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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사회언어학’이라는 부제의 이 책은, 이민자들이 새로운 나라에 이주하면서 언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그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 활동하는 학자로서, 이주민들이 호주에서 겪는 언어적 어려움을 목도하면서 이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양한 사유로 이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주민들이 새로이 정착한 나라에서 접한 첫 번째의 어려움은 바로 언어로 인한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새로이 이주한 나라의 언어에 익숙하더라도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일단 그 문화에 적응하는 것은 그만큼 요원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영어권의 호주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한국에 이주하여 한국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이주 배경 주민들의 상황을 살피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리라고 여겨진다.
국가 사이의 왕래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에는, 오히려 이주민들이 토착민들의 호기심과 배려 대상으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한 배려 속에서 이주민들이 새로운 문화에 서서히 적응할 수 있었고, 때로는 자신이 새롭게 선택한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국제 관계가 더욱 복잡해지고 더욱이 전쟁이나 경제적 이유로 새로운 나라로 이주를 선택할 경우, 이제 이주민들을 경계하고 때로는 차별하는 다양한 문화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그렇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이처럼 복잡하게 변해가는 사회 조건에서 ‘정의로운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사회언어학’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모색하고자 한다.
그 전제가 바로 ‘언어 다양성’이며, 저자는 지배 언어가 아닌 소수 언어를 사용하는 이주민들에게 닥친 ‘불평등’의 문제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이끌어가고 있다. 번역자는 이 책을 번역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오늘날 한국 사회는 세계화와 다양한 이주로 언어와 문화 다양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주민들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인해 사회적 자원에 대한 접근과 분배, 문화적 재현과 관련된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아울러 꼽고 있다. 저자가 다루고 있는 호주만큼은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에서도 이주 배경을 지닌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제라도 이주민들이 겪는 ’언어 다양성‘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번역자의 의도에 공감할 수 있었다.
저자는 먼저 사론에서 ‘언어다양성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은 던지면서, 그것이 ‘사회 정의’와 관련된 문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어서 이주 배경을 지닌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지배적인 언어와 소수 이주민들이 사용하는 ‘계층화된 언어 다양성’이 발생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종속된 언어 다양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적시하고 있다. 특히 이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직업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노동과 언어 다양성’의 문제가 가로막혀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이주 배경을 지닌 이들과 그들의 자녀들이 새로운 언어 습득 기회를 얻기 힘든 현실에 대해 ‘교육과 언어 다양성’의 관점에서 소개하는 내용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에서도 ‘다문화 정책’이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수단이 강구되고 있지만, 이주민들이 한국어 교육의 기회를 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이주민들의 문화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한국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잇기 때문이라고 이해된다. 저자 역시 이주국의 문화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양한 문화 배경을 지닌 이주민들의 처지를 세밀하게 살펴야 함을 강조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또한 문화와 제도적 장치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요청되는데, 저자는 이를 ‘참여와 언어 다양성’ 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여 풀어내고 있다. 물론 언어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주민들이 새로운 사회의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하겠다. 이제 다양한 사유로 사람들의 국가를 넘어선 이동은 활발해질 터이고, 이 책에서는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언어와 관련된 어려움이 심화될 수밖에 없음을 ‘전 지구화와 언어 다양성’이라는 항목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주민들을 포함한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기 위해서, 저자는 ‘언어 다양성’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그로 인해 비로소 ‘언어 정의’가 실현되어야만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도 이주 배경 주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에, ‘언어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의 내용이 대학에서 ‘한국어교육’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나에게도 지극히 시사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