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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연님의 작품은 [쇼윈도부부]에 이어 두번째이다. 요즘 지나치게 많이 쏟아지고 있는 19금소설에 질려서 이제는 좀 담백한 작품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든 찰나에 눈에 들어온 이름도 촌스러운 김꽃순 산골에서 아버지와 함께 도시와는 동떨어진 생활을 하던 꽃순이 서울로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대헌그룹의 장남 종현과 얽혀가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만들어낸다. 이 소설에는 악역도 없고 출생의 비밀도 없고 남주나 여주를 괴롭히는 조연들도 등장하지않는다. 처음부터 꽃순의 편에서서 종현과 결혼을 하라고 등을 떠밀던 종현의 부모들 역시 본인들의 욕심보다는 세상에 혼자 남겨질 꽃순을 걱정해서 그랬다는것이 나오고..
대헌그룹의 장남 종현은 결혼도 사업이라는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렇고 사랑에 목매달고 살기에는 가지고 있는것이 많았고 또 그것들을 지키기위해서 같은 무리중에서 파트너를 구한다는 생각은 큰 무리가 있는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느닷없이 아버지가 참한 아가씨가 있다고 만나보라는 말을 했음에도 반발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가 허튼 사람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주선을 했을까하는 마음이었는데..어째 아버지 뉘앙스가 조금 이상하긴 한것 같다. 얼마나 대단한집 처녀길래 저리 존대를 하시는가 싶은 마음에 기대가 한층 되는데.. '어라 아무래도 잘못 온 것 같다' 댕기머리 날리며 한복 차림의 저 아가씨는 조선시대에서 튀어나온것 같은데..거기에 서울역에서 길을 잃었다는 이 난감한 멘트는 무엇인지..거기에 맞선을 보러 나온것이 아니라 돌봐줄 사람을 만나러 왔다는 말에 잘못 나온것 같다며 차갑게 돌아서고 마는데..
고운은 찬바람 쌩쌩 일으키며 돌아서는 종현을 보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산골에서만 생활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남게되자 서울로 올라오게된것인데, 지금 고운에게는 누구의 연락처 하나 있지않은 상황인데 돌봐줄것이라 기대했던 사람이 저렇게 가버리니.. 미아가 되어버린것처럼 꼼짝을 할 수 없었다. 때마침 고운을 데려다주었던 기사가 돌아오지않았더라면 큰 봉변을 당했을지도 모르는 상황..그런와중에도 고운은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나를 되새기고 있고..
리조트건으로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받지않는 전화는 쉴새없이 울리고 있었다. 급기야는 비서가 휴대전화를 들고 종현에게 다가오는데..회의중에 전화를 받으라고 내밀때는 정말 중차대한 문제라는것이고 그 예감은 맞아떨어지는데..고운을 커피숍에 그대로 놔두고 왔다는 사실에 격노한 아버지는 리조트건을 철회할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종현을 회유한다. 아니 도대체 그 아가씨가 누구길래 아버지가 이리도 쩔쩔매는가했더니 오래전 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준 은인의 딸이란다. 만약 종현이 결혼하지않으면 호적에 양녀로 입적을 시키겠다고까지하는데.. 아버지가 내건 조건들을 보니 그리 나쁘지않은 조건이다. 더군다나 세상물정에 어두워보여서그렇지 본바탕은 뛰어난 편에 속하는것 같은데..그래 결혼 해주겠어..하고 저만 결심하면 되는줄 알았더니.. 저를 거절하는 저 아가씨..도대체 정체가 뭘까..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것이라며 노땡큐란다. 그리고는 얼마되지않아 눈물범벅이 된 아가씨가 전화를 걸어 집으로 급히 와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그리고는 결혼을 하자는 말을 한다. 도대체 종잡을수가 없지만 일단은 고운이 하자는 대로..
주위의 누군가를 잃는 일은 참으로 가슴아픈 일인데 아버지에 이어 아저씨까지 잃고 싶지는 않았다. 이 험한 세상에 저만 혼자 남겨두고 떠나는것이 영 걱정인 아저씨를 위해 종현과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고운..천천히 그동안 속해있던 세상과 다른 세상에 익숙해질 차비를 하려고한다. 종현이 숙제로 내준 열가지 하고싶은 일도 적어보고..친구도 만들어보고..그런 와중에 남자인 친구까지. 문제는 그 남자인 친구는 고운이 결혼을 한 여자인지 모르고 마음에 조금씩 들여놓고 있다는것과 그 남자인 친구의 친구가 바로 종현이라는것..이렇게 엮이나 했는데 그냥 종현이 고운을 조금 더 사랑하고 있다는것을 알게해주는 기폭제 역할이었다고 할까..별다른 썸씽은 없었다.
뒤로 가서는 고운과 고운의 부친이 왜 속세를 버리고 산속에서 은둔생활을 했는지가 나온다. 사람들이 무서웠을것이고 싫었을것 같다. 그래도 그때 고운 아버지의 선택이 옳았다고는 하지 못할것 같은것이 고운아버지야 성인이었으니 자신의 선택이었겠지만 고운의 입장은 달랐을것이다. 또래 나이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깊은 산속에서 아버지와 단둘만이 지내는 상황이 최선은 아니었을것 같다.종현의 부모가 의리있는 사람들이라 혼자 남겨진 고운을 잘 보살피는것으로 마무리되었지만 실제로라면..알고보니 종현과 고운은 어린 시절 함께한 추억이 있는 사이였고 고운의 모든것을 알게된 종현은 고운이 상처입지않기를 바라게된다. 결혼도 사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던 종현이 꽃순이 고운을 만나면서 점점 로맨틱하게 변하게되는데.. 김꽃순양 달달해야 하는데..달달하지는 않은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