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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YTN 해직기자 들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대한민국의 암담한 미래가 절로 그려지는 살풍경의 연속. ‘우리는 그들을 위해, 아니 나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자괴와 회의가 드는 최근 몇 년의 일상들. 나이 드는 게 두렵고, 힘들다. 많이 알고, 깨닫고, 느낄수록 ‘어른’이 되어간다는 게, 그 무게가 두렵다.
한겨레출판에서 펴낸 <섬과 섬을 잇다>,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 이야기’란 부제에서 보듯 이 책엔 여전히 싸우고, 좌절하고, 엎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쌍용자동차 이야기, 밀양 송전탑 이야기, 재능교육 이야기, 콜트콜텍 이야기,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현대차 비정규직 이야기, 코오롱 이야기 등 총 7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9월초,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펼쳤던 이 책. 각 현장마다 만화와 르뽀가 어우러진 이야기가 가슴을 저미며 다가왔다.
그러던 중 10월초 어느 일요일, 과천의 한 허름한 호프집에서 열렸던 ‘코오롱 해직 노동자를 돕기 위한 일일주점’에 가게 됐다. 선배의 이끌림이었다. 몇 달 동안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술에 취해 살던 내가 딱해 보였는지, 일요일 저녁 6시 그것도 집에서 한참이나 떨어져 있는 과천으로 서둘러 이끌었다. 택시 안에서 선배가 내내 읊조렸다. 끊임 없이 나를 괴롭혔던 일상의 악다구니를 풀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그야말로 꽉 차 있는 호프집. 남녀노소 다양한 사람들이 흥에 겨워 술을 마시며, 수다를 떨고, 또 한 곳에서는 미니 대자보에 서명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었다. 뻘줌하게 서성이다가 이내 테이블을 잡았다. 한편으론 내가 접했던 ‘코오롱 이야기’의 실체를 제대로 알았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고, 이 곳에서 나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는 그들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참 한심해’ 스스로 되뇌이며, 이 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눈으로 담아갔다. 한 켠에선 코오롱 이야기의 르뽀를 썼던 연정 작가가 <섬과 섬을 잇다>를 20여 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판매하고 있었다. 후원이란 이름으로 친필 사인을 받으며, 3권의 책을 구입했다.
곳곳에 코오롱 해직 노동자 조끼를 입은 이웃들이 신명 나게 서빙을 하고, 손님을 반기며, 얼싸 안고 다독이고….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동지가’를 여러 사람과 어깨를 겯고 불렀다. 30분 정도가 흘렀을까? 이내 그들의 에너지가 내게 전해졌다. 약간의 술기운 탓도 있었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란 트로트를 ‘투쟁하기 딱 좋은 나이’라 개사하며 부르는 김혜란 노동자의 모습은 실로 감동이었다. 기념 사진도 찍고, 대자보에 몇 자 적기도 하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동지애’가 절로 샘솟는 현장에서 재능교육 등의 다른 투쟁 현장의 노동자들도 발벗고 이 곳을 찾았다.
2시간 정도 그곳에 머물며, 한껏 술이 취한 채로 서울로 향하는 택시 안. ‘힘들다는 말, 부여잡은 가슴… 내겐 사치였던 거다’란 트윗을 남겼다. 벌써 12월 2일이다. 코오롱의 경우 10년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부당하게 짓밟힌 그들의 고통을, 남 일처럼 무심하게 뉴스(거의 보도가 되지 않았다)로 전해 들었던 그 시간이 염치 없고, 부끄럽고, 미안했다. 등산을 할 때마다 코오롱 제품을 무슨 자랑처럼 착용했었는데, 그러고 있는 동안 그들은 사다리를 들고 다니며 국립공원 곳곳에 ‘코오롱 제품 불매’란 리본을 나뭇가지에 묶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코오롱의 부도덕함을 우리에게 알리려 했다.
올 한 해는 유난히 부도덕한, 불공정한… 그래서 사건 사고가 은폐되고, 왜곡되고, 심지어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는 상황들이 영화처럼 펼쳐졌다. 고통 받는 부당 해고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기약 없는 투쟁을 계속 해가면서도 그들은 절대 고개를 숙이거나 눈물 짓지 않았다. 외딴 ‘섬’처럼 고립된 채 국가가 동조하고, 악덕 기업주가 행한 ‘후흑’에 마냥 당하기만 했던 그들. 끝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은 국가에 의해 버려졌다. 투쟁 2000일을 넘기고, 25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견디며, 가족들의 가슴에 맺힌 피멍을 지켜보며… 그렇게 스러졌다. 내 삶에 있어 그들은 어떤 존재일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난 4월 16일 이후 줄곧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그들을 ‘섬’처럼 고립시키지 않는 것. 세상의 모든 어둡고, 힘들고, 절망스러운 곳이 ‘섬’이 되지 않게…. 미약한 힘이나마 섬과 섬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작은 다리가 되는 것.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게 됐다. 이후 쌍용차 문제를 다룬 르뽀르타주인 공지영 님의 <의자놀이>를 다시 읽었고, 연초에 정혜윤 피디가 펴낸 <그의 슬픔과 기쁨>이란 책을 손에 들었다. 그들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작은 다리가 되리란 미약한 희망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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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1쇄발행 2014년 5월 26일 부제: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 이야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2000년대 들어 장기투쟁사업장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1980년대 후반 노동운동이 처음 조직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을 때는 30일만 넘어도 장기투쟁으로 불렸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투쟁을 시작했다 하면 1년 넘는 건 예사고, 10년이 넘도록 싸우는 곳도 있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이 죽어갑니다.
노동자가 아픈 사회는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닌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견디라고 합니다. 한편에는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에 신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 분향을 두려워하는 사회 - 쌍용자동차 이야기 결국 살기 위해서는 함께 사는 방법밖에 없음을 우리는 알았다.
중국 기업으로 쌍용차가 매각된 것은 2005년이었다. 자동차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기 때문에 한 나라 산업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국으로 매각이 추진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중국엔 세계 모든 자동차 회사가 들어가 있지만 어떤 회사도 중국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지 못했다. 그것은 중국의 자동차산업 정책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우리는 그 부분을 몰랐고 회사는 속였다. 예컨대 경상도엔 포드자동차만 판매하고 충청도엔 BMW만 판매하는 식이었다. 중국은 당시에도 외환보유고 1위를 자랑할 만큼 자본이 넘쳤고, 달나라까지 갈 수 있는 기술력이 있는 나라였다. 그런데 자동차 생산 기술은 없었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굳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목적이기도 했다.
외환은행 론스타 '먹튀 논란' 이후 쌍용차가 '먹튀 논란'의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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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발 이대로만 살게 해달라 - 밀양 송전탑 이야기
"사람 안 사는 곳으로 빙 둘러가든가..." "와 사람 사는 마을을 지나가야 한답니꺼?"
1978년 만들어진 이래 현존하는 [전원개발촉진법] 송전탑 건설에 있어 기본이 되는 이 법은 정부의 승인만으로 전원 사업자가 [도로법], [산지관리법], [농지법], [원자력안전법] 등 19개 법률의 규제 사항을 자동적으로 면제받도록 하였다.
전원사업자에게 토지강제 수용권까지 주었다. 땅 소유자가 동의하지 않아도 땅을 강제로 빼앗아 공사를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밀양에 주둔한 경찰과 한전 직원들이 합법적인 공사라며 큰소리 칠 수 있는 까닭이 이 법에 있었다.
3.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자라고? - 재능교육 이야기
우리가 퇴직금 몇 푼 받아낸 것으로 기뻐하고 있을 때, 학습지 회사 경영자들은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학습지 교사들의 '임금'은 '수수료'로, '근로계약'은 '위탁사업계약'으로, '근로소득'은 '사업소득'으로 바뀌었고, 심지어 학습지 교사들이 개별적으로 사업자등록까지 하게 함으로써 형식상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도록 꼼수를 부리는 회사도 생겼다. 하지만, 실제 학습지 교사들의 업무 내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업종과 사업장은 달라도 장기투쟁사업장 합의 내용은 거의 같아요. 해고 철회나 원직 복직이 아니라 일정 유예기간 뒤 재취업시킨다는 것. 자본이 서로 연대하고 있다는 거죠."
오랫동안 조합 내부에 빚어졌던 갈등의 시시비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종탑에까지 올라가 고생하는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악인'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착하거나, 착해 보이거나, 착한 척하는 생각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4. No Workers No Music - 콜트,콜텍 이야기 "전 이렇게 생각해요. 진실을 바라보는 건 거울 속에 비친 보고 싶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라고."
사장이라면 당연하게 가진 권리.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해고는 이런 느낌이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그렇다. 콜텍악기 노동자들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날 그 공고문을 보기 전까지만 해도.
콜트콜텍은 한 해 100억 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일도 있고, 기본으로 해마다 수십억 원씩 흑자를 냈다. 박영호 사장은 한국의 부자 순위에서 12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5. 너에게서 평화가 시작되리라 - 제주 강정마을 이야기
6. 같은 일을 하고 다른 대우를 받는 사람들 - 현대차 비정규직 이야기 2013년 4월 14일.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던 한 젊은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아버지는 34년을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가 퇴직한 노동자였다. 죽은 아들은 2013년 1월, 다니던 현대자동차로부터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들은 현대차가 한시적으로 고용한 촉탁직(법률상의 용어는 아니다. 원래는 주로 정년을 지난 사람을 계약직으로 재고용할 때 쓰이던 용어였으나, 일반적인 계약직을 일컫는 말로 점점 널리 쓰이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임시직 근로자'라 할 수 있다.)노동자였다. 촉탁직으로 계약하기 이전에는 1년 7개월 동안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했다. 사내하청 공장에서 일한 기간이 2년이 다 되어가자 현대차는 그에게 정규직 채용 때 유리할 테니 촉탁직 노동자로 일하라고 했다. 파견노동이 불법이라고 대법원에서 판결나면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요구에 부담을 느낀 회사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촉탁직 전환을 요구한 것이다.
아들의 시신을 안은 아버지는 말한다. "내가 사랑했던 회사가 내 아들을 죽였다."
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판결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신규채용 때 선별해서 뽑겠다고 했고, 이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7. 우리가 끝까지 싸우는 이유 - 코오롱 이야기 경수씨는 자신이 경험한 것은 '희망퇴직'이 아니라 해고라고 했다.
강도 높은 투쟁으로 정리해고 안 한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겼어야 했는데, 집행부가 어리숙하고 무능해서 구두약속만 믿었다는 거다.
"시민들이 노동조합 하는 사람을 빨갱이라며 좋은 시선으로 안 보고 내쫓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게 안타깝죠. 노동조합은 회사를 견제하는 건강한 역할을 하는 것인데, 지금 코오롱에는 회사를 견제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정년퇴직까지는 아니더라도 회사를 그만둘 때는 그동안 고마웠다고 감사인사를 하고 웃으면서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단 하루를 일하고 그만두더라도 복직하고 싶었습니다."
*섬여행이려니 막연히 생각했다. 우리내 삶의 단절된 그 무엇을 잇는 함축적 의미인 줄 몰랐다. 한 장. 한 장. 넘길때마다 가슴에 쇳덩이를 올린듯한 갑갑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세상에 참 잘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다. 부럽다. 힘이 있거나, 돈이 있거나, 기업, 정치, 정부 어딘가에 인맥이 있거나해서 언제나 제3자로써 소설을 읽듯 바라보기만 할 수 있다면 이 책이 아무것도 아닐꺼다. 그러나. 당신도. 나도. 이 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4천원 인생이란 책이 기자들이 직접 화려하지 않은 일용직의 삶을 직접 체험해서 옮겼다면, 이 책은 점점 비정규직이라는. 일용직화되고 있는 우리에 삶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고용창출이란 이름과 시간제 일자리란 이름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한다는 명분하에 어린친구들과 이미 일선에서 일하는 우리들을 이간질하며 알바인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88만원 세대와 오륙도 사오정이 유행을 하고 지나간 이땅에 어쩌면... 이제 알바만으로도 삶을 살 수 있다는 미친 환상을 심어주는 세상에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무서워지는 그런 책이다. 여전히 싸우고 있다고 얘기하듯이 언제까지 싸워야 할지 알 수 없는 그 시간의 무게를 과연 그들은 견딜 수 있을지... 과연 우리는 그 무게를 모른다고 할 수 있을지...
이 책에서 무엇보다 내 땅도 내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공산국가도 아닌 민주국가에서 버젓이 눈 뜨고 법치국가라는 곳에서 자기가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자기 땅 한 가운데 송전탑을 세울 수 있는 나라. 우리나라밖에 더 있을까 싶을만큼 부끄러움이다. [전원개발촉진법] 어디 법 모르는 사람이 지방가서 땅이나 제대로 살 수 있겠는가. 기존 살던 사람도 내 쫒기는 마당에... 아! 유지였던가. 시장 조카의 땅이였던가. 빙 둘러 갈 수 없다고 학교도 사람이 사는 마을도 무시한 그들이 그 곳만은 살짝 애둘러 갔다는 얘기는 이 나라가. 비리가 만연한 힘의 논리의 나라라는 걸 보여주는 한 예라고 보여진다. 저 법을 만든 것도... 잘 못된 게 아직도 있다는 것도... 악법도 법이라지만 그 법에 죽어가는 농민이 있다는 것도... 공산국가 보다 더 하게 느껴지는 건 민주국가임을 표방하고 있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어의 없는 행위였기 때문이리라. [전원개발촉진법] 한전은 저 전원을 개발한다는 법을 들어 그 땅에 송전탑을 꽂아서 무엇을 개발했다는 걸까? 수도권에서 쓰는 전기겠지만... 저 법이 그렇게 활용하라고 있는 법이었을까. 그런 논리하에 의도로 만들어진 법이었을까... 뭘 좀 안다는 자들의 만행이. 사람이 참 무섭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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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밀양 송전탑, 재능교육, 콜트 콜텍, 제주 강정마을, 현대차 비정규직, 코오롱... 세상에 수 많은 섬들 중에서 7개의 섬을 잇고 있는 글자들, 그 글 위에 서 있는 사람들. '지금'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한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의 오랜 투쟁의 이야기이며, 섬처럼 고립된 그들과 연대하기 위한 '길'을 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쌍용차와 관련해서 최근에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뒤엎고 사측의 정리해고 정당성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 땅의 또 다른 권력이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라고 봅니다. 전에는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러웠다면, 이제는 아예 드러내 놓고 편을 드는 모습을 보이는 건, 가진 자들 혹은 권력의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는 적을 제대로 몰랐고, 적의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쌍용차가 그렇듯 밀양에서도 자본과 권력의 무자비함은 계속되고 있고, 재능교육이나 콜트 콜텍의 싸움 역시 소수의 사람들이 거대한 적에 맞서 싸우는 양상입니다. 강정마을, 현대차 비정규직, 코오롱.. 이렇게 큰 바다에 떠 있는 조그만 섬처럼 고립되어,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권력에 의해 사람들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통제됩니다. 해서, 어떤 형태로든 그 섬과 섬을 잇는 작업들은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섬을 이어 그들을 외롭지 않게 하고, 그들의 싸움을 세상에 알리고, 그 싸움에 사람들이 동참하도록 하는 일들이 모두 우리가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들입니다. 7개의 섬에서 자본은 스스로 모습을 감추고, 노동자와 노동자가 서로의 밥그릇을 놓고 경쟁을 하도록 부추기는 양상을 보입니다. 생존자와 해고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찬성파와 반대파 등등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이들이 모두 같은 처지에 있는,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가 적이 아니라 우리 밖에 함께 물리쳐야 할 적이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개인적으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자 했던 경험이 있어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 심정이 얼마나 막막하고 불안한지 말입니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서 싸움마저 일상이 되고, 즐거움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들을 보게 됩니다. 오래, 끈질지게 싸우려면 심각하지 않게, 즐겁게 싸우는 길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섬에 수 많은 다리가 놓이고 해방의 깃발이 휘날리는 날을 꿈꿔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