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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놓고 10년이 넘도록 책장에만 있던 책을 꺼내 읽었다. 올해부터 사놓고 안 읽은 책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읽은 9번째 책이다. 이렇게 읽기 시작한 책은 읽기에 앞서 항상 똑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나는 그때 이 책을 왜 샀을까?" 놀랍게도 10년 전에 산 책이든 15년 전에 산 책이든 선택의 이유가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는 거다. 워낙 유명한 작사, 작곡가이신데다 이오공감 앨범(나는 이것을 LP로 가지고 있던 세대다)을 유난히 좋아하기도 했던 터라 얼굴은 몰라도 음악인 오태호라는 이름 석 자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책 홍보에서 이름 석 자만 보고 그냥 샀다. 나는 작가의 이름 석 자에 이미 마음이 열려있었으므로 책은 썩어도 준치였고, 밑질 일은커녕 본전일 리도 없었다. 좋을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렇게 무조건 아름답게 읽어줄 마음의 준비를 해 놓았음에도 책은 십 년 넘게 책장에서 주무시다가 이제야 예쁨을 뽐내게 되었다. 책은 참 바르고 고운 생각들을 차분하고 단정하게 얘기해 주는 듯 들렸다.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보단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17P) 많이들 얘기하고 많이 듣는 말인데도 누가 어떤 식으로 말하느냐에 따라서 또 달리 들리는 이야기. 차분한 전개를 거쳐 나온 이 바람직한 의식은 새삼 더 진지하게 느껴졌다. 작가의 짤막한 순간의 생각들을 주로 담고 있는 책은 중간중간에 작가의 과거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반드시 따라 부르고 말겠다는 의지에 불타 어린 내가 영어 가사를 한글로 고스란히 적는 작업을 전혀 일같이 느껴지지 않게 해줬다. 카세트테이프에 담긴 음악을 한 소절 듣고 멈춤 버튼을 누른 후 가사를 옮겨 적고, 발음이 이상하면 또 앞으로 감았다가 다시 들었다."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29P) 나도 이런 거 해봤다. 라이오넬 리치의 '세이 유 세이미'랑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로 이거 해봤다. 책은 이런 식으로 추억을 소환하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반면에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픈 사회적 이야기도 있다. "아무리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사람답지 못한 사람도 사실은 누구나 예쁜 아가였다.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 67P) 기사로 보도되는 범죄 등등의 흉흉한 사건 속의 무섭고 나쁜 사람들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세상의 모든 것들은 누구나 무엇이나 예쁜 아기였던 때가 있었다. 사랑받고 보호받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하는 말이다. 보호받고 사랑받아 마땅할 존재들이 어떠한 이유로 그렇지 못할 때 사회적으로라도 그것을 실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나도 보탬을 실행하는 1인이 되어야 한다. 작가의 따뜻하고 아름다운 생각들은 이렇듯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작가의 본업이 음악인이라 음악인들과의 에피소드도 당연히 나온다. '내 사랑 내 곁에'의 에피소드가 재밌었는데 사실은 이 곡의 작곡가가 오태호 님이란 걸 이 책을 보다가 알았다. 어머나 세상에. . 책은 그저 고요하고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읽다가 박장대소하게 하는 부분도 나온다. 특히 '반창회 가던 날'과 '메밀국수에 담긴 추억'이 너무 웃기고 재밌었다. 가슴속에 울림도 주고 웃음도 주고 반성도 하게 만드는 작가의 아름다운 시선과 생각들이 전해진 책 <비 갠 아침 바람의 향기>에서 나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꼽으라면 나는 157P의 '시간 여행'을 꼽겠다. 짧은 글의 그 마지막 문장에서 어찌나 뜨겁고 길게 눈물을 쏟게 만들던지. 작가의 말대로 나도 '적어도 웃음이 날 것 같진 않다' 그리고 나 또한 그 시절 그 아이를 '가슴 가득 따듯하게 안아주고 돌아오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