 여성 데쓰코와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그의 사촌 도라오가 탐을 낸 카즈키의 오래된 자동차, 시부의 아내인 유코가 남편과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마당에 있는 멋들어진 은행나무가 있는 집에 살게 된 이야기, 애인 데쓰코의 시아버지 시부가 갑자기 찾아와 당황한 이와이... 함께 살고 있지만 일기예보관이란 직업 특성과 며느리 데쓰코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는 시부의 고백과 사기꾼 여인과 얽히게 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죽은 가즈키가 엄마 유코의 심부름으로 빵을 사러 나갔다가 자신의 우산에 뛰어든 한 소녀와의 만남... 어젯밤에 카레를 먹었다는 소녀의 이야기와 자신의 품에 안은 빵이 생명체가 있는 존재로 느끼진다. 카즈키의 마음에 간직된 이 이야기는 사실 그의 아내 데쓰코와의 만남과 관련이 있다. 이야기들은 삶과 죽음, 슬픔과 기쁨, 행복이란 감정이 함께 공존하며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후에도 여전히 시간은 흐르고 생활로 서서히 슬픔을 극복해 가는 이야기가 거북하지 않고 아름답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은 분명 음식 이름이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의 만남과 인연을 제목으로 삼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매일 매일의 평범한 일상에서 오는 소소한 행복들... 그 행복이 사람들의 아픔, 슬픔을 이겨내게 하고 새로운 하루를 꿈꾸게 만든다.
책을 읽다보니 카레와 빵이 급 당긴다. 오늘 저녁 메뉴는 카레였기에 내일 아침에 먹을 식빵을 사러 갈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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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어본 경험이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이런 생각은 많이 해보았다. 친정 부모님이 살아계시고, 시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니 언젠가는 다가올 일이지만, 그것이 먼 미래였으면 싶은게 사실이다. 양 부모님들이 계시니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늘 가슴을 덜컥거리게 만든다. 별일 아니었음을 깨닫고는 한시름을 놓게 되는 일이 빈번하다. 최근에 시아버님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는 또한 가슴이 철렁했다. 시어머니가 아프시다는 전화였다. 시부모님께서는 두 분다 암수술을 두 번씩 하셨기 때문에 더 걱정이 앞선다. 시댁에 다녀온 후에야 조금 안심을 했지만 얼굴이 좋지 않으신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전화라도 자주 해드려야지 해놓고는 만날 미루고만 있다. 이런 마음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욱 그렇겠다.
일본 문학 작품들 중 '일본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새로운 작품이 나올때면 늘 눈여겨 본다. 서점인들이 뽑은 상이고, 실제 독자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에 그런것 같다. 얼마전에 읽은 『배를 엮다』라는 작품도 그렇고, 이번에 읽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도 그렇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져오는 소소한 일상들을 그린 듯한 작품에 못내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일본의 한 가정이 있다. 이 가정에는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함께 살고 있다. 남편 가즈키는 병을 죽었고, 데쓰코는 시아버지와 함께 7년째 함께 살아오고 있다. 데쓰코의 나이 이제 스물여덟 살이다. 데쓰코는 시아버지를 시부라 부르며 남편 가즈키가 없어도 남편의 집에서 시부와 함께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지나갔지만, 물 흐르듯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삶이란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고, 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 되었다.
데쓰코와 시부 덴타로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담하게 그려진다. 가즈키의 어렸을적 친구였던 다카라는 스튜어디스였지만 웃음을 잃어 집에서 칩거하고 있고, 가즈키를 동경했던 사촌동생 도라오가 가즈키의 차를 가져갔던 이야기, 늘 눈물이 나오고 난뒤 누군가가 죽었던 가즈키의 어머니 유코와, 데쓰코의 직장 동료이자 애인인 이와이가 이들의 곁에서 이야기를 전해준다. 모두 시점을 달리하여 역시 담담하게 가즈키의 기억들을,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기자라 이즈미는 부부 각본가인 이즈미 쓰토무와 메가 도키코의 공동 필명이라 한다. 연속극으로는 꽤 알려진 각본가인것 같은데, 소설로는 이 작품이 첫소설이라 한다. 죽음후에도 일상을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아주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라 역시 올해 가을쯤 드라마로도 방영된다고 한다.
삶이란 것은 어젯밤 카레를 먹어 카레 냄새가 배어있고, 내일 먹을 빵을 사기 위해 가는 길에서 만난 인연이기도 한다. 삶이란 그렇듯 일상이므로. 어떠한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린 일상을 살아가야 하므로, 어젯밤 먹은 카레와 내일 먹을 빵처럼 그렇게 이어져 있는지도 모른다. 내일 먹을 빵을 사러가는 길에 땡땡이 무늬 우산 속에 뛰어든 어젯밤 먹은 카레냄새를 풍기는 그 여자아이처럼.
죽음도 이와 같은 게 아닐까.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이미 일어난 일에 어떻게든 살아가야하는 이들은 간단하게 토스트로 된 아침을 준비하고, 정원에 심어진 나무를 손보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고, 그렇게 아들의 죽음을, 남편의 죽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소소한 일상이 그들에게 위로였고,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삶이란 이런 것임을 담담하게 전해주는 이야기였다. 또한 아주 사소한 일들이 누군가를 죽음으로 잃고 나서는 소중한 기억임을, 오랫동안 살아있을 추억임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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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을 꾸리기 전까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부모님이었다. 물론 지금도 내 부모님은 내 가장 소중한 일부지만.. 사랑은 내리 사랑이라고.. 마음이 더 가는 건 솔직히 내 아이들이다.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은 내 나이만큼 이지만, 아이들은 아니다.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짧은 인생을 살다간 그 아이들의 부모님은 어떤 심정일지.. 솔직히 상상하는 것조차 버겁다. 늘 곁에 있을 것 같은 아이들. 자연스럽게 자라 독립했다면 그 빈자리를 인정할 수 있겠지만, 어느 날 닥친 시련으로 아이들을 하늘로 데려갔다면.. 빈자리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죽음은 늘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이 책의 주인공 데쓰코는 7년 전 남편 가즈키와 사별했다. 데쓰코가 결혼한 지 2년, 그리고 남편의 나이 25이었다. 남편이 죽었음에도 데쓰코는 시부라 부르는 시아버지 렌타로와 함께 남편과 함께 살았던 집에서 살고 있다. 데쓰코에게 결혼하자고 말하는 애인도 있지만 아직 데쓰코는 결혼할 마음이 없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편안한 삶을 사는 데쓰코와 렌타로는 어느새 조금씩 가즈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여기에 데쓰코의 직장 동료이자 지금 현재 애인 이와이, 가즈키의 소꿉친구였던 승무원 다카라, 데쓰코의 남편 가즈키를 동경하며 살아온 사촌 동생 도라오, 가즈키가 어릴 때 돌아가진 어머니 유코(렌타로의 아내) 등 데쓰코와 렌타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점을 달리하며 풀어간다. 너무도 평범하기만 한 그들의 삶인지만 그 안에는 깨달음과 인정 그리고 순응이 있다.
슬픈데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고 난 후 데쓰코는 여러 가지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22) 누군가 내 곁에서 떠나갔을 때, 이젠 웃을 일도 없겠구나... 하며 슬퍼한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오고,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 화들짝 놀란다고 한다. 내가 웃어도 되는 것인지, 웃고 있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고... 하지만 슬픈데도 행복할 수 있고 웃을 수 있다는 것. 그게 삶이 아닐까? 세상은 점점 가즈키가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지고 그게 당연해지는데, 자신만 바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듯한 느낌. 그래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두려운 건 잘못된 과거의 흔적을 떠맡게 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잊어버리는 거다. (139) 내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어도, 세상은 당연하게 흘러간다. 누구하나 슬퍼하지 않으면서.. 나만 그 슬픔 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죽은 사람을 잊는다고 해서 그 사랑이 변한 것일까? 어쩜 죽은 사람 입장에서는 자신을 잊는 것보다 잊지 못하고 삶 자체를 낭비하는 게 더 안타깝지 않을까? 정말로 잊어버리는 것. 나는 정말로 잊어버리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사랑하는 가족은. 다만 잊은 것처럼 보일 뿐 마음 안에, 가슴 안에 살아있을 뿐. 인간은 변해, 어떻게 보면 그것만큼 가혹한 사실도 없지. 하지만 변한다는 사실만이 인간을 구할 수 있다고 봐. (222) 이 부분을 오랫동안 읽었다. 가혹하지만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도 인생을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 것. 어쩜 너무도 다행한 능력 아닐까?
점점 죽음과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100세 시대를 이야기 하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100세를 산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죽음 앞에 단정할 수 있는 것. 나는 그렇게 바라고 있지만 누군가를 마음 안에서 정리하고 떠나보내는 게 쉽지 않음을 안다. 움직이는 게 산다는 거야. 산다는 건 움직이는 거고 (232) 나는 현재 살아 있다. 그래서 열심히 움직인다. 내 삶이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하듯이. 어찌 보면 죽음은 절망적이고 깊은 슬픔 때문에 검정색이라고 착각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그 죽음을 검은 색으로만 표현하지 않아서 좋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사람은 살아지는 것. 그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 참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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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본 소설에서는 관계가 복잡한 사람이 함께 살기도 한다.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 함께 살기도 하는구나. 어떤 만화에서는 어른 남자가 할아버지 딸(어린이)과 함께 살았다. 촌수와는 다르게 나이 많은 조카와 한참 어린 고모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일본 사람은 촌수를 잘 따지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형제 자매 아이들이 삼촌, 이모, 고모라고 하지만 일본은 언니, 오빠라고 하기도 한다. 아예 이름으로 말할 때도 있다. 촌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앞에서 같은 말했구나). 아니 어쩌면 우리나라처럼 삼촌, 이모, 고모라는 말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일본말도 영어처럼 아저씨, 아줌마가 삼촌, 이모, 고모를 다 나타낸다. 발음은 같아도 글자는 다를지도(아마 다를 거다). 우리는 아저씨, 아줌마를 친척이라 하지 않는다. 친척이 아니어도 언니, 오빠라고 한다. 문화와 말 때문에 생각이 다른 거겠지. 그런 우리나라 사람도 남편이 죽으면 시아버지와 함께 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그런 일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좀 어렵겠지. 데쓰코는 남편이 일곱해 전에 병으로 죽었는데 그 뒤로 시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데쓰코가 친정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서 그런 듯하다. 그것도 있지만 남편이 죽었다 해도 여전히 데쓰코는 가즈코를 남편으로 생각했다. 그런데도 남자친구를 사귈 수 있구나. 사실 이 점은 조금 이해하기 어렵다. 남편만 생각하고 평생 혼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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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독특한 제목의 이야기 한 권, 대체 이런 제목 아래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너무너무 궁금했다. 음식을 제목으로 삼은 만큼 음식 이야기가 있을까 하면서 기대되했다. 생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왜 이런 제목이 붙였는지 마지막에 알려줘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안 그랬다면 분명 왜 이런 제목이 붙었을지 생각도 많이 했었을 테니까.
일본 서점대상 2위에 오른 이 작품. 아마 처음으로 서점대상이라는 타이틀을 봤던 것이 '배를 엮다'라는 작품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서점사람들이 뽑은 작품을 뭘 상까지 주고 그러나 하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직접 책을 보고 책을 파는 입장에서 그 사람들이 추천한 작품이라는 것이 무시 못할만한 것이었다. 그들의 선택은 언제나 옳은 편이었고 그들이 고른 책들은 사람들에게 늘 인기가 왔다. 특히 일본사람들의 마음에 들 만한 작품들이 많은 편이긴 했는데 신기한 것은 나도 그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배를 엮다 같은 작품도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지금으 한국실정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열정과 의지에 이끌려 그 책을 너무나도 감동적으로 읽었고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해주기도 했다.
이 책은 막 이전에 읽었던 '별을 담은 배'와 비슷한 구성으로 편집 되어 있다. 여러개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식이다. 그렇지만 전에 읽었던 작품은 한 가족이라는 큰 타이틀 안에서 가족의 구성원이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면 이 책은 죽은 남편의 아버지 즉 시아버지의 이야기와 그와 함께 사는 며느리 테츠코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족 구성원이 단촐한만큼 이야기도 훨씬 더 간단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재미를 덜어내지는 않는다. 자신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자신들이 만나는 사람들 또한 옆집에 사는 아가씨들 그리고 그 며느리의 애인까지 등장을 해서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낸다.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않는다. 죽은 남편의 어머니와 며느리가 같이 사는 것도 어려울 것 강은데 하물며 시아버지와 며느리라. 그것도 다른 가족들도 없는 상황에서 그 둘이 같이 산다고 하면 주위에서 더 말이 많을 거 같기도 하다. 실제로 이 책에서도 테츠코의 친구는 이해가 되지 않다고 하면서 자신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살아온지 9년째. 테츠코는 그 생활에 익숙해져 있고 그래서 다른 사람과의 새로운 생활이 약간은 불안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남자친구인 이와이가 프로포즈를 했을때도 당신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결혼은 아니라고 거절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며느리가 애인이 있다고 하면 자신의 아들에 대한 생각에서 시아버지가 약간은 질투를 해야 하는 것이 맞는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시아버지는 너무나도 쿨한 모습을 모여주고 있다. 물론 테츠코가 직접적으로 이야기 한것은 아니지만 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테고 몇번 집에 들러 같이 밥도 먹었다고 적혀져 있다. 질투는 커녕 이 시아버지는 자신이 난처한 일을 당했을때 며느리에게 보일수 없는 일을 이와이에게 부탁을 한다.그것을 계기로 오히려 둘은 더 친해진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일이 일어난 이후로 이와이는 자신에게 조금 마음이 열린듯한 테츠코와 더불어 그 시아버지와 함께 그 집에서 자주 밥을 먹는다. 테츠코가 사준 그들과 같은 밥공기를 꼭 들고 가서 말이다. 고집스럽게 그 공기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이와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약간은 고지식한 면이있는 것도 같지만 그렇게 때문에 그 시아버지와 며느리 테츠코는 이와이를 더 의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남들이 생각했을때 이상한 조합. 그렇지만 자신들은 즐거운 그러한 조합. 남들의 눈을 매번 의식하고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상식적인 한도내에서 자신들의 생활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는 것. 그것은 밖의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자신들만 알뿐. '지쳐 쓰러질때까지 살아가겠다'는 말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야기는 분명 남편인 가즈키의 죽음에서 시작되었지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 있는 법이다. 살아 남은자의 슬픔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그들. 그들 뿐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도 누군가를 잃고 지쳐 쓰러질때까지 살고 있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존경을 보내며 나도 그들과 다르지 않은 동질감을 느낀다. 한가지 궁금한 이야기. 가즈키가 결혼한 데츠코는 강아지 '빵'의 주인이 맞을까. 아마도 내용상으로 보았을때 그래야 맞을 것 같기도 하고. 작가를 잘 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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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보내는 일
책이 나온 무렵인지 시간이 좀 지난 때였는지, 이 책의 리뷰를 어디에선가 봤다. 기억에 남는 것은 ‘올해 읽은 책 중 기억에 오래 남을 책’이라는 글귀였다. 리뷰어가 흔히 쓰는 표현일 수 있겠지만, 리뷰와 함께 무척 와닿았다. 자주 가는 공공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봤다. 손에 집어 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읽은 후의 간단한 감상은 ‘좋은 책을 놓치지 않았다.’였다.
이 소설의 중심엔 ‘가즈키(남편, 아들)’가 있다. 그런데 실제 등장하는 장면은 많지 않다. 가즈키는 결혼하고 몇 년 후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7년이 지나는 동안 그의 아내 데쓰코와 가즈키의 아버지 덴타로(데쓰코의 시아버지, 시부)는 같은 집에서 산다. 데쓰코는 만나는 사람(이와이)이 있다. 이와이는 데쓰코와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데쓰코는 결혼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이 소설은 가즈키라는 끈으로 연결된 데쓰코와 시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가즈키, 데쓰코와 관계있는 사람들이 가즈키를 생각하는 이야기다. 연작소설인데 이번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다음 이야기에 나오기도 한다. 잘 읽어보면 등장인물이 겹치는 부분에서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
이웃에 승무원으로 일하는 여자(다카라)가 어느 날 갑자기 웃을 수 없게 되어서 직장을 그만둔다. 다카라는 가즈키의 어릴 적 친구였고, 가즈키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다카라는 문병을 온다. 시간이 흘러 가즈키가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가족에게 듣는다. 그리고 다카라는 시부와의 만남으로 마음속 짐을 떨쳐버리고, 다시 웃을 수 있게 된다.
시부에게 등산을 권유하는 데쓰코는 등산 가이드를 소개한다. 시부와 등산녀는 함께 산행을 하는데, 등산녀의 모습에서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내 유코의 모습을 떠올린다. 아들을 안고 있던 유코의 모습이다. 시부는 마음이 울컥한다. 아내에게 못해 준 것이 너무 많아서 후회스러울 뿐이다.
며느리 데쓰코에게 만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시부도 안다. 하지만 쉽게 허락하지 못한다. 여러 에피소드를 거치고 드디어 시부, 데쓰코, 이와이가 자주 만나게 되었다. 시부와 이와이의 거리감도 줄이고, 새로운 가정을 꾸릴 두 사람을 위해 준비를 하는 것이다.
어느새 마당으로 나온 데쓰코가 풀을 뽑는 시부 옆에서 서츠를 팡팡 두드려 빨래 건조대에 널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보니 집 안에 있는 것들은 모두 어둡고 흐릿한 반면, 바깥 풍경은 밝고 강렬했다. 이와이는 행주를 손에 쥔 채, 마당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꼭 영화 같다고 생각했다. 데쓰코가 왜 이 집에 계속 머무는지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시부가 그렇게 고민하는 것도 이 생활을 잃고 싶지 않아서였다. 데쓰코에게 결혼하자고 일방적으로 졸랐던 자신은 참 무신경한 사람이었다. 이 생활에 이와이가 끼어들 틈이 있을까? - 211p.
아들을 잃은 시부, 남편을 잃은 데쓰코. 7년의 시간 동안 떠난 이를 가슴에 묻어두고 있던 두 사람. 가즈키라는 끈은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고 약해질 것이다. 언제까지 죽은 이를 가슴에 묻고 살아갈 수는 없다. 언젠가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마침표를 찍을지 알 수 없다.
데쓰코가 시부 쪽을 향해 예의를 갖추고 앉더니 “아버님”하고 불렀다. 아버님이라 불린 게 오랜만이어서인지 시부가 흠칫 놀라며 잠시 겁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곧 각오한 듯 똑바로 안는다.
시부와 시어머니(유코)가 결혼하는 과정까지 나오니 한 집안의 이야기도 되겠다. ‘유코’편을 읽다보면 코끝이 찡해진다. 둘이 만나 결혼을 하고 아들 가즈키를 낳고, 아내를 떠나보내고, 아들을 떠나보낸다. 그리고 며느리 데쓰코를 이 집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오래전 아픔은 아물고, 삶은 또 그렇게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 어린 시절 가즈키와 데쓰코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제목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이 등장한다. 저자는 카레가 과거를, 빵이 미래를 상징한다고 했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 존재하는 매일매일의 일상이 모여 인생을 만든다. 평범하고 사소한 일상이 이어지듯 삶은 계속된다. 둘의 존재를 모를 때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훗날 부부의 연을 맺는다. 인생은 만나고 헤어지고 떠나보내는 일이다. 이 책 정말 좋다. 재미는 물론이고 잔잔한 감동, 행복, 여운이 있다. 내 주변의 모든 인연이 좋은 인연이고 내 삶의 등장인물이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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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아들)이 죽고 같이 사는 며느리와 시아버지. 죽음을 천천히 받아들인다. 가족이 소중하단 이야기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며느리의 새 남자친구도 받아주는 시아버지가 참 멋있었다. 일본스러운 소설이지만 그래도 가슴 뭉클함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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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뷰를 써보려고 검색을 한 번 해보니 마침 5일자로 드라마화 되서 방영중이더군요. 시간이 되면 드라마도 한 번 봐야겠습니다. 저자는 부부작가로 기자라 이즈미라는 필명으로 책을 냈습니다. 소설은 처녀작이지만 드라마 작가가로서는 작품이 있다고 하네요.
2. 데쓰코는 7년 전 남편 가즈키와 사별한 뒤 시아버지 '시부'와 같이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남편을 잃은 뒤에 시아버지와 같이 사는 상황도, 시아버지를 시부라고 부르는 것도 뭔가 일본틱한 설정의 소설이네요. 데쓰코와 주변 인간관계를 통해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그 중에는 남편 가즈키를 통해 맺어진 인연도 많습니다. 소설은 8개의 장으로 나뉘어있는데, 각 장마자 화자를 달리해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한 사람의 시점에서 계속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화자가 바뀔 때 타인에 대한 감상도 바뀌므로 인물들을 여러가지 시점에서 조명해보게끔 구성되었습니다. 소소한 일상물이지만 이 소설 중심을 꿰뚫는 이야기는 가까운이의 죽음, 상실에 대처하는 주변인들의 대응 방식이라고 할수 있을거 같습니다. 대체로 잔잔하지만 읽다보면 마음에 와닿는 대사들이 있습니다. 이는 보면서 느끼시길. 전에 리뷰했던 '그림자'가 인물 간의 관계를 중시한다고 했는데 이런 소설이 인물 관계를 중시한 소설이라고 할수 있지 않느냐 라는 생각입니다.
3. 책의 제목은 책을 한마디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얼굴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제목으로 정한 것이 일상물이니까 그럴듯한 제목을 갖다 쓴건가? 라는 생각이였습니다. 웬걸, 끝까지 읽어보니 이 제목이 왜 튀어나왔는지 알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는 개인차가 좀 더 클수 있겠는데, 저는 작품 후반부에 뭔가 찡하고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드라마 작가로서의 내공을 여실히 보여주는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4. 그런고로 취향은 조금 갈릴수 있는 소설입니다. '사신 치바'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고 하는데 제가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네요. 사신 치바의 후속작인 '사신의 7일'과 비교해보면 가까운 이의 죽음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자세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조금 비슷한 부분이 있을수 있겠네요. 저같은 경우는 취향에 맞아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일상물의 재미와 더불어 인간관계에 대해 한번 생각해볼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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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뒤늦은 서평 하나 올립니다.
어제에 이어 5월에 읽고, 6월에 서평쓰기 신공
상황 설정이며 구성이 어쩜 딱!! 일본소설스럽구나... 싶은
<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입니다.
워낙 일본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띠지에도 적혀 있는 '서점대상 2위'
요기에 혹!! 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아시다시피 서점대상은
가장 팔고 싶은 책은? 이란 질문에 대한
실제 서점직원들의 답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만큼 순위권에 들기만 한다면,
구지 1위가 아니더라도 '재미'는 일단 보장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여태 꽤 많이 읽었거든요. ^^
연작 단편인 이 소설은
언뜻 모리사와 아키오님의 작품이야? 라고 할만큼
유사한 힐링 코드를 보여줍니다.
결혼 2년만에 남편 가즈키를 잃은 데쓰코는
7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시아버지를 '시부'라 부르며 그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단 둘이서요!!
이 상황부터가 참 일본스럽지요?
8개의 단편이 있는데,
당연히 데쓰코와 시부가 그 중심에 있고
주변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합니다.
데쓰코에게 결혼하자고 조르는 애인 이와이,
가즈키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병을 앓고 있는 다카라,
데쓰코가 시부에게 소개시켜준 등산이 취미인 등산녀,
가즈키의 사촌인 도라오,
가즈키의 엄마인 유코
각각의 이야기 속 인물들은 고민도 있고 아픔도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서로 위로를 주고 받는 내용입니다.
엄청나게 큰 사건들이 아니라
잔잔한 일상속에서 그런 위안들을 전해줍니다.
그래서 굉장히 편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답니다.
책 제목은 제일 마지막 단편인 '가즈키'에 등장하는
에피소드에서 정해진 듯 해요.
요기 등장하는 소녀가 아마 주인공 데쓰코일 것 같은데...
비오는 날, 심부름으로 빵을 사러갔던 가즈키.
그의 우산에 한 소녀가 뛰어들죠.
그녀에게서 희미한 카레냄새를 맡은 가즈키가
"점심 때 카레 먹었어?" 라고 묻자
소녀가 "어젯밤 카레" 라고 답하는..
그담에 소녀가
"오빠가 들고 있는 건 이름이 뭐예요?" 라고 묻자
가즈키가 "내일의 빵"이라고 대답.
센스 넘치는 책 제목
기자라 이즈미는 한 사람이 아니라
부부 각본가인 두 분의 공동 필명이라고 하네요.
두 분께서 9년 동안이나 공들여 쓰신 '첫' 소설이래요.
드라마로도 만들어 진다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
모리사와 아키오님 작품의 힐링코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작품도 좋다.. 하면서 읽으실 듯 해요.
일상 속의 잔잔한 감동을 찾는 분들께 추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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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카레, 내일의 빵]
[★★★☆]
[따뜻한 내일의 카레]
[2014. 11. 12 ~ 2014. 11. 19 완독]
알바를 시작했더니 몸이 피곤해서? 아니면 만사가 전부 귀찮아져서? 하려간 책을 만나는 시간이 자꾸 줄어드는구나... 정신차리고 열심히 봐야지! (시작합니다.) 한편의 '따뜻한 드라마'일 것 같다는 생각과 꼭 들어 맞는 소소하고 평범하며 가슴 한켠이 아려오는 책.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남편의 아버지와 살고있는 미망인 데츠코와 시아버지 시부. 이와이 라는 애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즈키(남편)을 잊지 못해 시아버지와 사는 것일까? 기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
같이 살고 있지만 서로의 사생활은 존중해주며 각자가 맡은 일을 하며 느슨해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아이에게 신뢰의 증표로 거금을 주는 이와이. 가즈키가 살아 있을 때 데츠코와 인연. 시부가 젊었을 적 이야기와 부인 유코. 과거와 현재, 데츠코와 시부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데츠코는 가즈키를 떠나보내게 된다. 그 자리를 이와이가 자연스럽게 녹아 들며 이야기의 끝까지 남아있는 아련한 사랑과 주변의 좋은 사람들로 인해 새로운 내일로 나아가는 데츠코의 모습을 보면서 '훈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힘든 세상이라도 '이 세상,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섭지 않아. 괜찮아'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 따뜻한 마음이 독자에게 까지 전달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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