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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적 서클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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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적 서클 플러스』 ### - 대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다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의외로 '가르치는 일'보다 '대화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학생들과의 상담, 학부모와의 면담, 동료 교사와의 협의, 업무를 위한 회의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의 대화를 한다. 그런데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해서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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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복적 서클 플러스』 


### - 대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다 -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의외로 '가르치는 일'보다 '대화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학생들과의 상담, 학부모와의 면담, 동료 교사와의 협의, 업무를 위한 회의까지 하루에도 수십 번의 대화를 한다. 그런데 대화를 많이 한다고 해서 서로를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번 경험했다. 오히려 말을 많이 할수록 오해가 커지거나 서로 자신의 입장만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회복적 생활교육과 서클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었고, 이번에 『회복적 서클 플러스』를 읽으면서 내가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대화의 방식과 갈등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마음에 오래 남은 문장은 "대화는 강물의 흐름처럼 의미의 흐름과 관련되며 각자의 샘물이 모여 공동의 의미를 만들어 간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회의를 하면서 나는 '내 의견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 차례가 오면 어떤 말을 할지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대화를 서로의 생각을 이기는 과정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최근 학교 업무 협의가 떠올랐다. 서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지만 표현하는 방식이 달라 회의가 길어졌던 적이 있었다. 그때 조금만 더 상대방의 의도를 들으려고 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서클대화가 내용보다 '공간'과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공간과 에너지라는 표현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졌지만 읽다 보니 이해가 되었다. 실제로 같은 내용이라도 어떤 분위기에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학생 상담을 하다 보면 처음부터 질문을 쏟아내는 것보다 잠시 침묵을 허용하고 학생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기다려 줄 때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꺼내는 경우가 많았다. 책에서 말하는 공간은 바로 그런 안전한 관계와 분위기를 의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한 내용은 "평화는 존재의 상태"라는 문장이었다. 그동안 나는 갈등이 없는 교실을 좋은 교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학생들이 갈등을 표현하지 않았을 뿐 마음속에는 해결되지 않은 감정이 남아 있었던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갈등이 있더라도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경험을 한 학급이 더 건강했던 것 같다. 결국 평화는 문제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며 관계를 이어 갈 수 있는 힘이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먼저 연결을 이해해야 한다."는 부분은 나에게 가장 큰 배움이었다. 학교에서는 늘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학생 간 갈등이 생기면 누가 잘못했는지, 어떤 규칙을 적용해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나 역시 그런 방식으로 접근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책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순간 사람보다 문제가 중심이 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이해를 위한 연결이 이루어지면 해결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설명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두 학생이 서로 오해로 다투었던 일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나 학생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 보니 서로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꼈던 감정이 갈등의 시작이었다. 결국 필요한 것은 판정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듣는 시간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빅터 프랭클의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내용도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들었다. 업무를 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의견이나 민원을 접하는 경우가 있다. 순간적으로 억울하거나 방어적인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책에서는 우리의 반응은 자극 자체가 아니라 자극을 어떻게 해석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을 읽으며 최근 학부모 상담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항의라고 생각했던 말이 끝까지 들어 보니 아이를 걱정하는 부모의 불안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처음의 긴장감을 조금만 내려놓고 끝까지 들었더라면 나 역시 훨씬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밑줄을 그었던 부분은 경청에 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서클은 경청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경청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설명한다. 특히 "말하기는 과거와 기억에 머물지만 경청은 지금 여기의 살아 있는 실재를 만나게 한다."는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나는 평소 학생들과 상담하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답을 듣고 싶어서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안전하게 들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상담을 마친 학생들이 "선생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가 있었는데, 그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또 하나 새롭게 생각하게 된 부분은 선한 의도만으로는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책에서는 '마음(의도)+반응(행동)=결과'라고 설명한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을 위해 하는 말이라는 생각으로 충고하거나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학생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 말이 오히려 학생에게 상처가 되었던 경험이 있다. 그때는 학생이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지 이해하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우게 되었다.


이번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새로운 기법이 아니라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이었다.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평가, 수업 개선 등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만, 정작 학생들이 안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일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가 말한 '보이지 않는 커리큘럼'이란 결국 교실 안에 흐르는 신뢰와 존중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수업을 하든, 어떤 협의를 하든 먼저 안전한 대화의 공간을 만드는 교사가 되고 싶다.


『회복적 서클 플러스』는 갈등 해결 방법을 알려 준 책이라기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 준 책이었다. 특히 "이해를 위한 연결", "평화는 존재의 상태", "경청은 존재를 회복시키는 힘"이라는 세 가지 메시지는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모든 내용을 당장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듣고, 판단보다 호기심을 먼저 가지며, 해결책보다 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조금씩 실천해 보고 싶다. 이번 독서는 새로운 지식을 얻었다기보다 교육자로서 나 자신의 모습을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었으며, 앞으로의 교육 실천 방향을 다시 다짐하게 만든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k*******5 2026.07.31. 신고 공감 0 댓글 0