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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북다 로맨스 시리즈 첫 번째 주제(Romance-chick lit)의 세 번째 책. 내 기대에 영 차지 않는다. 이 실망감이 도리어 이 시리즈의 새로 나와 있는 책을 보고 싶게 만든다. 이렇게 나는 또 우리 소설을 선택하기 위한 고랑 하나를 넘어 가나 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태생적으로 가진 것 없는 젊은 여성이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 주는 소설이다. 아들만 중요하게 여겨서 아들을 키우는 데에 딸의 생을 소모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부모를 둔 딸, 예쁘지도 않고 배움도 짧아서 남자들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어린 여자가 주인공이다. 과연 주인공이라 할 수 있나? 사람보다 서글픔이 주인공인 듯하다. 그러니 사랑도 서글플 수밖에. 그마저 사랑이라고 해 준다고 치고. 단편소설 하나가 책 한 권이라 비교할 대상도 없고 소설 속 등장인물도 배경도 주제도 마땅찮아서 할 말이 없다. 작가는 소설 마무리 대목과 작업일기에 '칙릿은 없다'는 내용으로 서술해 놓았는데 딱히 납득이 되지도 않는다. 그럴 거면 굳이 뭐하러? 이런 마음이 들고 말았으니. |
![]() 한정현 작가, 러브 누아르, 1980년대 여성 노동자의 삶, 달달북다 시리즈, 로맨스×칙릿 달달북다 시리즈의 세 번째 이야기로 달달북다는 북다 출판사의 단편 소설 시리즈이다. 로맨스×칙릿, 로맨스×퀴어, 로맨스×하이틴, 이렇게 4가지 키워드를 작가 12인이 매달 1권씩 총 12권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러브 누아르』의 키워드는 로맨스×칙릿이다. 책은 로맨스와 칙릿과 도저히 어울릴 수 없는 1980년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삶을 적고 있다. 1980년대 여성 노동자들에게 일에서 성공하기란 하늘에 별과 같았고, 사랑하는 것 역시 현실에는 없는 판타지와 같았다. 칙릿은 젊은 여성들의 문학이라 할 수 있으며 20~30대 여성 직장인과의 사랑, 라이프 스타일을 다룬다. 칙릿이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 미국을 거쳐 2000년대 소개되었다고 할 때 40년 전의 1980년대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는 키워드와 동떨어진 이야기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성으로 살기란 만만하지 않다는 점에서 시대 배경을 제외하고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칙릿 주제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일과 사랑에서 성공하기란 어렵고 멀기만 한 이야기니까. “성공한 여자의 일과 사랑” 대해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구에 “누아르” 나 “환상 소설”로 하겠다고 말하는 작가의 외침처럼 말이다. 『러브 누아르』 줄거리 주인공 박선은 고등학교 등록금을 교회 오빠가 갖고 튀는 바람에 직업 고등학교를 나와 공장에 취업하게 된다. 한양 물산에서 경리로 일하는 그녀는 얼굴은 박색, 성질은 더러웠고 잘 웃겼나 상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사람들이 봤을 땐 되바라진 그녀는 가족이 지원을 요구하자 연락을 끊어 버렸고 8,9년 전에 사라져 버린 여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여가수는 1978년 대학가요제에서 입상은 못했지만 전국적인 인기를 얻었다. 가수의 대표곡인 <그때 그 사람>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고는 했었다. 노래를 잘 부르고 성공했던 여가수는 대통령의 죽음을 목격했다는 이유로 사라져 버렸다. 미쓰 리 언니는 노트에 항상 무언가를 적고 있었고 가오가 있는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언니 역시 잘 웃지 않았다. 미쓰 김 언니는 잘 웃었고 회식마다 부장 옆에 앉았는데, 어느 날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임신은 했으며 부장이 낙태하라고 돈을 줬다는 것이다. 선의 별명은 ‘미쓰 막걸리’가 되었는데 그 이유가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기 때문이다. 1960년대 대통령이 막걸릿집에서도 의심스러운 행위를 하면 형사들이 잡아 가게 만든 <막걸리 보안법>이 있었고 남영동에 잡혀간 사람들은 죽거나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왔다. 선은 막걸릿집이 아니라 문래동 골목에서 잡혀 남영동에 다녀왔다. 알고 보니 미쓰리 언니는 야간 전문대학을 중퇴한 여성 노동자 연대의 대표라는 것이다. 선에게 남긴 미쓰리 언니의 소설 『서울 누아르』와 미쓰 리 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러브 누아르』 좋은 글귀, 명대사 “미쓰 박은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요?” p32. 사실 가끔은 선도 자신의 이름을 까먹는다. 선은 이곳에서 미쓰 박으로 불린다. 여긴 많은 미쓰들이 있다. 언제나 대체 가능한 미쓰들. p40. 아니, 미쓰리 언니도 이곳에선 최하체다. 왜냐면 여자고 흔해빠진 공장 경리니까. 동물원의 최하체로 취급받는, 왕궁의 무수리 급으로 대우받는, 병원의 1인실 아닌 다인실의 장기 입원 환자 같은 신세 말이다. 작은 일 하나도 잘못했다간 더 큰 짐을 짊어져야 하는 사람들. 목욕탕에서 탕의 끝자락도 아닌 샤워 부스만 지켜야 하는 그런 존재. 뭐가 되고 싶은지 물어봐 준 것은 고맙지만 과연 정말…… 벗어 날 수 있을까. p38·39. 불량 나무젓가락을 꺼냈을 때처럼 한껏 기대가 어그러지는 상상. 그래도 상상이라도 한다, 이제 박선은. 다만 누군가 여성의 일과 사랑에 대해 쓴다고 하면 적어도 이 시대는 실격이다. 여자는 항상 집안의 구박데기 정도의 배역을 하다가 남자에게 버림받고서야 각성하는 역할이다. 이 세상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데 그 강한 자들은 모두 남성 권력자들이라는 거였다. 『러브 누아르』 느낀 점 1.1980년대 여성 노동자의 삶 책은 1980년대 여성 노동자의 삶은 아주 잘 녹아내고 있다. 사람들의 수기와 문학작품을 많이 읽었다는 한정현 작가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공장에서 여성노동자의 이름이 없었다. 미쓰 리, 미쓰 김, 미쓰 최 등으로 불렀으며 박선도 미쓰 박으로 불렀다. 부장은 여성노동자를 대상으로 성 착취를 하고 있었다. 박선은 9녀 1남의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났다. 딸들은 가족을 위해, 장남을 위해 공장에서 번 돈을 집으로 보내야 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대체 가능한 사람이었고, 쓸모 있고 가치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인정받기란 어려웠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남자 골라서 늦기 전에 결혼하는 것을 목표로 후다닥 해치웠다. 운이 좋아 좋은 남자를 만나면 잘 살 수 있지만 운이 나쁘면 평생 고생하는, 안을 알 수 없는 랜덤 박스. 그 불확실성에 평생을 걸어야 했던 여성들에게 일과 사랑을 논할 수 있을까. “미쓰 박은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요?” p32. 미쓰 리의 질문에 선은 주산을 잘한다는 말을 한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그 누구도 꿈이 무엇인지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꿈을 꾼다거나 상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눈앞에 있는 현실만으로 벅찼기 때문이다. 선은 이제 꿈을 꾼다. 현실적으로 이루어질 리 없는 상상이지만 꿈을 꾼다는 것만으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2. 지금도 녹록하지 않은 삶 1980년대 여성 노동자의 삶에 비해서 지금은 물질 적으로 풍요로워진 게 사실이다. 그리고 여성들에게 이름이 생겨 미쓰 리, 미쓰 최, 미스 김으로 더 이상 불리지 않고 이름 석자 당당히 부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했다. 세월은 빨리 흘러갔지만 인식의 변화는 세월만큼 빠르지 못했고 느릿느릿했으니깐.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사는 게 녹록지 않다는 현실이다.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상대적 빈곤에 시달리며 아르바이트를 숨 돌릴 틈 없이 해도 통장 잔고는 0이다. 번득 한 회사에 취업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취업을 한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바쁘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결혼을 할 엄두가 나지 않다. 직장을 다니면서 결혼, 출산, 육아를 잘 해내기란 ‘슈퍼우먼’과 같은 초능력자나 가능한 일이다. 드라마에서 보던 자신감 있고 능력 있는 여성의 삶과 사랑은 드라마에서나 가능하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꾼다. 주인공 박선처럼 말이다. 꿈을 꾸고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내일이 조금은 나아진 느낌이 든다. 『러브 누아르』 추천 포인트 - 1980년대 여성 노동자가 나오는 소설을 읽고 싶다. - 현실적인 일과 사랑에 대한 소설을 읽고 싶다. - 한정현 작가를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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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죄고 있는 최루탄 향 속 짝을 맞추는 무의식적인 회로만이 돌아가던 사랑 없는 잔인한 도시 1980년대의 서울 그 도시 위에 서서 불명의 여성들을 동경하며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소녀의 이야기 광화문을 누비는 주판을 꽤 잘하는 사람, 이왕이면 누아르 소설 또는 영화의 히든 카드 문득 수트야말로 여성에게 걸맞는 아웃핏 같다는 생각을 했다 로맨스가 아니에요, 이 세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